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 이탈리아 북부의 알프스 돌로미티 지역
6월 21일 토요일 / 코르티나 담페초 - 미주리나 호수 - 노벤타 아울렛
여행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흐린 하늘을 보았다. 오늘 가기로 되어 있는 지역에 비 예보가 있다고 인솔자가 알려주었다.
오늘은 다시 북쪽으로 움직인다. 이탈리아 북부 돌로미티 산맥 인근 해발 1200미터에 위치한 코르티나 담페초라는 휴양 도시다. 오스트리아 접경의 알프스 지역이다.
위도상으로도 위쪽이고 산간 지역으로 고도가 높아 기온이 낮으며 날씨가 변덕스러우므로 패딩과 우산을 준비하라고 인솔자가 말해주었다.
코르티나 담페초는 내년 2월 밀라노와 함께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지이다. 겨울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스키를 비롯한 겨울 스포츠를 즐기러 오기 때문에 6월인 지금이 비수기라고 했다.
알프스의 아담한 산간 마을 코르티나 담페초에 도착해 팔로리아 케이블카를 탔다. 멀리 보이는 준령에 희끗희끗한 것은 만년설이 아니라 석회암이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니 자전거 애호가들을 위한 하이킹 길이 가르마처럼 희고 가늘게 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오르는 이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케이블카도 일반 탑승객용과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1인 탑승용으로 나뉘어 있었다. 힘든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
우리 팀은 정상 가기 전 중간 지점에서 내렸다. 스키 철에는 성업중이었을 전망대 식당은 한산했다. 케이블카 운행을 개시한 지 며칠 안 되었다고 했다. 친구와 나는 거기서 이탈리아에서의 첫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구름 때문에 2-3미터 앞이 안 보였지만, 나는 혼자 다녀오라는 친구를 두고 석회암 잔돌이 깔린 산길의 초입을 산책했다. 누군가 돌을 쌓아놓은 게 보여서 나도 작은 돌 하나를 주워 그 위에 올려놓았다. 구름이 시야를 완전히 가렸다가는 언뜻언뜻 베일에 감춰둔 알프스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다시 케이블카로 하산한 우리는 자유롭게 흩어져 점심을 먹었다. 인솔자의 도움을 받아 들어간 식당에서 피자를 주문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1인 1 피자 한 판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남길 것 같아서 둘이서 한 판만 주문했다. 얼마 후 직원이 접시 두 개를 들고 오길래 잘못 알아들었나 했는데 한 판을 접시 두 개에 나눈 것이었다. 미소와 함께 센스를 선물로 받았다.
다음 행선지는 미주리나 호수. 한 폭의 그림 같은 알프스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멀리 웅장한 돌산과 진초록의 나무들, 가까이 맑은 호수와 앙증맞은 들꽃들. 친구와 나는 호숫가 데크 길을 따라 반 바퀴 정도 걸으며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느라 바빴다.
버스를 타고 떠나는 중에도 돌로미티 산맥의 장관이 한동안 따라와 눈을 씻어 주었다. 버스 안에서 인솔자가 투표를 제안했다. 스위스 알프스와 이탈리아 알프스를 놓고. 결과는 7:5로 이탈리아 승! 나도 이탈리아에 한 표를 주었다. 잠깐 보았을 뿐이지만, 스위스 알프스가 대자연의 신비와 장엄함을 대표한다면 이탈리아 알프스는 형형색색의 얼굴을 보여주며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내일부터는 다시 남쪽으로 내려간다. 인솔자는 이런 쾌적한 기온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로마 일정이 끝나면 지칠 대로 지쳐서 다음 여정인 파리의 풍광이 눈에 안 들어올 거라며 겁을 주었다. 그녀의 으름장이 아니어도 내일부터는 유명 관광지 중심으로 강행군이 예정되어 있어 힘든 숙제를 앞둔 기분이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베니스 근교의 노벤타 아울렛이다. 각종 명품샵이 입점해 있는 아울렛이다. 친구와 나는 빠르게 아이쇼핑만 하고 이탈리아의 초콜릿 브랜드이자 젤라또 명가인 벤키(Venchi) 매장에 들러 젤라또를 먹었다. 피스타치오와 초콜릿(75% chocoviar)을 먹었는데, 평생 먹어본 젤라또 중 최고였다. 피스타치오의 고소한 맛도 좋았고, 초콜릿 전문 브랜드답게 초콜릿 본연의 진한 맛도 감동을 안겨 주었다.
맛있는 젤라또를 마지막으로 오늘 여행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9점을 거뜬히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