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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Feb 08. 2016

[4D 책리뷰]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가상 독서모임을 통한 입체적 도서 리뷰

사실 반 + MSG 반


<초간단 줄거리>

주인공: 앨리스, 에릭, 수지, 필립

 주인공 앨리스는 파티에 갔다가 우연히 에릭을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에릭과 사귀는 도중, 취향이 비슷한 전시회에 친구 수지가 소개시켜준 필립과함께 갑니다.

 앨리스는 필립과 썸을 좀 탔지만 정리합니다.

 앨리스는 에릭과 헤어집니다.

 시간이 지난 뒤 앨리스는 필립을 우연히 만나고 다시 뭔가 시작할 듯합니다.


※ 참여인원:

- 데미얀 ('데미안'의 그 데미안의 후손 / 선과 악,두 신을 섬기는 균형 잡힌 사회, 20's 후)

- 횽길동 ('홍길동전'의 그 홍길동의 후손 / 또 다른 율도국을 꿈꾸는 밑바닥 혁명가, 20's 초)

- 보바뤼 ('마담 보바리'의 그 보바리의 후손 / 아름다움을 위해선 영혼도 파는 아티스트, 30's 초)

- 거츠비 ('위대한개츠비'의 그 개츠비의 후손 / 무엇이든 이루고 마는 욕망가득 허세남, 30's 중)

- 죠르바 ('그리스인조르바'의 그 조르바의 후손 / 짐승 같은 본능을 유지하는자연인, 40's 중)


※장소: 보통 씨의 인생학교

※시간: 24시간이 모자라.

※도서: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보통)


●데미얀: 반갑습니다 ~ 이번 책은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입니다.보통 씨의 사랑 3부작 중에 하나인데요. 사실보통 씨 책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애매하긴 합니다. 줄거리가 특별히 있진 않죠. 하지만 그 별거 없는 줄거리 안에서 보통 씨의 통찰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전체적인 감상 이야기해 볼까요?


○보바뤼:  ‘사랑’ 그 자체를 다루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은 제 전부니까요. 하지만 특히 이건 여자입장에서 쓴 이야기잖아요? 굉장히 공감 많이했어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남자 입장이라좀 답답한 것도 있었는데, 이건 여자 이야기라 저는 더 공감 많이 갔어요.


○죠르바: 이 아가씨 무슨 생각이 이리 많아!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 아주. 이런 여자 아주 질색이란 말이지. 그냥 몸이 가는 대로 행동하면 되는 거지, 하나하나 생각하니까 이렇게피곤한 거 아냐. 진도가 안 나가니까 잘 읽히지도 않고 어려웠단 말이지 괜히. 이상한 사람들 이름만 엄청 나오고, 자기 이야기나 하면 되지 말이야. 철학서야, 심리학서야 뭐야!


○거츠비: 보통 씨는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그는 정말 많은 주제를자신만의 스타일로 쓰곤 하죠. <젋은 베르테르의 기쁨>,<불안>, <여행의 기술>,<일의 기쁨과 슬픔> 등등. 많은책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주제로 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사랑또한 굉장히 보통 씨 스타일로 썼더라 구요. 디테일에 깊이를 담은… 저는이 스타일에 익숙해서 좋았습니다. 주제만 바뀌지 형식은 다 비슷하니까요. 그래도 사랑은 더욱 공감이 많이 가는 면이 있었습니다. 이번은 여자의마음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봤습니다. 더 일찍 이 책을 만났다면… 그런실수들을 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오 데이지!


○횽길동: 아 여기 여자 주인공이 일반적인 여자임? 그럼 큰일인데… 일찍 봐서 다행이네요. 그래도. 정말여자가 어렵다는 걸 느낀 책이었어요. 아직 이런 사랑을 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깊이 공감하지는 못했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봤네요. 근데 배경지식이 없어서 좀 힘들었어요. 다 찾으면서 읽기도 그렇고, 농담한 거 같은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중간중간 그림이랑 비유들 아니었으면 더 어려웠겠어요.


