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이해하는 아름다운 열 다섯 걸음
꽤 빠르게 돌아온 밴드노래 조금 더 깊은 입문곡 편이다. 국내에서 밴드음악이란 사실 유행이 너무 빨리 끝나버린 비운의 장르이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밴드음악의 전성기가 저물어가는 시대에 한국의 밴드음악은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물론 세계적으로 본 80~90년대 디오나 주다스 프리스트, 메탈리카, 너바나 같은 밴드들이 전성기를 이끌지 못했다는 건 아니지만 점점 더 장르가 단순화돼 가는 시대가 되고 있었고 결국 밴드음악은 공장처럼 메탈음악을 생산하다가 질려버린 대중들이 결국 팝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90년대 후반부터는 그 기세가 많이 꺾였다. 그나마 대한민국은 2000년대 인디음악의 발전으로 밴드음악의 전성기가 올 뻔했지만 어떤 밴드의 방송국에서 방송사고를 일으켜서 결국 밴드음악에 대한 큰 오해가 대중들에게 퍼지게 되었다. 그렇기에 밴드음악은 빠르게 사장되었고 결국 거대 소속사들의 아이돌과의 경쟁에서 비교조차 못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지금 데이식스나 QWER이나 혁오, 이승윤 등 많은 밴드들이 다시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고 정말로 기쁘게 생각한다. 다시 밴드음악은 조금씩 불씨를 일으키고 있다. 물론 다시 밴드음악이 스타디움급 밴드가 새롭게 나타나는 것은 크게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대중들에게 다시 밴드음악의 매력을 알리고 영감을 주어 다시 피가 돌게 하는 게 나는 기쁘다.
이번 리스트도 나의 취향이 100퍼센트 들어간 매우 주관적인 리스트다. 그러나 최대한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기 위해 여러 장르의 밴드들을 소개할 것이다. 특히 더 깊은 입문곡이라 했으나 조금의 심화과정 정도라 생각하면 될 거 같다.
https://youtu.be/NWb236L0esQ?si=RedRDBqSRmQhufOp
사계절 영향을 받지 않는 시원한 밴드곡
이승윤은 싱어어게인으로 나는 알게 되었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자주 보진 않았지만 이승윤이 나왔을 때 나는 꽤 놀라웠다. 음악을 정말로 하는 느낌을 받은 아티스트였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본인의 느낌을 정말로 잘 전달하는 아티스트이기에 나는 그의 활동이 정말 기대되었다. 오아시스나 비틀스, 콜드플레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로서 간단한 코드 하지만 희망 넘치는 곡부터 해서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라 생각한다. 나는 그의 대표곡인 폭포를 참 좋아한다. 시원한 느낌을 주는 곡이 한국에서는 많이 없다 생각하는데 이 곡은 진짜 시원하다. 겨울에 들어도 여름의 시원함이 느껴지는 곡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https://youtu.be/gu0UGVvB8QU?si=iWaqE8i7FezlBxxX
나는 이 노래로 불면증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
음악은 많은 역할을 한다. 나에겐 즐거움을 또는 전율이 들게 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부분은 나에게 위로를 해준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매체가 점점 없어지는데 나에겐 아직 다행히도 음악은 나에게 위로를 준다. 검정치마는 정말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 사실 전통 락의 느낌을 항상 가지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나는 자주 받았는데 이 노래는 조금 달랐다. 신디의 활용을 정말 잘 보여준 곡인데 테크닉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정말 가슴에 잘 와닿는 곡이라 할 수 있다. 보컬 조휴일의 호소력 깊은 목소리와 가사 그리고 절묘하게 깎인 음질과 신디의 조화가 강하게 와 위로를 해준다. 꼭 한번 들어보기를 권한다.
https://youtu.be/aKHbqm-D62Y?si=5t55h8xLDBzMdUC3
사랑해라는 말을 참 잘 표현한 곡
오혁의 보컬은 참 신기하다. 분명히 엄청나게 테크닉적이라던가 아니면 엄청나게 거칠다던가 그런 느낌이 없다. 하지만 곡에 따라서 거친 부분과 부드러운 부분이 참 아름답게 맞물리는 밴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본인의 매력을 가장 잘 알고 있어 가장 잘 맞는 곡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이 곡 역시 그렇다. 사랑해라는 말이 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오혁의 보컬은 그 시간을 잊게 만들어 준다. 나 역시 이 곡을 들었을 땐 2분 정도 되는 곡이라 생각했는데 4분짜리 곡인걸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https://youtu.be/kIiW3XRP7bU?si=az123VP74-_HNs-Q
2022년도 가장 아름다운 밴드 곡
이 곡을 설명하자면 가장 전통 밴드구성의 곡이자 미려한 코드, 시적인 가사, 호소력 짙은 보컬, 그리고 가슴에 찔러 넣듯이 들어오는 기타 솔로는 나에게 참 큰 충격을 준 곡이다. 그래서 이 곡을 조금은 더 깊은 입문곡 리스트에 넣게 되었다. 조금은 더 밴드음악을 음미할 수 있을 때 이 곡을 들으면 정말로 아름답게 더 강하게, 강렬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22년 난 20대였는데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나는 정말로 청춘의 곡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였다.
