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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Jan 16. 2016

[4D 책리뷰]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가상 독서모임을 통한 입체적 도서리뷰

<초간단 줄거리>
주인공: 오그레 (35살), 조르바 (65살), 부불리나, 젊은 과부ㅠ 

 

오그레 삼촌, 나는 쑥쑥 자라나는 뿔이에요. 그게 참 기뻐요. p.98


→ 오그레는 자신의 어정쩡한 삶에  못마땅해하며, 적극적으로 삶에 다가가고자 크레타 섬으로 감

→ 크레타 섬에서 탄광산업을 하려는 오그레에게 조르바가 다가오고 일행이 됨.
→ 망나니 같은 조르바는 오그레를 '두목'이라고 부르며 탄광 현장 관리를 맡으며 좋은 동지로 지냄.

→ 전혀 다른 둘의 케미 속에 늙은 과부(부불리나), 젊은 과부 등이 스쳐감.
→ 오그레는 조르바의 적 그적인 삶의 자세에서 많은 영향을 받으며 스스로 성찰해 나감.

 탄광 산업은 결국 파산하게 되고, 둘은 이별을 함.
→ 서로 다른 곳에서 가끔씩 편지를 주고받던 중, 조르바의 죽음을 전해 들음.


 참여인원:
- 데미얀 ('데미안'의 그 데미안의 후손 / 선과 악, 두 신을 섬기는 균형 잡힌 사회자)
- 횽길동 ('홍길동전'의 그 홍길동의 후손 / 또 다른 율도국을 꿈꾸는 밑바닥 혁명가) 
- 보바뤼 ('마담 보바리'의 그 보바리의 후손 / 아름다움을 위해선 영혼도 파는 아티스트)
- 거츠비 ('위대한 개츠비'의 그 개츠비의 후손 / 무엇이든 이루고 마는 욕망 가득 허세남)  

- 뫼르스 ('이방인'의 그 뫼르소의 후손 / 정말 진실만을 말하는 차갑고 건조한 시크남 )


장소: 크레타섬
시간: 24시간이 모자라.  
도서: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데미얀: 반갑습니다. 여러분 이번 모임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루겠습니다. 근데 죠르바가 아무리 망나니라도 자기 핏줄 이야기는 민망하다고 대신 친구를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아달라고 하더라고요... 이 친구분은 같이 지중해에서 자랐다고 하는데 전혀 다른 느낌이 납니다. '뫼르스'를 소개합니다. 


▷뫼르스: 오늘 죠르바가 죽었다. 아니 어제였나.


횽길동: 헐, 진짜 죽었나요, 죠르바 님???


▷보바뤼: 무슨 소리예요. 아까만 해도  카톡했는데!!


▷횽길동: 뭐야 순 뻥쟁이네... 죠르바는 평생 불사신같이 생겼구먼. 그럼 그렇지.


▷뫼르스: 저는 진실만을 말합니다. 조금의 가식과 거짓도 경멸합니다.


▷횽길동: 무슨 소리야.. 거짓말 먼저 해놓고... 이름도 무슨 전염병같이 생겨서.. 별로다..


▶데미얀: 오해입니다. 괜찮은 사람인데... 지중해 사람들이 원래 좀 별난가 봅니다. 죠르바도 그렇고.ㅋㅋ 하튼 오늘 정말 가식 없이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 가졌으면 합니다. 전체적인 감상 먼저 이야기해 볼까요?


▷보바뤼: 조르바, 내 스타일이었어요. 박력 있어! 정말 팔딱팔딱 뛰는 것 같은 이미지가 막 떠올랐어요. 한번 실제로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문체도 정말 아름다웠어요. 크레타섬을 여행 가고 싶게 만드는 그 묘사라니! 캬! 


태양은 구름을 가르고 그 따사로운 얼굴을 내밀어 그 빛살로 사랑하는 바다와 대지를 씻고 닦고 어루만졌다. p. 26 

 

▷거츠 비: 저는 반대입니다. 실제로 있으면 힘들 것 같습니다. 소설 보는 내내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캐릭터가 재미있는 건 알겠는데, 종교 비하, 여성비하.... 염치도 없고. 마지막 사업도 말아먹고.... 사실 이야기도 하나도 없잖아요? 죠르바 인터뷰집인가... 전 아쉬웠습니다. 그나마 그 '오그레' 양반이 나았어요. 어정쩡한 모습이 아쉽긴 했어도 그나마 조르바의 균형을 맞추어 주는 것 같더라고요.