○데미얀: 맞아요. 이 작가의 책은 정말 아는 만큼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저도 두 번째 보는 건데,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던 많은 위트와 통찰을이번엔 느낄 수 있었어요. 그 몇 년 사이 봤던 책들이 도움이 되었거든요. 그걸 느끼고 보니, 얼마나 더 많은 위트와 통찰이 숨겨져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자꾸자꾸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네요. 전.ㅎㅎ 근데 몰라도 넘기면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주제 자체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주제잖아요? 구체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 이야기해볼까요?


○보바뤼: 뭐니뭐니해도, 마담 보바리께서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 등의 사상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장면이지! 실재의 본질은 사랑이라고!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마담 보바리께서는그 본질을 향해 달려든 불나방 같은 존재셨지. 암. 보통씨의 통찰력에 다시 한번 놀라는 순간이었지!


○죠르바: 그런 게 마음에 안 든단 말이야! <마담 보바리> 안 읽어봤는데, 자꾸 보바리보바리 하니까 답답해서 원. 그거 말고도 워홀이고 플라톤이고 오스카 와일드고, 인용한 사람과말들이 많아서 괜히 혼란스러웠구먼. 그나마 마음의 드는 건 그 수지라는 앨리스의 친구가 나오는 부분이었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매력을 찾아서 그걸 사랑하는 것! 다른사람이 어떻게 보든 뭐가 중요한가.

 타인의 도움 없이도 좋고 싫은것을 분별할 줄 아는 수지


○거츠비: 저는 이런 스타일 좋아하는데… 한 책을 읽고도 정말 여러 책을 읽은듯한 풍성함을 느낄 수 있지 않습니까. 작가가 철학자라서 그래요. 이해하세요. 아는 게 많아야 이렇게 쓸 수 있는 거지.. 저는 그 워홀의 작품과사랑을 비교한 부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하나의 대상을 예술작품으로 만드느냐, 그냥 물건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은 우리들 몫인 것 같아요.

 워홀이 물감으로 한 일과, 오랫동안 있는 줄도 몰랐던, 코나 손의 점들을 애인이 칭찬해주는일은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게 사소한 것에 감탄하는것은 수프 통조림이 벽에 전시되는 일만큼이나 우스꽝스럽지만, 그런 사소함이 더 크고 중요한 전체, 이를테면 온전한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의 일부이기에 찬탄받을 만한 것이다. P.30


○보바뤼: 맞아요. 여자들은 그런 작은 것에 감동받는 다니깐요. 그 사소함. 캬. 황동규시인의 <즐거운 편지> 중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내 그대를 사랑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맬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횽길동: 캬. 교과서에서 배웠던 시인데. 오랜만이네요. 저는 아직 실전경험이 부족해서 그런지, 관계의 측면에서 많은 생각이들었어요. 그 어떤 관계에서도 성립되는 건데요. 뾰루지에비유한 부분. 뾰루지 나면 짜야 할지, 냅둬야 할지 고민많이 하잖아요. 그건 누구나 하는 고민인데.. 그 이후에뾰루지가 터지지도 않고 뭔가 애매하게 부풀어있다가 안으로 터지면! 엄청 짜증나잖아요. 점 되거나 흉터 남거나 뭐 그런… 그래서 차라리 자발적이든 타의적이든터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묵혀두고 있는다고 좋은게 아니다 ~ 이런 생각? 정말 비유가 탁월했던 것 같아요.


