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Casino

2부 Next Bet(2)

by kim

13.


“그래 니콜라라고..? 이름이?”


릴리는 소년의 눈높이에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 물어봤다. A78은 그런 니콜라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카메라 렌즈에 비친 소년의 모습은 해맑게 웃어 보였다.


“그.. 그래 하아 니콜라 왜 갑자기 누나를 따라온 거야?” 릴리는 한숨을 쉬었지만 친절하게 질문을 던졌다.


“나 사실은 배가 고파서 그냥 따라온 거야...”


배가 고프다는 소년의 말에 릴리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리곤 살짝 웃으며 니콜라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참 많이 배고플 때지 그럼 누나랑 마치다 아저씨네 가게 갈까?”


“에..? 그 아저씨 진짜 무섭게 생겼는데..”


니콜라가 겁먹은듯한 눈빛을 보이자 릴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마치다 아저씨가 조금 험상궂게 생기긴 했지”


릴리는 한참 웃다가 눈물을 닦으며 니콜라의 손을 잡았다.


“그래! 내가 오늘 마치다 아저씨네 데려다줄게 그리고 먹고 다시 형아한테 가는 거다? 알았지?”


A78은 소년의 표정이 엄청나게 밝아지는 것을 보았다.


“응! 고마워 마녀누나!”


“내 이름은 릴리야 다음엔 그렇게 불러” 릴리는 가볍게 니콜라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 소년의 손을 잡았다.

소년은 릴리의 이름을 듣고 잠깐 고민하더니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응 릴리 누나!”


릴리는 소년 니콜라의 손을 잡고 다시 시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소년은 금발인 릴리의 머리카락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누나 머리카락이 이쁘다.” 니콜라는 빤히 쳐다봤다.


릴리의 머리카락은 노을이 지는 태양에 반사되어 더 반짝였다.


“그래?” 릴리는 잠시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니콜라의 그 검은 머리카락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해” 릴리는 니콜라의 손을 꼭 잡고 내려다보았다.


“누나?” 니콜라는 그녀의 쓴웃음에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냐 아무것도 하하하” 릴리는 노을을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나 A78의 데이터 베이스에서 낸 도출해 낸 그녀의 표정값은 씁쓸함 이였다. 카메라 렌즈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조금은 지쳐 보였고, 슬퍼 보였다. 대낮의 시끌벅적함은 사라지고 적막함이 노을과 함께 깔리고 있었다.


“아... 조금 늦으려나 니콜라 얼른 가자! 마치다네 아저씨네에서 자야 할지도 모르겠는걸” 릴리는 곤란하다는 듯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사막의 하늘은 붉은색 넘어 보랏빛과 함께 달이 조금씩 떠오르고 있었다.

릴리는 조금은 초조하게 걸음을 옮겼다. 릴리의 걸음이 빨라지자 니콜라는 조금 울먹이기 시작했다.


“누나.. 미안해 나 때문에 너무 늦은 거지? 나 형아한테 들은 적이 있어. 밤에는 나쁜 아저씨들이 나와서 절대 나가지 말랬는데..” 니콜라의 눈물이 흐르려고 하자 릴리는 갑자기 돌아서서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바라보았다.


“형아가 다른 것도 말해줬지? 사막에선 함부로 눈물을 흘려선 안돼. 걱정 마 나랑 여기 로봇 형아는 꽤 세거든” 릴리는 가슴을 펴 보이며 당당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진.. 짜?” 니콜라는 그렁 그렁한 눈으로 소녀를 바라봤다.


“그럼 물론이지!”


“Jackpot!!” A78역 시 소녀의 말에 응답하듯이 효과음을 내며 릴리와 소년을 렌즈에 담았다.

따뜻한 노을이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그때 A78은 갑자기 릴리와 니콜라를 끌어안고 앞으로 내달렸다.


콰앙! 갑자기 귀가 멀듯한 소음이 들렸다.


“뭐야..?!” 릴리는 갑작스러운 A78의 행동과 소음이 발생하자 당황하며 안긴 채 뒤를 바라보자 어두운 골목에서 익숙한 붉은빛의 옷들이 보였다.


“크리피.. 페이스!”


14.


릴리는 A78이 지나간 자리를 뚫어지게 주시하였다. 그 자리는 작은 크레이터가 생겼고, 그 위는 보기에도 무거운 철근이 뭉쳐진 무거운 고철더미가 있었다. 타는 고철 냄새가 릴리의 코를 찔렀다.


릴리의 눈에 보인 크리피 페이스들은 투박하게 만든 대포를 골목 뒤에서 보여주며 기분 나쁘게 웃었다.


“정신 나간 거 아냐?! 여긴 중립 지역이라고..!” 릴리는 A78의 점점 격해지는 엔진소리를 듣자 A78의 화면을 바라봤다.


“너.. 괜찮은 거야?”


“Let’s Gambling!” A78은 아랑곳하지 않고 릴리와 니콜라를 안고 뛰고 있었다.


그때 A78앞에 크리피 페이스의 무리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A78은 조용히 하지만 점점 격하게 엔진을 가열시키고 있었다. 그리곤 릴리와 니콜라를 내려놨다.

릴리는 크리피 페이스들을 바라봤다.


“너네들... 이게 무슨 짓인지 알지? 여긴 중립구역 이란거 몰라?” 릴리의 외침에 붉은 옷의 무리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제일 앞의 인상이 나쁜 남자가 입을 열었다.


“하하하하 중립? 이젠 아냐!!”


‘이 녀석들 아예 무슨 짓을 저지르는 건지 전혀 몰라’ 릴리는 그들이 본인들의 행동의 결과를 모르는 거 같아 보였다.


