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의 유예, 90일의 지배

by kim

트럼프가 돌아왔다. 젠장, 사실 하루 전에 관세와 그의 정책의 방향과 영향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는데, 모든 분석을 다시 써야 할 정도였다. 트럼프는 역시 그가 좋아하는 방식처럼 화려하게 돌아왔다.

미국인들이 선호하지 않는 엘리트의 이미지와 바이든 정부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카밀라 해리스는 돌아갔고, 압도적인 트럼프의 복귀는 전 세계의 시선을 돌리기에는 충분하였다. 그는 이전 1기 행정부보다 더욱더 예스맨들을 데리고 왔고, 자신만만하게 전 세계의 국가에 본인의 화려한 복귀식을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역시 그답게 수많은 행정명령으로 바이든 정부의 느낌을 지우려고 하였고, 그의 전진은 각국의 외교부와 정상들을 긴장시키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트럼프는 관세의 대폭적인 변화를 예고하였고,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주식시장은 요동쳤고 각국의 정상들은 긴장을 하였으나, 1기 행정부 때의 트럼프를 알았기에 많은 전문가들은 블러핑일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비웃듯 점점 더 과격한 입장들을 내놓기 시작하였고, 그 시작이 바로 우크라이나였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전쟁의 포화소리와 화약 냄새가 나는 지역이 바로 우크라이나의 한복판이었고, 전쟁이 장기화되자 지원하는 수많은 국가들도 이제는 지쳐가고 있었다.

이때 트럼프는 본인이 전쟁을 끝낼 것이라 호언장담하였으나, 정작 백악관에서 오고 간 것은 평화를 위한 협상도,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위한 협정도 아니었다. 백악관에서는 고성이 오갔고, 그의 첫 번째 외교는 실패로 보이는 듯했다.

이미 협상 전 러시아의 규탄 안에 반대표를 던졌을 때부터 제1세계의 정상들은 충격을 받았지만,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그가 보인 행동은 이제는 다른 분위기라는 것을 빠르게 알아가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반응은 차갑게 얼어붙었고, 오히려 트럼프의 행정부는 이걸 가만히 보고 있지도, 수습하려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불을 붙이기 시작하였고, 캐나다, 멕시코에 엄청난 관세를 이용하여 협상 테이블에 불러들였고, 덴마크에게는 그린란드의 전략적 영향력을 높이려는 발언들을 하여 제국주의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험한 발언들도 언급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수장과 행정부에서 나오는 발언들은 당연하게도 그 영향이 엄청났고, 이 정도의 폭주를 예상하지 못한 각국의 정상들은 빠르게 정치적인 셈법을 활용하여 그와 대적하기도 하였고, 혹은 직접 만나 협상을 하기도 하였다.

유럽은 다시 한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주는 모습으로 점점 군비를 높이고,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다시 모이기 시작하였으며, 중국은 대만과의 긴장을 더욱 높여갔다. 한국과 일본도 그의 관세와 관련된 발언들과 방위비 문제로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하였다.

미국 내에서도 투자의 달인이라는 워런 버핏도 빠르게 주식의 매입을 줄이고 현금화를 시작하였는데, 나는 이게 장기적인 대비책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TSMC의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대만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한 리스크를 이유로 대부분의 지분을 정리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성과 맞물리며, TSMC에서 발을 뺀 건 단지 투자처 변경이 아니라 미래를 예견한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4월 3일, 트럼프 행정부는 예고한 대로 전 세계에 관세 전쟁을 선포하게 되었다. 이례적으로 한중일이 같이 맞설 것이라고 하였으며 유럽 또한 반발하였고, 동남아시아의 국가들도 경악하였다. 주식시장은 요동쳤고, 1 경이라는 상상 속에서만 나올 것 같은 금액이 순식간에 증발하였다. 각국의 정상들, 그리고 기업의 수장들 역시 앞다투어 트럼프와의 재협상을 원하였고, 전문가들도 예상치 못한 전개와 그 파장에 앞으로는 주식이 아니라 트럼프라는 사람의 정보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영향은 엄청났다. 제일 큰 타격을 받은 것이 중국인데, 125%라는 엄청난 관세에 보복 관세를 현재 미국에 부과하였고, 양국 간 무역전쟁은 심화되고 있다.

