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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Apr 01. 2016

[4D 책리뷰] 이방인 (알베르 카뮈)

가상 독서모임을 통한 입체적 도서리뷰

사실 반 + MSG 반   

 

<초간단 줄거리>

->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 장례를 건조하게 치르고 여자친구 마리와 데이트를 함.

-> 같은 아파트에 사는 레몽이라는 남자와 가까워지며 그의 치정사에 얽매임.

-> 마리와 함께 레몽의 친구가 있는 해변으로 여행을 가고 그곳에서 권총으로 사람을 쏴서 죽임.

-> 재판에서 ‘어머니 장례를 슬퍼하지 않았다’고갖은 질타를 받으며 살인죄를 선고 받음.

-> 감옥에서 상고하지 않고 다가오는 죽음을 적극적으로 맞이함..


※ 참여인원:

- 데미얀 ('데미안'의 그 데미안의후손 / 선과 악, 두 신을 섬기는 균형 잡힌 사회, 20's 중)

- 횽길동 ('홍길동전'의 그 홍길동의후손 / 또 다른 율도국을 꿈꾸는 밑바닥 혁명가, 20's 초)

- 보바뤼 ('마담 보바리'의 그 보바리의후손 / 사랑과 아름다움을 위해선 영혼도 파는 아티스트, 30's 초)

- 거츠비 ('위대한 개츠비'의 그 개츠비의후손 / 무엇이든 이루고 마는 욕망 가득 허세남, 30's 중)

- 죠르바 ('그리스인 조르바'의 그조르바의 후손 / 짐승 같은 본능을 유지하는 자연인, 40 이상)    


※장소: 지중해

※시간: 24시간이 모자라.

※도서: 이방인 (알베르 카뮈)



●데미얀: 반갑습니다. 이번 책은 <이방인>입니다. 다들 얇아서 도전했다가 어리둥절해지는 책이기도 하죠. 그만큼 강한 캐릭터를 통해 묘한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전체적인 감상 이야기해 볼까요?     


○거츠비: 뫼르소라는 인물의 삶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사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의지박약이라고 해야 하는지, 보는내내 답답했습니다.


○횽길동: 공감함. 로봇도 아니고 이상한 캐릭터였음. 얇다고 좋아했는데, 읽고 나니 뭘 읽은 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나마 재판 부분은 좀 흥미진진했는데, 그것도 영 결말이 찝찝해서… 읽고 나서도 읽지 않은 느낌이었음.


○죠르바: 뭐가 문제야. 명쾌하구만. 단순한사람이 단순한 이야기를 하는데 뭘 그리 어려워하나!


○보바뤼: 저도 다 이해는 못하겠지만, 뭔가 쿨하고 매력적인 면도 있었어요. 작가가 멋있어서 그런지 주인공도 멋있게 느껴지던데요. 멋있게 느끼지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후후.


○거츠비: 작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책은 작가의 시리즈물 중에 하나라고합니다. 알베르 카뮈 작가 수첩에 보면 <이방인 / 칼리굴라 / 시지프 신화>3부작을 통해 부조리를 나타내려고 했다고 합니다. 거기서 시지프 신화가 에세이라서 가장직접적으로 사상이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사상이 뭐냐면……….


●데미얀: 워워… 너무 깊으면 더 혼란스러워지니까. 그냥 작가의 부조리 철학을 깊이 담은 책이다. 이 정도로 정리하면될까요? 인물이 워낙 강력하니까 인물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주인공 ‘뫼르소’는 어떤 사람인가요?


○보바뤼: 확실한 거 하나는… 사랑꾼은 아니에요. 여자친구가 그렇게 진지하게 사랑을 갈구하는데도 시큰둥하다니! 결혼도 그렇고 두 번이나 그러잖아요! 내가 그런 남자를 만났으면정말 화났을거예요!


