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독서모임을 통한 입체적 도서 리뷰
사실 반 + MSG 반
<초간단 줄거리>
→ 과잉긍정이 성과사회를 부르고 이는 우리에게 자기착취를 통한 우울증과 부정적 피로를 가져온다.
→ 빈틈, 심심함, 사색을 해야 한다. 이러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치유적 피로가 필요하다. 푹~ 쉬고 재충전 할 수 있는 치유적 피로를 지향하자!
※ 참여인원:
- 데미얀 ('데미안'의 그 데미안의 후손 / 선과 악,두 신을 섬기는 균형 잡힌 사회, 20's 중)
- 횽길동 ('홍길동전'의 그 홍길동의 후손 / 또 다른 율도국을 꿈꾸는 밑바닥 혁명가, 20's 초)
- 보바뤼 ('마담보바리'의 그 보바리의 후손 / 아름다움을 위해선 영혼도파는 아티스트, 30's 초)
- 거츠비 ('위대한개츠비'의 그 개츠비의 후손 / 무엇이든 이루고 마는 욕망가득 허세나, 30's 중)
- 죠르바 ('그리스인조르바'의 그 조르바의 후손 / 짐승 같은 본능을 유지하는자연인, 40's 중)
※장소: 피로사회
※시간: 24시간이 모자라.
※도서: 피로사회 (한병철)
●데미얀: 반갑습니다 ~ 이번은 한병철 교수님의 <피로사회>로 이야기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집처럼 심플하고 깔끔한 표지인데, 내용은 또 다른 무게감이 있는책이죠. 이 작가님은 이 책 말고도 이런 느낌의 <투명사회>, <심리정치>, <에로스의 종말> 등을 내셨습니다. 한결같이 이런 느낌으로... 여러분들은 어땠는지, 전체적인 감상 들어볼까요?
○보바뤼: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불친절했어요... 예라도 좀 들어주던가... 보라색 좋아해서 기쁜 마음으로 샀는데, 읽긴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구요..
○횽길동: 저도 처음에는 난해하다 ~ 싶었는데,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느끼고 나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가더라고요. 여러학자의 이야기를 빌려오고 하다 보니 복잡하고 어렵긴 했는데, 하고자 하는 말을 알고 나니 하나의 맥락으로잘 정리 되어 있더라고요!
○거츠비: 저는 쉽게 읽혔습니다. 구구절절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 것보다 하고자하는 말이 명확해서 좋았어요. 사회학이나 심리학에 조금만 관심 있으면 읽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을 거같습니다. 다만 용어들이 우리가 쓰는 용어랑 개념이 조금 다른 것들이 있어서, 용어를 먼저 정리하고 보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은 좀 했습니다.
○죠르바: 나는 읽다가 그냥 덮었어..... 설명 좀 해줘... 누가....
내가 <이기적 유전자>는 어려운 내용이라도 그럭저럭 재미있게읽었다구. 새들이랑 곤충들, 동물들로 예시를 들어 설명해주니까 개념이 어려워도 이해는 됐단 말이지. 근데 이건 뭐 툭 던지고 그만이야. 에라이!
●데미얀: 네. 정말 호불호가 갈리죠. 사실어렵다~ 쉽다는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각자 배경지식이 다르니까요. 근데 친절한 책은 아닌 것 같아요. 그 불친절함이 츤데레 같은 매력을뿜어낼 수도 있는 거고, 독자들 등을 돌리게 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워낙 단편적으로 쪼개져 있기 때문에 줄거리로 딱히 설명하긴 그렇고, 인상적이었던 부분 나누면서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인상 깊었던 부분 이야기해 볼까요?
○보바뤼: 저는 긍정성이 폭력적이라는 말, 엄청 놀랐어요. 긍정이 폭력으로 이어진다니 굉장히 낯설지 않나요? 그런데 계속 이야기들어보면 공감도 가요.
폭력은 부정성에서뿐만 아니라 긍정성에서도나올 수 있다. 이질적인 것, 낯선 것뿐만 아니라 같은 것도폭력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P.17
○횽길동: 전 완전 공감했는데! 무한 긍정은 짜증난다구요! 할 수 없는데 자꾸 할 수 있다고 하면 어쩌라는 건지.... 할수 있다, 할 수 없다는 제가 판단하는 건데 자꾸 다른 사람들이 자기만의 기준으로 말하는 것도 듣기싫어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단순하게사지 멀쩡하고 나이 어리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죠! 다 사회적인 문제인데 나만 못하는 것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완전 폭력적임! 발린기분!