 

▷횽길동: 저를 사나이로 다시 태어나게 해 준 소설이었어요! 계속 여운이 남아요! 누군가 절'두목'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이제 이런 캐릭터만 보면 다 '조르바'가 생각날 것 같아요! 조르바! 지중해 사람들은 다 이렇게 간지 나나요? 뫼르소님?


두목, 돌과 비와 꽃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부르고 있는지도, 우리를 부르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듣지 못하는 것일 거예요. 두목 언제면 우리 귀가 뚫릴까요!


▷뫼르스: 간지는 날 수도 있고,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단지 조르바는 진실합니다. 그냥 그렇게 태어났을 뿐이죠. 태어난 대로 사는 겁니다. 하지만 누구나 진실하게 산다고 조르바처럼 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마음의 소리가 차분하면, 차분한 대로 살면 됩니다. 거칠어서 매력적인 것이 아니라 솔직해서 매력적인 겁니다. 그런 면에서 저도 같은 지중해 사람이지만 조르바와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데미얀: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고 예상은 했는데, 그 불호가 여성분이 아니었군요! 조금 조심스러웠는데 그래도 다행입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 나오는 조르바가 하는 말. 조르바의 캐릭터가 조금 익숙하지 않나요? 우리는 박웅현님의 책에서 많이 점하기도 했지만, 사실 다른 소설 곳곳에 숨어있어요. <연금술사>에만 봐도 낙타몰이꾼이 굉장히 비슷한 뉘앙스의 말들을 많이 하거든요. 이게 1940년대 소설이니까, 다른 작품들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겠어요? 충분히 가치는 있죠! 구체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 이야기해 볼까요?


▷보바뤼: 우선 제가 불편한 점이 하나도 없었던 건 아니에요. 젊은 과부가 마을 사람들한테 당하는 모습은 정말 끔찍했어요. 정말 어떠한 이유를 가져다 붙일 수 없는 결과. 그 결과에 남자, 여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동조헀다는게 어이가 없네요. 옛날에는 '미망인'이라고 과부를 멸시했다고 하긴 하는데, 이건 뭐. 

 

▷거츠비: 저도 그 장면은 끔찍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과부를 함부로 대하는 것이나, 조르바처럼 성적으로 함부로 대하는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과부들을 다 외로운 여자  취급하는 것이 좀 불편했습니다. 심지어 여자는 사람이 아니냐고 묻기까지 하죠. 여러 여자를 동시에 만나고, 결혼도 쉽게 쉽게 하고. 이와 마찬가지로 끝도 없는 종교에 대한 비난도. 이런 멘트 하나하나도 인상 깊은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두목, 나는 자유를 원하는 자만이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는 자유를 원하지 않아요. 그런데 여자도 인간일까요?  p.222


▷보바뤼: 그런 표현이 좀 거칠긴 하지만, 조르바는 여자 하나하나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여자로서 그게 느껴졌어요. 여러 명이라서 좀 그렇긴 하지만, 저도 충분히 공감해요. 그 순간순간의 환희..... 특히 부불리나의 마지막을 지킬 때 보면. 거지 같은 동네 사람들이 물건 훔쳐가려고 어슬렁 거리는데, 혼자 다 내쫓잖아요. 그리고 엄청 슬퍼하고. 그런 매력 또한 놓칠 수 없죠.


▷횽길동: 보바뤼님 역시 쿨하심. 우선 조르바가 오그레한테 '두목' 하면서 충성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그러면서도 간섭하지 말라고도 하고. 깍듯하면서 할 말 다 하는 모습. 요즘 그런 상하관계 쉽지 않잖아요? 갑과 을이 아닌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좋았어요. 요즘 같았으면 고용주가 아주 갑질을.......... 또 저는 그 장면, 조르바가 상남자로 나타나 젊은 과부를 구하려고 나섰을 때. 역으로 오그레는 좀 찌질해 보이긴 했지만 조르바는 멋있었어요. 결국 과부를 살리진 못했지만...



▷횽길동: 영혼과 육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 저도 생각 많이 하거든요. 우리는 정신적인 것을 육체적인 것보다 더 우월시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조르바의 말이 따끔한 게 기억에 남았어요. 배가 불러야 머리도 돌아가지! 사실 제가 배고픈걸 못 참는데, 배고프다고만 하면 짐승 취급해서 짜증 났었거든요....


