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화 Apr 24. 2020

O.S.M.U와 트랜스미디어

매체를 넘나드는 콘텐츠

매체를 넘나드는 콘텐츠 

           

요즘 미디어에서는 재미있는 현상이 보입니다. 바로 ’다중적 자아(Multi-Persona)‘ 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는 모두 A라는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A라는 존재가 갑자기 변신을 하고 B라고 이야기하면 모두가 어떻게 반응할까요? 이솝우화 속 많은 동물들이 이러한 변신을 꿈꾸지만, 모두 야유와 비난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지금 예능에선 이들의 능청스러운 거짓말(?)을 그냥 믿어주고 인정해줍니다. 대신 이들은 새로운 캐릭터 속에 새로운 자아를 얻게 됩니다. 오히려 본래 캐릭터보다 큰 인기를 얻기도 합니다. 소셜 미디어에서도 다양한 부계정을 통해 여러 가지 모습을 동시에 드러내기도 합니다. 심지어 ’애완 동물‘, ’만화 캐릭터‘ 등이 자신의 개인 계정을 갖고 있기도 하죠.       


 A를 원작이라고 하면 또다른 모습인 B의 가치 또한 새롭게 인정해주는 것이죠. B는 A의 아류작이 아니라, B만의 세계를 따로 만들어나갑니다. 이것을 미디어 생태계로 가져와 OSMU와 트랜스미디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OSMU 콘텐츠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는 하나의 소스, 즉 하나의 원 형 콘텐츠를 활용해 다양한 장르로 변용한다는 의미입니다. 매체 전환이라고도 하며, 현재는 굉장히 익숙한 개념입니다. 가장 오래된 미디어인 책을 바탕으로 하여 영화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판, 영화, 게임, 음악, 만화, 애니메이션 등등이 모두 대상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미디어가 선·후 상관없이 서로 관련되어 있습니다. 


영화가 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예는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유명한 세계명작은 거의 한 번씩은 다 영화화되었다고 할 수 있죠.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4번 이상이나 영화화되었다고 합니다. 왜 똑같은 이야기를 4번이나 영화로 만들었을까요? 


우선 같은 스토리 기반이라고 꼭 똑같이 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책의 이야기를 영화에 맞게 바꾸는 작업을 각색이라고 하는데, 각색은 크게 원작에 충실한 각색, 의미를 재해석한 다원적 각색, 내용까지 재탄생시킨 변형적 각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색 방향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가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그릇에 담긴 작품들을 만나는 것은 제작자와 원작에 대해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다른 시각을 접해볼 기회입니다. 또한 배우, 감독, 음악 등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생깁니다. <위대한 개츠비>의 경우 주인공 개츠비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강렬해서 어떤 배우가 맡느냐에 따라서 ‘◯◯의 개츠비’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다르게 형상화된 ‘개츠비’를 보는 맛으로 5번째, 6번째 개츠비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죠. 책보다 영화가 더 유명한 작품도 많이 있습니다. <벤허>, <대부>, <쇼생크 탈출> 등과 같은 명화들은 원작 소설보다 더 큰 인기를 얻은 대표 작품들입니다. 원작 책들이 영화화되면 영화 홍보와 함께 책도 다시 주목받게 됩니다. 출판사에서는 표지도 영화 포스터를 바탕으로 수정하며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판매를 촉진합니다. 이런 현상을 스크린셀러라고 부르며 하나의 흐름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자주 보입니다. 이미지 기반이라서 영상화가 쉽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영상물은 장기 연재 중심의 웹툰에 비해 한정된 시간 안에 내용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어떤 에피소드를 다루었는지, 기승전결을 어떻게 담아내었는지에 집중하면 그로 인한 스토리나 구성의 변화 등도 자연스럽게 이해될 것입니다. 제작발표를 시작하자마자, 시작 전부터 온라인에서는 가상캐스팅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만화의 인물을 어떤 배우가 연기하면 좋을지, 어떤 배우가 올라올지 활발히 의견을 나눕니다. 공감하기도 하고, 반대하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죠. 


