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독서모임을 통한 입체적 도서리뷰
사실 반 + MSG 반
<초간단 줄거리>
→ 시골에서 농부의 자식으로 힘겹게 살던 스토너는 농과대학에 진학한다.
→ 농과대학에서 들은 문학 수업에 꽂혀 문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공부에 매진한다.
→ 우연히 이디스를 만나고, 이디스와 결혼하지만 서로 불행함을 느낀다. 딸을 낳으며 조금 행복한 시간을 보내나 했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공부에 매진한다.
→ 대학 교수가 되어 생활하면서 많은 인기와 학문적 성과도 얻고, 이상한 제자도 만나고 젊은 여자와 뜨거운 사랑도 하지만 어느 순간 연구실에서 혼자 지내는 생활이 전부가 된다.
→ 암에 걸린 스토너는 교수직 퇴직과 함께 자신의 삶을 조용히 마친다.
※ 참여인원:
- 데미얀 ('데미안'의 그 데미안의 후손 / 선과 악, 두 신을 섬기는 균형 잡힌 사회, 20's 중)
- 횽길동 ('홍길동전'의 그 홍길동의 후손 / 또 다른 율도국을 꿈꾸는 밑바닥 혁명가, 20's 초)
- 보바뤼 ('마담 보바리'의 그 보바리의 후손 / 사랑과 아름다움을 위해선 영혼도 파는 아티스트, 30's 초)
- 거츠비 ('위대한 개츠비'의 그 개츠비의 후손 / 무엇이든 이루고 마는 욕망가득 허세나, 30's 중)
- 죠르바 ('그리스인 조르바'의 그 조르바의 후손 / 짐승 같은 본능을 유지하는 자연인, 40's 중)
※장소: 미주리 대학교
※시간: 24시간이 모자라.
※도서: 스토너 (존 윌리엄스)
●데미얀: 반갑습니다. 이번 책은 <스토너>입니다. 표지부터 뭔가 느낌 있지 않나요? 50년 만에 재주목 받게 된 책이라고 하는데, 어떤 매력이 있어서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전체적인 감상 이야기해 볼까요?
○거츠비: 처음엔 지루했는데 마지막엔 뭉클했습니다. 학문에 대한 열정과 욕망.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몰입감도 있었고 좋았습니다.
○횽길동: 너무 소극적인 자세라 답답했음. 전쟁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자식 키우는 것도 그렇고. 답답해서 짜증났음.
○보바뤼: 우리는 결혼을 왜 해야 할까요? 너무 슬픈 이야기였어요. 한 가정의 파탄이란 참. 누구의 잘못일까요. 흑흑
○죠르바: 뭐야 이거. 지루하기만 하고.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뭐야.
가끔 몇 년 전의 자기 모습을 되돌아보면 마치 낯선 사람 같아서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땅과 똑같은 갈색을 띠고, 땅처럼 수동적이던 사람. p.27
●데미얀: 이번에도 호불호가 갈리는 군요! 다이나믹하진 않지만 묵직한 맛이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생각거리도 담고 있고요. 이 잔잔함 속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 이야기해 볼까요?
저는 뭐니 뭐니 해도 수업 중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듣고 문학에 매료된 스토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 시를 읽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을 정도로 빠져들다니. 얼마나 멋있습니까. 그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키가 크고 깡마르고, 구부정한 소년의 모습으로 자신을 지금의 이 길로 이끌어준 강의에 귀를 기울이던 바로 그 강의실에서 키가 크고, 깡마르고, 구부정한 남자의 모습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p.62
○횽길동: 저도 그 장면이 멋있고 부럽긴 했음.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생긴다는 것. 하나에 꽂힌다는 것. 꿈에 상실에 빠져 있는 저 같은 젊은이들에겐 참 간절한 것이죠. 하지만 스토너가 부모님의 기대와는 다른 길을 가는 순간에, 그 이야기를 부모님한테 하는 그 침묵의 순간은 너무 마음이 무거웠네요. 그 과묵한 부모님과의 대면. 그 끔찍한 침묵. 가슴이 아픔.
