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독서모임을 통한 입체적 도서리뷰
사실 반 + MSG 반
<초간단 줄거리>
37살의 주인공 와타나베가 비행기 안에서 <노르웨이의 숲> 노래를 듣고 1969년 스무 살의 과거를 회상하며 시작. 자신을 기억해 달라는 나오코, 하지만 얼굴이 잘 기억이 안 남.
-> 고등학교 때 와타나베의 절친 기즈키. 기즈키의 가족 같은 여친 나오코. 셋이 지냄.
-> 기즈키가 자살하고, 한참 뒤에 우연히 나오코를 만남.
-> 기즈키가 죽은 후, 혹은 훨씬 전 친 누나의 죽음 이후 ‘뒤틀린’ 나오코는 와타나베와 좋은 관계로 지내다 결국 요양원에 들어가고맘.
-> 와타나베는 나오코를 걱정하며 기다리면서 기숙사 생활을 열심히 함.
-> 나가사와라는 기즈키와는 비슷하면서 많이 다른 선배를 만나며 많은 여자와 관계를 맺음.
-> 미도리라는 나오코와는 많이 다른 새로운 여자와도 관계가 형성됨.
※ 참여인원:
- 데미얀 ('데미안'의 그 데미안의후손 / 선과 악, 두 신을 섬기는 균형 잡힌 사회, 20's 중)
- 횽길동 ('홍길동전'의 그 홍길동의후손 / 또 다른 율도국을 꿈꾸는 밑바닥 혁명가, 20's 초)
- 보바뤼 ('마담 보바리'의 그 보바리의후손 / 사랑과 아름다움을 위해선 영혼도 파는 아티스트, 30's 초)
- 거츠비 ('위대한 개츠비'의 그 개츠비의후손 / 무엇이든 이루고 마는 욕망가득 허세남, 30's 중)
- 죠르바 ('그리스인 조르바'의 그조르바의 후손 / 짐승 같은 본능을 유지하는 자연인, 40 이상)
※장소: 후지산
※시간: 24시간이 모자라.
※도서: 상실의 시대 /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데미얀: 반갑습니다. 이번 책은 <상실의시대>입니다. <노르웨이의 숲>이란 제목이 원제이고, 이 원제로 다른 출판사에서 또 나왔죠. 하지만 원제보다 이 제목이 유명하니 <상실의 시대>라고 하겠습니다. 전체적인 감상 이야기해 볼까요?
○보바뤼: 야하다고 들은 적이 있었는데.. 별로 야하지 않네요. 제가 어른이 되었나 봐요. 그래도 그 청춘들의 모습을 보니 과거생각이 나고 좋았어요. 하지만 너무 침체된 느낌이라서! 읽고나니 힘이 쫙 빠졌네요.
○횽길동: 야하지 않다고요?? 읽으면서 완전 뜨끔뜨끔했는데… 그래도 그 청춘들에게 그런 성적인 문제는 빼놓을 수 없으니, 필요한부분이라고 생각함. 흠흠. 인물들에 공감이 많이 되어서 좋았음!
○거츠비: 하루키 작가님 책은 역시나 잘 읽히는 것 같습니다. 막히지 않고잘 읽었습니다. 매력적인 인물들의 모습이 인상 깊어서, 하나하나다 기억에 남습니다. 다음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데미얀: 맞아요. 저도 거츠비님 말에 공감합니다. 인물들이 다 매력적이죠. 그래서 읽을 때마다 다른 인물들에 공감하는것 같아요. 처음엔 와타나베, 다음은 나가사와. 캬.
○죠르바: 뭐 이리 고민이 많은지… 답답해 죽겠더구먼. 분위기도 촥 가라앉아가지고. 이거 읽다가 사람 여럿 죽게 생겼어!
●데미얀: 죽이다뇨.. 살리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ㅋㅋ 그래도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라서 기본적으로 괜찮게 보셨죠? 뭐든기대하면 실망도 큰 법이에요. 기대만 안 하면 뭐.. 무난하죠. 그런 면에서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말도 많은 책입니다. 하지만 부분부분보면 얻어갈 것도 많은 작품이니 우리 꼼꼼하게 살펴보죠. 우선 인상 깊었던 장면들 우선 나눌까요?
