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독서모임을 통한 입체적 도서리뷰!
<간단 줄거리>
청년이 한 철학자를 찾아와 질문을 한다.
→ 철학자는 대답을 한다.
→ 시니컬한 청년은 비판적인 질문을 한다.
→ 철학자는 인내심을 가지고 대답한다.
→ 그 철학자는 그리스 철학과 아들러 심리학을 융합하여 청년에게 많은 말들을 해준다.
→ 청년은 감동 먹는다.
첫 번째 밤, 트라우마를 부정하라
두 번째 밤,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세 번째 밤, 타인의 과제를 버리라
네 번째 밤, 세계의 중심은 어디에 있는가
다섯 번째 밤,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아간다
※ 참여인원:
- 데미얀 ('데미안'의 그 데미안의 후손 / 선과 악, 두 신을 섬기는 균형 잡힌 사회자)
- 횽길동 ('홍길동전'의 그 홍길동의 후손 / 또다른 율도국을 꿈꾸는 밑바닥 혁명가)
- 죠르바 ('그리스인 조르바'의 그 조르바의 후손 / 짐승같은 본능을 유지하는 자연인)
- 보바뤼 ('마담 보바리'의 그 보바리의 후손 / 아름다움을 위해선 영혼도 파는 낭만가)
- 거츠비 ('위대한 개츠비'의 그 개츠비의 후손 / 무엇이든 이루고마는 욕망 가득 허세남)
※ 장소: 판엠
※ 시간: 24시간이 모자라.
※ 도서: 미움받을 용기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데미얀: 안녕하세요. 이번 책은 베스트셀러인 <미움받을 용기>입니다. 프로이트, 융과 함께 3대 심리학자인 아들러의 사상을 바탕으로 쓰인 인문서적이자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죠. 다들 어떻게 보셨나요? 전체적인 감상 이야기해 볼까요?
▷죠르바- 나는 엄청 재미있게 봤는데.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차곡차곡 잘 정리해준 느낌이었어. 물론 백 프로는 아니지만,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난 느낌? 그런 면에서 신났으. 생각보다 물렁물렁한 면이 아쉽긴 하지만. 뭐, 그까이꺼.
▷거츠비- 저도 좋게 봤습니다. 근데 저는 조금 다른 게, 자극적이라 신선했다고 해야 할까? 제가 생각했던 인간관계에 대한 철학을 비롯하여 사상적 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몇 가지 실제로 적용해보고 있는데 좋더라고요! 최근 까뮈의 <이방인> 강의를 듣고 실존주의에 대한 관심이 용솟음치고 있었는데, 새로운 관점의 실존주를 만나서 좋았습니다!
▷보바뤼- 저도 신선한 면에서 좋았어요. 저는 심리학 책을 즐겨 보는데, 내용적으로 신선하다기보다는 형식적인 면이 신선했어요. 대화 형식으로 되어있는 것은 처음 봤거든요. 플라톤의 <대화> 편에 나온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따랐다고 하는데, 아 그래서 심리학자가 아니라 철학자가 나온 거구나! 하고 무릎을 탁 쳤어요. 그래서 인문학 느낌도 나고... 확실히 구어체라 딱딱하지 않고 쉽게 읽혔던 것 같아요. 또 질문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어요. 청년의 송곳 같은 질문을 통해서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데미얀: 좋은 이유도 다양하네요. 뒷받침이냐 도끼냐. 형식적으로 보면 사례중심이 아니라서 마음껏 사유할 수 있었던 것도 같죠. 그것을 단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많이 팔렸다는 점에서는 성공한 것 같네요. 여기까진 좋은 말씀들 많이 나왔네요! 다 좋은가요?
▷횽길동- 청년의 존재가 조금 아쉬웠음. 중간중간 철학자가 대답을 회피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꼭 짚어내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짜고 치는 고스톱 느낌? 마지막에는 오글거리기까지 헀음.
▷거츠비- 아 저도 후반부에는 갑자기 착해져서 놀랐습니다. 뭐 처음부터 그럴 것 같기도 했지만요.
