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와서
글을 쓴다
척추 뒤가 간지럽고
마음은 꽉 찬듯하지만
텅 비어 있고
붕뜬거 같지만
가라앉아 있고
고통을 어떻게 글로
써야 할까
그 시절 대문호들은 어떤 고통을 느끼며
글을 썼을까 써도 써도 멈추지 않은 이 손가락 덕분에 대작이 나왔을까
나는 헤밍웨이처럼 살 자신도 떠나갈 자신도 없다
고통에 타가는 이 순간
바짝바짝 타오르는 세포의 고통이
마음의 고통이
이 무력감 우울감 절망감이
어떤 글을 쓸지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데
결국 이거다
별거 없다 어쩌면 대 문호들은 고통이 없었으면 더 잘 쓰지 않았을까
고통이 오히려 인류에게 더 좋은 문학적 선물을 가로막은 건 아닐까
아아 고통이 온다 다시
마음의 파도가 나를 휩쓴다
휩쓰는 파도에
나는 저 달까지 밀릴 거 같다
그냥 달로 쓸려가
쓸려가
그 썰물 없는 감정의 파도에
계속 계속 달에 체류하고 싶다
체류해서 체류해서
체류하고 싶다
저 완벽히 둥글지 않은 저 달에
몸을 뉘이고
쉬고싶다 체류하고 싶다
그렇게 하고 싶어 달을 바라본다
달을 바라본다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