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을 쥐는 일을 너무 많이 했다는 것을 손가락 마디의 통증을 통해 매일 느끼고 있다. 이렇게 아프기 전에는 얼마만큼의 일이 나에게 적절한지 몰랐고 돈을 벌 수 있다면 사정없이 몸과 마음을 낭비했다.
훗 날,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돈을 모으면 일을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하지 않아도 될 만큼 넉넉해지기도 전에 고된 노동으로 손이 아파지리라는 건 몰랐고, 그나마 번 돈도 내 것이 아니게 될 줄도 몰랐다.
삶이라는 건 노력만큼, 정비례까지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의 포물선은 그려주는 결과가 있는 거라 낙관했다. 이런 노력과 낙관은 내가 읽은 자기 개발서에선 언젠가는 성공하고야 마는 사람들의 필수 소양처럼 말했다.
나는 긍정적이었고 절약했으며 성실했다. 한때는 유능하기까지도 했고 타인도 그렇게 평가해줬다.
내 삶의 바닥을 찍은듯한 오늘, 자기 계발은 이제 끝내도 될지, 그리고 언제쯤 성공이라는 걸 해볼지 전망해보려 하고 있다. 나는 미약한 성공을 마치고 꼬꾸라지는 주식 그래프처럼 하한가다. 이쯤이면 바닥인 줄 알았는데 계속 내려가고 있다. 여전히 반등의 기회는 예상할 수 없다.
잃은 시간, 잃은 돈, 그리고 명예들은 아깝지가 않은데 잃은 내 손가락 마디의 건강은 자꾸만 아까운 후회가 든다. 아직 해보지 않은 일들을 아픈 손가락과 같이 해보자고 살살 달래며, 오는 주말에는 화분에 토마토를 심겠다. 그리고 강아지의 발 미용을 해주고 비 그친 산에 다녀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