▷죠르바- 나도 뭐 처음에 청년이 엄청 세게 나오길래 혹시나하고 뒤에 살짝 봤는데 '고맙다'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역시나!' 하고 생각했지. 멋있을 뻔하다가 말았어! 철학자 따위한테 놀아나다니!
▶데미얀: 맞아요. 처음에는 도장깨기 하듯 다 부술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나중엔 아들러 심리학에 동화되어가죠.
▷죠르바- 근데 이 책이 모두에게 도움될 것 같지는 않았어. 사실 상처받은 것 같은 내용도 많던데. 어느 정도 빛을 바라볼 수 있는, 중간 정도 올라온 사람들에게 의지를 심어주긴 좋은데,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가혹하게 들릴 수 있는 것 같단말야. 즉 나한텐 가혹했다구! 나라서 망정이지 원. 상처받을 뻔 했다구.
▶데미얀: 그 이야기 들으니 생각나는 게 있는데, 저번 <죽음의 수용소에서> 의 작가 빅터 프랑클은 '로고테라피'라는 이론에서 약간은 미래를 지향했었거든요. 스스로 자살위기에 있는 사람들, 수용소에서 끔찍한 하루하루를 살아기고 있는 사람한테는 '지금, 여기'를 살라는 말이 가혹하죠. 그런 상황에서 미래지향적으로 꿈을 꾸더라고요. 나는 여기서 나가면 뭘 할 거야~ 그 미래를 보고 버티는 거죠.
▷횽길동- 군대 이야기 같은데요. ㅋㅋ 나가면 뭐 할 거야 ~ 리스트 엄청 적었었는데.ㅎㅎ
▶데미얀- 그때도 군대 이야기 많이 나왔었죠. 책 안에 날카롭고 공격적인 면이 있어서 함부로 추천하기 위험한 면도 있네요. 책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하나하나 뜯어볼까요.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들이 공감이 갔나요?
▷죠르바- '타인의 과제'가 짱이었지 그래도. 이거 하난 마음에 들더라. 정말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는데 한 단어로 콕 집어 얘기해주니 통쾌했지.
'말을 물가까지 데려가는 것이 나의 과제이고, 물을 먹느냐는 말의 문제다'
이것도 제가 자주 쓰는 말이거든. 사실 뭐 물가까지 데려가지도 않지만. 최대한 하면 저렇게 한다는 거지.
▶데미얀: 저도 모임 하면서 그 생각 많이 해요. 회원들이 모임에 편하게 올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책이 재밌다는 걸 전해주는 것까지는 것 까지가 저의 과제라고. 진짜 책을 읽는지, 그분이 모임에 오는지는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라고. 오늘도 아침에 4분 정도가 못 오신다고 엄청 미안해하며 말씀하셨는데, 저는 항상 그래요. 편하게 하시라고~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죠. 이런 좋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게, 제가 더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보바뤼- 우리 모임장님 모임부심 쩔죠. 나르시스.ㅋㅋㅋ 열정 멋있어요. 저러니 오래 하는 거 같긴 해요.
저도 '타인의 과제'라는 말이 좋아서 육개월 정도 생활에 적용해 보기도 했는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제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연인에는 적용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타인으로 분리하기가.... 그래서 더 물질이 아름다운거 같긴 해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하지만 사람은... 마음대로 안 되죠. 특히 남자란.ㅠㅠ
▷죠르바- 그런 놈들에게 가장 명확히 구분을 지어야 한다구!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나를 위한다고 이것저것 해주시는데 항상 고마움을 바란단 말야. 나는 별로 원하지도 않았는데 배은망덕하다고 하시고. 스스로의 만족 아닌가? 책에 따르면 고마워하는 건 저의 과제인데 자꾸 개입하시는 느낌? 저는 그래서 더 분리하려고 하니 맨날 싸워. 이 책좀 빌려드리고 싶네. 아주.
▷보바뤼- 맞아요. 부모님들은 그런 경우 많으시죠. 근데 저는 뭔가 미안해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약간의 의무감? 책임감? 받은 게 있으니 원하는 대로 좀 해 드려야 하는 게 아닌가.. 어떻게 보면 '착한 아이 콤플렉스'일 수도 있는데 과제 나누기가 쉽지 않네요. 그래서 저는 그런 컴플렉스를 벗어나.......
