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Casino

2부 Next Bet (완)

by kim

16


“마치다 아저씨!”


릴리는 그렁 그렁한 눈으로 마치다에게 니콜라와 같이 달려가려 하였다. 그러나 등뒤의 퍼플헤어는 망가진 총으로 니콜라를 겨냥했다.


“하아.. 하아.. 움직이지 말라고. 바로 그 꼬마의 머리통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어.”


“비겁한 녀석!!” 마치다는 시장이 뒤흔들릴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꿈틀거리는 관자놀이와 눈썹 그리고 맹수 같은 눈빛이 바로 앞의 퍼플헤어를 주시했다. 그의 입술 근육이 꿈틀거리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봐.. 지금 나 마치다 료의 중립 지대에서 이 딴짓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릴리를 건드리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건가?”


그런 마치다의 말에 퍼플헤어는 코웃음을 쳤다. “허?! 어째서 그녀만 감 싸돌지? 거리의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었으면서.. 왜? 마녀가 너의 딸과 가까운 친우였기에 딸의 망령이라도 겹쳐 보이는 건가?”


마치다는 퍼플헤어의 말을 듣자, 분노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변하였다.


“마치다 아저씨..” 릴리는 뒷걸음질 치며 역시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크리스..’


마치다는 괴로운 표정을 짓는 릴리를 보며 그의 딸을 회상하고 있었다. 불타는 집과 시장 그리고 그 앞에 앉아 있는 화상을 너무 많이 입었지만 크리스를 구하기 위해 달려드는 릴리.


‘아빠.. 릴리는 정말 나에게 소중한 친구야.’


갑자기 크리스의 목소리가 들린 마치다는 정신을 바싹 차렸다.


“내 잘못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크리피 페이스 너네들은 큰 잘못을 저지른 거야. 중립지대는 사막의 규칙이다. 규칙을 어긴다는 건 대가를 아는 거지?” 마치다의 분위기가 바뀐 것이 보이자 퍼플헤어 역시 담담히 그의 말에 대답했다.


“장로가 이미 눈이 돌아버렸더라고. 우리가 곧 사막을 지배한다니 뭐니”


“이미 다 죽어가는 늙은이의 말을 그렇게 잘 따른다는 건 너네들이 아무 생각 없는 놈들이란 거겠지” 마치다는 한심하다는 듯이 퍼플헤어의 말에 반박했다.


“아니. 이건 우리들만의 규칙이다. 높게 올라가면 윗 계급의 말은 무조건 들어야 한다. 이건 사막의 규칙 위에 쌓은 우리만의 규칙이야” 퍼플헤어는 당당히 마치다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게 너네들의 규칙이란 건가” 마치다는 눈앞의 젊은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남자 사이에 사막의 모래 바람이 휘날리고 있었고, 입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부들거리는 다리로 퍼플헤어는 마치다를 응시했다.


“너를 이렇게 보지 않았다면 좋은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르겠군” 마치다는 담담히 퍼플헤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릴리는 두 남자의 사이에서 멀어졌지만 아직 퍼플헤어가 본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퍼플헤어는 아직 손에 들려있는 너덜거리는 수제 총을 던지고 허리춤에 있는 숏 더블 샷건에 손을 올렸다.


릴리는 마치다를 바라보며 급하게 소리쳤다. “아저씨 저는 신경 쓰지 말아요! 저 때문에 또 마을이 피해를 받으면.. 전 진짜 마녀가 된다고요!”


릴리를 그렁 그렁한 눈으로 마치다에게 울부짖으며 말하는 듯했다. 마치다는 그런 릴리를 보며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직도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 거니?”


마치다는 퍼플헤어를 바라봤다. “나도 사막의 규칙을 넘어서 나와의 약속이 있어서 말이지. 절대로 저 아이.. 저 아이들을 데려갈 수는 없을 거다.”


“나도 예상했다고.” 퍼플헤어는 허리춤에 있는 샷건을 꺼내 들었고 마치다는 주먹에 장착된 너클을 고정시키고 달려들었다.


릴리는 거리의 주인 없는 집의 벽에 기대어 니콜라를 꽈악 안았다.


17


귀에 거슬리는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다의 너클과 퍼플헤어의 샷건 개머리 판이 부딪히는 소리가 방금 전의 적막을 무너뜨렸다. 곰처럼 빠르게 달려드는 마치다의 휘두르는 펀치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퍼플헤어는 본인의 샷건으러 그의 눈을 노렸다.


“흐읍!” 마치다는 몸을 유연하게 피했고, 화염이 조금은 마치다의 눈 부분을 달궜다. 붉게 물든 그의 눈은 상대를 놓치지 않았다. 퍼플헤어에게 통나무 같은 그의 거대한 주먹이 자비 없이 강타했다.