https://youtu.be/S8PE11WKLCU?si=b4YyXomC4xNg5Yif
후렴구를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명곡
내가 이 노래를 아마 2010년에 처음으로 들었을 것이다. 부활이나 다른 외국 밴드를 많이 들었던 나는 다른 새로운 곡 그리고 한국 밴드 노래를 듣고 싶었다. 당시 학생이던 나는 인터넷에 들어볼 만한 곡을 찾아다녔는데 우연히 이 곡을 듣게 되었다. 이후 김필이 오디션에서 불렀던 것을 기억한다. 나에게 이 곡은 초반 인트로에서 흘러나오는 일렉 기타의 멜로디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 감동을 줄 때가 있다. 그리고 이후 메인보컬 나인의 목소리가 나를 절대로 이 곡에서 빠져나갈 수 없게 얼려버린 곡이다.
https://youtu.be/XfzE8ku3TCI?si=tCkcvuM3OFPsz99I
좋은 꿈 꿔 어쩌면 사랑해 와는 같은 뜻 다른 소리일지도
어떤 밴드의 노래는 그냥 이미지가 단번에 떠오를 때가 있다. 나에게 너드커넥션은 장미 같은 밴드 같았다. 그냥 그랬다. 큰 의미는 없다. 나에게 이곡은 기타 솔로 부분이 충격적으로 좋았던 기억도 있지만 하루 종일 장미가 머릿속에 맴돌게 만든 곡이기도 했다. 물론 가사에 장미라는 단어가 나와서도 있지만 마침 그때가 5월이었고 동네에서 아름답게 핀 장미와 이 노래를 같이 들었을 때 다가오는 장면이 정말 아름다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정말 너드의 사랑을 보여주는 곡 같다는 생각이 떠오른 기억도 있다. 참 많은 기억을 만들어준 곡이다.
https://youtu.be/6Q5xqNkCk7w?si=No-2_M69tbol09Jf
나른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를 느끼게 해 준 노래
대한민국 인디 밴드씬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 다들 카피에서 멈춘다는 것이다. 나는 밴드음악을 한다는 건 당연히 카피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본인의 색깔이 들어가야 그 카피가 완성되고 진짜 뮤지션이 되는데 어떤 밴드들은 카피에서 멈춰버린다는 것이다. 나에게 웨이브 투 어스는 확실히 그 시기를 벗어나 본인들의 음악 세계를 정말 잘 보여주는 밴드라 생각한다. 이들은 대만의 밴드 선 셋 롤러코스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데 나에게 이들의 음악은 이미 그들의 그림자를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기대하는 밴드 중에 하나이다.
https://youtu.be/DIPxnt5vnhU?si=VO3sVppiT5l69aCw
그들이 듣는 음악의 세상은 어떨까
실리카겔은 언제나 미래를 보여주는 밴드라 생각한다. 다프트 펑크처럼 잔뜩 전자음과 노이즈를 넣은 보컬과 라디오헤드를 생각나게 하는 인트로를 보여주지만 곡이 흘러가면 아무리 영어를 쓴다 해도 한국 노래의 느낌이 든다. 나는 이게 참 대단하다 생각한다. 그들의 음악이 결국 본인들의 색을 잃지 않고 이 어려운 엄청나게 많은 실험을 통해서 숨는 게 아니라 더 앞으로 다가오는 자신감에 나는 항상 전율한다.
https://youtu.be/kbx0sg4S1cg?si=oSvhVGFkZYmZVx9h
근래에 들은 밴드 중에 가장 합이 완벽한 밴드
나는 사실 카디를 잘 몰랐다. 슈퍼 밴드라는 밴드 오디션은 알았지만 굳이 보진 않았다. 오디션 프로그램 특유의 감성을 별로 안 좋아해서 이다. 그래서 이 밴드를 알지 못했던 게 정말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거문고를 활용한 밴드라는 게 특이했지만 나에게 이들의 가장 큰 매력은 확실히 밴드의 매력을 가장 잘 아는 밴드라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국 악기 간의 조화가 밴드의 가장 중요한 매력인데 근래에 들은 밴드 중에서 그 합이 정말 잘 맞는 밴드라 생각한다. 뮤직 비디오도 굉장히 잘 만들었고 미래가 정말로 기대되는 밴드이다.
https://youtu.be/sgnjnNI5ktQ?si=EJkYojlvxo1rFzjo
그냥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밴드곡일 거 같다.
마지막 곡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떠오르는 밴드를 하나라도 더 넣고 소개해주는 것도 정말 좋을 거 같았지만 요즘 같이 힘든 시대에는 이 노래처럼 용기를 주는 음악이 참 필요하다 느꼈다. 이 노래의 가장 좋은 점은 용기를 준다는 것이다. 꽤 예전곡이지만 밴드 곡의 가장 큰 매력은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 코드 진행과 사운드 퀄리티이다. 나는 그래서 가장 마지막 곡은 이 곡으로 골랐다. 나는 가장 한국적인 밴드의 노래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나에겐 눈물 나게 용기와 힘을 주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밴드 음악은 결국 누군가에게는 소음이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한 장면이 된다. 유행의 중심에서 멀어졌다고 해서 그 가치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조용히 남아 있는 음악들이 각자의 시간 속에서 더 오래 살아남는다고 믿는다. 이 리스트의 곡들도 나에겐 그런 음악들이다. 지금 당장 모든 곡이 와닿지 않아도 괜찮다. 언젠가 어떤 밤, 어떤 계절, 어떤 마음의 상태에서 문득 다시 재생했을 때 비로소 다가오는 순간이 분명히 올 거라 생각한다. 그때 이 글이 떠오른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밴드 음악은 늘 그렇게, 늦게 하지만 정확하게 우리에게 도착해 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