규율사회는 부정성의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를 규정하는 것은 금지의 부정이다. ‘~해서는 안 된다’가 여기서는 지배적인 조동사가 된다. ‘~해야 한다’에도 어떤 부정성, 강제의 부정성이 깃들어 있다. 성과사회는 점점 더 부정성에서 벗어난다. 무한정한 ‘할 수 있음’이성과사회의 긍정적 조동사이다.
규율사회의 부정성은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다. 반면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 P.24
○거츠비: 좀 미안한 말이지만, 규율사회랑 성과사회랑 둘 중 하나를 골라야한다면 어느 것을 고르시겠습니까? 규율사회보다는 그래도 성과사회가 낫지 않나요?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게 한다고 욕하고, 맘껏 하라고 응원하면또 하지 말라고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어떤 사회든 사회는 그 시대만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사회 탓을 하는 건 소모적이라고생각합니다. ‘화성’가서 사는 게 아니라면 이 상황에 적응해서 잘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힘 내야죠! 힘!
○죠르바: 잘 사는 게 뭔데? 하면 하는 거고 안 하면 안 하는 거지 뭐. 하라고 했는데 못 한다고 우울증 걸리나? 낙오자는 또 뭐야. 안 맞으면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횽길동: 그게 쉽지 않음! 거츠비님은 경제적으로는 자수성가해서 돈을 많이벌었다고 해서 다들 그렇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음. 하지만 사랑에 대해선 실패하셨잖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었죠? 그렇게 사람 마음대로 안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걸 “왜 그것도 못하니?”라는 시선으로 보면 무서운 것 같아요. “그깟 여자 하나 못 꼬시니?”라고 하면 답 없음!
○보바뤼: 가끔 남자들이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덤벼들 때가 있는데..엄청 무서워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어!’의폐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거츠비: 사람 관계는 타인과 얽힌 것이라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개인의능력적인 면에서는 다르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오디션 프로그램 보시면 많은 지망생들이 열심히 트레이닝을받습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새로운장점을 찾는 모습들. 그런 것들은 쉽게 이루어지진 않아요. 하지만우리가 ‘할 수 있다’는 응원 속에서 노력했을 때만이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이죠. 만약 그런 동기유발이없었다면 그러한 ‘맛’도 느끼지 못하지 않았을까요. 과연 누굴 위한 것일까요.
○횽길동: 열심히 노력해서 원하는 바를 성취한 사람들을 깔아 뭉개고 싶진 않음! 하지만그 승자들을 위한 박수소리가 커질수록, 감춰진 패자들은 더 깊은 좌절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함! 근데 그게 사회적으로 당연시 되다 보면 작가님 말처럼 우울증과 낙오자가 엄청 많이 생기겠죠! 따지고 보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성취한 사람은 일부분이고 거의 대부분이 낙오자처럼 비추어지잖아요?
전통적인 부정적 폭력과 반대로 긍정성의과잉을 통해 작동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끝없는 증식과 비대화, 변이를통해 몸을 잠식해 들어오는 암세포처럼. 가상성과 바이러스성 사이에는 은밀한 친족성이 있다. P.19
○죠르바: 난 그렇게 안 보는데. 그냥 스스로 그렇게 느끼는 거 아냐? 내면이 더 탄탄해질 필요가 있는 거 아닌가. 한번 열나게 해보고, 안 되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른 거 하면 되지! 그게 다 욕심이라구. 집착이구. 세상에 좋은 게 얼마나 많은데.
○보바뤼: 그쵸. 그렇게 쉽게 포기하면 좋은데 ‘할 수 있다.’라는 과잉긍정이 그 포기를 못하게 막는 것 같아요. 그러니 연습시간끝나고도 죽어라고 밤새서 연습하는 거예요. 그래서 성공할 수도 있고,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런 방식이라면 항상 피곤하겠죠.
긍정성의 폭력은 박탈하기보다 포화시키며,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갈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직접적으로지각되지 않는다. P.21
○데미얀: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피로를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누죠. 그건 이후에 다시 한번 이야기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과잉긍정으로 인한 거 보면서 뜨끔하긴 했네요. 그거랑 같은 맥락으로 ‘나르시시즘’도 많은 사회적 병폐를 나을 수 있다고 했을 때 도 뜨끔했어요. 자존감은 높을수록 좋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나르시시즘적 장애를 겪는 사람은 자기 자신 속으로 가라앉는다. 그리하여 타자관계가 소실되고 이에 따라 안정된 자아의 이미지도 형성되지 못한다.
