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ise in Music (1) Zion.T - 5월의 밤(May)
부모님이 누나를 병원에 데려갈 때면 조성모 6집을 한껏 따라 불렀다. 중3, '소년을 위로해줘'를 듣기 전까지 노래방에선 발라드만 주야장천 불렀다. 그러니까 내 음악 취향은 여전히 극단적이다. 힙합이거나 발라드. 이는 이상한 자부심의 영역이기도 했다.
처음 자이언티 목소리를 듣고는 유행하던 오토튠 부류의 가수라 생각했다. 그만큼 목소리는 특이했으며 그만큼 멜로디는 트렌디했다. 그게 실제 목소리라는 걸 알게 된 건 커뮤니티에서 그의 라이브를 본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서였다. 비로소 데뷔곡, 'Click Me'가 나왔을 때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그때까지 보컬이 힙합 작법을 사용한 건 보지 못했으니까. 유명한 해외 R&B 가수들은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그렇게 부르는 건 처음이었다.
R&B와 힙합이 친밀하긴 하지만 자이언티는 분명 힙합이었다. 프라이머리 앨범에서 부른 '씨스루'나 1집 'Red Light' 모두 김해솔 개성을 담은 힙합이었다. 나는 자이언티를 수백 번 들었고 노래방에서 부를 때마다 나의 음색에 좌절했다.
힙합이었던 그가 변화한 건 '그냥(Just)' 때부터였다. 트로트를 재해석한 '미러볼' 앨범에서 과도기를 거친 그는 발라드에 정착했다. 힙합을 간직한 채로 21세기의 발라드를 만들어냈다. '뻔한 멜로디'를 부를 때도 그럴 기미가 보이긴 했지만 날카로운 소리는 점차 부드러워지고 노랫말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 노래상을 수상하긴 했지만 '양화대교'는 분명 발라드였다. 한(국적 정서)이 담긴 리듬이 곧 발라드 아니겠는가? 그의 노래는 전통적 템포의 발라드는 아니다. 그렇지만 '꺼내먹어요', '노래', '멋지게 인사하는 법' 모두 발라드의 연장선 노래들이다. 윤종신이 만들고 정인이 부른 '오르막길'이 발라드인 것처럼 말이다.
특히 '눈'은 발라드의 정수라 말할 수 있는데 마침 '기억의 빈자리'와 '눈'으로 이어진 당시 멜론 차트 1위는 내 실연 스토리의 실황 BGM이었으니 그 감상이 남달랐다. 게다가 뮤비 남자 주인공으로서 안재홍을 캐스팅한 것 역시 탁월했다. 여담이지만 나는 안재홍을 '눈' 뮤비와 '쌈 마이웨이'를 통해 다시 보게 됐고 그렇게 '응답하라' 시리즈와 홍상수의 영화에 입문했다.
밤 기온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진 이 시국에 자이언티는 '5월의 밤(May)'으로 돌아왔다. 제목부터 '모든 게 말장난' 같은 노래. 떠나가는 연인을 바라보는 통속적인 주제이지만 노래는 역시나 새롭다. 여름 내내 시원찮은 더위를 보충하는듯한 동어 반복의 발라드가 판을 쳤는데 이제는 정말 서늘한 겨울이다. 더 콰이엇의 명곡, '그것은 힙합 혹은 발라드'에 대해서 자이언티를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이것은 힙합 그리고 발라드'
Zion.T - ‘5월의 밤(May)' M/V https://youtu.be/I-hw1AkqFro
딩고 프리스타일 https://youtu.be/cc-P6NKpM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