뾰루지가 솟구치려 하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뾰루지가 밖으로 터지지 않고 안으로터져서, 며칠 후에 사라졌다가 미래를 위협하면 그게 더 문제였다. P.111


○거츠비: 관계하니까 생각나는데, 그 (A)여자-(B)욕망-(C)남자로 나누어 설명했던 부분도 좋았어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사랑이라는 욕망, 그 감정을 사랑하는 경우는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저도 아픈 경험이있지만, 그럼 정말 혼란스럽습니다. 이 여자를 좋아하는 건지, 이 여자가 넘어오지 않아서 더 애타는 건지, 아니면 이 설레는 감정자체를 즐기는 건지 말이죠. 정말 대상을 그 대상 자체로 사랑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밀당 같은 게 존재하나 봐요. 그 사이에 다른 것이 존재하니까…. 부인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데미얀: 저는 그 계단형과 빨래 건조기형. 와 정말 기가 막힌 비유라고 생각해요. 좀 오바하면 헤겔의 변증법과 니체의 영원회귀를 그렇게 구분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근데 이 책, 특히 앨리스의 과거 남자들을 보면서 저는 계단형, ‘사랑의 변증법’이 인상깊었어요.사실 나한테 맞는 유형의 사람만 만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 속에서 또 단점이 생기고그 단점을 메우기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나고.. (정)-(반)-(합)의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통찰을 얻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제 이상형, 지난 만났던 사람들은 다 비슷한 거 같았는데, 좀 다르게 흐르는것 같기도 했고요.


○죠르바: 뭔 소리야… 그냥 그때그때 예쁜 사람 만나는 거지! 옛날 애인은 잊어 버리라구!

난 그파블로프의 개? 아주 그거 보니까 내 생각 나더구먼. 사람들이나한테 그러더라고. 반응을 예측할 수가 없다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나 뭐라나. 나는 그게 칭찬이라고 생각했단 말이지. 근데 이 책에서는 그것 때문에 상대방이 미치는 것처럼 나오 더만. 또생각해보면 그럴 것 같기도 하더라고. 근데 내가 로봇도 아니고 똑 같은 자극에 똑같이 반응하길 바라는게 더 웃기지 않냔 말이지?

그런데 아무리 이성을 찾고 성숙해지려 노력해도, 나는 조금씩 미쳐가,,,,,


●데미얀: 정말 주옥 같은 비유들이 많았던 책이죠. 우리가 모두 겪는, 흔하다고 생각하는 ‘사랑’이라는감정을 오히려 다른 것들에 비유하면서 새롭게 와 닿도록 하는 것 같았어요. 이번엔 등장인물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앨리스, 에릭, 수지, 필립. 넷 정도 이야기가 나오겠군요. 앨리스와 수지 먼저?


○죠르바: 아까도 말했지만, 수지가 짱이야.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랑을 바라보는 그녀. 매력 넘치지 않나? 그에 비해 앨리스는 너무 나약하단 말이지. 그러니까 우유부단 해 보이고 말이야.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앨리스가수지가 되어가는 성장 소설로 봤다고.


○횽길동: 저는 막상 그래도 수지 같은 여자 만나면 무서울 것 같아요… 학생회장선배 같은 느낌… 너무 기가 센 느낌… 제가 잡아 먹힐 것같아요.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전 차라리 앨리스를 고르겠어요.여자여자한 느낌이 있어야 연애하는 것 같죠!


○거츠비: 제가 경험해 봐서 아는데 말입니다. 변덕스러운 여자는 정말 답이없습니다. 있을 때는 정말 사랑하는 것처럼 살랑살랑거리더니, 안보이면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요! 갑자기 안 나타나기도 하고… 굉장히피곤한 스타일입니다. 앨리스는 특히 자존감이 굉장히 낮아 보여요. 이런여성분은 대하기 굉장히 피곤하더라고요.


○보바뤼: 이 사람들 보시오. 이게 여자입니다. 수지가 굳세어 보여도 수지도 계속 보면 변덕스러운 면이 있을 거예요. 날씨만바뀌어도 기분이 바뀌는 게 여자입니다. 감성적인 동물이라고요. 근데그런 여리여리한 동물이 에릭같이 건조한 놈을 만나니까 더 자존감이 낮아지는 거죠. 에릭의 탓도 있어요.