저는 그 <위대한 개츠비>를 두고 나가사와와 와타나베가 만나는 그장면! 캬! 잊을 수 없네요. 같은 책을 읽고 교감하는 사람들의 텔레파시란! 운명적인 거죠! 거기다 좀 건방지지만 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는 나가사와도. 캬.
-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이나 읽을 정도면 나하고 친구가 될 수 있을 것같은데.
사후 삼십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는 기본적으로 읽지 않았다. p.57
"현대 문학을 신용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냐. 나는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것을읽는 데 귀중한 시간을 소모하고 싶지 않아. 인생은 짧으니까."p.58
○횽길동: 우선 저는 학생운동에 대해서 나오는 부분이요. 휴학동맹에 관한 내용이중간중간 나오고, 또 그것을 비꼬는 와타나베의 시선이 인상 깊었어요.참여하지도 않고 뒤에서 어른이 애들 쳐다보듯이 보는 게 마음에 안 들었어요.
○거츠비: 그 점이 하루키가 비난 받는 부분 중에 하나죠. 회피적이라고. 하지만 하루키는 이 소설을
<100% 연애소설>이라고 못 박았으니, 그런 회피적인 자세를 지향하는 건 아닌것 같습니다. 실제로 하루키는 열심히 투쟁했다고 하네요. 그러니너무 흥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연애소설로 봤을 때 저는 처음 시작 장면이 엄청 강렬했습니다. 나오코의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는 모습. 그렇게 사랑했는데, 잘 기억이 안 나는 거죠. 사랑이란. 하.
- 그렇게나 소중해 보인 것들이, 그녀와 그때의 나, 나의 세계는 어디로 가 버린 걸까. 그래, 나는 지금 나오코의 얼굴조차 곧바로 떠올릴 수 없다. 남은 것은오로지 아무도 없는 풍경뿐이다. p.12
○보바뤼: 난 그 부분이 제일 짜증났는데. 분명히 나오코가 기억해 달라고 했잖아요! 꼭 기억해 준다고 약속까지 했으면서 30대 중반밖에 안 된 사람이그걸 까먹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요. 근데 또 와타나베는나오코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자기가 까먹어 놓고서. 무슨소리인지…
- 나를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내가 존재하고 이렇게 네 곁에 있었다는 걸 언제까지나기억해 줄래? p.20
"언제까지나 기억할 거야." 나는 말했다. "내가 어떻게 너를 잊을 수 있겠어."
나오코는알았다 그래서 호소했다.
- 그런 생각을 하면 나는 견딜 수 없이 슬프다. 왜냐하면, 나오코는 나를 사랑하지조차 않았던 것이다. p.22
○죠르바: 죽으면 끝이지 뭘 기억해. 기억해 달라고 하는 게 도둑놈이지. 정말 사랑한다면 빨리 잊고 다른 여자 만나라고 해줘야 하는 거지! 그슬픔 속에서 살게 놔두고 싶겠어? 우정이면 뭐 그냥 오래오래 기억해달라고 하겠다. 사랑은 안 되지. 그러다 따라 죽는단 말야!
○데미얀: 워워. 오늘 죽는 이야기 많이 나오겠네요. 휴. 저는 ‘데우스 엑스마키나’ 이 부분 좋았어요. 두 번인가 나오는데, 이미지가 콱 박혔어요. 책 읽다 보면 이런 상상하거든요. 인생에서도 누군가 딱 엉킨 끈을 풀어줬으면 하고. 하지만 현실은그렇지 않죠. 흑.
