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핑계 삼아 떠난 유럽여행_프랑스 생장
너무나도 빠르게 런던과 바르셀로나 여행이 끝이 났다.
이제 남은 일정은 산티아고 순례길 시작점인 프랑스 생장으로 떠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나는 떠나는 당일까지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어떻게 생장까지 가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대부분 내가 걷는 프랑스길은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 생장으로 도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처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프랑스 생장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바르셀로나에서 조금 떨어진 팜플로나 지역으로 렌페(Renfe_스페인 기차)를 타고 넘어가 스페인 Alsa버스를 이용하거나 택시를 타는 방법이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Alsa버스는 10월 초까지만 운영하고 동절기에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 왜 하필 지금인가...' 어쩔 수 없이 팜플로나역에서 택시를 타는 방법뿐이었다. 문제는.... 요금이 100유로가 넘는다는 점이다.
그때의 환율로 바꾸면 13만원정도 하는 돈을 시작도 하기 전에 소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혹시나 한국에서부터 내가 가는 일정에 팜플로나에서 넘어가시는 한국분이 있을까 싶어 순례길 카페에도 글을 남겨봤지만 결국 동행을 구하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팜플로나 역에 도착을 했다. 역시나 순례자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결국엔 30분 정도 더 기다렸다가 앞에 계신 택시기사님께 "나는 생장에 가고 싶어요. 얼마예요?"라고 말씀드리고 110유로에 합의를 보고 택시를 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타고 출발할걸 그랬다...
그렇게 굽이굽이 산 길을 따라 프랑스 생장으로 출발했다. 팜플로나 지역은 산티아고 순례길 코스 중 하나라서 그런지 이동 중간중간 걷고 있는 순례자들이 눈에 보였다. (며칠뒤면 내가 저곳을 걷고 있겠지)
그렇게 1시간 30분을 달려 국경을 넘어 프랑스 생장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곧장 순례자 사무소로 향했다. 사무소에는 오후 3시가 넘어서 그런지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 없었고 유튜브에 가장 많이 봤던 곳이어서 그런지 친숙하면서 괜히 들어가기 전에 살짝 긴장감이 몸에 맴돌았다.
사무소에 들어서자마자 중간 자리에 중후한 느낌의 할아버지 직원분이 환영한다고 반갑게 맞아주셨고 불어를 할 수 없다는 말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번역기를 켜서 하나하나 길에 대한 부분을 설명해 주셨다.
마지막까지 한번 더 웃으면서 환영한다고 순례자 여권과 함께 사진도 찍어주시니 산티아고와의 첫 만남부터 기분 좋지 않을 수 없었다.
사무소에서 등록을 마친 뒤 오늘 묵을 숙소로 향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숙소는 게스트하우스와 비슷한 구조인 알베르게라는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에서 지내게 된다. 일정에 따라 매일 다른 마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하루를 같이 지낸다는 점이 알베르게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내가 배정받은 알베르게(Albergue)는 한국사람들에게 유명한 뷰 맛집 55번 알베르게로 배정을 받았다. 시간이 늦어서 미리 예약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다행히 여유롭게 자리가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한국어 안내문이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침대도 마을 뷰가 한 번에 보이는 창문 바로 앞 2층 침대에 자리 잡은 나는 1층에 머무시는 미국인 할아버님과 인사만 간단히 나눈 뒤 가방만 던져두고 침대에 누워 10분 동안 창문 밖을 바라봤다.
휴식을 취한 뒤 물도 사고 마을 한 바퀴 돌 겸 밖으로 나왔다.
생장은 이전에 가지고 있던 모든 걱정, 고민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생장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나중에 한번 더 갈 수만 있다면 생장에서 꼭 연박을 해야겠다.
슈퍼마켓이 반대쪽에 있는 것도 모르고 마을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내일을 위해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어 발길을 돌려 슈퍼마켓에 도착해 파스타, 물(2개), 내일 먹을 점심으로 빵, 하몬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들어오니 한국인 분들이 많이 보였다. 간단하게 인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일 올라갈 피레네 산맥은 비수기 시즌이라 중간에 마을이랑 푸드트럭이 없을 수도 있으니 물과 간식을 여유롭게 챙겨가라고 말씀해 주셨다. (산티아고 순례길에도 성수기, 비성수기가 나누어져 있는데 인구가 작은 마을의 경우 비성수기 때 알베르게나 슈퍼가 문을 많이 닫는다고 한다)
사무실에서 받은 지도에 의하면 중간에 물 뜨는 곳이 나타나있으니 물 2개로 충분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내일의 걱정은 내일의 나에게 미룬 채 침대에 누워 침낭을 펼쳤다. 이 생각은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결정이 될 예정이다.
무튼 큰 문제없이 생장에 도착했고 내일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다. 앞으로 한 달 넘게 불편할 수도 있는 이 생활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렇게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을 간직한 채 침대에 누워 내일 오를 피레네 산맥 영상을 보면서 12시가 넘어서 잠에 들었다.
Buen camino
좋은 길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