캉!! 금속음이 강하게 울리고 달궈진 금속 냄새와 샷건에서 발사된 화약 냄새가 거리를 메꾸기 시작했다. 먼지가 휘날리고 있었고, 바람처럼 빠르게 마치다는 달려들었다.


퍼플헤어는 거리를 벌려 샷건을 장전하려고 하였지만, 마치다는 그 순간을 주지 않았다. 짐승처럼 따라가서 주먹을 휘둘렀다. 퍼플헤어는 본인의 샷건을 거꾸로 잡아 그의 주먹을 막았다.


마치다의 틈을 주지 않는 공격에 퍼플헤어는 점점 다리가 버티지 못하는 듯 보였다. 제일 처음의 대미지가 그의 뇌를 어느 정도 흔들어 그의 의식을 멀어지게 한 것이다.


마치다는 전혀 지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퍼플헤어 역시 크리피 페이스의 베테랑이었기에 허리춤의 도끼를 빠르게 얼굴로 휘둘렀다.


“아저씨!”


릴리의 비명이 거리를 채웠다. 그러나 마치다는 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얼굴에 베인 상처가 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고 그는 손으로 상처를 닦았다. 마치다는 부들거리는 릴리를 보며 손을 내저었다.


“걱정 마라.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야.”


“하! 역시 남자구만!” 퍼플헤어는 겉으로는 당당하게 소리쳤지만 속으로는 그의 체력에 혀를 내둘렀다.


‘저 정도의 덩치인데 지치도 않나’ 퍼플헤어는 멀어지는 의식을 빠르게 다잡고 있었지만 조금 흔들거리는 무릎에 식은땀을 흘렸다.


“애송이 이제 슬슬 끝을 내자” 마치다는 짐승처럼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마치다는 퍼플헤어의 상태를 놓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봐 아저씨.. 너무 괴물 아냐?” 퍼플헤어는 질린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


“내가 아직 이 땅에 서있는 한 질 수 없지!” 마치다는 콧바람을 내뿜으며 본인 앞에서 샷건을 장전중인 퍼플헤어를 바라보며 본인 뺨에서 흐르는 피를 지혈시켰다.


퍼플헤어는 말없이 노려보는 마치다를 바라보았다. 짐승의 모습을 한 거대한 남자에게 퍼플헤어는 겉으론 티를 내진 않았지만 마치 눈앞에서 피와 살로 만들어진 살인기계를 보는 듯했다.


릴리 역시 둘의 싸움을 말없이 숨죽이며 보고 있었다.


그때 릴리의 뒤에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인걸? 아니 처음 뵙겠습니다 인가. 마녀 아가씨.”

릴리는 숨이 멎어 들것처럼 얼어붙었다. 그 목소리는 이미 알고 있는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건물 뒤에서 손이 벽을 뚫고 튀어나와 릴리와 니콜라를 동시에 잡으려 하였다. 릴리는 마치다를 비명을 지르듯이 부르며 니콜라를 그에게 내던졌다. 마치다는 얼떨결에 니콜라를 안았고 작은 건물벽을 뚫고 나오며 릴리를 뒤에서 잡은 잭슨이 보였다.


“아저씨 니콜라를!”


마치다는 정신을 차린 후 보인건 퍼플헤어의 샷건이 본인을 노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품에는 니콜라가 있었고, 마치다는 몸을 뒤돌아 피했지만 퍼플헤어의 샷건을 완벽하게 피하진 못했다.


“크읏!” 마치다는 짧은 비명을 질렀다. ‘방어구 덕분에 총알이 관통하진 않았나.. 하지만 뼈가 부러졌나’ 마치다는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을 느끼자 잭슨에게 강제로 잡혀있는 릴리를 보았다.


잭슨은 귀찮다는 듯이 발버둥 치는 릴리를 보고 있었고, 퍼플헤어가 바닥에 누워있는 마치다에게 다가갔다. 발버둥 치는 와중에도 품 속에서 정신을 잃은 니콜라가 무사한 듯 보이자 릴리는 안심하였다.


“아저씨!” 릴리는 마치다를 부르려 했지만 이미 잭슨의 거대한 손이 그녀의 입을 막았고, 그녀는 얼마 안 가 정신을 잃었다.


“이 자식들이!” 마치다는 움직이려고 하였고, 그런 그를 보는 퍼플헤어는 샷건을 뒤집어 개머리판으로 그를 내리쳤다.


18


“릴리! 빨리 올라와!”


