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을 입체적으로 읽는다는 것
이 책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을까?
많은 분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형태라고 할 수 있죠.
1권의 책을 선정해서 모두 함께 읽고 만나서 해당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지정도서는 기본 2주 이상의 기간을 주고 공지를 해야, 참가자들이 미리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장점+
이러한 모임의 장점으로는 우선 나의 선택을 벗어난 낯선 경험으로서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선정한 책을 의무적으로 읽는 과정 속에서 독서습관이 형성되고,
낯선 만남을 통해 인식의 지평을 넓혀나갈 수 있습니다.
토론 준비로 좀더 꼼꼼히 읽는 긍정적인 부담감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책(텍스트)를 공유함으로써 깊이 있는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공유한 맥락 속에는 추가 설명이 필요없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고,
이를 통해 집중도 높은 주제를 다룰 수 있습니다.
물론 같은 텍스트지만 서로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기본으로 합니다.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는 다양한 시각이 담겨 있는데,
이를 통해 책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론%
이렇게 하나의 책을 읽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독자반응이론’을 전제로 합니다.
독서의 과정에서 독자의 반응에 초점을 두면, 새로운 의미들이 생성된다는 것입니다.
해석학, 현상학의 사조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으로,
책을 열린 텍스트로 보고 독자가 작품의 빈틈을 메우는 것에 가치를 부여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텍스트를 보는 다양한 시각을 존중할 수 있는 것이죠.
‘창조적 오독’이라는 말이 이 의미를 잘 대변해줍니다.
우리가 기존에 생각한 ‘오독’, 잘못 이해한 것을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창조적인 활동으로 의미부여한 것이죠.
-단점-
하지만 이러한 의미 자체가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을 안겨준 책이,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고 힘든 경험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정된 도서를 의무적으로 읽는 행위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책을 읽은 후에 불만족과 더불어 불편함을 느끼고 독서토론에 참여하지 않는 역효과가 생기기도 합니다.
또한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책을 읽는 것이 긍정적인 부담감이 될지 압박이 될지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완독에 대한 압박으로 책을 급하게 대충 읽게 되거나, 심하면 참여하지 않기도 합니다.
@사회자의 역할@
이런 모임에서 사회자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도서 선정을 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사회자(운영자)가 선정하는 경우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서토론에서는 책도 중요하지만 토론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선정된 책을 읽고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나눌 것인지 준비해야 합니다.
지정된 텍스트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할 수 있고,
많은 분들이 발제문의 형태로 다양한 내용을 구성합니다.
작가 소개 / 시대적 배경과 같은 작품에 대한 정보부터 대화를 열어줄 질문들,
나아가 여러 가지 독후활동을 함께하기도 준비하기도 합니다.
우선 가장 중요하고, 힘들어하는 것이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다양한 발제법은 따로 다루겠습니다만 우선 상위 전제인 컨셉을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회자가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을 넘어, 다같이 이야기 나눌 담론에 대한 고민, 그리고 패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백을 얼마나 열어둘 것인지, 몇 명이서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등등.
미리 생각한 만큼 진행도 자연스럽게 됩니다.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자료를 준비할수록 좋습니다.
줄거리 요약부터 내용 이해에 관한 질문 하나하나, 차근차근 진행해야 합니다.
맥락을 놓치고 참여하지 못하거나, 주제와 상관 없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으니 관심 갖고 지켜보아야 합니다.
성인들도 조금 어렵거나 두꺼운 책은 함께 내용 파악을 먼저 한 후 토론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책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충돌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사회자는 이런 부분을 지혜롭게 조율해야 합니다.
충돌을 피하는 것만이 좋은 행위는 결코 아닙니다.
그러한 충돌 속에서 서로 이해하고 조화롭게 나아가는 방향이
독서토론을 더욱 탄탄하고 의미있게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결론과 교훈을 이끌어내려고 하기보다
균형을 맞춘다고 생각하고 거리를 살짝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자의 말에는 일반 패널보다 힘이 실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염두해야 합니다.
$변화$
지정도서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다양한 방법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단편집을 활용해서 짧은 단편을 다루는 것.
심지어는 모인 자리에서 함께 책을 읽고 바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림책과 같은 경우는 그 자리에서 함께, 또는 돌려서 읽을 수도 있죠.
또 시리즈는 한 권씩 나누어서, 두꺼운 책은 한 챕터씩 나누어서 읽고 만나며
완독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도 합니다.
작품에 대한 다큐나 영화가 있으면 그것으로 대체하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