그와 그의 부모는 벌써 낯선 타인들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그는 이런 상실감 때문에 사랑이 더 커졌음을 느꼈다. p.39
○보바뤼: 저는 정말 스토너와 이디스의 관계에서 결혼 생활의 끔찍한 단면을 보게 되었어요. 어쩜 이렇게 서로 불행할까요. 그 불행함이 딸에게까지 전이되잖아요. 하 정말 가슴 아팠어요.
한 달도 안 돼서 그는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1년도 안 돼서 결혼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렸다. 그는 침묵을 배웠으며, 자신의 사랑을 고집하지 않았다. p.107
○죠르바: 그 이디스가 미친 거 아냐? 왜 이렇게 히스테리를 부리냐고! 둘 다 성교육을 잘못 받아서 그래 아주....
○보바뤼: 물론 이디스가 까칠했던 것도 있지만, 스토너도 책임이 있다고 봐요. 고동나무처럼 너무 딱딱하다고요! 그런 남자한테 어떤 낭만적인 결혼생활을 기대하겠어요. 결국 스토너가 가해자라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횽길동: 제 생각엔 결혼하기 전부터 문제가 있었던 거 같음. 이디스의 부모님이 하는 행동들 보면.. 그 집안도 끔찍했을 것 같음. 스토너의 딸이 결혼할 때, 스토너가 결혼할 때랑 흡사한 장면이 연출되거든요. 결국 이디스도 이디스같은 어머니 밑에서 자란 게 아닐까요. 하, 결혼 전에 그걸 어찌 알까. 차라리 바람이라도 펴서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그것마저 아니었으면 스토너는 정말 불행했을 거예요.
○보바뤼: 저도 바람피운 걸 욕하고 싶진 않네요. 그것도 뜨거운 사랑이었으니. 그냥 서로가 서로를 망가뜨려가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딸이 좋은 매개체 역할을 하나 했더니, 권력의 소유물처럼 질투하고 뺏어가는 이디스를 보니. 하. 불쌍했어요. 이디스도. 스토너의 새로운 사랑은 저도 응원했답니다. 사랑과 공부라, 그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특이했네요.
뒷마당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냄새는 안개에 붙들려 있었다. 스토너는 저녁 풍경 속을 천천히 걸으면서 그 향기를 들이마시고, 혀에 닿는 싸늘함을 밤공기를 맛보았다. 그가 걷고 있는 지금 이 순간만으로 충분해서 더 이상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는 연애를 했다. P.265
○데미얀: 맞아요. 정말 저도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 제목이 생각날 정도로 끔찍한 결혼생활이었어요. 아내가 집에 없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니. 그래도 딸 때문에 조금 위안을 얻었었는데... 그마저... 휴...
일주일도 안 돼서 그는 자신이 몇 년 만에 최고로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든 반드시 돌아오게 돼 있는 이디스를 생각할 때면, 이제 더 이상 자신에게 숨길 필요가 없는 조용한 후회가 느껴졌다. P.156
○횽길동: 스토너와 친구들이 대학에 대해 나누는 대화가 인상 깊었음. 대학 나온 지 얼마 안 됐지만, 나는 대학 생활에서 무엇을 바랬고 또 무엇을 얻었을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네요.
자네는 여기에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지. 여기서 뭔가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하지만 세상에 나가면 곧 알 수 있을 걸세. 자네 역시 처음부터 실패자로 만들어졌다는 걸. 자네는 항상 실제로는 있지 않은 것, 세상이 원한 적 없는 것을 기대하니까. p.46
이어서 세계 1차 대전이 터지고 그들이 참전여부를 결정하는 순간. 하 그 순간에 나는 어떤 결정을 했을까, 하며 의미심장하게 몰입하며 봤네요. 특히 데이브의 말들. 가슴에 콕콕 꽂혔음.
내가 입대하는 건 군대에 가고 안 가는 것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야. 세상을 한 바퀴 휙 돌아보고 이 폐쇄된 공간으로 돌아오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여기서는 서서히 사멸해가는 운명이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p.52
○죠르바: 이 부분은 그나마 남자들의 대화 같았다고! 스토너는 멍청했지만 나머지 두 친구들은 훌륭했어. 나름 자기 소신이 있었잖아? 한 친구는 자신을 위해서? 또 한 친구는 대의를 위해서? 뭐 각자의 이유가 있는 거지. 그래도 이왕이면 자신을 위해 가라는 데이브가 더 맘에 들었구만!
