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에서의 저녁 식사

by 들국화


토요일 글쓰기 모임이 끝나고, 다 같이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목적지는 모임 장소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보리밥집이었다. 센텀에는 의외로 이렇다 할 맛집이 없는데 그곳은 가성비 좋은 맛집으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문화센터 언니들과 가보고 좋아서 선생님과 K 쌤을 데리고 갔던 날 이후 종종 갔던 식당이다.


식당은 센텀시티역에서 벡스코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나온다. 엇비슷한 높이의 직육면체 모양 건물들이 어깨를 대고 있는 상가 건물에 있다. 몇 번은 걸어서, 몇 번은 운전해서 가봤다. 그런데도 매번 지하 주차장 입구를 헷갈린다. 세 번째 구멍으로 들어가야 할 것을 두 번째 구멍으로 들어갔다. 앞서가는 선생님의 차를 생각 없이 따라 들어갔다가 두 차 모두 되돌아 나와야 했다. 셋이 건물 주차장에서 만나 엘리베이터를 탔다. 3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왁자한 소음이 우리를 맞았다. 소리의 발원지는 모퉁이에 있는 식당이었다. 신발장이 꼭대기까지 꽉 차서 바닥에 신발을 벗어 두었다. 자리도 당연히 만석. 이 동네 사람들이 다 왔나 싶게 시끌시끌한데 활기가 느껴졌다. 다행히 먼저 와서 중간쯤에 자리를 잡은 K 쌤이 우리를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이 식당의 주메뉴는 역시 보리밥이다. 다음에는 칼국수도 먹어봐야지 해도 막상 자리를 잡고 앉으면 보리밥을 주문하게 된다. 이번에도 네 명 모두 ‘보리밥!’을 외쳤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종지 두 개에 각각 마른 멸치와 고추장을 담았다. 윤기 나는 은빛의 날씬한 멸치. 손들이 바쁘게 왕복 운동을 했다. 멸치는 비린내가 전혀 없고 많이 짜지 않다. 멸치를 다 먹기도 전에 보리밥이 나왔다. 찰기가 없어 보리 낱알이 제각기 살아 있는 밥을 각종 나물이 정갈하게 담긴 대접 위에 부었다. 그걸로 끝이라면 섭섭하다. 채소 겉절이를 듬뿍 덜어서 그 위에 추가했다. 조개를 넣어 묽게 끓인 된장찌개 국물과 두부, 애호박도 건져서 밥 위에 얹었다. 고추장을 넣어도 되지만 네 사람 모두 된장만 넣어서 비비기 시작한다. 우리는 돌림노래를 하듯 “맛있다. 맛있다.” 소리를 반복하며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같이 주문한 도토리묵이 나왔다. 도토리묵에도 양념해서 무친 치커리, 돌나물 같은 싱싱한 채소가 푸짐하게 곁들여 나왔다. 빨간 양념이 더해진 탱탱한 도토리묵도 금방 동이 났다. 이 집은 잎채소를 잘 다룬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감칠맛 나는 양념으로 신선한 채소를 버무린다. 인공조미료가 필요 없는 맛이다.


반찬도 하나하나 다 맛있다. 깊은 맛의 열무 물김치, 콩 본연의 고소한 맛이 나는 비지, 잘 익은 김치, 그리고 구수한 재래식 된장. 미역 줄기 무침, 양배추 다시마 쌈도 있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향기로운 부추전 냄새가 솔솔 날아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우리 옆 테이블이다. 먹어본 맛이지만 ‘다음에는 부추전도….’ 속으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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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보리밥이 다른 때보다 특별히 더 맛있었다. 빈속이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사람들로 북적이는 분위기에서 여럿이 허겁지겁 먹으니 더 맛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에는 꼭 칼국수를 먹어보기로 하고 우리는 그릇이 비자마자 일어났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 식당이 문 닫는 일 없이 오래오래 영업하기를 기원하며 흡족한 마음으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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