나 역시도 설령 이 행동들이 블러핑일지라도, 과거 1929년 미국이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국제 무역을 위축시켜 경제적인 혼란을 야기하여 2차 세계대전의 불길을 일으킨 나치당을 탄생시킨 전례가 있었기에 5주에서 3달 정도 이어지리라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관세 전쟁으로 결국 물가 상승의 뼈아픈 고통을 느끼는 것은 미국에 살고 있는 유권자들도 피해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민주당에게 무기를 하나 쥐어줄 수 있을 것이라 나는 예상을 하였지만, 멋지게 이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4월 10일, 트럼프 행정부는 90일의 관세 유예 기간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준 것이다. 이 뉴스를 기점으로 수많은 주식들이 반등하였으나, 아직 중국과의 관세 전쟁이 계속되는 한 그 불확실성이 없지 않기에 회의적인 의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원래 정치인은 본인의 의견을 다시 회수하는 것은 약점이 될 수 있기에 대부분 그 타이밍을 놓치는 때가 많은데, 트럼프 행정부는 겨우 일주일이란 시간만에 유예를 준 것이다.

이 상황에서 미국 정치의 지정학적인 구조는 공화당 쪽으로 엄청나게 쏠리게 되었고, 이게 내년에 있을 중간선거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수천 조원의 시장적 가치의 증발은 실물경제의 타격이 거의 없는 일주일이란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고, 다시 반등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지만 이미 전 세계의 정상들과 전문가들, 그리고 일반 국민들에게도 그 공포가 체감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트럼프의 행동이 예상치 못하는 혼돈에서 오는 것 같지만, 그 혼돈에서 반짝이는 그의 계산적인 행보는 충분히 영향을 주었고, 이제 전 세계적으로 미국이 협상의 카드를 단단히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유리한 포지션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올려둔 것이고, 이 포지션의 위치는 바뀌기 쉽지 않다.

대중의 공포는 오래가고, 그 공포가 설령 블러핑일지라도 그 여운이 남는 감각이 대중을 불안하게 하고 예민하게 만들며, 단순한 선택지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이제 각국의 정상들은 국민들에게 미국의 협상에 협조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되고, 결국 미국이 원하는 카드들을 쥐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영향력의 행사는 미국 유권자들에게는 강하고, 우리가 주도하는 세계의 질서를 이끌어가는 대통령과 여당이라는 모습으로 비칠 것이며, 중간선거에서 분명히 유리한 고점을 가지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블러핑은 자주 하면 그 위상이 줄어들고 신뢰를 잃게 만들지만, 언제나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당근을 준비해 둔다. 언제든지 유예를 풀어준다는 것이 이제는 당근이 되어버리고, 그저 유예 기간을 늘려주는 형식으로도 협상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발언들이 주식시장을 요동치게 만들 것이고, 각국의 정상들은 압박을 받게 된다. 결국 힘의 구조는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그가 젊은 시절 사업가로서 협상 테이블에서 자주 하던 방식을 그대로 전 세계가 놀아난 것이다.

트럼프의 전략은 간단하다. 세계 질서의 재확립, 그리고 언제나 그 위에 군림하는 미국이다. 그 공포라는 도구를 이용하는 장치는 현재 90일 정도의 유예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

90일, 딱 한 분기이다. 이 한 분기 동안 각국의 정상들은 트럼프와 협상하기 위해 미국의 손바닥 안에서 움직일 것이고, 결국 유예의 기간은 진정한 유예라기보단, 미국의 지배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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