하지만 군대에 가더라도, 제발 부탁이니 하느님이나 조국이나 친애하는 미주리 대학을 위해 가지는 말게. 자네 자신을 위해서 가는 거야. p.52
○거츠비: 민감한 문제긴 하죠. 가면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또 가지 않으면 전쟁이 끝나고 시달릴 수도 있는 것이고. 하지만 군대와 상관없이도 자신의 삶은 진행된다는 아처 슬론 교수의 말은 일품이었어요. 그게 전부는 아니니, 너무 휘둘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인류가 겪은 전쟁과 패배와 승리 중에는 군대와 상관없는 것도 있어. 그런 것들은 기록으로도 남아 있지 않지.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할 때 이 점을 명심하게. p.55
이어서 학업에 대한 열정. 스토너를 정의하는데 이것은 빠질 수 없는 것 같아요. 가족, 사랑, 친구 모두 이 큰 기둥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어떤 것에 빠질 수 있는 열정과 욕망. 매우 높이 삽니다. 슬플 때도 공부와 함께, 기쁠 때도 공부와 함께.
그때 그는 포기해버렸다. 그래서 자신의 책을 최대한 대학 연구실로 옮겼다. 그는 연구실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그리고 거기서 약간의 위안과 기쁨, 심지어 이렇다 할 목적이 없는 공부에서 예전에 느꼈던 즐거움의 흔적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P.179
그렇게 사랑을 나누고 난 뒤 두 사람은 한동안 조용히 누워 있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두 사람의 사랑과 공부가 마치 하나의 과정인 것 같았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강화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진실을 깨닫기도 전에 체험이 먼저 찾아왔으므로, 이 새로운 발견이 오로지 두 사람만의 것처럼 보였다. P.279
○데미얀: 불륜이지만, 참 부러운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사랑하고 공부하고, 서로 양립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죠. 물론 체력적으로 단련을 해야겠지만... 그들이 이별하는 순간도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사회적 평판이나 그런 게 아니라 이 대학과 교수, 연구를 벗어나면 ‘자기 자신이 아닌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에’ 헤어진다고 하잖아요. 그만큼 그 학업은 스토너 그의 정체성 자체라고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둘 다 지금과는 다른 사람, 우리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사람이 될 거요.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거야.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번 일에서, 적어도 우리
자신의 모습은 지킬 수 있었소. 지금의 모습이…
우리 자신의 모습이니까.
그저 우리 자신이 파괴될 것이라는 생각, 우리의
일이 망가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지.
그러니까 결국은 우리도 세상의 일부인 거요, 그걸 알았어야 하는 건데.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조금
뒤로 물러나서 그렇지 않은 척할 수밖에 없었던
거요. 그래야 우리가…. P.303
○죠르바: 나는 저 답답이가 한 것 중에 가장 답답했던 게 딸이 망가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이는 거야. 분명히 이디스 때문에 딸이 이상해지고 있는데 그것을 저지하지도 못하고 연구실로 도피하다니. 방관한 거라고. 그래놓고 술이라도 먹어서 다행이라고? 정말 화가 나더라니깐.
그레이스는 해가 갈수록 술을 조금씩 더 마셔서 공허해진 자신의 삶에 맞서 스스로를 무감각하게 만들면서 하루하루를 조용히 살아갈 터였다. 그는 그녀에게 적어도 그런 생활이라도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레이스가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P.351
○보바뤼: 가족 얘기는 정말 가슴이 아프네요... 할수록... 휴...
●데미얀: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봤는데, 결국 마지막은 스토너의 삶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스토너의 삶에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또 스토너는 행복했을까요? 불행했을까요?
○횽길동: 저는 세계 1차 대전, 경제공황, 세계 2차 대전. 이런 아주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명시적으로 나오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음. 스토너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삶의 자세를 갖고 있잖아요. 스토너는? 근데 그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사실 듣지 않네요. 그냥 근시안적이고, 공허해 보였어요.