육체에는 영혼이란 게 있습니다. 그걸 가엽게 여겨야지요. 두목, 육체에 먹을 걸 좀 줘요. 뭘 좀 먹이셔야지. 아시겠어요? 육체란 짐을 진 짐승과 같아요. 육체를 먹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길바닥에다 영혼을 팽개치고 말 거라고요. p.52

   

▷뫼르스: 저는 춤추는 모습. 그 모습이 일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면의 그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표출하는 그 모습! 실제 보지는 못했지만 그 화산에서 분출하는 용암 같은 뜨거움이 느껴졌습니다. 한 마리 짐승처럼!


 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오. 나머지는 모조리 허깨비들이오. 내가 죽으면 만사가 죽는 거요.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나락으로 떨어질 게요. p.82



▷데미얀: 다들 조르바 이야기만 하니까, 제가 오그레 이야기도 좀 해볼게요. 저는 오그레가 조르바를 너무 무한 신봉하는 것 같아서 불편했는데, 조르바의 영향으로 그 글이 더 술술 써지는 장면들이 있잖아요. 그게 인상 깊었어요. 조르바의 뜻을 무작정 따른다면, 종이 찟고 펜을 꺾어야 하는데, 마지막까지 책을 놓지는 않습니다. 조르바가 계속 구박해도 여유 있게 넘어가면서 마지막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죠. 자기만에 길을 찾는 거예요. 사실 아까 소설이 아니라 '조르바 인터뷰집'이냐 이런 말도 하셨는데, 겉은 그렇게 보여도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요. 조르바, 당신 덕택이에요. 나도 당신 방법을 채용해 볼까 합니다. 당신은 버찌를 잔뜩 먹어 버찌를 정복했으니 나는 책으로 책을 정복할 참이에요. 종이를 잔뜩 먹으면 언젠가는 구역질이 날 테지요. 종이를 잔뜩 먹으면 언젠가는 구역질이 날 테지요. 구역질이 나면 확 토해 버리고 영원히 손을 끊는 거지요.


▷횽길동: 아 맞아요. 남자들의 찐한 우정. 사실 오그레가 조르바한테 의지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별할 때는 조르바도 엄청 순한 양 같았어요. 얼마나 슬픈지 알 수 있었죠. 정말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게 느껴졌어요!


두목, 당신이 없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p.426

 

▷거츠비: 영화들 보셨나요? 이 소설이 1946년에 처음 나왔다고 하는데, 1964년에 흑백영화로 나왔습니다. 거기에 보면 '오그레' 굉장한 훈남으로 나오죠. 이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오그레가 조르바와 함께 추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은근 여운 있어요. 어떻게 보면 오그레가 가장 현명한 것 같아요. 취할 것은 취하고 지킬 것은 지키고.


▷횽길동: 오그레도 괜찮은 면이 있었어요. 특히 그 자신의 재산을 노동자들에게 나누어 주겠다는 부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인물이죠! 따뜻하게 노동자들을 대하고, 보살펴주고!


▷거츠비: 그런 면에선 조르바는 아주 가혹하죠. 노동자들 '버릇 나빠진다'는 투로 강하게 대하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생각나네요. 조르바가 돈이랑 권력이 더 있었으면 폭군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인간은  짐승이에요. 이 짐승을 사납게 대하면, 당신을 존경하고 두려워해요. 친절하게 대하면 눈이라도 뽑아 갈 거요.


▷뫼르스: 조르바는 돈과 권력이 더 있을 수 없는 남자입니다. 그런 걸 쌓아두지 않으니까요. 있는 대로 소진합니다. 조르바가 노동자들을 강하게 대하는 것도, 일을 '잘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다치지 않고 무사히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 공과 사를 구별한다는 느낌 정도로만 저는 받아들였네요.


▷보바뤼: 저는 조르바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어떤 중독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인상 깊었어요. 담배나 술이나 어떤 것에 중독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즐긴다고, 누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거기에 묶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 순간이 짜증 나긴 하지만 그걸 깨닫고 단숨에 끊어버리는 모습이 박력 있고 좋았어요. 좀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나도 술 실컷 먹고, 질릴 때까지 먹으면 술에 종속당하지 않을 날이 올까요? 하.


