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매킨타이어, 정준희
#포스트트루스 #리매킨타이어 #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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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가짜 뉴스의 역사와 실제 사례, 탈진실 시대에 대한 학문적 고찰
*감상: 우리는 모두 인지 편향을 갖고 있다. 저자도 마찬가지.
*추천대상: 불편할 준비가 되어있는 분 (종교인 특+주의)
*이미지: 뉴스
*내면화: 나는 진실을 소중히 여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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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그만큼 불편한 내용도 많았지만(불편하지 않은 게 더 위험한듯...), 그럼에도 나는 양호한 편이다. 이 책에서 단정짓는 탈진실의 대표 3가지 1. 창조론 2. 지구온난화 무시 3. 트럼프 발언(보수 극우파)는 같은 입장(?)이니까. 진화론을 무시하고 창조론을 믿는 것,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를 무시하고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트럼프의 뻥을 듣고도 계속 지지하는 것. 이 셋 중 하나에만 속해도 엄청 불편할 것이다. 각오해야 한다. (과거로 따지면 '담배가 건강에 좋다' 같은 탈진실 급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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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저자가 진실의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과학의 힘을 빌리고 있어서 '과학만능주의' 냄새가 물씬 난다. 문학에서 말하는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는 인문학적 통찰은 여기서 트럼프의 말장난에 비유된다. 과학과 데이터에 더 힘을 싣고, 사실(팩트)를 지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쓰인 책이다. 그나마 미국 이야기가 많아서 거리두고 읽을 수 있었고, 정준희 교수가 뒤에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게 살짝 이야기를 덧붙인다. 모두가 이해하는 내용이지만 구체적 '예시'를 두고 상황에 몰입하면 또 느낌이 다르다. 셋 중 하나는 불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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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많은 '팩트체크' 사이트와 기사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가짜 뉴스'는 고칠 수 있어도 '탈진실'은 고치지 못한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댓글들을 보면 안다. 비판적 사고와 가짜뉴스 강의 때 자주 사용하는 예가 '예맨 난민'이다. 수많은 가짜뉴스를 양산해내었고, 수많은 팩트체크를 실시했지만 댓글엔 결국 "그래서 어쩌라고, 그냥 싫어! 나가!"가 많은 공감을 차지한다. 편향적인 뉴스 소비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다른 생각'을 공격할 준비도 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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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짜뉴스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지만, 지금의 미디어 생태계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와는 급이 다르다. 그래서 더욱 주목받는 것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소셜 미디어 생태계가 오히려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탈진실을 부추기는 모양새가 되었다. 거기다 많은 에세이들은 "당신이 옳다"고 속삭인다. 이런 책에서 아무리 인간이 인지 편향의 노예라고, 점검하라고 해도 '힐링' 앞에 설 자리는 없다. 우선 사는게 중요하니까. 입맛에 맞는 달콤한 속삭임에 먼저 귀기울인다. 다양한 시각을 전해주면 '기계적 중립' 어쩌고 하며 또 믿고 싶은 것만 좇는다. 정~말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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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맡아 '새로운 자극'을 주려다 많은 관계가 멀어졌다. 질문하는게 직업이다보니 다양힌 시각의 질문을 했을 뿐인데, 그 질문을 불편하게 받아들이며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힐링에세이 입장에서 '몹쓸놈', '손절 각'이 된 것이다. 그럼 언제까지 그 선, 울타리 안에 갇혀 있을 생각인가. 필터버블 속에서 만족하며 살 것인가. 라고 묻고 싶지만 그건 공부하는 내 입장일 뿐이다. 모두가 나처럼 '거리두기'를 할 수는 없다. 점점 말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며 '링 위'가 아니면 토론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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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거짓 개인 방송이 계속 이슈가 되고 있다. 건강한데 장애가 있는 척, 유기견 보살피는 척, 잘나가는 척 등등. 좋아요와 구독, 수익을 위한 거짓이 판친다. 어느 정도의 주작(?)은 용인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거짓 속에서도 많은 사람이 '위안'을 얻었다면 괜찮은걸까? '내.로.남.불' 은 구독 경제와 함께 하나의 팬덤 문화가 되었다. '내 편'이 소중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지해주는 정서적 기반인 '내 편'을 위한 마음이 진실보다 중요하다.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구독자'들까지 확장된다. 함부로 비판할 수 없다. (이 책은 비판하겠지만...) 이 책은 나에게 베스트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주기는 매우 조심스럽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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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탈진실이란 무엇인가?