▷거츠비-저는 친구랑 가족까지는 괜찮은데 연인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자꾸 기대하고 바라게 되더란 말입니다. 개입하게 되고. 옛날부터 보면 사랑 때문에 많은 전쟁이 일어나 곤 하잖아요. 트로이의 전쟁도 그렇고. 그리스 신화도 그렇고. 사랑이 제일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저도 한번 크게 발렸고... 데이지 네 이녀...
▶데미얀: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어떤 사랑도, 한 사람의 몫은 2분의 1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냉정과 열정사이>에 나오는 말인데, 나의 사랑이 넘쳐 흘러도 다른 사람의 반을 채울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나는 나의 절반에 충실할 뿐. 알긴 아는데 쉽지 않죠.
▷보바뤼- 저는 제목이 참 좋았어요. <미움받을 용기>. 우리가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잖아요. 여기 나오는 유대인 이야기처럼 '열 명의 사람이 있다면 누군 비판하고, 누군 좋아하고, 대부분은 관심 없다' 이런 마인드를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좀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았어요. 이 부분에서.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
▶데미얀: 보바뤼씨는 자신감 그만 가져도......... 사실 지금까지의 많은 책들이 우호적인 관계를 조장하잖아요. '적을 만들지 마라'와 같은. 실제로 고전으로 불리는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보면 정말 타인 중심의 관계를 이야기하거든요. 리더의 입장이기도 하죠. 공인과 같은? 하지만 우리 모두가 정치인 할 건 아니니까ㅎㅎ
▷횽길동- 아, 저는 제목이 마음에 안 들었음. 사실 좀 뻔하게 다가와서. 그래서 지금까지 인기 많아도 읽지 않았던 건데, 읽어보니 좋은 내용이 많더라고요. 그나마 다른 내용 중 '트라우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좋았음. '원인론'을 극복하는 '목적론' 이야기. 사실 상담이나 이런 거 보면 가정환경이나 학창시절에서 원인을 많이 찾잖아요. 근데 그런 시절을 다 똑같이 겪어도 결과는 다르니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딱 짚어줘서 짱 좋았음.
▷거츠비- 근데 실제로 잘 맞지 않습니까? 애들 상담하거나 그러면 다 맞는 것 같습니다. 생활기록부 보고 그러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말도 있고. 역사의 입장에서도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과거에서 이유를 찾는 것도 의미는 있다고 생각해요.
▷보바뤼-그렇긴 하죠. 의미가 아예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쓸데없는 선입견과 편견을 갖게 하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자신이 극복하면 모르겠는데 아니면 자꾸 숨어버리니까. 똑같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데도 괜히 가정환경 탓으로 돌리면 설명 그 이상은 아닌 것 같아요. 친척 중에는 그런 걸 무기로 삼는 애도 있어요. 부모님이 이혼해서 나는 삐뚤어졌다. 건들지 마라. 하지만 사실 이혼한 사람들 엄청 많잖아요 사실... 결혼 안 한 사람들도 엄청 많은데 괜히 부모님의 결혼생활이 어쩌고, 가슴 아픈 이별경험이 어쩌고. 짜증 나요. 화날라고 해..
▷거츠비- 그런 면에서 프로이트와 융, 아들러를 경계 짓는 거 같기도 합니다. 프로이트와 융이 무의식에 관련해서 집중적으로 연구를 했다면, 아들러는 이와는 좀 방향이 다르다고 하잖아요. 원인론 vs 목적론. 딱 둘로 구분해서 어느 것이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디에 우리가 좀 더 무게중심을 두느냐는 선택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원인론에 입각해서 이유를 그럴듯하게 느끼는 건 좋지만, 거기서 느끼는 건 '그래서 어쩌라고'와 같은 마음이죠. 있어 보이는 것 이상에 어떤 큰 의미를 갖기 힘든 것 같아요. 우리가 <어바웃 타임>처럼 과거로 돌아가서 그 매듭을 풀 수는 없잖아요? 푼다고 해도 <나비효과>처럼 또 다른 어떤 위험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저는 '목적론'에 손을 들겠습니다.
