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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Apr 24. 2020

미디어 알아보기: 게임, 참여와 경험

참여와 경험, 게임

게임은 수용자가 직접 참여해서 즐길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콘텐츠를 말합니다. 오래된 놀잇감인 바둑이나 장기, 카드게임에서 시작해서, 각종 스포츠, 보드게임, 룰을 정하고 역할을 맡아 진행하는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 등 무수히 다양한 놀이가 게임의 범주의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콘텐츠로서의 게임은 보통 컴퓨터, 콘솔, 스마트폰 등으로 하는 디지털 게임만을 가리킵니다. 그러나 게임이라는 개념의 핵심이 ‘이용자의 참여’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게임’이라고 하면 자극적인 이미지와 영상이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편안하고 따뜻한 게임들도 많습니다. 게임을 단순히 시간 때우기 용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하나의 탄탄한 구조와 복합적인 기술로 만들어지는 종합 예술로 보기도 합니다. 게임 시장은 점점 커져가고 있고, 사람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미디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수많은 게임이 쏟아지고 있으며, 퍼즐, 슈팅, 액션, 시뮬레이션 등등 주제와 형식도 엄청나게 다양합니다. 기본적으로 ‘놀이’라는 큰 개념으로 봤을 때 그 영역은 무궁무진합니다. 



다양한 게임이 있지만 그 성격을 가르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자유도’입니다. 자유도는 게임 안에서 유저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합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둘 중 하나로 정해진 게임도 있지만, 수용자의 선택에 따라 가능성을 계속 열어가며 다양한 흐름을 보여주는 게임도 있습니다. 자유도가 높은 게임은 독자에게 한 차원 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게임 안에는 수많은 미션이 있지만 모두 유저의 선택이 필요한 활동입니다. 이 미션을 비롯한 게임 환경이 너무 단조로우면 자유도가 떨어질 것이고,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서 통제가 불가능해지면 양질의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적당히 밸런스 잡힌 자유도는 유저의 즐거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대중적인 게임에서 많이 채택하는 방식은 공통된 목표를 부여하되 그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은 다양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한 가지라면 시험과 같이 정답을 찾는 과정이 되겠지만, 여러 방법이 있다면 각자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것입니다. 단순하게 주어진 대로 실행하기보다, 직접 문제에 맞닥뜨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며 성취감을 얻는 데 게임의 진정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여러 사람이 대전하거나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게임이 늘어나면서 참여의 양상은 한층 다채로워졌습니다. 각자의 전략을 공유하거나, 도움을 받고자 하는 욕구도 커졌습니다. 그래서 게임 유저들이 모이는 카페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게임 정보와 공략법을 공유하고 정리하거나,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집니다. 개발사들도 이런 유저들의 활동에 반응하여 공식카페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유저 커뮤니티와 교류합니다. 유저가 지적하는 오류를 수정하고 건의를 받아들여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기도 합니다. 게임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죠. 


참여를 핵심으로 하는 게임의 특성상, 게임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다른 어떤 미디어에서도 따라오기 어려운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게임의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서 일어난 일을 자신이 직접 한 일이라고 느끼고 현실과 똑같은 성취감을 갖습니다. 참여와 몰입, 소통과 연결 그리고 가시적인 보상으로 인해 성취감도 얻죠.


그래서 다른 많은 영역에서도 게임의 특성을 적용하려고 합니다. 이를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이라고 하는데, 재미를 느끼면서 경쟁도 하고 보상도 받다 보면 번거로운 일도 주체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교육·경제·사회 등 전반에 활용됩니다. 즉 편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게끔 판을 만들어주고 유도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편한 것이 능사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는 느낌이 중요한 것이죠. 이는 트렌드를 넘어서 인간이 가져야 할 하나의 덕목이기도 합니다. 


게임은 구경만 할 수 없는, 열심히 손과 눈을 움직여야 되는 미디어입니다. 책이나 영화 속에서 다양한 주제를 찾아 이야기 나누었던 것처럼, 게임 안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을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능력이 더욱 필요한 미디어가 바로 게임입니다. 중독과 관련된 내용은 앞에서 다루었으니 여기선 생략하고 간단히 게임이 주는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폭력적인 게임을 하면 수용자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그 영향을 받아 현실에서도 폭력성을 표출할까요? 아니면 폭력성을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기 때문에 현실에선 더욱 안정될까요? 이는 오래된 논쟁이고 지속적인 연구 결과물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답을 내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죠.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과몰입(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며 게임산업과 대립각을 세운지 얼마 후 코로나19 바이러스 극복을 위한 비대면 소통을 강조하며 플레이 어파트 투게더(#PlayApartTogether) 캠페인을 주도하였습니다. 온라인 게임을 장려하는 캠페인이라며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게임은 입체적 시각이 공존하는 애증의 미디어입니다.


사회적 평판과 상관 없이 게임은 문화콘텐츠 산업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코로나19 바이러스 상황에서도 상대적인 호황을 누리며 “게임 산업은 불경기에도 끄떡없는 산업”이라는 속설을 이어갔습니다. 앞으로도 게임 산업은 점점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적절하고 합리적인 규제, 서비스 제공자들의 노력이 중요하겠지만, 결국 이용자 입장에서 스스로 조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게임의 목적은 경험과 즐거움을 얻는 것입니다. 좋은 경험이 되지 못하거나, 오히려 일상생활을 힘들게 하고 있다면 게임 이용 습관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은 현실을 대체하는 공간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쉼터 같은 곳이 되어야 합니다.


출처: <미디어 읽고 쓰기> 이승화 /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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