세네트가 오늘날 개인이 겪고 있는 여러 심리 장애를나르시시즘과 연관시키는 것은 정당하다. p.88
○거츠비: 그건 우선 용어정리가 좀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리스신화에서 아는 ‘나르시스’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아름답게 전해지는 면이 있다 보니 심리학적으로 쓰는 ‘나르시시즘’과는 인식하는 정도가 다른 것같습니다. 어찌 됐든 과도한 자기사랑 또한 장애라는 말은 저도 뜨끔했습니다. 뭐든 과유불급인 것 같네요.
○횽길동: 저는 자기착취라는말도 밑줄 엄청 그었음! 제가 아르바이트 하다 보면 이런 소리를 듣거든요. ‘너는 돈 받으면서 일 배우는 거라고. 그러니 열심히 하라고.’ 이런 시각으로 보면 공부는 정말 학생 때 틈나면 하잖아요? 학교에서하고 학원가서 하고 잠자기 전에 하고. 일을 공부랑 연관시키면 일도 그렇게 해야 하는 거예요. 틈만 나면 일하는... 근데 그게 ‘나’를 위한다고 생각하니 멈출수가 없는 거죠. 이런 프레임이 무서운 것 같아요.
이러한 강제사회에서는 모두가 저마다의노동수용소를 달고 다닌다. 그리고 그 노동수용소의 특징은 한 사람이 동시에 포로이자 감독관이며 희생자이자가해자라는 점에 있다. 그렇게 인간은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이로써지배 없는 착취가 가능해진다. 우울증, 경계성성격장애, 소진증후군 … p.44
○거츠비: 그것을 ‘착취’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내가 나중에 카페를 차릴 생각인데, 지금 커피집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그것이 노하우를 미리 배우는 좋은 학습 공간이 아닙니까? 피곤할수는 있지만 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너무 그렇게 몰아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보바뤼: 맞아요. 하지만 공부를 하다 보면 결과에 좌절하듯이, 일도 성과에 좌절하고 압박에 시달리다 보면 정신적 충격을 받는 것 같아요. 그런불안과 좌절 속에서 좀 벗어나고 싶네요.
○데미얀: 착취일 수도 있고, 학습일 수도 있고 그건 받아들이는 사람 나름인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당사자는 ‘피로’하긴 한 것 같아요. 진짜 나를 위한 것이든, 사장을 위해서 일하는 건데 속고 있는 것이든. ‘피로’하단 사실에는 변함이 없죠. 그 면을 잘 짚어준 것 같아요. 이 책은. 당하더라도 알고 당해야 덜 억울하죠! 책 제목도 ‘피로’인 만큼 작가는 ‘피로’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로 나누고 있죠. 자아 피로(부정적 피로)와 치유적 피로(긍정적 피로)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횽길동: 제가 생각했을 때 자아 피로는 만성적인 우울함 같아요. 불안감? 그런데서 오는 다운된 느낌이 있거든요.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그런데그냥 쳐지는 것. 치유적 피로는 축구 실컷 하고 샤워하고 누울 때, 아무생각 없이 편하게 잘 수 있는 그런 피로가 아닐까 생각함!
○보바뤼: 공감가네요. 제 주변에는 수면제 먹어야 잠 자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예민해서. 그냥 누우면 이것저것 걱정거리들이 떠오르고 한다고 해요. 그래서 술을 먹거나 실컷 운동하거나 해서 몸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고. 에휴. 우리가 푹~잠을 잘 수 있게 해 주는 피로가 필요한 것 같아요.
○죠르바: 잠을 왜 못 자지 참. 나는 누우면 바로 잠이 오는데. 하루를 있는 힘껏 보내면 잠도 달콤하게 온단 말야. 어정쩡하게 보내니까그렇지. 단순하게 살자구!
○거츠비: 꿈도 꾸지 않고 푹 자는 잠. 깨어났을 때 개운한 그런 잠. 그런 잠 이후로는 하루가 상쾌하지 않습니까. 꼭 병원을 가지 않아도그런 깊은 잠은 치유적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잠을 유발하는 피로라는 면에서, 치유적 피로라는 말은 멋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최근 그런 경험이언제인지.....
○데미얀: 좀 애매하긴 하죠? 글로는 아무리 설명되어 있어도, 피로를 둘로 나눈다는 게 쉽진 않습니다. 그럼 여기서 간단히 매듭짓고, ‘심심함’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그러면 이 문제가 더 잘 이해될것 같아요. 최근 ‘심심함’을 느껴 보신 적이 있나요?
