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밍, 게이트키핑, 아젠다세팅, 아젠다키핑
점점 더 현실과 미디어 세계의 구분이 어렵습니다. 그만큼 미디어들이 정교하게 발전해가고 있는데요. 그런 발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미디어의 근본적 특성 4가지 프레이밍(Framing), 게이트키핑(Gate Keeping), 아젠다세팅(Agenda Setting), 아젠다키핑(Agenda Keeping), 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프레이밍(Faming)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1. 사진을 찍을 때에 화면의 구도와 구상을 정하는 것.
2. 조립, 구조, 기구, 뼈대, 모양 등을 구성하는 것.
3. 뉴스 미디어가 어떤 사건이나 이슈를 보도할 때 특정한 프레임을 이용해 보도하는 것.
영상 기기를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1번 의미가, 건축에 관심 있으신 분은 2번 의미가, 정치에 관심 있으신 분은 3번 의미가 와닿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각도로 다루어지고 있죠. ‘틀, 화면의 단위’라는 기본 의미에서 확장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란 의미를 가지는 것입니다. 저는 최인철 교수님의 <프레임>이란 책을 인상 깊게 읽어서 ‘마음의 창’이라는 심리학적인 의미도 함께 떠오릅니다.
결국 우리가 보는 미디어는 프레임이란 한정된 틀 속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럴듯하게 꾸며진 미디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지만, 그것 또한 누군가의 ‘작품’이죠. 즉 모든 미디어는 구성됩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제작자의 의도가 담긴 것을 전제로 합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제작하려 노력했다고 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프레임으로 담느냐에 따라 같은 상황도 전혀 다르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곳에서 사진을 촬영해도 어떤 각도에서, 어떤 조명으로, 어떤 순간을 촬영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집니다. 편집은 더 많은 의도를 내포하고 있죠. 방법도 다양해져서 ‘자르기와 붙이기’ 외에 자막, 효과음, 그래픽 효과 등도 특정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밀어주기 편집’, ‘악마의 편집’은 미디어에서 이제 익숙한 표현이 되었죠. 그래서 요즘 사회⦁정치 관련 방송에서는 ‘무편집본’과 ‘편집본’을 모두 공개하기도 합니다. 공정한 시각을 위한 노력이죠. 결국 우리가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뉴스, 다큐멘터리 등도 복합적인 프레임으로 구성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합니다.
여기서 나아가 사람의 인식 도구로서 ‘프레임’이란 말이 활용되기도 합니다. 제작자고 가지고 있는 인식을 카메라를 통해 전달합니다. 이건 제작자의 프레임이죠. 하지만 수용자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나름의 프레임으로 재해석하죠. 상대방이 A라고 말해도 B라는 프레임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C, D, E 라고 말해도 자신만의 프레임을 고수하는 사람은 인지적 편향성에 갇힐 위험이 있어 문제가 됩니다. 또한 이것을 형성하고 강화하는데 미디어가 적극 이용되고 댓글과 공감을 통해서 여론을 형성하며 전이되기도 하죠. 결국 우리가 제작하고 수용하는 미디어는 이 프레임의 한계를 태생적으로 안고 살아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입니다.
말 그대로 문지기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다. 사전적으로는 뉴스나 방송에서 기자나 편집자와 같은 결정권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이라는 의미인데요. 이 뉴스를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로 확대하여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태생적인 프레임의 한계 위에 의도적인 취사선택의 과정이 더해진 것이죠. 예를 들어, 9시 뉴스를 보겠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수많은 기자들이 그 내용을 취재하지만 우리에게 전달되는 뉴스는 일부입니다. 노출 순서와 비중, 시간 또한 정해져있죠. 이런 것은 객관적인 중요도에 따라 정해질까요? 기준이 무엇일까요? 누가 정하는 걸까요? 결국은 사람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열정적인 기자나 PD가 열심히 준비한 내용을 상사에게 보여주었을 때, 반려받고 좌절하는 장면들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모두에게 노출되는 방송인 만큼 그 검열의 과정이 더 까다롭기도 하죠. 방송 중에서도 공중파 3사와 케이블은 또 검열의 수위가 다르기도 하죠. 특정 배우의 사생활 문제로 인해 공중파에는 출연하지 못해도, 케이블 방송에는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위 높은 대화 등도 마찬가지죠. 요즘은 그 경계가 많이 유연해졌지만, 과거에는 “공중파에서 이런 이야기 해도 되나요?”, “이거 편집될 것 같은데?” 식의 말들을 자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법적인 기준도 있지만, 결국 이것을 방송에 내보낼 것인지, 어떻게 내보낼 것인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문화 예술계의 ‘블랙리스트’ 사건도 이와 관련이 깊습니다. 특정 사람이나 정치 성향의 내용을 문지기가 차단하는 것이죠. 결국 의도가 개입된 것이죠.