▷뫼르스: 조르바도 여자는 못 끊었죠. 아직. 그 나이 되도록. 쉽지 않은 것들이 각자 있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것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실 태어날 때부터 우리의 의지랑 상관이 없었어요. 살면서도 우리의 의지대로 하는 것이 많지 않아요. 사실. 다 어떤 이유에서, 어떤 이익에서 움직이곤 하죠. 조르바는 그것을 최소화하려는 건강한 몸짓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데미얀: 죽는  이야기하니까 생각났네요. 그 조르바가 어느 할아버지 이야기하면서 나온 이야기인데요. '영원히 살 것처럼 사는 것'과 '내일 죽을 것처럼 사는 것'. 말의 의미 자체도 뭔가 아리송하긴 하죠? 그래도 이런 부분을 생각해 보는 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책에서는 당연히 후자가 옳은 것처럼 조르바가 이야기했지만, 사실 그 할아버지도 자신의 신념이 있고, 우리도 우리만의 선택권이 있으니까. 이건 각자 생각해 보기로. 

 

  오냐, 나는 죽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란다. vs 저는 제가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살고 있군요 p.53

 

▷횽길동: 저도 그 장면이 계속 신기하긴 했는데 나름에 답을 찾았어요. 조르바가 계속 터키 놈들~ 욕하잖아요. 과거에 전쟁 이야기도 하고. 터키 하면 지금도 아시아인지, 유럽인지 갈팡질팡 하고 있는 나라잖아요. 예전 페르시아 때부터 그리스 잡아먹으려고  안달 나 있기도 했고. 그러면서 '헬레니즘'이란 동서양 섞인 문화도 생겼잖아요. 간다라 미술도 그렇고... 그런 배경을 다 담고 있는 것 같아요. 간다라 미술까지 나오면 또 '붓다'가 이해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보바뤼: 맞아. 그리스가 그런 곳이었지. 신들의 고향. 그 크레타 섬의  묘사들이 떠오르는 구만. 그런 곳은 어떤 종교나 사상, 인종 상관없이 모두 융합될 수 있을 것 같아. 


▷뫼르스: 좋은 말씀입니다. 조르바도 그런  말하잖아요. 그런 구분 다 필요 없다고. 터키 놈이고 그리스 놈 이고, 섬사람이고 육지사람이고, 남자고 여자고. 다 그냥 인간! 우리는 인간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거. 인간. 그런 면에서 크레타섬을 떠난 조르바가 또 다른 연하녀를 만나 결혼해서 사는 것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죠.


▷데미 얀: 다양한 이야기 많이 나왔네요. 누군가 작가가 그리스인이 아니었으면 노벨상 탔을 거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간다라 미술하니 고등학교 때 배웠던 세계사 내용이 조금씩 생각나는군요. 조르바의 독백과도 같아서 소설적인 구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구성보다 강한 것이 바로 캐릭터였죠. 등장인물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우선 조르바!


▷횽길동: 마초남! 상남자죠! 짐승남! 앞에는 상처가 많은데 뒤에는 상처가 없는 남자! 등을 보이지 않는 남자! 거침없는 남자. 캬!


새끼손가락 하나가 왜 없느냐고요? 질그릇을 만들자면 물레를 돌려야 하잖아요? 그런데 왼손 새끼손가락이 자꾸 거치적거리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내리쳐 잘라 버렸어요.


▷보바뤼: 저는 그거 눈물 흘릴 때. 정말 슬플 때 죽을 듯이 슬퍼하고, 즐거울 땐 날아갈 듯이 즐거워하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밥 먹을 땐 밥만 맛있게 먹는다는 그런 느깜? 뭔가에 몰입하는 느낌이 좋았네요. 저러니 여럿 여자들이 꼬이지.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뫼르스: 조르바가 강한 캐릭터 때문에 조금 걱정되는 것도 생겼네요. 실존주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조르바는 정말 '날것'같은 느낌이죠. 하지만 우리가 모두'날것'이라고 했을 때 그 모습은 다 다를 거예요. 타고난 기질, 내 영혼의 목소리는 다 다를 거예요. 근데 우리가 조르바처럼 팔딱팔딱 뛰지 않으면 다 죽은 거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이 조금 됩니다. 역으로 정말 차분한 사람이 억지로 활발한 척하는 것도 큰 괴로움입니다. 그런 사람은 '날것'이 정말 차분히 자신의 삶을 사는 거겠죠. 다른 사람 생각하지 않고. 결론적으로 자기만의 영혼의 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두목, 언젠가 내가 사람에게는 저 나름의 천당이 있다고 한 적이 있지요. 당신의 천당은 책이 잔뜩 쌓이고 잉크가 됫병으로 한 병 놓인 방일 지도 모르지요. (...) 내 천당은 이런 곳입니다. 벽에는 예쁜 옷이 걸려 있고, 비누 냄새가 나고 물렁물렁한 침대가 있고, 옆에는 암컷이 하나 누워 있는 향긋한 방 말입니다. p.219


