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빵으로 마음을 구웠다

“우울한데 빵 샀어!!!” 그 말에 숨겨진 추억과 위로

by kim

예전에 유행한 이 하나 있다. 우울한데 빵 샀어라는 질문을 상대방에게 하여 반응을 보는 장난 같은 밈이었다. 나 역시도 가족들이 물어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사실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음식들은 많다.



대부분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이 된 음식들인데 포도당스트레스 호르몬억제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빵을 골랐다. 이제 원한다면 세계 어느 나라 음식이라도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어째서 빵이 떠오른 걸까? 물론 간단해서 떠올랐을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즐겁게 예상을 해볼 수 있다.



여기서는 개인적인 상상이 들어간다. 우선 분위기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빵집을 포함한 빵집을 상상해 본다면 떠오르는 조명의 분위기가 있을 것이다. 바로 빵과 유사한 색깔의 조명을 쓰는 것인데 예전에는 양식당(대부분 돈가스 집이다)에서 자주 보던 조명 방식이다.



빵의 빛깔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런 조명을 쓰는 것인데 마치 노을이 지는듯한 하늘색깔과 많이 유사하다. 인간은 노을을 보면서 마음을 안정시킨다는 것은 아주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왔다. 하물며 "어린 왕자"도 우울할 때는 그의 작은 별에 있는 의자를 조금 뒤로 밀어 해가 지는 것을 보는 게 좋다고 말할 정도니까 말이다.



다음은 탄수화물의 수치이다. 빵은 정제탄수화물이 많기 때문에 혈당을 꽤 빠르게 올린다. 특히 혈당을 올리면 잠이 올 때가 있는데 우울한 기분이 들 때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잠을 자고 싶다인걸 떠올린다면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혈당이 올라서 잠을 자든 우울해서 잠을 자든 사실 좋은 것은 아니니 밖에서 잠깐 걷거나 운동해 주는 게 제일 좋긴 하다. 가끔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추억이다. 아무리 요즘은 빵을 자주 먹는 시대라지만 아직 우리는 쌀 문화권이다. 지금도 빵보단 쌀이고 빵을 먹는 것을 식사라고 하진 않는다. 그러나 오랜시간동안 함께한 간식이기에 빵은 친숙한 음식이 되었다. 가장 처음 '우울해서 빵을 샀어'라는 글을 쓴 사람도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이었다. 와이프가 본인에게 말했는데 뭐라고 대답할지 모르겠다는 글이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아마 와이프에겐 바로 떠오른 음식이 빵이였다는 거다. 빵은 요즘 세대보단 조금 더 윗세대에게 조금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중간에 낀 세대지만 나에게도 빵이란 건 조금 용돈이 생겨(2000년대 초반에 빵은 아마 500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동네 슈퍼로 달려가게 만든 간식이였다. 어떤 빵을 사야 후회 안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간식이자 맛있게 먹으며 우울함은커녕 방금까지의 고민조차 잃어버리게 만드는 음식이었다. 특히 부모님이 빵집에서 사 오신 빵의 냄새는 지금도 기억이 날 정도로 기분 좋은 추억이다.



빵은 꽤 한국인에게 좋은 간식이다. 활용한 요리도 많지만 그만큼 추억도 경험도 많이 쌓이게 할 수 있는 음식인 것이다. 그 경험과 추억은 가슴에 영원히 남아 우울이라는 녀석이 왔을 때 나를 지켜주는 수단 중에 하나가 된 것이 아닐까 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만약 배우자나 연인 아니면 가족이 물어봤을 때 어떤 대답이 제일 좋을까?



사실 F공감해 주고 T분석한다는 MBTI 식의 해결법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적당히 섞는 게 제일 좋다 생각한다. 아마 모범적인 대답은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기 멀리 빵집에까지 가서 빵을 사 온 거야?" 정도 아닐까 한다. 사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나의 상황을 이해시키려 하고 집단에 잘 소속이 되어 있다는 안도감을 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 물어본다면 불안정한 상태이니 꼭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이든 연애든 다 어려운 거 같다.



아쉽게도 나는 질문의 의도를 몰라서 처음에는 빵을 너무 좋아하는지라 '무슨 빵 사 왔어?'라고 대답을 하긴 했다. 다들 빵 터졌던 기억이 나지만 또 즐거운 추억이 생긴 거다. 하나의 음식이 개인에게 수없이 많은 추억들을 만들어 내고 어떤 특정한 빵을 보았을 때 미소가 지어진다면 빵은 좋은 음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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