그에게는 지금까지 내면을 성찰하는 버릇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찾아 헤매는 일이 힘들 뿐만 아니라 살짝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자신에게 내놓을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 내면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 또한 거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p.55
○거츠비: 처음엔 그렇게 흔들리는 모습 보였지만 나중에는 자리 잡은 것 같지 않았나요? 스스로 그러한 삶의 자세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고 봐요. 그래서 뭔가에 몰입하고 자신의 삶을 자기가 매듭지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행복한 삶이었다는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그가 이렇게 가구를 수리해서 서재에 배치하는 동안 서서히 모양을 다듬고 있던 것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가 질서 있는 모습으로 정리하던 것도, 현실 속에 실현하고 있는 것도 그 자신이었다. p.143
스토너는 견디기 힘든 맹렬한 폭풍 속을 지나갈 때처럼 고개를 숙이고, 옷깃을 단단히 여미고, 생각은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딛는 데에만 고정시킨 채 그 시절을 겪어냈다. P.346
●데미얀: 좋은 이야기들이에요. 똑같은 삶의 자세지만 어떻게 보느냐 차이겠죠. 적어도 작가는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가 참전을 하지 않았다고 멸시를 받는다거나, 그런 장면은 많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대신 뜨거운 사랑과 교수로서의 영광, 학업적 성취 등은 한 번씩 겪었으니 후회 없는 삶인 것 같아요.
나는 그가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어느 정도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일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P.395
하지만 독자들이 그의 삶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작가의 시선과는 다른 문제겠죠. 조금 오버해서 생각하면, 50년 전보다 지금 훨씬 인기가 많은 건 독자들의 생각이 변화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 시대에는 스토너를 비겁하다고 손가락질 했다면, 지금은 스토너의 삶을 인정해줄 수 있는 독자들이 된 거죠.
○보바뤼: 스토너를 소극적이고 비겁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것이, 이디스에게 고백할 때나 캐서린과 불타는 연애를 할 때, 그리고 이상한 제자에 맞서 로맥스와 끝까지 대립할 때는 강인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결국 신념의 문제지, 사람 자체가 그런 건 아니란 말이죠. 그런 면에서 자기가 뜻이 있는 곳에서는 충분히 최선을 다한 것 같아서 저도 박수쳐주고 싶네요. 하지만 가족은 어쩔....
○죠르바: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표지처럼 암울하지는 않았던 것 같구만. 특히 그 싸가지 없는 제자 처단할 때는 아주 속이 시원했단 말이지. 그래도 답답이는 답답이야. 에휴. 마지막에 죽는데 정리는 뭐가 필요해. 죽으면 다 끝인걸. 나는 날개를 펼치지 못한 삶이라고 생각하네!
●데미얀: 전체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스토너는 자신이 원하는 분야, 공부에서는 성과를 두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우리 인생에서 기대하는 단 한가 지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지 이야기해 볼까요?
○보바뤼: 기승전 사랑이죠. 이디스와는 아니지만 새로운 사랑은 아름다웠잖아요. 저는 그래도 ‘사랑’이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횽길동: 입신양명 이라고 해야 하나. 세상에 큰 획을 한번 긋고 싶음. 스토너에 비유하면 한번 전쟁 나가서 속 시원히 싸워보고 명예도 누리고 싶은 거겠죠. 새로운 세상을 한번 제뜻으로 만들고도 싶음.
○거츠비: 저는 가족으로 하겠습니다. 사실 나머지는 마음만 먹으면 다 이룰 수 이을 것 같은데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가족 아닌가 싶네요. 사랑하는 여인에 자식까지 더해지니까요. 가장 어려운 것이 가장 도전할 가치가 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도전’이라고 해야하나...
○죠르바: 그냥 사는 거지. 무엇을 기대하나 인생에. 인생은 그냥 사는 거야. 뭐가 없다구.
●데미얀: 죠르바가 멋있는 말을 해주긴 했네요.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내 삶의 우선순위를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가는지? 나를 보는 시간이죠 뭐. 저는 개인적으로 스토너처럼 공부 실컷 해보고 싶네요. ‘일’이 아닌 ‘공부’죠. 성과가 없는 ‘공부’.
사실 가치관이야 수시로 바뀔 수 있겠지만, 그 바뀐 다는 것을 알려면 또 자기성찰이 필요하겠죠? 이번은 고독하지만 스스로를 성찰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네요.
그에게는 지금까지 내면을 성찰하는 버릇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찾아 헤매는 일이 힘들 뿐만 아니라 살짝 싫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자신에게 내놓을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 내면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 또한 거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p.55
다음 시간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