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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Apr 24. 2020

재밌는 건 함께 보자! 댓글과 SNS

모든 건 콘텐츠다!

오프라인 모임도 좋지만, 온라인에서도 공론의 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화상채팅을 통해 원거리에서 작은 화면으로 서로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단체 채팅방에 서로 질문하고 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즉각적인 소통이 아니더라도, SNS를 통해 서로의 후기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댓글도 콘텐츠다      


소통의 기능이 강화된 지금 미디어 생태계에서 댓글은 필수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를 읽기 전에 댓글부터 확인한 후 읽을지 말지 정한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가 상품을 사기 전에 구매 후기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만큼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문화 자체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댓글’ 하면 앞에 ‘악성’이란 말이 함께 떠올랐습니다. 줄여서 ‘악플’. 하지만 지금은 ‘몸통을 흔드는 꼬리’라는 비유가 어울릴 정도로 댓글이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치적으로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댓글부대’가 운영되어서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선동의 도구로 사용된 것이죠. 반대로 자정작용을 주도하기도 하고, ‘팩트체크’를 하기도 합니다.


댓글의 영향력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미디어 중 하나가 웹툰입니다. 웹툰은 연재라는 특성상 해당 콘텐츠를 보고 다음 작품이 연재될 때까지 일정한 기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고자 댓글란에서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더 생산적으로 형성됩니다. 다양한 독해방법이 동시에 나타납니다. 


(1) 사실적 독해: 작품의 이해를 돕는 댓글, (2) 추론적 독해: 다음 화를 예측하는 댓글, (3) 비판적 독해: 작품의 진행 속도, 설정 오류를 지적하는 댓글 (4) 창조적 독해: 인물들의 별명을 새로 짓거나, 새로운 전개를 제시하는 댓글 (5) 감상적 독해: 자신의 즐거움과 아쉬움을 표현하는 댓글 등을 모두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도중에 그러한 댓글 또한 평가의 대상이 되어 (‘좋아요’와 ‘싫어요’) ‘베댓(베스트 댓글)’이 됩니다. 이렇게 댓글은 하나의 어엿한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물론 어두운 부분도 있습니다. 작가나 작품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나 갈등을 유발하고 조장하는 글들이 문제가 되어 사이트에서 관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간단히 보겠습니다. 작가의 일상과 대학 생활을 다룬 <대학일기>란 웹툰에는 엄마와 딸이 팥이 들어간 붕어빵과 슈크림이 들어간 붕어빵 중 어느 쪽이 좋으냐를 놓고 다투는 장면이 나옵니다. 연재 당일 댓글을 보니 이미 ‘팥 vs 슈크림’ 투표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좋아요’ 배틀. 저 또한 참가해 ‘슈크림’을 눌렀습니다. 작품을 즐기는 또 다른 맛입니다.    

                

댓글에는 작품에 대한 감상이나 의견이 달리기도 하지만 별 내용 없이 “ㅋㅋㅋㅋ”만으로 도배된 댓글이 많은 추천을 받기도 합니다. 웃기는 장면을 보면서 “이것 좀 봐!” 하고 함께 웃음을 터뜨리거나, 영화관에서 서로 모르는 관객들이 다 함께 폭소하면서 공감대를 형성 하듯이, 웹 콘텐츠 소비자들도 함께 웃는 느낌을 줍니다. 


              

댓글은 공감을 나누기도 하지만, 적극적인 정보와 생각 교환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작중인물의 행동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거나 이해하는데 배경지식이 필요한 경우, 이를 쉽게 설명한 댓글이 베스트에 오릅니다. 작가 역시 이러한 댓글의 역할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작품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대학일기>의 다른 화에서는 주인공이 눈 수술을 하는 장면에서 라식과 라섹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작가는 작품의 흐름에 필요한 최소한의 설명만 넣고 “그 외 차이점은 베댓님들께서 알려주실 거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어김없이 댓글에는 둘의 차이 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렇게 작품을 보충하는 역할도 작가와의 콜라보를 통해 성공적으로 해낸 것이죠. 그 어려운 것을 자꾸 해내는 댓글이 대단합니다.       