▷거츠비: 뫼르스님 말에 공감합니다. 우리가 '인간 본연의 것'이라고 했을 때 너무 욕망에만 치우치지는 않았으면 해요. '식욕, 성욕, 수면욕' 다 중요하긴 하지만 모두가 다 활발하다는 보장은 없지 않습니까. 성욕이 원래 없을 수도 있는데! 성욕을 강조하는 경우. 얼마나 괴롭습니까. 장애인  취급받잖아요. 하지만 그럴 수 있다는 거죠! 제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데미얀: 좋은 말씀들입니다. 결국 '꼴리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인물이라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것이 '현재'라는 거죠. 과거나 미래를 담보하지 않은 '현재' + '하고 싶은 것'. 실제로 저렇게 거칠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우리 영혼의 소리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강한 자극이 필요할 것 같긴 해요! 다음은 '오그레'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뫼르스: 실존, 자유로 나아가는 헤겔의 정반합 과정으로 봤을 때, 중간쯤에 위치한 것 같습니다. '정 vs 반'이 격렬하게 부딪치고 있는 모습. 우리 인간의 나약하면서 사실적인 모습을 잘 다룬 인물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작가라고 할 수 있겠죠. 작가가 '조르바'를 만나서 쓴 이야기라면, 오그레가 '조르바'를 만나서 쓴 이야기니까. 


▷보바뤼: 책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는 캐릭터는 굉장히 좋았는데, 과부가 죽을 때 당당히 나서지 못했다는 데에서 크게 실망했어요. 사실 초식남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건데, 여기서는 좀 나약하게 나오잖아요? 자존감도 좀 부족한 거 같고...


▷거츠비: 저는 그게 겸손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천성이 겸손한 거죠, 그러니 돈이 있어도 뽐내지 않고, 조르바가 아닌 탄광 노동자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사실 겸손하다 보면 망설일 수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다 보니까. 그 조르바가 비난했던 '저울'이란 것이 좀 더 많은 이익을 취하기 위한 '저울'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한 것이라면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긍정적으로 보았습니다.


▷횽길동: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스타일이죠 사실. 생각이 많은 스타일이 피곤한 건 사실이잖아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우슨스스로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들 것 같긴 해요. 신경과민? 어느 정도 좀 풀어줄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그나마 조르바를 만나서 숨통을 좀 튼 게 아닐까요. 그렇게 보면 둘이 케미가 잘 맞네. 은근 유머감각도 있어요. 조르바랑 대화하는 거 보면. 장난도 잘 치고!


▷데미얀: 역시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군요. 사실 저도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책 좋아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굳어질까 봐 좀 걱정하긴 했어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조르바에 매달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멋지게 작별 인사하는 모습에서 괜한 걱정이었구나 싶었어요. 굳이 조르바랑 비교하자면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에 비유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어요. 뭐 50년 뒤 노후준비 이런 개념이 아닌, 앞으로의 나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 꿈? 이 정도는 간직하며 살만 하지 않을까요. 다음은 부불리나로 대표되는, 여성, 과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보바뤼: 여기서 '과부'란말이 굉장히 많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좀 거슬리긴 했어요. 그런데 역으로 그 억압되어 있는 과부들의 구세주로 조르바가 등장한 느낌? 어떻게 보면 제우스 같아요.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여럿 여자들 탐하는. 하튼 과부라고 좀 폄하해서 그렇지, 여성들도 욕망이 있잖아요? 그 욕망의 불씨를 다시 살려주기 위한 거라고 봤을 때는 '과부' '부불리나'의 캐릭터는 성공적이었던 것 같아요.