타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폭이 우리 세계의 폭이 된다. 우리는 상대가 인식하는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우리의 농담을 이해하면 우리는 재미난 사람이 되고, 그들의 지성에 의해 우리는 지성 있는 사람이 된다.


○죠르바: 근데 에릭은 좀 그렇다고 해도, 필립이 잘 해주니까 오히려 더 세게나오지 않나? 그런 게 진짜 변덕스러운 거지! 강한 자 앞에서약하고, 약한 자 앞에서 강한 건 더욱 비겁한 거 아닌가? 필립이얼마나 헷갈렸겠어! 내가 다 속이 아프구먼!


○횽길동: 아 그건 제가 알 것 같아요. 꼭 사람이 나빠서 그렇다기보다, 인간의 본성인 것 같아요. 잘해주는 사람한테 좀 편하게? 함부로? 대하는 거. 제가엄마한테 좀 그렇거든요… 그게 다 좋아서, 편해서 그런 것같아요. 막상 양다리는 아니잖아요, 필립과 진지하게 만난건 에릭과 끝나고 였으니까!


데미얀: 간단히 정리하면, 앨리스는 조금 여리고 변덕스러운 여자라고 이야기나온 것 같아요. 근데 이 앨리스가 지금까지 만났던 남자들을 보면, 다달라요. 그에 따른 앨리스의 위치도 함께 달라지겠죠? 즉. 카멜레온 같은 여자라고 해야 하나…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우리가 주로 본 앨리스는 에릭과 함께 한 앨리스, 라고 해야겠죠. 필립과 함께 한 앨리스는 또 다른 모습을 띨 것 같아요. 이번엔정말 수지 같은 스타일로 변신할 지도 모르겠군요.


그녀가 사랑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곁에 있는 게 아니라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P.180

데미얀: 이제 에릭과 필립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거츠비: 앨리스가 카멜레온이라고 하면, 에릭도 카멜레온일까요? 저는 에릭은 한결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에릭이 몹쓸 놈처럼 나오지만, 에릭은 한결 같은 남자이지 앨리스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릭도 앨리스 처럼 전 여자친구들을 표로 만든다면, 에릭은 자신의 스타일 그대로 다양한 여자를 만났을것 같군요.


○보바뤼: 전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마지막에 앨리스가 떠날 때 에릭의 모습은기존의 에릭과는 다른 모습이었어요. 더 감성적이고 작아진 모습이랄까.에릭도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에릭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게 더 불행할 것 같네요. 감정적인 벌거숭이? 그게 더 불쌍한 거 같아요. 세 보이지만 사실 허황된 느낌? 좀더 일찍 감정을 드러내지! 남자들은 꼭 뒤늦게 후회한다니까.


흔히 아픔과고민이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한다. 예컨대 우리는 탁자 다리에 발가락을 찧으면 비로소 발가락이 있다는사실을 깨닫는다. 발가락이든 더 큰일이든 문제가 생기거나 아플 때에만 따로 생각하게 된다.

○횽길동: 좀 찔리긴 하는데. 야망 있는 남자들은 에릭 같은 특징을 많이 가지고있는 것 같음. 사랑영속성? 그것을 갖고, 좀더 다른 일에 투자할 수 있는 거죠. 그래도 에릭이 바람피거나하진 않잖아요? 앨리스가 좀 외로워하긴 해도… 옛말에 ‘입신양명’이란 것도 있듯이. 좀이해가 되기도 했어요. 에릭의 건조함이나 가부장적인 모습이…


○죠르바: 같은 남자지만 아주 등신이지.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 사랑하면 사랑한다! 말을 제대로 못하나 그거. 꼭 장난 섞어서 돌려 말해야 하는 족속들 아주 답답하다니깐. 차여도싸, 에릭이란 놈은. 사랑을 떠나서 인격적으로 고쳐야 할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바이오!