▷횽길동- 저도 '목적론'의 의미는 매우 공감이 갔는데, 일부에만 적용되는 것 같던데. 여기서 나온 예 중에 '화를 내는 것'에 대한 부분이 나오는데 분명히 여기서 말하는 것처럼 '액션'을 취해야 해서 화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돼요. 사실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진짜 화가 나는 것보다 위협하기 위해, 본보기로 겁을 주기 위해 화를 내거 벌을 가하곤 했죠. 그런 거 보면 맞는 것도 같은데. 여기서는 화내지 말고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는 하는데....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또 대상 없이도 어떤 상황에 화를 낼 때, 나 스스로에게 화를 낼 때도 있으니깐..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화는 아주 일부분이 아닐까 싶음.
▶데미얀: 이야. <어바웃 타임>, <나비효과>. 다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이 나왔네요. '원인론'과 '목적론' 둘 다 존재하는 이유는 있겠죠. 하나의 패러다임 차이 같아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아들러의 사상이 돌풍(?)처럼 인기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트라우마를 비롯한 원인을 찾는 심리에 더 익숙할 것 같아요. 우선 우리 부모님도... 이 책에서도 인간은 누구나 주관적인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하니깐 자기가 취하고 싶은 것을 취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거츠비- 저는 열등감에 대한 내용도 좋았습니다. 사실 예전에 교육심리학에서 잠깐 아들러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중심 키워드는 '열등감' 이었지 말입니다. 여기서도 열등감과 열등 콤플렉스를 구분하는 부분이 좋았는데, 긍정적인 열등감은 성장을 위한 좋은 발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세계도 주관적이고 해석도 주관적이니까, 그 이후의 나의 행동도 지극히 나의 주관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캬! 브라보!
▷횽길동- 저도 열등감 부분이 좋긴 했는데, 저는 사랑 쪽. '열등감을 느끼지도 않게 해 주는, 우월함을 과시할 필요도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태'가 사랑이라고 한 부분이 있었는데 참 좋았음. 좋아하는 문구 중에 '남자는 지갑 없이도 만날 수 있는, 여자는 썡얼로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라는 말이 있는데 이런 뉘앙스 같아요. 가장 나를 자유롭게 해 주는. 그런 면에서는 열등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것도 좋은 것 같음.
▷죠르바- 나는 '지금, 여기'라는 부분이 좋았지. 실존주의 다룬 소설이나 요즘 에세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이긴 하잖아. 좋은 문구들 속에서. 저번 박웅현의 <여덟 단어>에 나왔던 생각과도 이어지는 것 같은데,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라. 이 순간순간이 하나의 완결된 점이라고. 이 부분이 참 좋았어. 매번 듣는 말이지만 이건 진리 같기도 하고. 인생이란 '지금'이라는 찰나의 연속이라고. 이 말을 아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그래도 좋구만!
▷횽길동- 근데 저번에 <여덟 단어>모임에서도 나왔던 이야기가 '본질'에 충실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라고 하는데 그 본질이 무엇이냐였어요. 지금 충실히 살기는 하는데 무엇에 충실할 것인가. 그건 또 우리의 문제인 것 같아서 어렵게 느껴지는데.. 어떠한 미래의 목표가 있으면 사실 따라가기 쉽잖아요? 한 번만 정해도 되고. 근데 하루하루를 봤을 때는 하루하루 매번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야 될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럼 또 피곤한 것 같고... 정말 좋은 말인데 실천하기도 쉽지 않은 것 같음.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에 충실하면, 그런 생활이 지속되면... 탈진할 것 같은데.ㅠㅠㅠㅠ
▷죠르바- 맞아. 자유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고 하잖아? 하루하루 자신만의 삶을 사는 것은 정말 쉽지는 않단 말이지. 어떤 면에서는 모방이 더 쉬울 수도 있지. 편하고. 시키는 것만 하는 것도 골치 아프지 않고 좋을 수도 있고. 근데 그게 사는건가? 난 그래도, 곧게 하나의 인격으로 서야 한다고 생각해. 허리 곧게 피면 사실 힘들잖아? 그래도 보기도 좋고, 자세에도 좋아지고... 쉽지는 않지만 유익하다고 생각해! 곧게 하나의 인격으로 서는 것이!