‘크리스’ 릴리는 사막 언더에서 어린 시절 본인과 마치다를 부르는 어릴 적 친구인 크리스를 바라봤다. 크리스는 환하게 웃으며 사막의 언덕에 서 있었다. 그녀는 사막에 어울리지 않게 하얀 피부에 완전히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크리스가 쓴 큰 챙 모자는 그녀의 피부를 보호하듯 그림자를 만들어 주고 그녀의 흰 피부가 더욱 하얗게 보였다. 어린 릴리는 재빠르게 언덕을 올라갔다.


“크리스는 좋겠다. 나도 이렇게 이쁜 검은색 머리카락 이었으면.” 어린 릴리는 크리스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부러워했다.


“나는 릴리의 금발이 좋은걸?” 크리스는 웃으며 맞받아쳤다. “릴리 계속이 이렇게 둘이서 놀면 좋겠다. 아 맞아! 내가 몰래 가지고 있는 보물 보여줄까?”


“오 뭔데? 빨리 보여주라!” 릴리는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크리스...’


릴리는 로프의 조여 오는 고통에 거대한 오토바이 조수석에서 묶여있는 채로 눈을 떴다. 매운 엔진오일 냄새가 코를 찔러서 눈물이 나는듯했지만 릴리는 꿈 때문인지 아니면 연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오토바이를 모는 건 잭슨이었다. 릴리는 틈을 봐서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바로 옆에 퍼플헤어의 오토바이가 그녀의 조수석옆에서 시끄러운 배기음을 내고 있었다.


릴리는 크리페이스에 끌려간 여자들에 대한 소문을 어렴풋이 들어봤었다. 시장 안 아이들이 부모를 잃은 이유도 그것이었다. 릴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마치다가 만든 중립지대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여 일어났나? 마녀 아가씨?” 잭슨이 고글을 쓴 채로 정면을 응시하며 말을 걸었다.


“나를 끌고 가서 어쩌려고? 나는 아무것도 없다고” 릴리는 두려운 감정이 들었지만 매섭게 잭슨에게 쏘아붙였다.


“너네 시장 안 여자들은 다 그런 느낌인가? 하나같이 두려우면서 매섭게 쏘아붙이는 거 말이야” 잭슨은 어이없다는 듯이 혀를 차며 오토바이를 몰았다.


“나도 모른다. 우리 장로님께서 너를 원하신다더군. 하하하하 걱정 마. 장로가 나이가 너무 많아서 노리개 같은 취급을 당하는 건 아닐 거야. 그냥 시중드는 거 아니겠어. 노예보단 훨씬 멋진 새로운 직업이네. 하하하하” 잭슨은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고 퍼플헤어는 그런 그를 보며 머리를 내저었다.


“너네들은 진짜 역겨워” 릴리는 잭슨의 말에 혐오감을 느끼며 말을 이어나갔다.


“장로인지 누군인지 모르겠지만 꼭 한마디는 해줘야겠네! 빨리 달려줘!” 릴리는 이미 두려움이 사라지고 점점 더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사막에서 살아남은 그녀에게 남은 건 용기뿐이었기에.


“하하하하 이거 뭐야? 겁먹은 거 아니었나?” 잭슨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오토바이의 속력을 올렸다. 릴리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어차피 탈출할 수 없다면 내가 그곳에 가서 사람들과 같이 나갈 기회가 있을 거야. 장로란 녀석과도 담판을 져야 할 거고. 우선 살아남아야 해’


오토바이는 사막의 거친 모랫길에 흔들리고 있었고, 릴리는 그 흔들림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야에 이제 크리피 페이스의 깃발이 보이고 있었다. 용광로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보였고 연기가 나는 굴뚝이 보름달을 반으로 갈랐다.



벌써부터 잔혹함의 열기가 그녀의 피부를 달구는 거 같았다. 릴리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여기서 적어도 그 녀석이라도 있었다면’


릴리는 A78의 어이없지만 밝은 효과음이 그리워졌다. 그리고 그리운 기분이 들 때마다 항상 떠오르는 검은 머리카락 소녀인 크리스가 생각이 났다.


‘마치다 아저씨... 오늘 얼굴이 무서웠지. 니콜라나 다른 아이들이 보던 아저씨의 얼굴은 그런 느낌일까’ 릴리는 크리스의 얘기에 얼굴이 일그러지던 마치다의 얼굴을 회상했다.


마치다의 단 하나뿐인 딸 크리스 그녀와의 기억이 릴리에겐 몇 없는 빛나는 기억들이었다. 그러나 가장 아픈 기억이기도 하였다.


‘크리스.’


언제 생각이 나도 아픈 이름. 릴리는 오토바이를 타면서 느껴지는 사막을 물들여버린 밤의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과거를 떠올리고 있었다.