- 조금 뒤에 마리는 나에게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그런 것은 아무 의미도없는 말이지만,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나는 대답했다. p.44
- 저녁에 마리가 찾아와서, 자기와 결혼할 마음이 있느냐고 물었다.
- 나는 그건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마리가 원한다면, 그래도 좋다고 말했다.
- 그녀는내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 나는 이미 한번 말했던 것처럼, 그건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지만 아마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그렇다면왜 나하고 결혼을 해요? 하고 마리는 말했다.
- 나는, 그런 건 아무 중요성도 없는 것이지만 정 원한다면 결혼을 해도 좋다고 설명을 했다. 게다가 결혼을 요구한 것은 그녀 쪽이고, 나는 그저 승낙을 했을뿐이다.
- 그러자 마리는, 결혼이란 건 중대한 일이라고 나무라는 투로 말했다.
- 나는 “아니야”라고 대답했다. p.52


○거츠비: 아까는 매력적이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쩝.. 뫼르소의 저런 태도는 삶 전반적으로 보여집니다. 한마디로 의욕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투 하나하나가 그렇죠. 어떻게보면 우유부단하고 찌질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군요.


- 그건 제 탓이 아닙니다. p.9
- 게다가 그와 말을 하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p.36
- 내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고 말했더니 그는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p.38
- 왜냐하면 내게는 레몽의 마음에 들지 않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p.41
- 그의 친구가 된다 해도 내겐 상관없는 일이었고, 그는 정말로 나와 친구가 되고싶은 모양이었다. p.42


○죠르바: 이 사람아. 찌질하다니. 진짜상관이 없는걸 어쩌란 거야. 괜히 비굴하게 다 애정을 쏟는 척 이리 굽실, 저리 굽실 하는 것보다야 낫지! 내키는 대로 하는 게 대장부라구! 졸리면 졸린 거고, 맛있으면 맛있는 거고, 예쁘면 예쁜 거지! 굉장히 솔직하고 쿨하고 좋구만!

- 그런 모든 것 때문에 나는 졸음에 빠져 버렸다. p.10
- 벽에 반사되는 불빛 때문에 피로를 느꼈던 것이다.
 - 나는 또 정욕을 느꼈다. p.44


○거츠비: 짐승도 아니고 시도 때도 없이 졸리다고 하고 배고프다고 하고 흥분된다고 하는 게 쿨한 거라고 할 수 있습니까. 특히 장례식이나 재판같이 그 엄숙한 상황에서! 도저히 이해가 가지않습니다.


○데미얀: 워워. 그 작가의 서문에 보면 일체의 거짓말도 거부하는 사나이라고표현하며 예수라고도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보면 조금 달라 보이기도 하죠.


○횽길동: 아무리 포장한다고 해도 사회성은 떨어짐. 우리는 사회적 동물 아닌가요? 그런데 이렇게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렇지않을 수 있죠. 재판장면이 왜곡되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 한 명을 직접 죽인 거잖아요. 아무리 태양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피도 봤을 테고. 근데 전혀 겁먹지도않고 반성하지도 않고… 사이코패스같음…

그러나 나는, 원래 육체적 욕구에 밀려 감정은 뒷전이 되는 그런 천성이라고 그에게 설명해 주었다. p.75


○보바뤼: 감정이 없는 로봇 같긴 해요. 사실 엄마가 죽었다는 건 큰 문제긴하죠. 감정적으로…. 사람을 죽인 것도… 그리고 본인이 직접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도…. 어쩜 그리 건조할수 있는지…


○죠르바: 근데 진짜로 안 슬플 수도 있잖아. 안 슬픈 걸 안 슬프다고 하는데뭐. 안 미안한 걸 안 미안하다고 하고. 죽는 게 안 무서울수도 있지. 그런 게 모두 무섭고 두려운 것이란 건 사회적 학습일 수도 있다구! 다 그런 관습 속에서 학습 받은 걸 당연시하는 게 더 무서운 거지! 그러니괜히 쓸데없는 죄의식도 느끼는 거고!  


●데미얀: 뫼르소는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 것 같죠…. 그럼 뫼르소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가까운 사람이라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보바뤼: 애인이라면, 끔찍해요. 같이있어도 외로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냥 친구나 이웃으로서는 괜찮을 것도 같은데요. 크게 뭘 바라지 않으니까 피곤하지는 않겠어요. 훗. 층간소음 이런 문제도 신경 안 쓸 것 같은데요!


○거츠비: 실제로 뫼르소의 이웃들은 뫼르소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죠. 그렇게증인으로 이야기도 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부탁을잘 들어주니까요. 왜냐하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그런 사람이 돌변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총을 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냥 태양이 쨍쨍해서 사람을 죽인다면. 실제 우리 주변에는 저런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티가 나지 않을 뿐이죠. 티가나지 않는 게 더 무서운 것 같습니다.