- 데우스 엑스 마키나.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하고, 이를 결말로 이끌어가는수법)
만일 현실 세계에 데우스 엑스마키나가 있다면, 얼마나 편하겠어요. 곤란한 상태에 빠져옴짝달싹도 못 할 지경에 있으면 신이 하늘에서 하늘하늘 내려와 전부 처리해 주니까요. 이렇게 편한 일도없죠. p.324
○보바뤼: 연애소설 이야기 나왔으니깐 말인데, 와타나베의 달달한 멘트들은 좋았어요. 씨크한 척 다 해놓고 그렇게 한두 번씩 던지는 표현들이, 매력 있긴하더라고요. 누가 해줬으면….
-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말라 버릴 만큼 귀여워.
봄날의 곰만큼 좋아. p.388
- 온 세상 숲의 나무가 다 쓰러질 만큼 멋져. p.432
- 온 세상 정글의 호랑이가 모두 녹아서 버터가 되어 버릴 만큼 좋아. p.440
- 내 시간을 조금 떼어 내서 그 속에서 널 재워 주고 싶을 정도라니까.
○횽길동: 전……. 레이코랑 그 마지막에……왜 그랬을까….. 좀 궁금하더라고요….. 4번이나…….
○죠르바: 젊은 남녀가 무슨 이유가 있냐! 젊으니까!
○데미얀: 너무 그럼 폐륜적인 거 같잖아요… 그래도 죽은 나오코를 사이에 둔사람들인데… 레이코가 나오코의 옷을 입었다는 게, 뭔가 상징적인의미 아닐까요? 나오코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는데, 그한을 풀어주는 의미도 있을 테고. 옷도 나오코가 레이코한테 일부러 남긴 거잖아요?
○보바뤼: 맞아. 그냥 성행위로 보기보단 상징적인 거 같았어요. 또 레이코도 밖에서 살려면 막막한데, 와타나베가 그 연결고리 역할을해 준 느낌도 있었어. 좀 레이코를 옹호하고 싶구만….. 레이코도오랜만일 텐데… 여자라구 레이코도…..
○죠르바: 맞아! 다 남자고 여자지! 나이가무슨 상관인가. 축복받을 일이었다구. 내가 레이코는 매우아끼거든. 레이코가 아주 명쾌한 이야기를 편지에 해줬단 말야 와타나베한테. 인생선배로서 충실한 거지. 많은 여자들이 다 예뻐. 그건 이상한 게 아니지. 나오코도 예쁘고, 미도리도 예쁘고, 뭐 레이코도 예쁠 수 있지! 안 그런가?
- 그런 건 죄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넓은 세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일이거든요. 날씨 좋은 날 노를 저어 호수로 나아가 하늘도 푸르고 호수도 아름답다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p.448
○거츠비: 레이코를 그렇게만 보시면 곤란합니다. 레이코는 아주 엄마 같은 존재, 성인군자 같은 존재였습니다. 좋은 말을 얼마나 많이 해주는 데요. 우리는 우리가 모두 정상이고 우리랑 다르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기준인 뭐가 있겠습니까. 구분이 명확하지 않단 말입니다. 그부분 참 좋았어요.
- 우리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그 뒤틀림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사람마다걷는 버릇이 다 다르듯이 느끼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방식, 보는 방식이 다른데 그것을 고치려 한들 쉽게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고치려다가는 다른 부분마저 이상해져 버린다고 말이야. p.155
○보바뤼: 나는 미도리가 말한 그 돈!!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이 없단 이야기를할 수 있는 거라고. 하. 엄청 와 닿았음. 내가 돈이 없다고 하면… 정말 내가 진 빚들이 날 뭉개버릴 것 같단말이지… 하.
- 부자의 최대 이점은 돈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거야. 가령 내가 반 친구한테뭘 좀 하자고 하면 상대는 이렇게 말한단 말이야. ‘나 지금 돈이 없어서 안 돼.’라고. 그런데 내가 그런 입장이 된다면, 절대 그런 소리를 못하는 거야. 내가 만일 ‘지금 돈이 없어.’라고 말한다면,그건 정말 돈이 없다는 소리니까. 비참해질 뿐이지. 예쁜여자가 ‘나 오늘은 얼굴이 엉망이니까 외출하고 싶지 않아.’ 하는것과 마찬가지지. 못생긴 여자가 그런 소릴 해봐, 웃음거리만될 뿐이야.
