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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Apr 24. 2020

미디어를 활용한 독서지도

책과 디지털 미디어는 적이 아니다.

     영상 미디어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독서교육에 대한 열정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옵니다. 책도 수많은 미디어 중 하나인데,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요? 책의 매력이라고 하던 많은 것들이 지금은 책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것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독서를 강조하다보면, 쉽게 다른 미디어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과거 책만 읽어도 재미있던 시절이나 TV를 바보상자 취급하던 시대를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지금은 재미있는 미디어들이 많이 있고, 또 의미까지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책으로>에서는 다른 미디어와 다르게 책을 통해서 기를 수 있는 것으로 ‘인지적 인내심’, ‘인지적 끈기’를 강조합니다. 이것이 비판적⦁분석적 사고를 견디는 힘이라고 하죠. 짧고 강렬한 것, 화려한 것에 집중하는 영상 미디어에서는 기르기 힘든 능력입니다. <공부머리 독서법>에서는 언어능력에 초점을 맞춥니다. 영상 미디어가 그림으로 이야기하듯, 책은 글자로 이야기합니다. 그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책이라는 미디어에 특화된 것이죠. 지금 영상 미디어가 대세라고 해도, 기존의 많은 정보들은 글자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글자를 읽고 스스로 이해하는 독해력은 학습능력과도 직결된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디지털 영상 미디어는 굉장히 친절하게 직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시청자가 수용하기 편하게 해줍니다. 하지만 ‘편안의 역설’이란 말이 있습니다. 편안할수록 불편에 과민해지고 두려움을 느끼며 더욱 편안한 것을 찾는다는 것이죠. 영상들은 점점 호흡이 빨라지고, 배경음악은 더욱 긴박해지며, 자막은 더욱 자극적으로 반응을 유도합니다. 이 마저도 2배속으로 시청하는 수용자들이 많죠. 개인방송의 경우 영상 자체를 빨리감기하여 제작하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책은 미디어 자체가 불친절(?)하기 때문에 수용자들이 스스로 해야 될 영역이 많습니다. 글자라는 기호를 바탕으로 스스로 이미지를 만들어야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근육이 생성되고, 이를 더 잘 수행하게 되며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태도를 갖게 됩니다. ‘인지적 끈기’가 생기는 것이죠. 이런 태도가 더욱 건강한 뇌를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의 중요성, 독서교육의 필요성이 계속 언급되는 것입니다.     


물론 책도 웹소설, 전자책, 북트레일러 등과 함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지만, 다른 미디어와의 차이점을 내세우기 위해선 깊이 읽기, 능동적 태도, 언어능력이 중요합니다. 이를 전제로 영상 미디어를 활용한 독서교육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상대방을 지도하는 방법으로 활용해도 되고, 스스로 독서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활용해도 좋습니다. 영상 미디어가 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의도적인 ‘설계’를 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를 중심으로 독서 전, 독서 중, 독서 후 활동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독서 전


책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고, 이해를 돕기 위한 배경지식을 쌓아주는 활동을 합니다. 예를 들어, <토끼와 거북이>를 읽기 전에 관련된 토끼와 거북이 율동 영상을 보거나, 흥미로운 달리기 경주 영상을 보며 관심을 유발하는 것이죠. <덕혜옹주>를 읽기 전에 그 당시 역사에 대한 정보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며 배경지식을 쌓을 수도 있습니다. 메인 활동인 독서를 잠식하지 않도록 적당한 시간을 유지하고, 목적 달성 후에는 책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독서 중


검색이나 시청각 자료를 통해 내용 이해를 돕습니다. 책에 집중하여 읽다가 모르는 것을 만났을 때, 상항과 맥락 속에서 고민하고 추론하며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낯선 어휘나 이해가 어려운 장면으로 인해 독서 흥미가 떨어질 위험이 있을 때는 미디어를 활용해 더 알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거나, 낯선 장면의 경우 이미지와 영상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과학에 대한 책에서 설명된 실험이나 자연 현상을 직접 찾아보거나, 사회 관련 책에서 문화적인 풍습, 의상 등을 직접 검색하며 이해를 돕는 것이죠.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다시 책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독서 후