- 포스트트루스: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인 사실 보다 개인적인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 진실이 무의미할 정도로 '퇴색' 되었다는 의미. p.19
- 세 단계 거짓말 p.23
1. 의도와 관계없이 실수로 진실이 아닌 말을 내뱉는 경우, 거짓인 말을 발화
2.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진실처럼 말하는 경우, 의도적 인식 회피
3. 진실이 아닌 것을 알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을 속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말하는 경우, 거짓말
2장 탈진실을 이해하려면 과학부인주의를 보라
- 과학부인주의: 널리 인정받는 과학적 사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과학적인 연구 방식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태도 p.36
- 특정 연구 결과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흔히 펼치는 논리 중 하나는 연구자들이 편향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 일단 대중에게 의심을 퍼뜨리고 나면 사람들이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도록 만드는 데에는 그리 많은 노력이 들어가지 않는다. p.37
3장 탈진실의 뿌리에는 인지 편향이 있다
- <인지부조화 이론> 책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신념과 행동 사이에서 조화로운 지점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 조화가 무너질 때 심리적 불안감을 겪는다. 또한 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인간이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것은 자신의 자존감을 지켜내는 일이다. p.59
- 분명 앞의 세 가지 실험 결과(인지부조화, 집단 동조, 확증 편향)는 모두 오늘날의 탈진실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표준을 따르거나 높은 증거 기준을 활용하는 대신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직관에 순응하는 방향으로 믿음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p.67
- '의도적 합리화'란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사실이 실제 진실을 인식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인간은 자신의 감정적인 맥락 속에서 추론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인지부조화 현상과 확증 편향 현상의 이면에도 분명 의도적 합리화라는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 p.69
-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수많은 인지 편향이 우리 뇌의 일부분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비판적 추론 능력을 주의 깊게 학습하고 훈련하다 보면 인지 편향이 우리의 신념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에게 인지 편향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결코 바꿀 수 없다. p.82
-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집단 소속감을 가치 있게 여기며 때로는 현실 자체보다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진실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반드시 인지 편향과 맞서 싸워야 한다. 인지 편향 현상만큼 탈진실의 뿌리가 되는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p.89
4장 전통적인 미디어가 쇠퇴하다
- 하지만 애초에 토론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방송의 목적은 이미 서로의 생각에 동조할 준비를 갖춘 사람들끼리 소속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p.99
- 객관성, 공정성, 정확성, 중립성이라는 저널리즘의 가치에 고착하는 것이 어째서 진실로부터 멀어지는 결과를 낳은 것일까? 균형 잡힌 보도를 해야 한다는 압력에 굴복한 언론이 열성 당원들이 제공하는 정보마저 모두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극단적인 의견에도 지나친 신뢰성을 부여하는 '반대 담론'이 형성되었다. p.117
5장 소셜미디어의 출현과 가짜 뉴스의 범람
- '가짜 뉴스'란 무엇일까? 단지 거짓인 보도를 한다고 해서 가짜 뉴스는 아니다. 의도적인 거짓을 보도해야 가짜 뉴스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꾸며낸 뉴스인 것이다. p.143
- 탈지닐은 파시즘의 전조나 다름없다. p.157
-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기계적 중립성은 속이려는 자들이 원하는 바'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혹시 우리가 양비론에 빠진다면 세상에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기를 바라는 자들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p.158
: 무슨 자신감인지... 대단하다... 이제 크로스 체크도 마음에 안 들면 기계적 중립이라고 몰아갈수도...
- 가짜 뉴스 식별 방법 (by 베들리) p.163
1. 저작권을 확인하라
2. 여러 출처를 통해 확인하라
3. 출처의 신뢰성을 평가하라
4. 정보의 게시 일자를 확인하라
5. 주제에 대한 지은이의 전문성을 평가하라
6.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일치하는가를 확인하라
7. 현실성 있는 내용인지 의심하라
6장 포스트모더니즘은 어떻게 탄실로 이어졌을까?