OSMU는 초기에는 예술적 욕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설을 읽고 영화로 만들고 싶은 욕망, 나의 상상을 구체화시켜보고 싶은 욕망 등으로 인해 많은 이야기들이 꾸준히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진 작품도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상업적인 이유로, 이미 유명한 작품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OSMU를 활용하는 예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좋은 작품을 매체 전환한다기보다, 유명한 작품을 매체 전환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내용 알고 있는데 뭐하러 또 보느냐는 시각도 있었지만, 현재 많은 수용자들은 좋아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즐기고 다양한 방식으로 팬심을 더해가는 것에 익숙합니다. 이러한 OSMU가 문화를 향유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죠.    


   



트랜스 미디어Trans-media      


트랜스trans는 ‘넘나드는, 횡단, 가로지르는’ 등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즉, 미디어 간의 경계를 허물며 오고간다는 의미입니다. OSMU가 단순 미디어 전환의 의미를 갖는다면 트랜스 미디어는 보다 확장성이 있습니다. 원작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활동하며 지속적인 재생산을 하고 또 공유합니다. 또한 중심과 주변의 관계를 벗어난 열린 구조로 3가지 이상의 변형된 미디어가 나올 것, 마지막으로는 이렇게 변형된 다양한 미디어들이 모두 합쳐 큰 세계관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도 트랜스 미디어의 조건입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마블과 DC의 슈퍼히어로 코믹스는 한 사람의 원작자가 그려내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스토리작가와 그림작가가 매번 새로운 사건과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영화,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 때도 단순히 만화책 내용을 영상으로 옮겨온 것을 넘어섭니다. 이야기를 한 편의 기승전결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프리퀄(본편 이전 이야기), 시퀄(본편 이후 이야기), 스핀오프(본편의 주인공 외 등장인물이 주역이 되어 펼치는 이야기) 등을 통해 한 세계관 안에서 여러 방향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트랜스 미디어로 기획한 작품도 있지만 OSMU를 거쳐서 서서히 확장해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명확히 구분된 정의가 있다기 보다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트랜스 미디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고 할 수도 있죠. 대표적인 예는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슈퍼히어로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는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모든 콘텐츠들을 아우르는 세계관인데, 꾸준히 확장되며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아이언맨>, <토르>, <헐크> 등의 개별적인 영웅들 이야기와 <어벤져스> 시리즈의 단체전 이야기를 오고가며 세계관을 형성합니다. 이 세계관 자체가 팬덤을 형성하며 게임, 옷, 장난감 등 수많은 파생 상품들까지 큰 인기를 속에 많은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디즈니도 스핀오프를 바탕으로 세계관을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디즈니의 악당들> 소설 시리즈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속 새엄마, <미녀와 야수> 속 야수, <인어공주> 속 우르술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속 말레피센트 등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펼치는데, 재미있는 점은 이들의 이야기가 모두 이어져있다는 것입니다. 세 마녀를 중심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고, 작품 속에 서로 카메오(?)처럼 등장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세계관을 만들고 확장해나갈지 기대됩니다.


가수 방탄소년단도 방탄 유니버스라고 불리는 세계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바탕으로, 그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콘텐츠들이 쌓여 성장서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화영연화 Pt.0 <SAVE ME>라는 웹툰이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되기도 했습니다. 아쉬움을 담은 반응도 많았지만,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그들의 이야기가 선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조금 다른 경우지만 널리 알려진 신화나 고전소설이 다른 작가의 재해석을 통해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심청전》의 주인공은 심청이입니다. 심봉사를 비롯하여 중과 뺑덕어멈 등이 조연으로 등장하지만, 모두 심청이의 효를 돋보이게 하는 도구적 존재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누군가는 심봉사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며 《청아, 청아 눈을 떠라》라는 소설을 썼고, 어떤 이는 단역인 뺑덕어멈의 존재에 주목해 <마담 뺑덕>이란 영화와 소설을 만들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등장하지도 않은 뺑덕어멈의 아들 뺑덕에게 주목하여 소설 《뺑덕》, 《뺑덕의 눈물》 등을 써냈죠. 이러한 트랜스미디어를 통한 재생산과 세계관 확장은 원작을 더 풍요롭고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줍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잘 연결한다면 또다른 세계관이 형성될 수도 있겠죠. <흥부전>의 제비가 <심청전>에서 심청이가 키우던 것이었고, 나중에 <춘향전>에서 옥중 춘향이에게 위안을 주는 등... 흥미롭겠죠.



출처: <미디어 읽고 쓰기> 이승화 / 시간여행


매거진의 이전글 SNS를 활용한 자기주도학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