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꽃 같다

by 김과정

활력 있으려고 하면 나를 속이는 것 같아. 난 오전에 자주색 코엔자임큐텐과 고농도 오메가쓰리를 먹었지. 영양제 두 알을 손바닥에 올려두고선 하루가 활력 있고 웃음이 나고, 피곤하지 않아서 많은 일을 하도록 머리까지 빨리 돌아갔으면 하는 기대를 했고 그 작은 두 알에 마음을 기댔어. 어제 떠놓은 브리타 정수기 물통엔 수증기가 맺혀 있었는데 '그 사이 세균이 늘어나서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면 어쩌나, 심하면 설사를 할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하고서도 어제의 물을 마시는 컵에 그대로 옮겼어.

먼저 코엔자임 큐텐을 먹었는데 약이 식도 입구에서 막혀 넘어가지를 않았어. 세균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더니 내 식도 근육은 물을 넘기고 싶지 않았나 보더라고. 난 생각을 바꿔봤지 '별일 없을 거야'하고.

물을 한 모금 더 입에 넣고서야 약을 넘겼지. 두 번째로 오메가를 먹을 땐 입에 넣을 때부터 물이 괜찮을 거라고 달래며 마셨어.


늙으면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하던데 그게 지금이구나 요즘 생각해.

그림을 그렸었어. 아직도 그릴 수 있지.


세상 살면서 나에게 좋은 말만 해줘야 할 것 같았어. 늘 나는 할 수 있고 잘하고 내가 더 잘하면 되고 힘내라... 내가 나를 키우듯이, 달래듯이, 그렇게 마음을 지켜온 것 같아. 안 좋은 말을 자신에게 했다가 혹여 진짜 나쁜 일이 생기기라도 할까 봐. 긍정적인 말 좋은 말. 그래서 말대로 그럭저럭 잘 살아왔나 생각하지. 그런데 이제는... 내가 시든 꽃 같아...

나 자신이 싫다는 말은 아니야. 그냥 나에게 시든 꽃인 시절이 왔다는 말이지.


이제 시든 꽃의 시절이 펼쳐지겠지. 슬프진 말자. 내가 품고 있는 씨앗을 키우자. 이렇게 시든 채 눈에 띄지 않지만 한 타이프 칠 때마다 씨앗은 영글어 가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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