○죠르바: 나한테도 늙었다는 소리 하지 말아라…. 다 죽는다….
○횽길동: 저는 와타나베의 마지막 결심이라고 해야 하나. 처음엔 찌질해 보이기도했지만, 그 많은 상처와 상실감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죽기 직전까지 간 후의 와타나베는 좀 멋있었던것 같음. 힘들다고 죽은 친구 따라 죽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길을 가겠다고 했을 때, 뭉클했음.
- 어이, 기즈키, 넌 옛날에 내 일부를죽은 자의 세계로 끌어들였어. 지금, 나오코가 나의 일부를죽은 자의 세계로 끌고 갔어. 가끔은 내가 마치 박물관 관리인이 된 듯한 기분이야.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는 휑한 박물관 말이야, 나는 나 자신을 위해그곳을 관리하는 거야. p.458
- 어이, 기즈키, 나는 생각했다. 너하고는 달리 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고, 그것도 제대로 살기로 했거든.
난 이제 스무 살이야. 그리고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 대가를 제대로 치러야만 해. p.415
●데미얀: 이거랑 이어서 말하면, 그 미도리가 말하는 비스킷 깡통도 단순하지만명쾌했던 것 같아요. 지금이 힘들면 나중에는 좀 나아지겠죠?
- 인생이란 비스킷 깡통이라 생각하면 돼.
비스킷 깡통에는 여러 종류 비스킷이있는데 좋아하는 것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먹어 치우면 나중에는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는 거야. 나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늘 그런 생각을 해. 지금 이걸 해두면 나중에는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깡통이라고. p.419
이제 좀더 나아가 다양한 인물들과그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어떤 인물이 가장 좋았나요?
○거츠비: 저는 청순한 나오코가 좋습니다. 물론 정신적으로 나약한 면이 있지만, 그것은 다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잘 보살폈다면정상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혼자 잘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하던데요.
- 아마도 우린 세상에 빚을 갚아야만 했을 테니까.
성장의 고통 같은 것을. 우리는 지불해야 할 때 대가를 치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청구서가 이제 돌아온 거야. 그래서 기즈키는 그런 선택을 했고 지금 나는 이렇게 되었어. 우리는무인도에서 자란 벌거벗은 어린아이 같은 존재였어. p.224
○보바뤼: 마음에 드는 남자는 없는데. 다들 이상해. 나오코 아니면 와타나베 아냐. 그나마 둘 중 고르라면 나가사와를고르겠어. 바람기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니까! 그 자신감이매력적이야.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나름의 지옥을갖고 있는. 햐.
- 나가사와는 몇 가지 서로 상반되는 특성을 아주 극단적인 형태로 소유한 사내였다.
깜짝 놀랄 만큼 고귀한 정신과구제할 길 없는 속물근성이 동시에 있는 사람이었다.
이 사내도 나름의 지옥을 살아가는것이다.
○횽길동: 에이, 와타나베랑 나가사와랑 비슷한 면도 많다고 하지 않음? 나가사와가 더 냉혈할 뿐이지. 한번 된통 당해봐야 정신차리지…. 도대체 얼마나 더….
- 와타나베와 나는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관심 있는 인간이야.