○죠르바: 난 재미있을 것 같고만. 실컷 수영하고 밥 먹고, 연애하면서 지내면 좋겠는데! 기본 욕구만 채워주면 뭐 하자는 건다 하겠어! 절친이라구!


○횽길동: 서운한 걸 넘어서 시한폭탄 같은생각이 들어서 무서움. 차라리 정말 화가 나거나 복수를 위해서 죽인 거면 이해라도 가는데, 그냥 뾰루퉁하게 있는 게 더 섬뜩해요. 가끔씩 연쇄살인범들 보면그런 거 느끼는데… 그런 느낌…


●데미얀: 주변에 있는 것도 얼마나 가까운 사람이냐에 따라 또 기대치가 달라지죠. 그래서쉽진 않은 것 같지만, 결론적으로 양날의 검과 같은 면이 있죠. 세부적인장면들을 이야기 나누면서 뫼르소를 좀더 알아가 보죠. 장면들 하나하나가 뫼르소의 시각으로 보여지기 때문에뫼르소를 자세히 알 수 있죠. 인상 깊었던 장면들 이야기해볼까요?


○횽길동: 뭐니뭐니해도 첫 문장임. 그 이후로 이어지는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일관된 무관심. 강렬하다고 할 수 있죠.

-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양로원으로부터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 근조.’ 그것만으로써는 아무런 뜻이 없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p.9
- 나는 오랫동안 야외에 나가 본 일이 없었다. 그래서 엄마 일만 없었다면 산책하기에얼마나 즐거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19


○보바뤼: 엄마랑 사이가 안 좋았나. 어떻게 안 슬플까요….


○거츠비: 책 자체가 전체적으로 개연성이 없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작도 뜬금없고1부에서 2부로 넘어가는 순간도 뜬금없어요. 우리가 흔히 보는 소설에 비하면 허접하다고 볼 수도 있죠. 짧긴짧은데 그만큼 많이 비어있으니까. 근데 인물이랑 비교해보면 인물도 개연성이 없어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된 끈들이 다 끊어진 것 같아요. 그렇게 보면과거와 미래는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현재 뫼르소의 행동에는.


○보바뤼: 맞아요. 그 말씀 들으니 문체도 뜬금없는 것 같아요. 문체도 굉장히 짧게 끊어지더라고요. 툭툭 던져지듯이. 무슨 초딩문체 같기도 하고. 간결해서 읽기는 편했는데.


○데미얀: 두 분다 예리하신데, 사르트르의 서평에 보면 그런 문체와 관련된부분, 사상과 관련된 부분이 잘 나와 있더라고요. 종속절을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문장 하나하나가 뫼르소처럼 개별적으로 놓이도록 했다고 하네요.


- 각개의 문장은 그 전의 문장들로부터 이미 얻은 힘을 이용하기를 거부하며 저마다의 문장은 항상 새로운 시작이다.
 마치 우리가 사는 순간이 개별적광채이고 스스로 온전한 존재이듯 문장들도 하나하나가 개별적 존재이고 스스로 온전한 존재이다.
 부조리 인간의 모든 경험들이다 똑 같은 값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이방인>의모든 문장들은 다 같은 비중의 값을 지닌다. 저마다의 문장은 독립적으로 위치하고 다른 문장들을 돌려버린다. 형식과 내용이 같이 가고 있다. <사르트르>


○죠르바: 당연한 거야! 현재가 중요하지. 과거랑미래는 뭐 있으나 마나 하다고. 그런 면에서 난 그 종교 사제한테 화내는 장면이 그리 통쾌했네! 뭐 지금 눈앞에 있지도 않은 사람을 위해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냔 말이야! 천국은 뭐 개나 주라지.


- 그는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조차 그에게는 없지않으냐? 보기에는 내가 맨주먹 같을지 모르나, 나에게는 확신이있어.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 그보다 더한 확신이 있어. 나의 인생과, 닥쳐올 이 죽음에 대한 확신이 있어. 그렇다, 나한테는 이것밖에 없다. p.133


○보바뤼: 맞아요. 정말 딱 한번 화내는 장면인 것 같네요. 사람이 마지막에 변하는 건가. 그런 생각도 잠깐 했어요. 그 침착하던 사람이. 하지만 그래도 가장 캐릭터를 잘 표현하는 건마리와의 대화인 것 같아요. 철벽남의 대가.


