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라

by 김과정

나는 오늘도 감사해야 한다. 나는 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 사무실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이 사무실의 정체를 알았어도 2대 1의 경쟁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 때문에 누군가는 이 일을 못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그 얼굴 모르는 누군가를 가엽게 여긴 일자리 전담 복지공무원이 생각난다.

어쩌면 이곳에서의 내가 더 비참할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너는 선택되었기에 감사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내가 아니면 이 자리에 왔을 사람은 오늘을 감사했을까? 아마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또는 조금 덜 감사하더라도 최대한으로 이 사무실의 사람과 어울리려고는 했을 것이다. 열심히 일했을 것이고 배웠을 것이다. 나 바로 이전 사람이 그랬다고 한다.

나는 나 자신이 스스로 느끼기에도 열심이진 않다. 타인의 눈에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배우고 싶지도 않다. 세상에나! 걸레질을 배운단 말인가! 난 집에서 이미 걸레질을 너무나 잘하고 있고 그 점은 스스로도 인정하기 때문에 타인의 인정을 추가로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하필 이곳에서 걸레질 잘한다는 칭찬 따위는 받고 싶지 않다. (지금 업무 중 유일하게 고정인 일이 알콜 뿌리고 회의책상 닦기임)

그러면 나는 어떤 칭찬을 받고 싶은가?

글쎄다 떠오르지 않는다. 세계적인 상을 받는 날도 한때는 내게 있었으나... 그때 상을 바라던 친구도 의아해했었다. 너는 별로 기뻐하지 않는구나? 내가 너라면 일본까지 직접 상을 받으러 갔을 거야!라고.

언젠가 기뻐한 날들이 떠오르는 건... 그냥 작업물이 수정이 하나도 없을 때, 그게 칭찬받을 때 보다 더 기쁘다. 그 순간은 감사하다. 하늘에서 은혜가 막 내려오는 것 같다.

모든 작업이 끝나면 난 긴 잠을 잘 수 있고, 원 없이 청소를 하기도 한다. 맛있는 무언가를 떠올려도 좋다. 고를 수 없을 땐 뷔페가 제격이다.

아! 나의 감사함은 먹고 자는 것이로구나!

게으르게 태어난 자. 감사함이 메말랐다. 8시간의 근무시간에서 코로나로 인해 갖게 된 여유로 하루 2번의 걸레질이 업무의 전부가 된 상태에서 감사함이 메말랐다.

감사할 것인가 말 것인가?

역시 아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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