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Casino

10화 Rush (4)

by kim

24


릴리는 당황하고 있었다. 주황색 머리에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눈망울을 보자 그녀가 니콜라의 어머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니콜라의.. 엄마?”


그녀는 릴리의 팔을 꽉 쥐고 있었다.


“그래... 내가 니콜라의 엄마인 린이야.. 너 톰도 아니?”


“톰이요..?”


릴리는 니콜라가 따르던 고아들의 대장 같은 소년을 떠올렸다.


“혹시 나이가 좀 있는 소년.. 을 말씀하시는 거죠? 니콜라가 잘 따르는”


“맞아! 아 다행이야. 살아 있었구나.” 톰과 니콜라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은 두 손을 모으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너는... 그 아이를 어떻게 알고 있니..?”


릴리는 그동안의 일들을 말해 주었다. 그녀와 감방 안 이들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릴 리가 이야기를 마치자 모두가 장로의 광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듯하였다.


“마녀가... 재앙을 불러일으킨 거야”


마을 사람으로 보이는 청년 하나가 릴리를 원망하는 듯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릴리는 그런 눈길이 익숙했었다.


“너 때문에 이런 재앙이 벌어진 거야! 네가 마을에 오고 장로가 불을 일으킨 거야!” 청년은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경비원도 없는 작은 감방이었지만 릴리는 마치 시장이나 마을에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잘못이 아닌걸..” 릴리는 몸을 웅크린 채 청년을 올려다보았다. 겁에 질린듯한 눈을 하고 있었고, 청년은 그런 릴리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야! 너 때문이야!”


그 순간 린은 청년에게 말없이 다가가더니 뺨을 강하게 날렸다.


짝!이라는 소리가 감방에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적당히 좀 해! 이 어린애가 무슨 잘못이 있어? 당신들도 무관심으로 방치했지? 이 아이는 그 똑같이 살아가려고 했을 뿐이잖아!”


그녀는 릴리를 꼭 안아주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 사막에선 혼자 살아갈 수 없어. 하지만 이 아이는 그렇게 살아왔고 우리도 다 알잖아 사실은! 이 아이에게 그저 원망하기 쉬운 이 힘없는 여자 아이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었다는 거!”


뺨을 맞고 쓰러진 청년과 웅성거리던 마을 사람들은 시선을 떨궜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해! 어른들이 이런 아이들에게... 심지어 이 아이는 그렇게 힘들게 살아도 내 아이들을 보호해 줬어. 그리고 지켜줬지!” 그녀는 릴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릴리... 정말 우리가 미안하다. 용서해 달라고 하진 않을게. 하지만 정말 고마워. 톰을 이해해 주고 니콜라를 도와주고 지켜줘서”


릴리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다. 대부분 본인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고 모두가 그녀에게 돌을 던지기 바빴기 때문이다. 릴리는 조금은 눈물이 맺힌 채로 그녀의 품속에 조금은 안겼다.


린은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잭슨에게 납치되기 전 마을 사람들이 마을의 화재를 그녀의 책임으로 몰면서 돌을 던졌었다. 마치다는 그녀의 책임은 전혀 없고, 그녀 역시 피해자라 주장했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원망의 대상이 필요했었다. 그녀도 그런 마을 사람들 뒤에서 그녀를 보고만 있었다. 어린 톰과 이제 겨우 갓난아기에서 벗어난 니콜라에게 그런 원망의 시선이 가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정말 미안하다... 미안하구나” 린은 릴리를 꼭 안아주며 용서를 구했고 릴리는 작게나마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그녀의 팔에 몸을 맡겼다.


청년은 조용하게 그녀들 앞에 다가갔다. 린은 더욱 그녀를 꼭 껴안았는데 청년은 고개를 숙였다.


“정말 미안하다...”


청년은 본인의 행동에 대한 악의에 깜짝 놀란 듯이 눈을 떨고 있었다. 사막의 혹독함을 저 소녀에게 모두 떠넘겨버린 본인의 행동과 그것을 상기시켜준 린 덕분에 주위 사람들 역시 눈빛이 흔들렸다. 릴리는 그런 청년의 앞에 서 있었고 그의 손을 맞잡았다.


“아냐...괜찮아” 릴리는 조금은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용서는 아니였지만 여기서는 본인이 강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릴리였다.


사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그리고 나약한 인간들은 생존을 위해선 다같이 협력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극한의 환경은 사람들의 원망을 불러 일으키고, 원망의 대상은 언제나 약한 사람들이 받았다. 그러나 다들 알고 있다. 그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걸. 감방 안에서 청년을 시작으로 해서 다른 사람들도 웅성거리며 본인들의 행동의 책임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때


“릴리... 나도 정말 미안하다.” 마을 사람들이 한 명씩 일어나 릴리 앞으로 다가가 사과를 하여였다. 릴리는 가슴이 북받쳐 오르기 시작했다. 릴리의 지금껏 상처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은 북받쳐 올랐다.


“녀석이 보면 가장 유쾌한 효과음이 나왔겠지?”


릴리는 A78을 생각했다. 로봇의 유쾌한 Jackpot이라는 효과음이 조금은 그리워지는 기분이었다.


“너는 아마 오고 있겠지. 나도 그러니 가만히 앉아만 있진 않을게.”


릴리는 이상하게 A78이 분명히 올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어떤 증거나 증명은 없었다. 그러나 그날 잭슨이 릴리의 비밀 기지 주위에 근접했을 때 단신으로 잭슨을 막았던 A78이 생각나자 그런 기분을 느꼈다.


분명히 올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