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패키지여행기 4

4일차 베네치아 관광

by 들국화

6월 20일 금요일 /4일차/베네치아 관광


밀라노 근교에서 이탈리아의 첫 밤을 보내고 베네치아로 향했다. 재작년 봄에 다녀온 이탈리아 패키지여행과 겹치는 일정이 많아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 있게 보내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탈리아 여행이 처음인 친구는 이번 여행에 포함된 4개국 중 가장 기대되는 나라가 이탈리아라고 했다.


베네치아 관광은 오후에 잡혀 있었는데, 아침에 숙소를 나설 때부터 공기가 심상치 않게 후끈했다.

배에서 내려 몇 개의 운하 다리를 지나 산 마르코 시계탑이 있는 곳까지 걷는 짧은 동안, 드러난 피부가 빨갛게 변할 만큼 햇볕이 강렬했다. 공기는 한증막처럼 뜨거웠다. 애초에 곤돌라와 수상택시 옵션을 선택하지 않은 우리는 여유롭게 자유시간을 즐기려고 했다. 그런데 베네치아에서 접선한 일일 가이드가 자신의 개그를 펼쳐보이느라 시간이 늘어지는 바람에 예상보다 자유시간이 줄어들었다.

우리는 곤돌라를 타러 간 일행과 헤어져 산 마르코 광장의 유명 카페 플로리안으로 갔다.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려고 하니 순서가 있다고 기다리란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부를 기척도 없는 데다가 실내가 너무 좁고 더워서 그냥 나왔다. 대신 가이드를 따라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가 선착장이 바라보이는 레스토랑 야외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 지역 대표 칵테일 스프리츠를 마시며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선착장 근처 레스토랑에서 마신 스프리츠


날은 너무 덥고 관광객들은 넘쳐나고, 여기가 베네치아인지 어디인지 현실감이 없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만족스런 날도 있고 다소 불만족스런 날도 있는데, 오늘은 후자라고 생각했다.


얼굴이 빨갛게 익은 일행들과 버스에 올라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다. 식당은 허름했다. 일행의 수만큼 세팅이 된 테이블에는 큰 접시 가득 토마토와 잎채소가 담겨 있었다. 인솔자가 미리 알려준 대로 오늘의 메뉴는 봉골레 파스타와 가자미 튀김. 인솔자가 한 잔에 2유로 하는 화이트와인을 강력 추천해서 모두 한 잔씩 주문했다. 와인은 가격 대비 너무 맛있었다. 알고 보니 그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들어진 프로세코 와인이었다. 파스타와 생선 요리도 입맛에 맞았다. 빡빡한 관광 일정과 더위에 지쳐 있다가 와인 한 잔으로 기분좋게 취기가 오른 사람들이 별거 아닌 농담에도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그 자리의 온도가 올라갔다.


여행이란 사소한 일에 행복을 느끼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행복을 이루는 건 항상 그렇게 사소한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