SNS에 기록하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이나 영화에 대한 후기, 독서모임 후기 등을 부지런히 SNS에 공유하고 그 내용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책이나 영화에 대한 다른 사람의 감상을 궁금해합니다. 그래서 평론이 있고, 이전부터 신문이나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서 리뷰를 다루어 왔습니다. SNS는 여기다 즉각적인 피드백이라는 매력을 더해 줍니다. 남이 올린 감상글에 댓글로 공감을 표하기도 하고, 의견이 다른 부분에 대해 토론을 하거나 서로 좋은 책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책과 영화, 웹툰, 강의 등 가능한 많은 것들을 리뷰하고 공유하려고  노력합니다. 받은 만큼 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번거로운 일일수도 있지만 인간은 그만큼 소통하고 나누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에 오히려 거기서 즐거움을 얻습니다. 그 외에도 마케팅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구독자 수가 많은 ‘인플루언서’들은 제품을 협찬받거나 비용을 받고 리뷰를 남기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죠. 감사하게도 저또한 도서 협찬을 종종 받고 리뷰를 남기고 있습니다. 기록하고 싶은 마음과 다른 분들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겠다는 마음이 공존하죠.


미디어 리뷰를 할 때, 대단하게 내용이 갖춰진 비평을 쓰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완결된 글을 쓰기가 부담스럽다면 간단한 단상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간단히 책의 사진만 올리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리뷰이고 인증샷입니다. 처음은 이렇게 가볍게 시작하면서 차근차근 갖춰나가면 됩니다. 나름대로 형식을 갖추어 꾸준히 계속한다면 자신만의 리뷰 공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SNS에 미디어 리뷰를 꾸준히 남기는 사람들은 나름의 리뷰 정리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책 사진이나 영화 포스터 등을 찍는 형식까지 맞추기도 합니다. 요즘은 동영상 기능도 가능해서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 장면을 직접 촬영해서 올리기도 하죠. 그 모든 정성이 다 소중한 미디어 리뷰이자 소통의 장인 것입니다. 생각을 꺼내기 부끄러운 분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습니다.


가끔 리뷰를 남기기 귀찮을 때도 SNS에 올릴 생각에 기운 내서 리뷰를 남기곤 합니다. 내가 리뷰를 잘 쓰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는 리뷰를 꿈꿉니다.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도 하며 그 공간 자체를 즐기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리뷰를 올리고 다른 사람들의 리뷰에 댓글도 달며 사회적 욕구를 마음껏 충족할 것입니다.       





재밌는 건 함께 보자     


사람들이 콘텐츠를 감상하는 미디어가 영화관에서 TV가 되고, 거실 TV가 각방 TV로, 다시 스마트폰으로 변화하면서 ‘감상’은 점점 개인적인 것이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소셜TV의 인기를 보면 사회의 의미를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축구 경기를 혼자 보면 심심하죠. 실수하면 욕하고, 잘하면 칭찬하고, 골을 먹히면 화내고, 골을 넣으면 기뻐하는 그 순간을 공유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 없다고 슬퍼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터넷에 모여 있어서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시간 올라오는 채팅과 댓글은 경기를 더욱 재밌고 알차게 해줍니다. 더 큰 TV 화면이 있어도 굳이 컴퓨터로 댓글 창을 함께 띄우면서 시청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인터넷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던 소셜TV는 2015년 시작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서 공중파에 등장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고 이후 방송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런 세계를 모르던 연예인들과 시청자들은 즉각적인 반응에 놀 라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그 반응들을 활용하며 함께 즐거움을 만들어냈습니다. KBS는 TVUT(티벗)이라는 어플을 통해 시청자의 실시간 참여를 지원하고 있고,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는 기본 프로그램 검색과 함께 실시간 SNS 타임라인이나 <TALK>와 같은 채팅 프로그램으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창을 제공합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다른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죠.


최근 방송들을 보면 미리 촬영된 영상을 보고 사람들이 이야기 나누는 방식의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관찰예능을 ‘관음증’이라고 하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많습니다. 개인의 일상을 노출하는 것과 그것을 보며 참견하고, 대화를 일삼는 것이 폭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예능은 <트루먼 쇼>에 많이 비유됩니다. 주인공 트루먼은 자신의 일상이 만들어진 방송이라는 사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인생을 보고 대화의 소재로 삼는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분노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주인공에게 연민을 느끼죠. 하지만 요즘 사람들에게 ‘트루먼’은 연민의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나’라는 브랜드로 살아남기>라는 책에서 작가는 ‘우리는 스스로 트루먼이 되려고 한다’라는 말까지 합니다. 스스로 일상을 촬영하고, 다른 사람의 반응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트루먼은 슈퍼스타, 인플루언서로 비칠 수 있겠죠. 미디어로 사회적 참여 욕구를 충족하는 것은 좋지만 무엇을 보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지속적으로 해야합니다.


출처: <미디어 읽고 쓰기> 이승화 /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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