- 조금 뒤에 마리는 나에게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그런 것은 아무 의미도없는 말이지만,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나는 대답했다. p.44


○거츠비: 저는 그 직장 상사가 파리에 가겠냐고 했을 때, 안 가겠다고 했던부분이 또 생각나는군요. 알제에서 선박 중개인 사무실 직원으로 있는데,파리로 가는 거라면 나름 야망을 가지고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야망 같은 건 뫼르소에게 찾아볼 수 없다는 걸 다시금 확인해 주었던 부분입니다. 가족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고, 직업도 아니고…


- 나는, 그렇기는 하지만 결국 이러나저러나 내게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장이 생활의 변화에 흥미를 느끼지 않느냐고 물었다. 사람이란결코 생활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쨌든 어떤 생활이든 다 그게 그거고, 또 이곳에서의 내 생활에 조금도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고 나는 대답했다.p.51


○데미얀: 그러게요. 많은 남자들이 가족이나 사랑에는 소홀해도 일에 집중하는경우는 많죠. 워커홀릭이라고 해서. 입신양명 같이 자기 분야의인정받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뫼르소는 그것도 아니죠. 한정적이나마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있을법한데, 여기선 찾기 힘드네요.


○보바뤼: 저는 마지막 부분에도 이해가 잘 안 됐어요. 죽기 전에 그 ‘기회’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잖아요. ‘열 번에 아홉 번만 죽는 그런 화학약품’ 이런 이야기를 할 때에는그래도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지막에는오히려 구경꾼들이 증오의 함성으로 맞아 주길 바란다니까. 왜 저러지…싶었네요.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내가 덜 외롭게 느껴지도록, 나에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p.136


○죠르바: 뭐 사람이니까 흔들릴 수 있지만, ‘죽음’에 대해 인정해 버리면 간단한 거 아닌가! 그 담배 이야기도 나오지만, 담배 피는 사람한테 담배를 못 피게 하면 징벌이란 말이지. 근데담배를 안 피고 싶어한다면 그건 징벌이 아닌 거야. 뫼르소는 담배에 얽매이지 않고 극복해 버린 부분이나오잖아. 죽음도 하나의 징벌로, 공포를 주기 위해서, 처벌하기 위해서 뫼르소에게 주어졌지만 그것을 당당하게 받아들인다면 그것 또한 멋있지 않은가. 어차피 사람들은 사실보다는 보고 싶은 걸 보겠지! 보고 싶은걸 실컷보게 해주는 거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그러나 그때는 벌써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일에 익숙해져서, 그것은 이미 나에게는 아무 징벌도 되지 못했다.


○데미얀: 왠지 그런 거 생각나네요. 학교에서 나쁜 선생님이 체벌로 때리는데, 맞는 학생이 힘 딱 주고 버티고. 선생님은 더 화내고 때리는 모습. 그렇게 반항하는 교실 학생의 모습. 하나의 반항같이 보일 수도 있겠네요. 또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뫼르소가 시큰둥하게 말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네요.죽음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뭐 그리 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네요!


- 상고 기각. “그래, 그렇다면 나는죽을 수밖에 없는 거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죽는 것은 분명했다.그러나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결국, 서른 살에 죽든지 예순 살에 죽든지 별로 다름이 없다는 것을 나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p. 126


그토록 죽음이 가까운 시간 엄마는 거기서 해방감을 느꼈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마음이 내켰음이 틀림없다. 아무도, 아무도 엄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죽었다면 마리는 더 이상 나에게 관심의 대상이 못 된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생각되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내가 죽은 뒤에 사람들이 나를잊어버린다는 사실도 나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일은 생각하기 괴로운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p.128


○죠르바: 나는 그 살라마노 영감과 개! 아오, 이 영감탱이가 있을 때 잘해줘야지. 개가 떠나고 슬퍼하는 모습이그리 안타깝더구먼. 나도 나이가 먹었는지 원. 할아버지한테이입이 되네.


○보바뤼: 근데 개 입장에서 보면 그건 희망적인 탈출 아닌가요? 개가 불쌍해죽겠다고 생각했는데 도망가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더 행복할 것 같아요. 완전 데이트폭력 당하는 여자들 생각났다니깐 같이 한 정, 시간, 추억 그런 거 다 개나 줘버리라지!… 모두 있을 때 잘해요. 그러니까! 표현도 좀 제대로 하고!


