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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Feb 10. 2020

[수업설계] 독서토론 수업,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방법

독서토론, 수업에서 더욱 빛나기

독서토론지도사 과정에서 과제를 크게 3가지로 제공합니다. 입체적 질문 만들기 – 기획안 작성하기 1p – 운영안 작성하기 3p입니다. 각 과제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입체적 질문 만들기

우선 입체적 질문 만들기는 작품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분량제한 없이 내용을찾고 질문을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작가/배경/작품/독자의 4가지 영역을 중점적으로 했지만 작품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 가능합니다. 작품마다, 사람마다 영역별 비중의 폭도 다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애매한 영역을 칸막이하는 이유는, 발제하는 사회자로서 폭넓은 시야를 갖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질문 만들기에 부담이 없는 사람들도 자신의 관심도에 쏠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자신이 ‘꽂힌’ 부분에 대한 질문이 많은 것이죠. 이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은 다른 부분에 꽂힐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누군가는 작가의 삶에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누군가는 시대적 배경에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작품을 파고들며 읽는 사람이 있고,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몰입하여 읽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 중에 누가 함께할지 모르기 때문에, 사회자는 넓은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진행 중 반응도 자연스러워지죠.

그래도 독서토론이니 책이 중심이 아니냐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핵심 찾기’, ‘작가의 메시지 찾기’에 혈안이 되고, 다양한 자료를 찾아 작품이 주는 가치와 ‘답’을 찾아 나섭니다. 물론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것이 최우선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것만을 강조했다가는 패널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지 못합니다.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답’으로 했을 때, ‘오답’에 대한 두려움이 때문에 입을 다물 수 있죠. 나이가 들수록 자신만의 생각이 싹트기 때문에 그런 격차는 더욱 커집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꽂히지 않았더라도, 그 영역에 꽂힌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고민해보는 것이죠. 책 한 권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관심 각도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독자 영역은 술술 나오는데, 배경 영역은 무슨 질문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작가에 대해 궁금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조사하다보니 재미있네요.”, “작품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충분한데, 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부끄럽네요.” 등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특화된 영역을 갖고 있고, 그러한 렌즈로 책을 읽었던 분들에게는 다른 렌즈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각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런 것이 왜 궁금하죠? 중요하지 않은데”라는 인식이 스물스물 기어나옵니다. 자신의 입장에선 의미 없는 샛길과 같이 보일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학생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그 의견을 묵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학생 입장에서는 소중한 질문일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러한 인식의 폭을 확장시켜줄 좋은 기회가 독서토론이었으면 합니다.



기획안 작성하기


기획은 목적을 두고, 주제에 대해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이란 의미입니다. 이것이 입체적 질문 만들기와 형식적으로 다른 점은 정해진 분량입니다. 한 페이지 양식에 맞추어 작성하는 것입니다. 실제 토론이 2시간~3시간, 5~10명 정도로 제약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많은 질문을 만들고, 활동을 계획해도 정해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그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정말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형식에 맞추는 것도 하나의 훈련으로 생각합니다. 많을수록 좋은 것인줄 아는 분에게는 ‘과유불급’ 이야기를 꼭 합니다. 즉시성을 중요하는 대화와 토론에서는 오히려 여백을 활용하는 것이 더 큰 장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차이점은 ‘목표’입니다. 이 독서토론 시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생각하는 것입니다. 책에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주제에 관련된 것일 수도 있지만 미리 방향을 정하는 것이 진행에 큰 도움이 됩니다. 다양한 질문 중에서 우선 순위를 정할 때,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삼천포로 빠지지 않고 돌아올 때, 든든한 기준이 됩니다. 실제로 목표를 전부 달성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미리 ‘기획’하는 것만으로 체계적인 토론을 이끌 수 있습니다.


운영안 만들기


마지막으로 양식은 시간의 흐름에 맞게, ‘도입’, ‘본론’, ‘마무리’로 쪼개어 구성하여 머릿속에 상황을 그려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작과 끝만 정해도 많은 것들이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독서모임도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간 내에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어떻게 분위기를 부드럽게 조성할지, 어떠한 내용으로 토론할 것이며, 매듭은 어떻게 지을지 등을 생각하며 기획안을 구성합니다. 도입 때는 분위기를 풀어주는 가벼운 질문과 활동이 적절합니다. 


마음의 준비도 안 되었는데, 깊은 질문이 들어오면 말문이 턱 막히곤 합니다. 본론 때는 목표를 기준으로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합니다. 이 시간에는 목표를 기준으로 한 우선 순위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너무 흩어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마지막에는 과도한 여운이 남지 않도록, 매듭을 지어주는 기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함께 사진찍기, 준비한 멘트로 마무리하기, 평점 주기 등 다같이 끝내는 기분을 가질 수 있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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