발터 벤야민은 깊은 심심함을 “경험의알을 품고 있는 꿈의 새”라고 부른 바 있다. 잠이 육체적 이완의 정점이라면 깊은 심심함은 정신적 이완의 정점이다. 단순한 분주함은 어떤 새로운 것도 낳지 못한다. P.32
○횽길동: 요즘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서…. 따로 그런 생각도 못함. 할 것도 많고 재미있는 것도 많고. 우선 알바하느라 빈 시간도 별로없구. 빈 시간은 그래도 친구들이랑 관계 맺으려면 SNS하고… 그러다 보면 시간 금방 가는 것 같음. 또 핸드폰으로 틈틈이 돈벌려고 광고 누르고 그럼.. 흑흑
○보바뤼: 저도.. 요즘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요. 예능, 드라마, 게임… 그래서 이동할 때도 항상 이어폰 꽂고 다녀요. 음악도 듣고, 못 본 예능도 보고 …. 재미있는 어플도 엄청 많아서 이것저것 검색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가요.
○거츠비: 백만년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아온다고생각했습니다. 약간은 열심히 살아가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습니다.그래서 ‘피로’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항상 뭔가 하니깐… 그래도 일부러 시간 내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심심함을 느끼지는 않지만 작가가 말하는 ‘사색’은 하고 있습니다. 근데 작가는 같은 맥락에서 보는 것 같아서 좀의아했습니다.
인간은 사색하는 상태에서만 자기 자신의 밖으로 나와서 사물들의 세계 속에침잠할 수 있는 것이다.
사색적 집중 상태에 이르지 못한다면 시선은 그저 불안하게 헤매기만 할 뿐, 아무것도표현해내지 못할 것이다. P.35
○데미얀: 조금 다른 거 같긴 해요. 심심함,무료함은 뭔가 여유롭고 늘어진 느낌이 들잖아요. 근데 사색은 좀 치열하고 고독한 느낌이들지 않나요? 나만 그런가? 심심함은 ‘멍때리기’ 같은 느낌인데.. 요즘‘멍때리기’ 대회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 여유로움을 좀더 가치 있게 보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빈틈 사이에서 새로운 게 나온다는?
걸으면서 심심해하고그런 심심함을 참지 못하는 사람은 마음의 평정을 잃고 안절부절못하며 돌아다니거나 이런저런 다른 활동을 해볼 것이다. 하지만 심심한 것을 좀더잘 받아들이는 사람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어쩌면 걷는 것 자체가 심심함의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식은 그로하여금 완전히 새로운 움직임을 고안하도록 몰아갈 것이다. P.33
○횽길동: 맞아요.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빈틈을 가져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자기 전에 영어듣기라도 켜놓고 잔다거나, TV를 보다 잔다거나 하고. 앉아 있으면 케겔운동이라도 하고… 가만히 있으면 뭔가 불안하긴 해요.ㅠㅠ
○보바뤼: 저는 그나마 독서모임 때문에 ‘사색’이라도 좀 하는 것 같아요.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생각해 보는 거? 처음엔 그것도 검색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가만히 제 생각을 정리해요. 그래야 정말 제 말이 술술 나오더라고요. 호호호.
인간은 사색하는 상태에서만 자기 자신의 밖으로 나와서 사물들의 세계 속에침잠할 수 있는 것이다.
사색적 집중 상태에 이르지 못한다면 시선은 그저 불안하게 헤매기만 할 뿐, 아무것도표현해내지 못할 것이다. P.35
○죠르바: 당췌 무슨 소리들 하는지 모르겠네. 뭘 그렇게들 빡빡하게 사남. 걸어 다니면서 하늘보고 사람 사는 소리 들으면 되지 귀에 뭘 그렇게 꽂고 다닌 다냐. 그렇게 이것저것 다 하면 다 남기는 하는가. 쓸데없이 멀티로 살지말고 하나에 집중하라고. 달팽이도 아니고 등에 하나씩 뭘 짊어지고 다니는 것 같구만. 누가 감시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도 그렇게 힘들게 사는가.
○데미얀: 죠르바 님이 좋은 말씀 해주셨네요. 저도 사실 시간만 나면 책을보거든요. 활자중독이란 소리도 듣고… 신문이나 자막, 간판이라도 읽어야 속이 시원한 스타일인데.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아까 말했던 자아 피로와 치유적 피로에 대해서 마무리 해 볼까요?