자신과 타인을 나누어서 생각할수 있어. p.351
- 나와 와타나베가 닮은 점은 말이야, 자신에 대해 남이 이해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는거야. 그런 점이 다른 인간들하고 달라. 다른 놈들은 주변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며 애를 태워. 그렇지만 나와 와타나베는 그렇지 않아. 이해 받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나, 남은 남이라고. p.353
○죠르바: 생선도 살아있는 생선이 맛있다고, 여기 인물들 중에서는 미도리가제일 낫다구. 그 병원에서 오이 먹는 장면 있지? 그렇게오이같이 상큼한 여자가 바로 미도리라구. 그러나 당연히 나오코보다 미도리를 택하지. 아마 나오코가 살아 있었어도 미도리한테 갔을걸! 근데… 미도리가 마지막에 받아줬나 모르겠네…
- 내 앞에 앉은 그녀는 마치 봄을 맞이해 막 세상으로 튀어나온 작은 동물처럼 신선한 생명력을 힘차게 뿜어내는 존재였다. p.93
- 나는 정말 오랜만에 살아 있는 사람과 닿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p.436
- 나는 살아 움직이는, 피가 흐르는 여자야.p.437
○데미얀: 저도 미도리를 찾았을 거라는 말에는 공감이 가네요.. 뭔가 어두운곳에서 밝은 곳으로 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와타나베의 그 무관심한 듯 시크하면서, 내면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느낌? 처음에는 방황했지만, 그래도 나중에는 좀더 성숙해진 것 같았어요. 처음에 기즈키가 죽고얼마나 힘들었겠어요. 하지만 마지막에 미도리를 향하는 모습을 살기 위한 선택인 느낌? 조금은 더디지만 현실 인식을 조금씩 하는 것 같이 보였어요. 우리꿈에서 깨어나면 “여기가 어디지?” 하잖아요. 그런 느낌?
- 기즈키가 죽은 후 졸업할 때까지 열 달 남짓, 나는 주변 세계 속에서 내 위치를찾을 수 없었다. p.47
- 그날 밤 기즈키는 죽어 버렸고, 그 이후로 나와 세계 사이에는 뭔가 삐걱대고차가운 공기가 스며들고 말았다.
내가 아는 거라고는 기즈키의죽음으로 인해 내 젊음의 기능 일부가 완전하고도 영원히 망가져 버린 것 같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인지, 그것은 나의 이해 범위를 넘어선 일이었다. p.142
- 너, 지금 어디야?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나는 어느 곳도 아닌 장소의한가운데에서 애타게 미도리를 불렀다. p.486
○보바뤼: 저도 와타나베 말투는 마음에 들었어요. 중간중간. 아까 말했던 그 달달한 멘트랑, 시크한 말투. 하. 나는 나쁜 남자의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나 봐.. 이렇게 무심했다가 달달헀다가, 아주 녹이네 녹여.
- 뭐든 좋았던 거야, 내 경우는. p.31
- 괜찮아, 어차피 아무래도 좋은 거니까.p.130
- 어느 쪽이든 나한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p.450
○죠르바: 나쁜 남자 하면 나는 어떤가, 자네? 나가사와가 하는 말 다 내가 알려준 거라네. 그 가능성 말이지. 맨날 내가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내가 노력하는 거랑, 오라고 하는데 안 들어가는 거랑은 천지차이라니까. 그건 내 탓이아냐.
- 주위에 가능성이 가득한데 그냥 못 본 척하고 지나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그거, 알겠어? p.65
○거츠비: 어르신, 와타나베가 하는 말이 떠오릅니다. 죽음에 관한……….. 고정하시옵소서…… 곱게 죽으셔야죠…..
-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p.48
- 삶의 한가운데에서 모든 것이 죽음을 중심으로 회전했다. p.49
- 거기에서는 죽음이란 삶을 구성하는 많은 요인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p.452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겨 있다. p.453
●데미얀: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이 개별적으로도 매력이 있지만 어떤 관계를 맺는 것도 인상 깊어요. 작가의 인터뷰에 따르면 삼각 관계를 염두 해 두었다고 하더라고요. 森 원제에 나오는 이 글자처럼, 나무 셋이 서로 균형을 맞추어주는 느낌? 삼각 관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볼까요?
○보바뤼: 근데 우리가 아는 삼각관계는 얽히고설키고 그래야 하는데, 그런 건아니겠죠. 그냥 세 명? 서로 다른 사람 좋아하고 그런건없으니까. 와타나베를 사이에 둔 나오코랑 미도리?