▶데미얀: '타자의 관계, 미움받을 용기, 열등감, 지금여기'와 같은 좋은 내용들을 이야기 나누어 봤는데요. 그럼 책에서 조금 이해가 안 됐던 부분, 공감이 덜됐던 부분,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 있으면 이야기해 볼까요?
▷죠르바- 나는 자기 수용! 자신의 단점을 인정한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거든. 하지만 난 단점이 없지. 왜냐, 내가 인정하지 않으면 없는거니깐. 내가 없으면 삶도 없는거거든. 내가 신이지. 자기합리화의 신이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도 자기합리'화'거든. 하하. 항상 만족하면서 살려고 하는데 단점을 수용해 버리면 다시 한걸음 내딛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단 말야. 단점이라는 것이 사실 누군가와의 비교에서 생기는 게 크잖아? 근데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고 했을 때는, 자기 수용도 크게 의미가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 자기긍정과 자기 수용 나눈 것도 애매하고.... 쓸데없이 복잡했단 말이지!
▷보바뤼- 저는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보완할 방법을 찾는 것? 그런 의미에서 자기 수용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나의 부족한 점을 느끼고 채우는 것... 그래야 다음 남자는 더 잘 만나죠... 그래서 다양한 남자를 만나라는 옛 선인들의 말씀이 있는 거 아니겠어요?
▷죠르바- 우리가 꼭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하나?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채워서 하나의 완전체로? 부족한 부분은 내버려두는 것이 인간미 있는 것 아니냔 말야. 부족한 부분이란 것도 어떤 사회나 공동체 내에서 갖추지 못한 것일 가능성이 큰 것 같은데, 미움받을 마음먹고 산다면 그것도 의미가 없지 않나? 남이 날 미워하든 좋아하든 뭔 상관이냐 이거지.
▶데미얀: 와. 그냥 좋은 말이구나 하고 넘길 수 있는 내용인데 다들 깊은 생각을 하셨네요. 말씀하셨듯이 우린 모두 갈증, 더 나아지고 싶다는 욕구를 갖고 있다고 책에서 이야기하잖아요. 근데 그 욕구가 내 내면에서 생긴 건지,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 생긴 건지를 한번 깊게 봐야 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이야기 또 있나요?
▷횽길동: 이 책이 이렇게 많이 팔린 게 공감이 안 됨. 어떻게 보면 자기계발서 같고, 조금은 흔할 수도 있는 내용 같은데 말이죠. 사회가 억누르는 건 이해가 가. 하지만 아무리 사회가 '착한 콤플렉스'에 빠져 스스로를 억압한다고 해도, 용기 내라는 말이 이렇게 듣고 싶었을까? 그냥 행동으로 보여주면 되지. 가만히 방에만 있으니까 나약해지는 거라구. 맞서 싸워야지 말야. 그냥 위로 받고 싶으면 이 노래나 들음 되지. 여기서 소녀시대의 <힘 내!> 한번 듣고 가시겠습니다. 큐!
▷거츠비: 저는 이해가 됐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다른 사람의 눈에 맞춰 살고 있다는 것이고 뒤늦게나마 그걸 사람들이 깨닫고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 점점 피곤하니까! 나도 좀 살아보자 ~ 이런 마인드에서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자유롭게 살자! 이런 느낌.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 시대에, 우리나라에, 충분히 돌풍을 불러올 만 한 것 같습니다.
▷보바뤼: 쉽게 읽히는 대화체도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노랗고 산뜻한 표지도 그렇고. 철학자가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니까, 인문학 느낌도 나고. 그냥 자기계발서 보다는 조금 고차원적인 느낌? 여러모로 좋은 요소들을 다룬 것 같아요. 특히 저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들이었어요. 남의 손가락에 신경쓰지 말아라. 앞으로 더!???
▶데미얀: 제가 또 신중히 책을 골랐기 때문에....
▷거츠비- 저는 칭찬에 대한 내용도 좋았습니다. 칭찬을 하지도 말고 받는 걸 좋아하지도 말라(?)라는 말이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해준다고 하잖아요. 모든 인간관계에서 칭찬의 중요성은 널리 알려졌는데, 칭찬을 하지 말라는 말에 놀랐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남의 기준에 길들여진다는 내용이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냥 그 상황에 대한 칭찬은 해주는 사람도 좋고 받는 사람도 좋고 백해무익한 것 아닌가요? 어떻게들 생각하세요?
