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Meeting, Greeting
1
"뭐... 뭐야 이거?" 푸른 눈의 금발이 사막의 작렬하는 태양의 눈부시게 반사되고 챙 모자에 렌즈 한쪽이 떨어진 선글라스 아래로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 대나무로 엮어만든 립이란 모자 그리고 스크린의 웃는 표시가 빛나고 있었다. 소매가 넓은 검은 코트 안쪽에 복잡한 무늬가 있는 빨간 철릭을 입은 멀대 같은 로봇이 소녀 앞에 허리를 숙이며 서 있었다.
"Let's Gambling “ 무미건조한 응답과 함께 로봇은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듯 그녀에게 모니터를 가까이 마주 보았다. 스크린에는 무미건조한 웃는 모습이 띄어져 있었고, 소녀는 당황한 듯 뒷걸음질을 쳤다. “우... 웃는 건가?” 그때 로봇은 허리춤에서 매뉴얼이라 적힌 책을 소녀에게 넘겨주었다. "Jackpot!” 로봇의 음성이 사막을 울리정도로 큰 효과음이 나왔다.
"아잇! 깜짝이야! 조용히 주면 안 되나.." 소녀는 망설이며 매뉴얼을 열어보았다. 매뉴얼은 얇은 홀로그램 책자로 이루어져 있었고, 읽는 사람의 동체 시선을 파악하며 글을 보여주었다. 소녀는 얼떨결에 매뉴얼을 읽고 있었다.
{매뉴얼}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저희 조선 Casino의 로열 VIP에 선정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저희 조선 Casino는 고객님에게 최고의 도파민적 경험을 위하여 저희가 자랑하는 슬롯머신을 포함한 50가지가 넘는 Casino모델들이 탑재된 최신현 겜블링 머신 로봇 A78을 보내드립니다. 저희 매뉴얼은 홀로그램 책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제공해 드린 책자는 2분 후에 자동으로 폐기됩니다. A78은 직접 매뉴얼을 컨트롤하여 고객님의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안내해 드릴 겁니다. A78은 2100년도에 지정된 로봇-인간 협의법에 따라 고객님의 의견에 영향을 주는 그 어떤 언사나 행동을 하지 않으며 오직 저희 조선 Casino의 슬로건인 Let’s Gambling과 Jackpot만이 출력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저희 조선 Casino는 언제나 고객님의 최고의 도파민적 경험을 위해서 언제나 고객님의 AS 및 후속조치를 책임지고 있으며, 문의 사항은 저희 본사인 조선 Casino본점으로 오시거나 아래 연락처에 연락을 주시면 되겠습니다.
서울시 XY타운구 XY타워 VIP실 연락처: 010-XXXX-XXXX
2185.02.03
매뉴얼의 홀로그램은 빠르게 허공으로 사라지고 얇은 책자는 빈껍데기처럼 바로 부서져 버렸다. “2185년..?” 소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로봇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2185년이라는 말에 소녀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지금은 2320년이라고.. 늦어도 너무 늦은 거 아냐?” 선글라스 렌즈가 떨어진 한쪽눈에서 한심하다는 듯이 로봇을 응시하고 있었다. “조선 Casino라니...도시전설 아니였어?”
가만히 서 있던 로봇은 조용히 숙인 허리를 곱게 피고 소녀를 응시하였다. 마치 소녀가 배달을 받아야 할 고객이 맞는지 확인하고 있는 거 같았다. 그리고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 보이는 것은 온통 모래뿐이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래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소녀의 바로 등뒤에는 작은 석조건물이 보였다. 그림자에 몸을 피해 더위를 피하는 소녀였지만 선글라스 아래에 보이는 소녀의 눈동자는 두려움 없이 로봇을 응시하고 있었다.
로봇의 스피커는 다시 한번 “Jackpot!”이라는 효과음과 함께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녀는 방금 전처럼 당황하진 않았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듯이 로봇을 보고 있었다. “잘못 배달온건 아니라는 거구나” 그때 로봇의 등뒤로 거대한 먹구름과 함께 황색의 물결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녀는 표정이 얼어붙고, 로봇이 내민 손을 빠르게 잡아채며 건물 안으로 잡아당겼다.
“뭐 해?! 빨리 도망가자!” 소녀는 다급한 듯이 로봇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Let’s Gambling” 로봇의 무미건조한 응답이 건물 안 복도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