하지만 이 문지기의 역할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 역할이 충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도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종종 방송에서 부적절한 영상이나 자막 등이 노출되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대대적인 사과를 하기도 합니다. 맞춤법만 잘못되어도 따끔한 지적을 받죠. 그나마 혼자서 촬영하고 바로 송출하는 개인방송 채널 보다 TV 방송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면, 이 게이트 키핑의 역할에 대한 신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 사람, 수많은 관문을 거치며 정제될 가능성을 믿는 것이죠. 역으로 신뢰도가 낮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필터링 속에서 본질이 흐려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이것은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게이트 키핑의 역할을 꼭 사람이 직접 하진 않습니다. 현재 미디어 생활에서 포털 사이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포털 사이트 메인에 노출되거나 상위에 노출되는 것이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중요한 통로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의혹 속에서 현재 많은 부분이 알고리즘에 의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 라디오나 TV에 사연이 뽑히기 위해서는 “담당 작가가 좋아할만한 내용”을 써야 했고, ‘고객’들에게 와닿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다면, 현재 중요한 것은 알고리즘에 선택받을 수 있는 전략이 우선시 됩니다. 아무리 정성들여 콘텐츠를 만들어도 상위노출이 되지 않으면, 영향력을 잃기 때문이죠. 많은 마케터들과 자신의 콘텐츠가 노출되기 바라는 개인은 포털 사이트의 알고리즘을 열심히 공부하고 맞춤 제작을 합니다. 포털 사이트 또한 알고리즘을 비공개한 상태로 수시로 업데이트하며 공정성을 위해 노력합니다. 또다른 형태의 문지기가 생긴 것인데, 이또한 누군가의 의도가 담긴 설계를 기반으로 하는 것입니다. 개인이 아닐 뿐이지, 결국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음은 아젠다 세팅(Agenda setting)입니다.
주요 의제(Agenda) 설정(setting) 이라고 번역됩니다. 쉽게 이야기를 하면 교실에서 회의를 하거나 토론을 할 때, 다루는 주제는 선생님이 제공합니다. “환경을 위해 분리수거를 잘하는 방법”, “개인 위생 관리를 잘하는 방법” 등으로 지금 시의적으로 필요한 생각거리나, 학습 목표에 맞는 내용으로 준비하시겠죠. 그러한 회의나 토론에는 의도가 선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을 사회로 확대해보겠습니다. 사회에서는 매순간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그 중 일부는 사람들의 입가에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그리고 그중 몇 사건은 큰 관심을 얻고, 여론이 형성되며 치열한 토론 끝에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럼 이 몇몇 사건들은 왜 이렇게 큰 관심을 받게 되었을까요? 정말 다른 사건들보다 주목해야 할 만큼 더 중요하기 때문일까요? 선생님과 같이 누군가 제시하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요?
이러한 과정에 미디어는 깊이 관여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학교에 폭력 사건이 일어나도, 기자가 취재하고 뉴스에 보도된 학교의 사건이 더 주목받습니다. 기사들 중에서도 포털사이트 메인에 게시되면 더욱 큰 영향력을 갖게 되죠. 그럴수록 사람들은 중요한 일이라고 받아들이고 어느 순간 ‘진짜’ 중요한 일이 되어버립니다. 이러한 식으로 ‘주요 의제’가 설정됩니다. 물론 시대정신, 대중들의 관심과 공명하는 부분이 있어야겠지만, 그 전반에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뻥 터뜨린다”는 표현을 사용하죠. 큰 소리가 나면 누구든 놀라서 쳐다보니까요.