○데미얀: 그럼 에릭보다는 필립이 더 바람직한 남성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부드럽고자상한 남자?


○보바뤼: 그건 또 다른 문제인데 말이지. 아까 길동 님이 수지가 부담스럽다고했었죠? 그것과 마찬가지로,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바람직해보이는 것과 매력도가 일치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걸 나쁜 남자의 매력이라고도 하는데. 꼭 나쁜 남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매력이 끌리는 사람이 다르니깐… 사실난 둘 중에 고르라면 그래도 에릭을 고르겠어요. 난 믿고 따르는 스타일을 좋아하거든. 신비로운 맛이 있어야 돼. 남자는.사랑은 판타지란 말이지! 일일드라마가 아냐! 그래서이 꼴이지만….

읽기 힘든 책일수록 더 진리에 가깝다.P.190


○거츠비: 여자들이 저렇단 말입니다. 잘해주면 오히려 도망간단 말이죠. 하. 어렵습니다. 여기서분명 에릭은 감정적으로 미성숙한 인간으로 묘사됩니다. 물론 잘생기고 능력 있어 보이는, 매력적인 껍데기를 가지고 있지만 조금만 대화를 나누어 봐도 알죠. 하지만그 ‘앎’을 ‘믿음’으로 묵살시키는 거예요. 얼마나 어리석은지. 그런 면에서 저는 필립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사랑이란 일부분은 빚을 지는 것이고,누군가에게 뭔가를 빚지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견디고, 상대를 믿고 언제 어떻게 빚을 갚도록명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주는 일이다.
 너무 급하게 빚을 갚고 그대로잊어버리는 바람에, 그 남자는 그녀와 똑같은 감정의 성숙을 실현하지 못했다.


○보바뤼: 남자도 마찬가지 거든요… 맨날 꽃뱀들한테 휘둘리면서… 피장파장이에요. 필립은 뭐 필립만의 따뜻한 매력이 있죠. 대화가 잘 통하고 소소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일일드라마’. 그것을 찾는 사람에게 어필하면 되죠. 뭐. 모두의 마음에 들 필요는 없잖아요? 하지만 저는 필립이 ‘영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것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앨리스 전에 엄청 예쁜 여자 만났는데, 영혼이 통하지 않아서 헤어졌다고하잖아요. 내면을 볼 줄 아는 남자라 이거죠!


○횽길동: 이런 두 캐릭터를 통해서 스스로의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물론 여기서는 앨리스의 입장이니까 앨리스가 외로움을 느꼈고, 에릭을부정적으로 묘사했던 것 같아요. 근데 ‘사랑의 영속성’ 부분에서 보면 사랑의 영속성이 충만한 에릭이 더 성숙해 보이지 않나요? 물론그렇게 믿었다가 앨리스가 필립을 만나 떠날 구실을 주긴 했지만… 만약2탄이 나와서 앨리스와 필립의 연애가 나오면 또 필립의 단점이 불쑥불쑥 나올 거예요! 다정하지만게으르다거나… 돈을 못 번다거나 뭐 그런…? ㅋㅋ


●데미얀: ‘사랑의 영속성’이라는 부분. 캬. 정말 탁월한 비유 같았어요. 교육학에서 ‘대상 영속성’일안 것을 배운 적이 있는데, 그때는 그냥 ‘까꿍’ 정도로만기억하고 있었거든요. 완전 애기들은 눈 앞에서 사라지면 정말 세상에서 없어져 버린 줄 안다고요. 하지만 조금 더 크면, 더 이상 속지 않고 어디 있는 지 찾아내죠. 이걸 기가 막히게 사랑에 비유하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저기쯤에있을 거라고 감을 잡으면, 그렇게 불안해 하지 않거든요? 사랑의영속성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바람 필 것 같고, 무슨 사고칠 것 같고 그렇게불안해 하는 거죠. 굉장히 미성숙한 사랑이 아닐까, 라는생각도 했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성숙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횽길동: 저는 앨리스와 에릭이 처음에 서로 약속했던 그 관계 있잖아요. 독립적인공간을 지켜주는 사랑. 그 관계가 성숙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앨리스도처음에는 알고 있었어요. 자신도. 그걸 어겨서 그렇지…. 하튼 지속적으로 서로의 공간을 유지해주는 그런 사랑이 성숙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요.