▷죠르바- 이 친구 답답하네. 뭘 다시 물어보나. 칭찬받으면 굉장히 부담스럽단 말이지. 몸이 베베 꼬인단 말야. 뭔가 나를 조종하는 느낌? 나는 그냥 내가 좋아서 한 건데, 누가 칭찬하면 그 사람을 위해서 이 일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서 더러워 기분이. 괜히 더 하기 싫어질 때도 있고?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공감 갔는데 나는. '네가 뭔데 날 평가해?' 여기도 나오지만 칭찬은 평가의 개념도 포함된 것 같아서 마냥 좋지만은 않더란 말이지.
▶데미얀: 아... 대박이다. 죠르바씨 진짜 저래요. 뭐 일 시키고 잘했다고 말하면 또 '뭐 시키려고?' 이런 말을 해요. 와 난 장난하는 줄 알았는데 진짜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대박이다.ㅋㅋㅋ
▷횽길동- 저도 조금 공감 가면서도 신선한 이야기 같긴 했는데. 근데 칭찬도 다양한 칭찬이 있잖아요? 학생들이나 후배들, 저보다 어린 사람을 관계로 했을 때는 사실 어떤 목적을 갖게 되는 거 같기도 해요. 칭찬을 통해서 이 사람을 어디로 이끄려고 하는. 위에서 말씀하시는 조종? 근데 저는 인간이 수평적 관계를 전제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것 같음. 수평이 되려면 기득권이 권리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인류 역사상 제대로 권력을 내려놓은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뭐.... 가서 다른 나라 세워야죠. 율도국이나 뭐.
▷거츠비-권력자들까진 바라지도 않고, 우리끼리도 작은 층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걸 다 없애기는 힘들겠죠. 좀 더 현실적으로 보면 칭찬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하는 칭찬이 아니라 그 상대가 이룬 업적에 대한 칭찬, 비포 엔 애프터를 비교해서 하는 칭찬이 건강한 칭찬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면에서는 조종의 개념이 칭찬에 포함된 것 같기도 하니까 그걸 알면 마냥 바보처럼 속지만은 않을 것 같고... 친구들끼리는 조금 다른 거 같습니다. 친구들은 수평적 관계라고 할 수 있으니까? 칭찬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혼 없는 칭찬 엄청 싫어합니다. 무조건 좋고 예쁘고 어울리고... 근데 또 솔직히 말하면 그것도 상처가 되지 않습니까? 사실 그것도 평가잖아요? 근데 또 물어보는데 대답 안 할 수도 없어요. 저는 그래서 다시 매너모드 합니다..
▷죠르바- 좋은 말씀. 내가 사실 영혼 없는 칭찬에 능숙한 스타일인데... 조금 찔리긴 하네. 근데 이게 정말 잘 먹힌단 말야. 특히 외기러기들한테! 그냥 너도 기분 좋고 나도 기분 좋고. 내가 솔직히 말해서 네가 뭐 달라질 것도 아니고 지금이나 재미있게 보내자 이런 주의였는데... 앞으로 어쩌란 말야?
▷보바뤼- 저는 타자공헌의 의미도 굉장히 헷갈렸어요. 의미는 엄청 좋은데 앞에서 나온 '타자의 관계'랑 매치가 잘 안 되더라고요... 타자의 관계를 분리시켰는데 타자한테 좋은 일을 했다는 데서 기쁨을 얻는다는 것이 좀 어불성설 같았어요. 실제 그 사람의 대답이나 보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그것 자체를 생각하는 게 좀 이상하지 않나요? 저도 순수하게 퍼부어 준다고 주었는데, 돌아오지 않으면 상처가 되던데요. 기브 앤 테이크란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라는....
▷횽길동- '타자공헌'이 좋은 말이긴 한데. 굉장히 이기적인 마인드 같다는 생각은 들었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나는 기분이 좋다... 우리 엄마 보면 무조건 밥 많이 먹으라고 하고, 새벽이나 밤이나 밥 한가득 차려주시는데, 사실 몸에 안 좋잖아요? 그래도 본인은 만족하시는 거예요. 나는 아들을 위해 이만큼 했다. 하지만 아들이 배탈난다면... 자기만족 이외에 어떤 결과가 있을까요?
