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암에 붕장어를 먹으러 갔다

친정 계 모임

by 들국화

지난 주말에 오빠 부부, 동생 부부, 우리 부부와 아들, 이렇게 일곱 명이 칠암에 있는 횟집에 붕장어를 먹으러 갔다.

동생이 단톡방에 붕장어 한 상이 차려진 횟집 사진을 올린 건 2주 전이었다. 아무도 답이 없어 한동안 잠잠했다. 동생에게 전화해 줘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한 주가 지났다. 올케언니도 마음이 쓰였는지 그 주 주말에 언니네 동네에서 밥이나 먹자고 했다고 동생이 카톡을 보내왔다. 그제야 동생에게 전화했더니 동생은 언니가 몸이 안 좋은가, 멀리 가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단톡방에 다시 의견을 타진했다. 그다음 주에 동생이 말한 칠암에 가는 게 어떠냐고, 번거로우시면 언니네 동네도 좋다고. 바로 답이 왔다. 모처럼 좋은 곳으로 가요. 칠암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토요일 12시로 약속이 정해졌다.


횟집 2층 뷰가 시원했다. 방파제 위 빨갛고 노란 등대가 바다와 어우러졌다. 고층 아파트 숲이 시야를 가리는 도시에서 30분 남짓 걸리는 거리를 달려와야만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칠암은 붕장어로 유명한 동네다. 동생이 올린 사진에는 팝콘 같기도 한 하얀 붕장어 회가 소담하게 올려진 접시 옆에 빨갛게 양념이 된 구이도 놓여 있었다. 익힌 장어류는 부드럽고 고소해서 해산물을 즐기지 않는 나도 곧잘 먹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부산 사람은 모두 생선회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말은 대개 사실이다. 내가 아는 부산 사람 중 회를 싫어한다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그런데 나는 회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호불호를 떠나 회의 맛이라는 게 뭘 말하는지를 모르겠다. 예능 프로에 출연한 연예인이 횟집에 가서 회 한 점을 입에 넣자마자 미간까지 찌푸려가며 맛있다고 말할 때가 있는데, 나는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 육회도 못 먹는 걸 보면 날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 가족 외식을 하게 되면 아이들은 불문율처럼 고깃집을 예약한다.


나처럼 생선회의 세계에 무지한 사람들이 입문용으로 그나마 도전해 보는 종류가 바로 ‘아나고’로 더 많이 알려진 붕장어다. 나 또한 사회 초년생 시절, 회식만 하면 가곤 했던 횟집에서 값비싼 회들을 지나쳐 젓가락이 향했던 게 아나고 회였다. 독특하게 씹히는 맛이 있고 끝에는 얼마간 고소함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횟집에 갈 일이 있으면 주인공인 생선회보다 ‘쯔께다시’라고 부르는 곁들임 찬들로 먼저 배를 채우곤 한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삶은 옥수수와 미니 사이즈 고구마, 메추리알, 한입 크기로 싼 연잎 찰밥, 부추전 같은 것에 더 젓가락이 자주 갔다. 동생이 옆에서 그런 나를 보더니 회를 수북이 덜어서 내 그릇에 부었다. 채 썬 양배추에 초고추장과 콩가루를 넣어 섞은 뒤 깻잎이나 상추에 싸서 먹는 거라고 코치를 해줬다. 관절이 좋지 않아 약을 먹고 있는 언니는 뼈에 좋다면서 붕장어 회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평소 소식하던 것에 비하면 제법 많은 양이었다.

음식의 양이 많아서 두 테이블에 음식이 남았다. 남자들 상에 남은 회를 여자들이 가져와 나눠 먹고 구이는 포장했다. 배가 불러 더 들어갈 자리가 없었지만, 한국인은 밥과 국물을 먹어야 끝이 나는 법. 매운탕 두 그릇과 밥 세 공기를 추가로 주문했다. 매운탕 국물이 칼칼하고 시원해서 밥이 금방 동났다. 매운탕 속에도 붕장어가 듬뿍 들어 있었다. 빨간 국물을 머금은 큼직한 두부와 얇게 저민 무를 남기지 않고 건져 먹었다.


동생의 제안으로 요즘 핫하다는 기장의 카페로 이동했다. 바다 뷰와 독특한 인테리어 때문인지, 주말이어서인지 카페는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앉은 위치에 따라 두세 명씩 국지적으로 대화가 이어졌다가 끊기곤 했다. 아들이 여자친구와 함께 알아서 날을 잡고 예식장을 예약했다는 얘기를 그 자리에서 했다. 추석 모임에는 아들의 여자 친구도 함께 오겠다고 했다. 언니와 동생이 둘이 찍은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고, 언니가 추석 모임은 좀 더 근사한 데서 하자고 했다. 강한 냉방 탓에 밖으로 나오니 햇볕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며칠 동안 바람이 많이 불어서, 자려고 누우면 바람 소리가 심상찮고 열어놓은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힐 정도였는데 그날은 선선함을 유지하면서도 화창했다. 우리는 카페 주차장에 모여 서서 서로의 옷차림에 대해 칭찬 배틀을 하고 나서야 인사를 하고 각자의 차로 향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우리는 이별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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