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패키지여행기 1

반려 친구

by 들국화

6월 17일 화요일 / 1일차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해서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프랑스 뮐루즈라는 도시로 이동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다시 4시간을 가야 한다. 입국은 독일로 , 첫 숙소는 프랑스에서. 그러나 두 나라는 스쳐지나갈 뿐, 본격적인 관광은 내일 스위스에서부터 시작된다.


동행인은 모두 12명으로 단출하다. 재빨리 스캔한 결과 우리를 빼고 나머지 다섯 팀은 모두 남녀 2인 구성이다. 대부분 부부인 것 같고 한 팀은 모자 사이로 보였다. 인원이 적어서 버스 좌석도 여유롭고 쾌적한 여행이 될 것 같다. 동행인들은 내일이나 돼야 얼굴을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숙소의 창
조식에서 먹은 팽오쇼콜라 - 바게트도 그렇고 프랑스 빵은 기본적으로 맛이 있다는 걸 알았다.



6월 18일 수요일 / 2일차(1)


완전히 죽어 잤다. 농축액처럼 진한 잠이다. 이런 숙면은 오랜만이다. 요 근래 집에서도 이렇게 깊게는 못 자봤다. 이로써 하루 만에 시차 적응을 끝냈다.(그럴 리가. 이후 몇일 간 수시로 졸음이 쏟아졌다.)

아침에 눈을 뜨니 친구는 벌써 일어나 양치를 마치고 방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잠에서 깨자마자 내가 간밤에 코를 골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전날 많이 피곤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면 가끔 코를 곤다. 젊어서부터 잠귀가 밝고 예민한 남편은 내가 자다가 코를 곤 다음날이면 핀잔을 주곤 했다. 이후 나는 여행지에서 같은 방을 쓰는 일행에게 내가 코를 골지 않았는지 아침마다 확인하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도 친구에게 물었다. "나 코 골았지?" 친구는 대수롭지 않은 투로 답했다. "아니. 안 골았는데? 코 좀 골았대도 뭐 어때? 나는 니가 코 골면 오히려 좋다. 니가 편하게 푹 잔 것 같아서." 작년 말 발리 여행에서도 그에게서 똑같은 말을 들었는데 또 들어도 감동이다. 이런 말을 어디서 또 들을 수 있을까. 나는 참 행운아다.


여행은 차이를 드러나게 한다. 친구와 나는 성향이 비슷한 점도 많지만 차이점도 많다. 이를테면 친구는 아침형 인간이고 나는 올빼미과이다. 나는 반응이 느리고 우유부단한데 친구는 뭐든 빠르고 쉽게 결정을 내린다. 같이 술을 마시면 친구는 초반에 급하게 마시고 급하게 취했다가 금방 깨는 반면, 나는 천천히 오래 마시고 취기도 늦게 오는 편이다. 친구는 집 정리와 청소의 달인인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어젯밤 내가 씻고 나오니 친구는 말끔히 정리를 끝내놓고 이불을 어깨까지 올려 덮은 채 깊이 잠들어 있었다.

아침에는 일찌감치 짐을 꾸려 문앞에 갖다놓았다. 나는 친구의 시선을 느끼며 부랴부랴 흩어져 있는 짐들을 캐리어와 드는 가방에 나누어 넣는다고 땀이 삐질삐질 났다. 캐리어 지퍼가 안 잠겨 낑낑대는 걸 보다 못한 친구가 "줘 봐라. 내가 한번 해볼게." 하더니 단번에 성공시켰다. 마지막으로 놔두고 가는 물건이 없는지 점검하고 로비에 내려가니 인솔자도, 이탈리아인 버스 기사도, 동행인들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버스는 굳게 잠겨 있었다. 너무 일찍 내려온 것이다.

느린 내가 따라가느라 좀 벅차긴 해도 매사에 미리 준비하는 친구 덕에 여유를 두고 시간을 지키게 된다.


오늘 스위스 로잔 올림픽박물관 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사람들이 우리가 자매인 줄 알았다고, 둘이 닮았다고 했다. 사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닮지 않았는데 오래 만나다 보니 이미지가 비슷해졌다는 걸로 받아들였다. 레만 호숫가를 걷는데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문득 '반려 친구'라는 단어가 반짝 떠올랐다. 우리에게 딱 맞는 단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