어린 릴리는 부모를 모래 폭풍으로 잃었다. 그러다 주위를 지나가는 마치다에게 우연히 구해지고 그의 집에서 크리스와 같이 자랐다. 모래 폭풍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기적과 같았기에 모두 처음엔 그녀를 기적의 상징처럼 보았다. 그러나 점점 모든 불행이 그녀의 책임이 되고, 마녀라는 오명이 남기 시작했다.


‘그날 불이 났었지’ 릴리는 감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잭슨의 오토바이 엔진 오일 냄새와 함께 붙타는 집이 떠올랐다.


사막에서는 불이 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원인 모를 화재가 마치다네 잡화점을 덮쳤다. 그래서 잡화점을 포함한 시장에서 큰 불이 났었다. 릴리 그리고 마치다는 가장 소중한 딸과 친구를 하루아침에 잃었다. 재가 날렸다. 이름을 부르기엔 너무 가벼운 재가.


시체조차 남지 않은 자리에서 마치다와 릴리의 오열이 비가 오는 어쩌면 사막에서 가장 축복 같은 순간에 시장 안에서 울려 퍼졌다.


‘그날 이후로 마녀가 되었지. 죽음을 불러온다고’


그렇게 마을 안에서 화재로 소중한 사람들을 잃거나 보금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릴리를 마녀라 욕하며 돌을 던지고 원망하는 바람에 시장에서 살 수가 없었다. 릴리 역시 그 화재의 원인이 본인인 거 같아 마을에 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만류하는 마치다를 뿌리치고 크리스와의 기억이 잔뜩 남아있는 비밀기지였던 석조 건물에서 살기로 한 것이다.


릴리는 괴로운 기억이 떠오르며 그녀의 목을 조여올 때


“릴리!” 릴리를 부르는 음성이 오토바이 엔진 너머로 들려왔다.


크리스는 릴리에게 책을 보여줬다.


“릴리 이거 봐! 이젠 정말로 귀한 책이라는 거야!” 크리스는 석조 건물 안에서 마치다처럼 콧바람을 내뿜으며 자랑하고 있었다.


“우와! 크리스 이걸 어떻게 찾은 거야?” 릴리는 눈을 반짝이며 크리스를 바라봤다.


크리스는 내심 자랑스럽다는 듯이 가슴을 쭉 내밀며 턱을 올리고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이 건물 안에서 발견한 거야! 책이 몇 권 있었어. 대부분은 읽을 수 없지만 이건 읽을 수 있어” 크리스는

책의 표지를 읽어줬다.


“성냥팔이 소녀란 책이야.”


“성냥팔이 소녀..?” 릴리는 더듬거리며 읽었고 머리를 갸우뚱했다.


“응! 이거 꽤 슬픈 이야기야 그래도 정말 귀한 건데, 릴리는 내 친구니까 보여주는 거야. 마을에서 바보들이 릴리보고 마녀라잖아!”


“맞아.. 나는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은데 흐흑..”


릴리의 눈에 눈물이 고이자 크리스는 허둥대며 릴리를 안아주었다. 그리곤 갑자기 성냥 팔이 소녀 책을 집어 들곤 릴리 앞으로 더 다가갔다..


“릴리! 울지 마 그런 바보들 때문에 사막에서 소중한 물을 낭비하지 마! 음음! 맞아 이 책 릴리에게 줄게!” 크리스는 책을 릴리의 품에 밀어 넣었다. 릴리의 작은 몸에 꽉 안기는 책을 안았고, 어안이 벙벙한 채로 릴리는 크리스를 바라봤다.


“뭐..? 크리스 하지만 이건”


“나는 많이 읽었고! 사실 내가 보고 싶을 때는 같이 볼 거지만 그래도 이거 줄게 그러니까 울지 마 릴리!” 크리스는 이미 그렁 그렁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두 소녀는 석조 건물 안에서 서로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해가 지기 전까지 울었고 둘은 웃으며 손을 잡고 퉁퉁 부은 눈과 함께 시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있잖아 크리스” 릴리는 크리스를 불렀다.


“나 이제 안 울게. 더 용감해 질게” 릴리는 씩씩하게 크리스에게 말해주었다.


“응! 릴리는 더 용감해질 거야! 우와 근데 노을질 때 릴리 금발이 진짜 아름답구나!” 크리스는 박수를 치며 기뻐하며 감탄하였다.


“헤헤 진짜?” 릴리는 기쁜 듯이 금발을 만졌다.


“응 당연하지! 이제 용감해질 릴리 언제나 나도 응원할게!” 크리스의 음성이 점점 멀어지고 다시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가 릴리의 귓속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크리스... 나에게 용기를 줘’


릴리는 감았던 눈을 뜨고 흐르는 작은 물방울이 바람에 날아가게 그냥 두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이제 더 이

상 어린 소녀의 눈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