○데미얀: 이야, 뫼르소 이해 안 간다고 하더니, 여자 뫼르소 다 되셨는데요!


○횽길동: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재판이 아닌가 생각함! 나는 뫼르소는 별로지만 이 재판은 아주 짜증났음. 아주 우리 재판에서힘없이 당하는 소시민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낸 것 같아요! 특히 검사가 말 조합해서 몰아가는 건 정말. 아오….


- 변호사: 도대체 피고는 어머니를매장한 것으로 해서 기소된 것입니까, 아니면 살인을 한 것으로 해서 기소된 것입니까?“ p.107
- 검사: 범죄자의 마음으로자기의 어머니를 매장했으므로, 나는 이 사람의 유죄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p.108


○거츠비: 재판이 그런 것 같습니다. 진실보다는이기기 위한 게임 같아요. 검사나 변호사나. 여기서는 변호사가무력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아랍인을 죽인 뫼르소가 사형 선고까지 당할지는 몰랐을 거예요. 그 시대 분위기에선. 방심했다고도 할 수 있죠. 그렇다고 뫼르소가 죄가 없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완전 억울하고선량한 죄수는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데미얀: 맞아요. 뫼르소의 시선이다보니 그렇게 착각할 수 있죠. 여기서 포인트는 죄의 경중보다는 재판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소외’ 같아요. 나도 소외당하지만 진실도 소외 당하고 이것저것 외부적인 것에 많이 휘둘려요. 이 사건만 해도, 어머니가 전에 돌아가신 내용이 계속 나오죠. 그 외에도 이어서 진행되는직계존속 살인사건과도 계속 연관 짓죠. 더 나아가 신문기자는 여름에 기삿거리가 없다는 이유로 더 띄워서보도했다고 하죠. 정말 다양한 것들이 영향을 미친다는 게 무섭죠.


이를테면 사람들은 나를 빼놓은 채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참여도 시키지 않고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나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었다. p.110


신문기자: 우리들은 말이죠, 당신의사건을 좀 띄워서 보도했답니다. 여름철은 신문사로서는 경기가 부진한 계절이거든요. 기삿거리가 될 만한 것이라곤 당신의 사건하고 직계존속 살해 사건 밖엔 없었어요. p.95 – 내 사건이 참 다른 것의 영향을 많이 받음.


또 그의 말에 따르면, 정신적으로 어머니를 죽이는 사람은, 자기의 손으로 아버지를 죽이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인간 사회를 등지는 것이었다. p.114


○횽길동: 그거 들으니 이것도 생각남. 뫼르소보고검사가 똑똑하다고 하는데, 그것이 영악한 범인이란 뉘앙스로 들리는 거를 지적하는 부분. 엄청 공감 갔음. 문제 잘 풀면 머리 좋다고 하는데, 게임 잘하면 잔머리 굴린다고 하잖아요. 내 머리는 똑같은데 말이지! 이거 정말 부조리하단 말야!


귀를 기울이고 있던 나는, 나를 똑똑한 사람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보통 사람에게 장점인 것들이 어떻게 죄인에게는 결정적으로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점이었다. p.112


●데미얀: 이 책에서 ‘부조리한 생애’에 대해 나오는 부분이 있어요. 우리가 사실 태어날 때부터 우리 맘대로하는 것은 없잖아요. 부모를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성별을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툭 떨어지죠. 살면서도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이리 휘청, 저리 휘청. 여기서 ‘자동인형’이라고묘사되는 그런 사람보다는 그래도 주체적인 내 삶을 살고 싶지 않나요?


- 내가 살아 온 이 부조리한 전 생애 동안, 내 미래의 저 밑바닥으로부터 항시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도오지 않은 세월을 거슬러 내게로 불어 올라오고 있었다.
- 다른 사람들의 죽음, 어머니의사랑, 그런 것이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단 말인가? 그의그 하느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 사람들이 선택하는 운명, 그런 것이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단 말인가? (…) 사람은 누구나다 특권 가진 존재다. 세상엔 특권 가진 사람들밖에는 없는 것이다.

 

 뫼르소만큼은 될 수 없겠지만, 또 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가 지향하는 ‘독립적인 개체’는 어느 정도 의미는 있는 것 같아요. 우리를 독립적인 개체로 살지 못하게 하는 것들, 우리를 옭아매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까요?


