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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VN Solo Dec 24. 2019

2019 최애 ③ 옛 노래

Noise in Music (3) 2019 최애 ③ 옛 노래

 유튜브와 바이브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큐레이팅이 좋아서다.  내가 좋아할 만한 옛 노래를 귀신같이 찾아 들려준다. 덕분에 올 한 해는 많은 발라드를 발굴했다. 발라드는 찌질하다. 그렇기 때문에 발라드를 부르는 사람은 찌질해선 안된다. 사재기 발라드 대신 한 해 동안 들었던 멋진 음악들.



윤종신 - 널 지워버리기엔 (공존, 1995)
 '오늘은 마냥 서러워 눈물이 났어. 널 바래다주던 길 서성이며.'
 윤종신 노래는 이미 많이 안다. '수목원에서', '야경' 같은 명곡들도 알고 신치림의 '너랑 왔던' 같은 곡도 많이 불렀다. 그렇지만 이 곡은 또 새로 들어봤었다. 가사는 그렇게 찌질하지 않다. 그러나 담담한 척 '다시 시작하겠니 좀 더 든든한 모습 네게 보일께'라고 말할 때 참을 수 없어진다.

토이 - 거짓말 같은 시간 (A Night in Seoul, 1999)
 '너의 미소, 널 기다리며 서성대던 공간과 그때 내 머리 위에 쏟아지던 햇살 그 하나까지도 잊지 않을게, 영원히.'
김연우와 유희열은 잘 알았어도 토이는 유명한 노래밖에 몰랐다. 너무 멋진 팝 발라드다. 그리고 김연우와 유희열이 그렇듯 너무 어려운 노래다. 감정과 음정 모두 맞추려면 얼마나 더 불러야 할 까 싶다.  김연우는 콘서트 오프닝 송으로 부른다고 한다. 그만큼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노래.



윤종신 - 나에게 온다 feat. 양파 (2013 월간 윤종신 Repair 6월호)
 '서둘지 말아요. 그대, 천천히 내게로.  난 이 기다림이 좋아서.'

 원래는 5월호, 김범수의 '너에게 간다'를 더 좋아했다. 그런데 우연히 다시 들어본 이 노래는 마음을 너무 잘 간지럽혀 재채기가 나올 정도였다. 왜 여자들이 양파 양파 거리는지 역시 양파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물론 울진 않았다.)

백예린 - 장마 (2014 녹음, 원곡: 정인, 2011)
 '넌 나의 태양, 내가 떠나고 내 눈엔 항상 비가 와.'
 백예린의 목소리는 들을수록 신기하다. 안개를 뚫고 나오는 잔잔한 햇살 같다. 12월 어느 날 하루 종일 이 노래만 틀어둘 정도로 푹 빠졌었다. 이 노래의 백미는 단연 후렴 두 마디인데 그 기쁨과 슬픔 사이를 절묘하게 그리고 있다. '넌 나의 태양, 내가 떠나고 내 눈엔 항상 비가 와.'

린 - 통화연결음 (6½ New Celebration, 2010)
 '노래가 흐르면 얼마 뒤에 '여보세요' 할 그 목소리, 난 기다려요.'
 수지가 부른 걸 보고 원곡을 알게 되었다. 당연히 린이 수지보다 훨씬 잘 부른다. 너무 간드러지게 부르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 노래는 담백하다 간절함으로 나아가는 점진적 양상이 너무 좋다. 이 노래의 핵심은 몇 번이고 밉다고 미치도록 싫다고 말하면서도 몇 번이고 감정을 억누르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윤상 - 넌 쉽게 말했지만 (윤상 2 - Part I , 1992)
 '그런 말이 너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그 차가운 너의 눈빛도.'
 윤상은 전자음악 하는 사람 아닌가?라고만 생각했는데 좋은 발라드도 있었다. 충격적인 건 이게 1992년의 노래라는 점. 내 나이만큼이나 오래됐으나 지금 들어도 너무 세련된 노래다.  조원선 목소리로 듣는 것도 좋았지만 미성의 윤상도 곡의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링크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콜드의 커버.



보니 - 잠시 길을 잃다 (2014 녹음, 원곡: 015B, 2006)
 '정말 알 수가 없어 난. 늘 너란 길만 걸었으니까.'
 용주(YONGZOO)가 더 팬에서 부른 걸 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 2006년에는 015B도 버벌진트도 몰랐는데 그 앨범에 이런 명곡이 숨어있었구나 싶다. 많은 가수들이 커버했는데 원곡자가 단연 좋았다. 유성은과 백예린의 커버보다 훨씬 화려하게 편곡하고 부르는데 혼란스러운 곡의 감성을 가장 잘 살렸다는 생각이다. 2006년 앨범엔 본명인 신보경으로 올라있는데 2020년엔 더 떴으면 한다.

김동률 - 꿈속에서 (김동률 라이브 2012 감사 / 2014 동행, 원곡: 전람회, 1993 대학가요제 대상)
 '날 깨워줘. 네가 없는 꿈속은 난 싫어. 아무도 없는 하얀 꿈속에 너를 한 없이 부르네'
 나의 대학 생활을 윤종신이 함께했고 중학생 나에게 성시경이 있었다면 고등학생 때는 단연 김동률이었다. 이적과 한 카니발 앨범도 다 알았는데 전람회는 좀 소홀했었나 보다. 뮤지컬 넘버 같은 이 노래에서 김동률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술이 아니라 꿈에 취한 그 감정을 목소리를 통해서 너무 잘 표현한다. 1993년 대학 가요제, 1997년 전람회 3집 버전보다 2012년 한결 성장한 모습이라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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