-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접근법이란 모든 것을 의심하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어디에도 '정답'은 없으며 각자의 '이야기'만 존재할 뿐이다. p.169
- 절대적 진리, 객관적 진리가 철학에서 만들어낸 허구라고 생각하는 순간 유일한 대안은 '관점주의' 밖에 남지 않는다. 관점주의란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에 객관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보는 관점에 따라 세상이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p.170
7장 탈진실에 맞서 싸우다
- 거짓말, 자의적인 해석, 망상의 경계는 어디일까? 사실과 대안적 사실 사이의 경계. 실질적인 증거가 보증하는 결론과 청중이 도달하기를 바라는 결론 사이의 경계는 어디일까? p.202
- 의도적 합리화나 인지적 편향 같은 것들의 영향력이 매우 강력하기는 하지만, 진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결국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정서적 티핑포인트) p.210
- 탈진실에 맞서 싸우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우리 속에 있는 탈진실적인 경향성을 물리치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든 보수주의자든 우리 모두는 탈진실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인지 편향을 타고난다. 따라서 탈진실이 다른 사람에게만 나타난다거나 다른 사람에게만 문제를 초래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p.215
- 트럼프식대로 말하자면, 진실은 사실과 다르다. (...) 진실한 발언은 꼭 세상에 벌어진 일을 정확히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이론적으로 일어났을 법한 일을 대충 혹은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된다. p.221
- '선진실' 개념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증거가 아니라 미래(혹은 과거)를 직관할 수 있다거나 심지어 통제할 수 있다고까지 느끼는 감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마술적 사고'라고 부른다. p.223
- 탈진실이든 선진실이든, 진실을 무시하는 태도는 정말로 위험하다. 바로 이것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탈진실 현상은 우리가 '사실'과 '진실'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의견'과 '감정'이 영향을 미치도록 허락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우리가 현실 자체로부터 멀어지는 위험을 감수하도록 만든다. p.225
- 우리가 우리의 인지 편향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인지 편향을 밟고 올라가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우리가 더 나은 뉴스 미디어를 원한다면 제대로 된 뉴스 미디어를 지원하면 된다. 오늘날 세상에서 누군가가 우리의 눈을 속이려고 아무리 애쓴다고 하더라도 결국 세상에 어떻게 반응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진실은 지금까지 늘 소중했고 앞으로도 계속 소중할 것이다. 제때에 이 사실을 깨달을 것인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p.227
해제(정준희)
- 가짜뉴스의 역사 (한국언론진흥재단) p.234
1. 기성 언론의 기사를 무단 전재, 표절, 변형하는 행위
2. 거짓된 사실을 사적 이익을 위해 뉴스 기사의 형식을 통해 의도적으로 보도하는 행위 (오보, 오인, 루머, 풍자와는 다름)
- 가짜 뉴스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가짜 뉴스는 '내게 불리한 뉴스'에 가까울 따름이고, 그에 대한 사회적 제재는 오로지 적에게 그 화살이 향할 때 정당화되기 일쑤다. p.235
- 탈진실 현상은 단순히 '지적 변화'의 산물이기보다 '사회 변화'의 산물이다. 즉, 과거와는 구별되는 현대적 징후로서 탈진실적 상황을 촉발해낸 건 '미디어 사회 체계'의 변동이며, 가짜 뉴스의 형태로 탈진실의 부정적 측면을 심화시키는 사회정치적 배경에는 이념과 이해관계로 잘게 쪼개지고 극단화된 우리 삶의 환경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이다. p.237
- 우리는 마음대로 진실을 주물러 이른바 '대안 현실'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과정에서 '기만'이라는 단어는 '언론 홍보 전략'이라는 말과 다를 바 없게 되었고, 진실과 거짓에 대한 모든 것들이 엄격하고 딱딱한 판단을 피해 느슨하고 모호한 완곡어법 속으로 흐트러졌다.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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