▷뫼르스: 저도 공감합니다. 사실 '부불리나'는 과거에 얽매여 사는 여자라고 볼 수 있었어요. 과거에 만났던 남자들과 그 영광스러운 대우들을 잊지 못하죠. 하지만 그 과거의 구렁텅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부불리나를 구해준 것이 바로 조르바입니다. 바로 과거에서 현재로 끌어다 놓은 거죠. 과거의 보물들을 팔아서, 장례 비용으로 쓰려고 했던 보물들을 팔아서 현재에 조르바에게 선물을 건네는 그 모습. 충분히 의미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거츠비: 그렇게도 볼 수 있군요. 그냥 단순 여성비하를 넘어서, 여성의 욕망을 살아있는 존재로 꺼내 준 거군요. 사실 남자가 성욕을 느끼듯, 여자도 느끼잖아요. 감추고 있을 뿐이고, '과부'라는 말 속에 많은 억눌림과 방탕함이 내포된 그 의미를 잘 드러낸 것 같기도 하네요. 근데 사실 시대는 어쩔 수 없나 봐요. 여성 자체에 대한 인식 자체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았어요. 아무리 포장하려고 해도 그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데서 불편함을 느끼는 '인권 감수성'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횽길동: 그 시대엔 어쩔 수 없나 봄. 나중엔 남자들이 그런 취급당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으니 난 지금부터 잘해야지....


▷보바뤼: 그러고 보니 하나 생각났다! 그 롤라라는 젊은 여자 꼬실 때, 돈만 있으면 다 꼬실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짜증 났어. 물론 나도 보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조르바의 대화는 너무 노골적이었어요. 된장녀 느낌... 난 여자인데도 역으로 덜 불편했네. 감수성이 떨어졌나... 그냥 무뎌진 건가... 


▷보바뤼: 그러고 보니 하나 생각났다! 그 롤라라는 젊은 여자 꼬실 때, 돈만 있으면 다 꼬실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짜증 났어. 물론 나도 보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조르바의 대화는 너무 노골적이었어요. 된장녀 느낌... 난 여자인데도 역으로 덜 불편했네. 감수성이 떨어졌나... 그냥 무뎌진 건가... 


▷데미얀: 여성 캐릭터가 그렇게 부각되진 않았지만, 작품 전체에 몇 가지 화두를 던져주긴 하죠. 그런 면에서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젊은 과부의 죽음 이후로 뭔가 작품의 느낌이 확 바뀌는 것 같기도 하구요. 마지막으로 나는 '조르바'와 '오그레' 중 어디에 가까운 지. 어떻게 현재를 살고 싶은지 이야기해 볼게요.


▷횽길동: 전 누가 뭐라고 해도 조르바처럼 한번 살아보고 싶어요. 현재는 뭐 사실 조르바에 조금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더욱 조르바 같아지고 싶어요. 한번 과감하게!


▷거츠비: 현재 조르바처럼 산다면...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보바뤼: 아니지! 역으로 생각하면 독특한 캐릭터라 더 인기 많을 수도 있어요. 아프리카  개인방송하면 캐릭터만으로 돈도 벌 수 있어. 말투도 웃기잖아! 돈 많은 여자 꼬셔도 되고! 스폰서 ~. 나는 지금이 조르바에 가까운 것 같아요. 뭐 본능에 충실하다는 면에서는. 하지만 그래서 역으로 오그레처럼 살아보고 싶어요. 좀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은 느낌? 


▷거츠비: 저는 지금도 조르바가 크게 이해는 되지 않습니다. 지금도 오그레이고, 앞으로도 오그레이고 싶습니다. 하지만 조르바의 마인드, 내 영혼에 귀기울이는 마인드는 적용해보고 싶어요. 저렇게 충동적으로는 말고, 체크리스트를 두고 하나하나 봉인해제 하듯이 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뫼르스: 굉장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조르바에 가깝지만, 이미지는 오그레에 가깝죠. 그래도 '꼴리는 대로 한다', 가식 없이 내면에 목소리만을 밖으로 내뱉는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조르바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앞으로도 이러한 삶의 자세는 유지할 것 같습니다, 아직은 주변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건조하게 살아갈 것 같네요. 


▷데미얀: 같은 지중해 사람이고... 똑같이 자유로움을 지향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이미지가 다르니 신기하네요. 저는 지금 오그레 싱크로율 99% 가보고자 합니다. 물론 지킬 것은 지키면서요. 오그레처럼.


 왜 '고전'인지 모르겠다는 분도 많고, 역시 '고전'이라고 하는 분도 많은 책이죠. 사실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야기의 틀은 많이 벗어나 있어요. 불편한 요소들도 많고. 하지만 카프카가 말했듯이 '책이 우리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 주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는 명실상부한 명작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얼어붙은 바다가 지금까지 너무 영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처음 이 책을 접하면 불편할 수도 있을 거예요. 기존의 삶의 가치관이 붕괴될 수 있으니까. 흠집 나니깐. 하지만 '책은 도끼다'라는 생각으로 그 흠집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더욱 많은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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