○거츠비: 돈과 명예가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돈 때문에 못 하는 것들이 많고, 명에 때문에 눈치 보는 것들이 많죠. 돈이 없으면 돈을 벌려고 고생하고, 돈이 있으면 돈을 지키려고 신경쓰고, 자물쇠 같군요.


○보바뤼: 저는 사랑이 생각나네요. 사랑은절 행복하게도 하지만 불행하게도 해요. 그냥 없이 살아도 되는데 계속 하고 싶어지고, 또 상처받고. 죽을 만큼 사랑했다가도 또 원수가 되고. 힘드네요. 가끔은. 뫼르소는사랑 때문에 상처받지는 않겠죠…


○횽길동: 저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인습과 관습이 떠올랐음. 지금까지 크면서 학생은 이래야 돼! 남자는 이래야 돼! 청춘은 이래야 돼! 도대체 뭐이리 해야 되는 게 많은지. 사육 당하듯이 살아왔네요. 과거에는 신분제도도 있어서 더 골치 아팠다고들었는데… 에휴… 지금도 힘든 건 매한가지 같네요.


○데미얀: 우리는 유교적인 사상이 바탕이 되다 보니 더 심한 것 같아요. 왕은 왕답게, 백성은 백성답게부터 시작해서, 여성들에 대한 핍박도 상당했고.. 또 개인적으로 높은 사람들은 체면때문에 아무것도 못했잖아요. ‘극기복례’라고 스스로를 억압하고극복해서 예를 실현하라니, 배고프고 피곤하고 흥분되고 이런건 다 극복해야 할 대상인 거죠. 특히 부모님의 장례식장에서는. 뫼르소는 곤장을 맞았을 거 같네요.


○죠르바: 유교사상 하니 생각나는 구만. 가장족쇄 같은 건 ‘충’이랑 ‘효’ 아니겠나! 누가 누구한테 충성한단 말인가! 누가 누굴 떠받쳐야 한단 말이냐고! 내가 나한테 충성하고 나를 보살피기도바쁜데. 아이도 스스로 크는 거고, 부모도 알아서 사는 거야. 자식 키우고 부모 모시면 나는 언제 살아가! 그것만 내려놓아도 아주후련하다구.


○거츠비: 그건 좀 심한데… 유치원이나요양원은 그래도 보내드리는 게…


●데미얀: 인간관계에 대한 족쇄도 마찬가지죠.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어야 하고, 적을 만들지 말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눈치보고 거짓 감정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우리는이걸 잘 하면 ‘철 들었다’라고 표현하죠. 씁쓸하네요. 우리가 이렇게 많은 것들을 털어 놓았지만, 이 부조리한 세상이 한번에 바뀌지는 않잖아요? 이 부조리한 세상을 어떻게 살면 좋을까요?


○횽길동: 뫼르소가 돌아이 같다고 생각했는데,어떻게 보니 부러운 면도 있는 것 같음. 나도 이제 거짓말 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겠음!


○죠르바: 다 컸구먼. 그래,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앞에 사람, 옆에 사람, 뒤에 있는 사람 얼마나 볼지 모른다고! 하루하루, 오늘에 충실하라구! 본능이향하는 대로!


○거츠비: 다들 그렇게 살면 사회가 너무 혼란스러우워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사회는 이런 틀로 이루어져 있으니, 어느 정도 적응하며 살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습이나 법 같은 것도 결국 우리가 만든 거지만,그 틀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맹목적이지만 않으면, 한 생애는 살만하지 않을까요.


○보바뤼: 저도 이럴 때일수록 모두가 더 공감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뫼르소같이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모두가 협동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거꾸로드네요. 이미 태초의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계속 조금씩손 대면서 그럭저럭 살아가야 할 것 같아요.


○데미얀: 멋있습니다. 우리가 꼭뫼르소처럼 살아야 한다고 세뇌 당하면 안 되겠죠. 판단은 각자 독자의 몫이니까요. 중요한 건 어디에 휘둘리더라도 내가 무엇에 휘둘리는지는 알면 좋을 것 같아요.내 인생이 남이 조작하는 인형이라면 너무 슬프겠죠. 인형이라도 줄을 끊을 수 있는 용기도필요하고요! 끊지 않더라도 내가 줄에 묶여 있다는 건 아는 게 낫지 않을까요! 짧은 책이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모두 다음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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