○거츠비: 죠르바 님이 말한 달팽이 짐이 굉장히 와닿네요. 책임감의 무게. 보이지 않는 그 무게. 실체가 없는데 괜히 우리가 느끼는 것이 아닌가싶습니다.
한트케의 피로는 자아 피로, 즉 탈진한 자아의 피로가 아니다. 한트케는 오히려 “우리-피로”라고 말한다. 이때 나는 너한테 지치는 게 아니라, 한트케의 표현대로 말하자면너를 향해 지치는 것이다. P.71
○보바뤼: 그렇게 보면 종교 있는 분들이 ‘주일’, ‘안식일’ 등으로의무적 휴일을 만들잖아요. 그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자동적으로쉬지 못한다면 그렇게 어떤 명분이라도 쥐어주는 거, 그것도 좋은 방법 같네요. 정말 아무 것도 못하게 한다잖아요?
무위를 향해 영감을 불어넣는 저 “오순절의모임”은 활동사회의 반대편에 놓여 있다. 한트케가 거기 모인 사람들이 “언제나피로한 상태”라고 상상한다. 그것은 특별한 의미에서 피로한 자들의 사회이다. “오순절-사회”가 미래사회의 동의어라고 한다면, 도래할 사회 또한 피로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P.73
○횽길동: 근데 사실 빨간날은 시급 더 챙겨줘서…., 알바생들한테는 더 인기 많아요. 하지만 이 책을 보니 쉴 때는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푹 쉬어야지 다시 뭔가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같아요. 평생 하던 것만 반복하면서는 살 수 없으니까. 템플스테이라도가봐야 할까봐요!ㅎㅎ
그러니까 신성한 것은 목적 지향적 행위의 날이 아니라 무위의 날, 쓸모 없는 것의 쓸모가 생겨나는 날인 것이다. 그날은 피로의 날이다. P.72
○죠르바: 뭐가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지만, 다같이 춤이나 실컷 추게나. 춤추고 해변에 뻗어버립시다!
○데미안: 결말로 보면 좀 뜻밖이죠. 우리가 사실 번아웃, 소진증후군 이런 말은 많이 듣고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피로를 극복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 역으로 앞으로 ‘피로사회’가 도래했으면 한다고 하잖아요? 그 ‘피로’가 다른 피로지만, 신선한 마무리 같아요. 우리도우리 나름대로 현재의 사회를 한마디로 정의해 볼까요?
○횽길동: 저는 금수저 사회라고 하고 싶음. 요즘 저 같은 취준생들이 고생이 많아요. 또 다른 신분제를 절실히느끼고 있음. 하. 이 지독한 자본주의여! 죽창을 들어야 하나….
○보바뤼: 저는 츤데레 사회라고 하고 싶어요. ‘츤데레’가 약간 무뚝뚝하게 내뱉고 뒤에서 챙겨주고 그런 스타일을뜻하잖아요? 매력인 것처럼 보여지긴 하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중적인 모습 같아요. 이런 이중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 같기도 하고… 좀 솔직해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어렵고 복잡함!
○거츠비: 저는 격분사회. 아 요즘 운전하기 무섭습니다. 보복운전 때문에. 식당에서도 조용하란 말도 못하겠습니다. 싸움날까봐. 모두들 화가 가득 찬 것 같아서 건들기가 무섭습니다. 아주.
○죠르바: 노답사회. 사실나는 뭐가 이리 복잡한지 모르겠어. 너무 얽힌 게 많아. 문제도없으니? 답도 없지!
○데미얀: 나온 것들이 다 좋은 의미는 아닌 것 같네요. 저는 그나마 조금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개취사회.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사회가 된 것 같아요. 독서모임 진행하면서각자의 개성 있는 시각들을 많이 느끼고 있거든요. 그나마 요즘은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여‘다름’을 인정하자는 캠페인이 많이 벌어져서 그런지 사람들이유연해진 것 같아요.
○횽길동: 저는 표면만 그렇다고 생각함. 큰 그림을 보면 더 획일화된 것 같아요. 큰 트렌드의 줄기로 보면다 트렌드 떠라 하는 것도 같고…. 정치적으로도 아직 다양성을 존중해주고 있는 것 같진 않음!
○데미얀: 그쵸. 아직전부 다양화되긴 멀었죠. 사실 어디까지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하는가 하는 또 다른 문제도 있는 것같아요. 하지만 적어도 ‘취향~저격’이란 노래처럼, 조금은취향을 알아주는 사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적어도 독서모임에서는 그런 것 같아서 더욱 풍성해지고 있음을느껴요.
오늘모임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모두들 다음에 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