“이미 장로께서 전쟁을 선포하셨다고! 이제 이곳은 곧 우리의 영역이라고!”


“뭐? 장로가..?” 릴리는 크리피 페이스 똘마니들의 말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크리피 페이스의 장로가 직접..?’


“그리고 장로께서 네가 궁금하다 하시더군. 같이 가줘야 할 거야”


그때 퍽 거리는 소리가 릴리와 니콜라 그리고 크리피 페이스 모두에게 들렸다.


가장 맨 앞 똘마니의 미간에 정확히 박힌 너트 때문에 고목나무 쓰러지듯 쓰러졌고 그 앞엔 격한 엔진음을 내는 A78이 있었다.


“이 자식이!” 크리피 페이스들이 흥분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A78은 릴리와 니콜라의 앞을 가로막으며 릴리를 쳐다보았다.


“Let’s Gambling” 심각한 상황엔 맞지 않는 밝은 효과음이었다. 말을 할 수 없는 로봇이었지만 로봇의 검은 코트와 모자 아래 모니터 화면에 보이는 웃는 모습 아래 뜻을 릴리는 알아챘다.


“알았어! 니콜라 빨리 업혀!” 릴리는 빠르게 니콜라를 업고 골목으로 뛰었다.


“쫓아!!” 크리피 페이스들이 릴리를 쫓으려 하자 A78은 그들의 앞을 막았다.


“Let’s Gambling” 효과음이 적막하지만 들끓는듯한 시장 한가운데 울려 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고 릴리는 눈을 꽉 감고 어둠 속을 달렸다.


도박 빠칭코 머신의 밝은 효과음과 거친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15.


소녀는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있었지만 등에 업힌 소년을 놓치지 않고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소녀는 사실 이런 일에 익숙했다.


‘언제나 혼자였어’ 릴리는 달리며 과거를 회상했다.


‘남들과 다른 머리카락 색깔에 남들은 나를 차별했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정말로 도움이 필요할 때 돌을 던진 인간들이야’


릴리는 언제나 불길한 금발의 아이라는 오명과 같이 살았다.


‘그저 모래폭풍에서 우리 가족 중에서 나만 살아 돌아온 거뿐인데 나는 갑자기 죽음을 부르는 아이가 되었고, 마녀가 되었어’


릴리는 과거를 계속 회상하였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그 생각들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지워내려 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도 마치다 아저씨가 자금까지 챙겨주셨지.. 이대로 가면 아저씨가 위험할지 몰라 너무 갑작스러워!’

크리피 페이스의 수장인 장로가 전쟁을 갑자기 선포하여 중립지대인 시장 지역을 침범한 것도 그리고 그런 장로가 원하는 게 자신이라는 게 말이 되지 않는 거 같았다. 릴리는 달리면서 어째서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릴리는 점점 숨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조금이라도 속도를 줄일 수도 그렇다고 주위에서 들리는 크리피 페이스들의 추격 소리도 놓칠 수 없었다.


그때 릴리의 머릿속에선 불타는 집이 보였다. 모든 게 불타고 있었고 울부짖는 본인이 보였다.


“그때 크리스도...”


릴리는 달리고 또 달렸다.


그때 릴리의 앞에 누군가 보였다. 쏟아지는 달의 빛이 사막의 모래에 반사되어 빛날 때 이색적인 보랏빛이 릴리를 가로막은 것이다.


“어딜 그리 급히 가시나?”


“퍼플헤어!”


릴리는 숨을 헐떡이며 그를 노려보았다.


“너는 이게 무슨 짓인지 알지?” 릴리는 죽일 듯이 퍼플헤어를 노려보았다.


“알지. 모르지 않지.” 퍼플헤어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도 이런.. 더러운 기습은 싫지만 어쩌겠어. 우리는 장로님의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걸”


“너나 로봇이나 다를 바 없구나? 아니 오히려 더 기계 같을까” 릴리는 쏘아 붙임 듯이 말을 이어갔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장로님은 어떤 희생을 치러도 너를 데려오라 하셨다고. 늙은이 취향을 알 리가 없지.”


“정말 역겹구나” 릴리의 눈썹이 뒤틀리며 말했다.


“그렇게 말해도 어쩔 수 없어. 뒤에 꼬마까지는 세트로 싫은데 그냥 쏴버릴까?” 퍼플헤어는 뒤에 업혀서 오들 오들 떨며 말도 못 하는 니콜라의 머리를 노리고 있었다.


“너! 만약에 이 아이를 건드리면 내가 혀를 깨물어서 죽어버릴 거니까! 내가 필요한 거지? 이 아이한테는 손끝도 대지 마!” 릴리는 니콜라를 업은 채로 소리를 질렀다.


“호오 저주받은 마녀라지만 기세는 있는걸? 흠? 늙은이에게 던져주긴 너무 아까운데” 퍼플헤어는 씩 웃으며 다가갔다.


릴리는 뒷걸음질을 쳤다.


그때 릴리에게 정말로 친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어때? 애송이”


“뭐.. 뭣?!”


거대한 주먹이 퍼플헤어의 얼굴을 강타하였고 퍼플헤어는 릴리의 키를 넘어 뒤로 날아갔다.


“이봐.. 쯧 이거 꽤 만들기 힘들었던 수제 총인데 너덜거리잖아...” 퍼플헤어는 너덜거리는 총을 보며 입에 고인 피를 뱉으며 앞을 노려 보았다.


그의 앞에는 전신을 무장한 성난 곰의 형상을 한 마치다가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