○보바뤼: 길동 님이 아직 어려서 그래요… 그걸 머리로 아는 것과 진짜 지키는것은 정말 다른 문제죠. 저는 에릭 같은 매력남에게 끌리면서도, 앨리스의사랑 방식 또한 이해해요.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 기둥 그림 기억 나나요? 그게 정말 예술이죠. 사랑에 빠진 여자는 사랑이라는 기둥 하나로 버티고 살게 되어 있답니다. 그래서굳이 성숙한 사랑을 이야기 한다면, 저는 불타오르는 사랑, 하나의기둥만으로 버티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신경쓰기보다 나의 감정에올곧이 충실한 사랑을 하고 싶어요!


○거츠비: 간단히 비유하면 분산투자와 올인투자라고 할 수 있겠죠. 꼭 여자만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하나의 기둥으로 살아가던 때가 있었습니다. 기둥이 여러 가지인 것 같이 보이지만 결국 사랑이라는 큰 기둥 안에 있는 잔기둥에 불과했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고 명성을 얻는 것도 모두 그녀 근처로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배신을 한번 당한 뒤 그게 다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너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옛말에 왜 “한 바구니에 달걀을 모두 담지 말라”고 하는지 알았습니다. 데미지가 너무 크거든요. 저는 다시 사랑을 한다면 분산투자를 하고 싶습니다. 오래 가는 사랑이 성숙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죠르바: 뭔 소리야! 오래 가는 게 왜 성숙한 사랑이야! 오래가면 서로 지겹다고! 세상에 아름다운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한여자만 보냐고. 답답한 소리 하고 있구먼. 내 눈앞에 사랑이있으면 온 힘을 다해서 사랑해야지. 뭐 천년만년 살 줄 알아? 있는거 다 줘. 그리고 떠나면 아파해. 그리고 상처가 나으면다시 사랑하고! 그럼 되는 거지 뭐. 후회 없는 사랑이 가장좋은 거라고. 들고 있는 저울을 치워버려! 두목, 저 어리석은 종자한테 한마디 해주쇼.


○데미얀: 성숙한 사랑이 무엇이냐고 생각하느냐, 이건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다르고 살면서 또 수시로 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제 가치관으로는 성숙한 사랑이란 ‘편하고 아늑한’ 사랑이에요. 근데인생에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분산투자 개념으로 오래 편안하게 가고 싶습니다. 사랑에는 스릴 넘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스릴은 다른 데서찾으면 되니까. 아까 말했듯이, 사랑의 영속성을 갖고 서로의공간을 존중해주는 사랑을 하고 싶네요. 가장 위험한


○죠르바: 아직 사람 덜 됐구만. 젠장알. 그많은 책 다 읽어서 뭣하나. 불꽃 같은 여자 한번 만나 봐야지 아주. 흥.


○데미얀: 여기서는 여자인 앨리스의 입장이긴 하지만 다양한 사랑의 패턴(?)을볼 수 있었습니다. 사랑에 정답은 없죠. 각자의 사랑 방식이있으니까요. 선택지의 폭이 넓지는 않지만 여기서 충분히 공감하고 또 학습하고 의문을 던질 수 있었던것 같아요. 책을 통해 이런 대리경험을 하는 건 정말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랑’ 책에서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반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고, 자신의 가치관이 바뀌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감정의벌거숭이는 되지 맙시다. 우리!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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