▷견고딕- 아 저는 타자공헌 엄청 좋았습니다. 저는 이런데서 의미를 찾거든요. 친구나 가족들에게 무언가를 해주면서 나의 가치를 입증받는 기분? 근데 지금까지는 모두들 다 좋아했어요. 그래서 맨날 파티도 열고.. 정말 깊은 관계도 맺고 했는데, 그것을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런 고민을 안 해봤네요. 여러분들이 너무 시니컬하신건 아닌가요...
▶데미얀: '타자의 관계'와 '타자공헌' 저도 둘 다 엄청 좋은 개념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란히 놓으니까 조금 어색하긴 했어요. 옛날 공자 말씀 보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마음 따라 행동하는데 세상에 이로운 것. 이런 경지에 이르도록 하라고 하잖아요. 사실 그렇게 되긴 힘들고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 굉장히 좋게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조금 추가해야겠네요. '나는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해가 된다.' 이러면 좀 더 균형이 갖추어진 듯...
다음 마지막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요. 이번 주제가 <심리>인 만큼. 우리는 왜 심리학에 대해 궁금해하고 배울까요? 심리학의 도움을 받아본 경험이 있나요?
▷죠르바- 그냥 뭐 호기심이지. 심리학은 뭐 '심리 테스트' 같은거지. 엄청난 답변을 바라지는 않지만 나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느낌이 들거든. 신기하고 반갑기도 하고. MBTI나 애니어그램과 같은 테스트도 마찬가지잖아. 뭐 이것을 통해서 직업을 찾고 어쩌고 한다고 하지만, 지금 보면 그냥 가십거리지 뭐. 다 속임수라구!
▷거츠비- 저는 힐링. 긍정 심리학이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그런 책만 제가 찾는 건지 모르겠지만 뭔가 위안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나의 고민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고 일반적인 고민이란 느낌? 내가 비정상이 아니라 어떤 설명된다는 사실에서 정상이고, 해결될 방법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저를 안정되게 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힘들 때 그런 심리학 책도 많이 찾아보고 있습니다. 카테고리도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어요. 이별할 때, 취업할 때, 직장 생활에서 등등.
▷데미얀- 저는 약간 지식욕구라고 해야 하나. 아는 게 재미있어요. 하나의 학문으로서. 여기서도 '심리학은 과학'이라는 말이 나오잖아요? 하나의 학문으로서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물리학을 배우면서 우주의 이치를 알게 되듯이,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식으로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는 영화 감상이나 소설에서 등장인물들 이해할 때 조금 도움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ㅎㅎ
▷횽길동- 맞아. 저는 '심리학은 과학'이라는 말이 이해가 안 됐음. 저한테 심리학은 '상담' 느낌인데. 그냥 경청해 주고 같이 호흡 맞춰주면서 편안하게 해 주는? 근데 과학이라고 해서 이해가 잘 안 됐어요. 이 책에서도 보면 사상서? 철학 같은 느낌에 더 가까웠는데 과학이라니... 저는 철학이 더 좋긴 하지만. 과학도 접목되면 나름 매력 있을 것 같네요.
▶데미얀: 제가 이런 여러분을 위해서 책을 하나 더 준비했습니다. <심리학에 속지 마라>. 심리학은 과학이라고 하는데 그건 많은 실험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실제 우리가 아는 마쉬멜로 이야기 같은 것들. 잘 참는 친구가, 의지력이 강한 친구가 성공한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그 배경에는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추적한 종단연구가 바탕이 되고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통계를 엄청 중요시한다고 하네요. 심리학이. 하지만 인간은 유연한 존재니까 그 통계가 허점이 많다는 게 함정이라는 말이 이 책에 담겨 있어요. 사실 요즘은 힐링의 도구로서 심리학이 많이 쓰이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우리가 이번 주제를 그러한 의도로 한 건 아니고요.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그걸로 충분했던 시간인 것 같습니다. 다음에 만나요!
p.s 여러분은 누구에게 가장 공감 갔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