지금 체제에서 가장 쉽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이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시간대에 검색한다는 것은 주목받는 내용이라는 의미였고, 이 순위가 인기의 척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또한 실시간 검색어 내용을 바탕으로 트렌드를 파악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러자 실시간 검색어도 ‘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특정 연예인 팬들의 마케팅에서 시작되어 정치적 후원자들, 기업의 마케터 등등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죠. 실제로 네이버 포털 사이트는 2020년 4월 선거의 공정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약 2주간 급상승 검색어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끊임없이 순위가 바뀌던 그 공간에는 “선거기간 동안 제공되지 않습니다‘ 라는 글자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그 영향력을 반증하는 순간이었죠.
연예계에서는 잊혀졌던 가수나 노래가 역주행을 하기도 합니다. 특정 미디어에 노출이 되고, 관심을 받으면 ’소환‘이라는 명목 아래 재조명을 받죠. 다시 ’주요 의제‘가 된 것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새롭습니다. 과거 전통 미디어들의 전유물이었던 아젠다 세팅의 기능을 국민들이 하는 것이니까요.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의 경우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들이 답변을 한다‘는 시스템은 민주적으로 여론을 형성하여 주요 의제를 설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이 영향력이 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화제가 된 사건들을 기자들이 역으로 기사화하여 확산시키기도 하죠. 그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관심을 갖습니다.
개인의 SNS도 마찬기지로 ’자기노출‘을 전제로 하고 있는만큼 주목받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게시물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노출된다면, 조회수가 엄청나게 증가합니다. 유료 마케팅으로 비용에 따라 특정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상위노출 하도록 해주기도 하죠. 관련 내용이 객관적으로 가장 좋거나 중요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알고리즘이나 마케팅에 의해 먼저 노출되는 것이지만 수용자의 관심을 끌긴 충분합니다. 그만큼 미디어는 다각도에서 주요 의제를 설정합니다.
이어서 아젠다 키핑(Agenda keeping)입니다.
앞에서 주요 의제를 설정하는 것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은 유지하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그 사건들 중에 일부는 미디어에 노출됩니다. 그리고 대중들의 관심을 받습니다. 하지만 다른 수많은 사건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 관심은 또다른 사건들로 빠르고 쉽게 대체됩니다. 우리가 뉴스를 보거나, 정보를 얻을 때도 가장 최신 정보를 빠르고 쉽게 인지하고 그와 동시에 이전 이슈들은 잊곤 합니다. 이 주요 의제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미디어들은 지속적인 후속 보도를 제공하고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실시간 검색어‘는 말 그대로 ’실시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죠. 정글과 같은 야생의 공간입니다. 그래서 특정 사건의 경우 ’잊지 맙시다.‘, ’기억합시다‘와 같은 캠페인을 하기도 해요.
반대로 지금 설정된 주요 의제가 나에게 불리한 내용일 경우, 의도적으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하기도 합니다.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라는 말이 있죠. 많은 사회⦁정치 영화에서 A사건을 덮기 위해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B사건을 폭로하는 장면들이 나오고,. 그럼 순식간에 대중들의 관심 속에 A사건은 잊혀지게 됩니다. 또 반대측에서 A라는 사건에 대한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면서, 엎치락 덮치락 하게 되죠. 지키려는 자와 새롭게 차지하려는 자의 처절한 사투라고 할까요. 이와 관련된 수많은 ’음모론‘들이 사회에서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사회적 문제 외에, 기업과 개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셜미디어 콘텐츠, 댓글 반응 등도 모두 미디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해당 기업은 자신의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노출하고 싶고, 부정적인 반응은 숨기고 싶겠죠. 그래서 긍정적인 반응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상위 노출‘을 유지하고, 부정적인 반응은 청탁하여 지우거나 뒤로 밀어내기를 합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는 최근 정보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상위 노출이 가능한 유명인을 섭외하거나 포털사이트 알고리즘에 맞는 전략을 활용합니다. 끊임없는 경쟁이 이루어지죠. 포털사이트 검색어 마케팅의 경우 경매 방식으로 노출 순위가 정해지기 때문에 첫 화면 노출을 위한 보이지 않는 눈치게임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꾸준히 노출되는 것이 그만큼 힘든 일이죠.
밀어내기 전략은 양적으로 많은 콘텐츠를 제작하여 해당 콘텐츠가 뒤 페이지로 넘어가게 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니까요. 뒤로 밀리지 않으면 새로운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제작해야 합니다. 힘든 일이죠. 이렇게 설정된 주요 의제를 지키기 위해 지금도 소리 없는 전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미디어 읽고 쓰기> 이승화 / 시간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