생각을 확장하거나 표현하는데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토끼와 거북이>를 보고, 직접 토끼와 거북이가 움직이는 영상, 경주하는 영상을 찾아본다거나, 다른 버전의 영상을 보고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리뷰를 찾아보고, 감상을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또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로 미디어를 활용하여, 책을 낭독하거나 소개하는 영상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결국 책에 대해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꼼꼼하게 읽도록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책과 목적에 따라 적용 순서가 변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의도를 갖고 직접 설계하는 활동입니다. 그래야 샛길로 빠지지 않고 다시 독서활동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책과 영화의 연결점을 활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독서교육의 입장에서는 책 대신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기 전에 영화를 볼 것이냐, 책을 읽은 후에 영화를 볼 것이냐를 고민해야 합니다. 책을 읽기 전에 영화를 본다면, 책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는 목적이 큽니다. 영화가 재미있으면 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이고, 재미 없으면 책에서 어떻게 그 점을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식이죠. 단점으로는 강렬한 영상과 이미지로 스스로 상상하는 재미를 뺴앗길 수도 있고, 결말을 포함한 줄거리를 이미 알게 되어 독서의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다른 디테일한 부분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으니 손해만 보는 장사는 아닙니다. 


책을 읽은 후에 영화를 본다면, 내가 상상한 내용과 감독의 상상을 비교해보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감독과 대등한 입장이 되어서 ”정말 상상력이 뛰어나네!“. ”왜 저렇게 표현했을까? 나라면 이렇게 표현했을텐데“, ”이런 음악이 있으니 느낌이 다르네“ 등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책의 내용을 반복 확인하는 것에 머무르거나, 이미지로 구현된 모습에 실망하고 흉보는 것에 그칩니다. 많은 분들이 책을 읽고 영화를 본 후 실망하곤 합니다. 우리의 상상력을 모두 구현하는데는 장르적⦁기술적⦁비용적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그 아쉬운 점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라는 입장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생산적입니다. 나름대로 배우를 캐스팅하고, 축약된 사건을 재구성하고, 결말을 바꿔보는 등등의 활동을 권장합니다.   

  

그 외에도 디지털 미디어와 책과의 연결고리는 많이 있습니다. 성공한 드라마와 영화, 웹툰 등이 역으로 소설화되기도 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은 감독과 작가가 협업하여 영화를 소설화하였습니다. 또 애정하는 작품의 대본집과 포토에세이 등이 책으로 출간되어 팬들에게 ‘소장’의 기쁨을 주기도 하죠. 영화 <기생충>이 큰 인기를 얻고 영화의 대본집과 스토리보드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감독의 인터뷰집, 웹툰 작가의 이야기, 다양한 평론 모음집 등은 영상으로 표현하지 못한 깊은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합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영화평론집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는 900p가 넘는 분량을 자랑하지만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습니다. 접근성이 높은 영화의 이야기 일부를 가져와 인문학과 철학을 더해 생각을 확장시켜주는 책들도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습니다.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영화 인문학> 등과 같은 책은 철학과 인문학을 친근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영상 미디어를 책으로까지 연결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싶으면, 영상에서 생각거리를 부지런히 만들어 기본 근육을 키우도록 합니다. 영상이 목적이 아니라 활용한다는 관점은 유지하는 것이죠. <상어가족>과 같이 짧고 단순한 영상을 보더라도,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생각을 자극하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상어가족 율동을 해볼까? (신체활동 영역), 물고기는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의사소통 영역) 상어와 물고기가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회관계 영역), 상어는 왜 물고기를 쫓을까? 무엇을 먹을까? (자연탐구 영역), 음악이 없으면 느낌이 어떻게 다를까?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볼까? (예술 영역). 이렇게 길러진 능동적인 태도와 인지즉 끈기는 다른 미디어를 읽는데도 전이될 것입니다. 불편함에 덜 민감하게 되는 것이죠.    

 

영상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아름다운 조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결국 두 미디어를 모두 잘 다루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다시, 책으로>에서는 ‘양손잡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였는데, 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지속적인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엘리베이터 타기와 계단 오르기의 차이, 햄버거와 밥의 차이 등과 마찬가지로 건강을 위해선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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