○데미얀: 그건 좀 다른 거 같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그런 삼각대같은 느낌의 삼각관계를 이야기하는 거죠. 예를 들어 기즈키가 와타나베가 있으면 나오코랑 데이트하기 더편하다고 했던 게 생각나네요.
○거츠비: 그 나가사와랑 하쓰미 커플도 그런 이야기 한 게 기억나긴 합니다. 그렇게다른 커플이랑 어울려 놓으면 어색할 것 같은데.. 신기하네요. 그래본 경험이 없는데.
○보바뤼: 그러면 그 나오코랑 레이코랑 있을 때, 와타나베가 있으면 더 편하다고한 것도 마찬가지겠군요. 오호, 신기하네요.
○죠르바: 뭐야… 셋 중에 하나는 다 죽잖아…기즈키 죽고, 하쓰미 죽고, 나오코 죽고… 죽음의 삼각관계 아냐 이거!
○횽길동: 헐. 섬뜩한데요. 근데사실 성장통 측면에서 보면 윈윈, 해피엔딩만 바랄 수는 없는 것 같음.허물을 벗듯이 와타나베가 성장해 가는 성장소설로 볼 수도 있겠음.
●데미얀: 캬. 좋은 말씀인데요. 여기서나오는 인물들 모두가 상처가 있잖아요. 가까운 친구의 죽음, 가족의죽음, 애정결핍, 피아노 강박 등등. 그런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고 기대면서 나아가는 게 중요한 맥락이라고 저도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모두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드러내야 서로 채우면서 균형을 이룰 수 있겠죠.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상실감’을주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보바뤼: 그렇게 보면 나오코가 가장 불쌍한 것 같아요. 그 굳세 보였던 친언니의죽음과 사랑했던 남자의 죽음을 동시에 맞이했으니.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정말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횽길동: 그르게요... 하나뿐인 친구 기즈키를 잃었을 때의 와타나베의 심정을생각하면, 그가 그렇게 죽음에 초연해질 수밖에 없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혁명 같은 게 다 무의미해 보이고 소꿉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거츠비: 가난에 대한 것, 경제적 상실감도 말하고 싶습니다. 미도리가 가족에게 느낀 애정결핍은 사랑 문제일 수도 있지만 경제적인 문제도 맞물려 있는 것 같습니다. 비싼 등록금부터 해서, 친구들과의 괴리감. 지금도 경제적 손실이 많은 사람들의 기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죠. 그래서 나는 열심히 돈을 벌었지.........
○횽길동: 꿈에 대한 상실감도 생각나네요. 우선 꿈이 없음.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지 하고 싶은 게 막상 없어요. 뭔가를 하더라도하고 싶다기 보다 그냥 해온 경우가 많은 것 같음. 레이코의 피아노도 그런 게 아닐까요? 그냥 잘하고 재능이 있으니까 하는 거고, 열심히만 하니까 심리적강박에 움직이지 않는…. 만약 즐겁게 피아노를 실컷 쳤다면 어땠을까요? 저 그냥 외딴 섬에 제 나라나 짓고 살아야겠어요. 여기서는 뭔가 제 나름대로 하기가 쉽지 않아요.
○죠르바: 그럼 그 나가사와는 뭐가 문제인 거야. 돈도 많고 공부도 잘하고잘생기고. 왜 그렇게 된 거야. 나도 별 문제 없는데, 왜 이렇게 된 거야?
○데미얀: 그르게요.. 나름의 지옥이라고는 했으니까.. 뭔가 사연이 있겠죠.. 우리들 모두 나름의 지옥은 다 안에 품고있잖아요?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그 지옥을 극복해 내면 좋지 않을까요!전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이 마음에 드네요. 와타나베만의 성장이 아닌 살아 있는 모두가한걸음 성장했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이렇게 음침한 소설을 양지로 끌어올리며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에 만나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123511
# 유투브 검색: 북렌즈_명작 레스토랑 [상실의 시대]
https://www.youtube.com/watch?v=CN0EjAk3rUI
# 팟캐스트 검색: 북렌즈_ 명작 레스토랑 [상실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