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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우리가 겪었던 상실의 시대, 그 군상들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리뷰

by 이승화


#노르웨이의숲 #무라카미하루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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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마음 한 구석,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 이야기

*감상: 공짜는 없다. 대가를 치른다.

*추천대상: 마음 허하신 분

*이미지: 도넛 (태생이 빈칸을 안고 있음)

*내면화: 내가 가지고 있는 상실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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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읽었고, 독서모임도 많이 했고, 팟캐스트에도 다루었고, <책으로 나를 읽는 북렌즈>에도 수록한 애정하는 책이다. 문장도 엄청 좋고, 메시지도 좋고, 재미도 있었지만 인물들이 특히 강하게 남는다. 그중에서도 나는 와타나베와 나가사와를 섞어 놓은 느낌이라고 생각했었다.ㅋㅋㅋㅋ 지금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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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시크하고 냉소적인 와타나베,

완벽한듯하면서 소시오패스 같은 나가사와,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자 하는 돌격대,

살짝 힘이 없는, 다 죽어가는(? ) 나오코,

생기 넘치면서 씩씩한 미도리,

상처받은 현자 느낌의 '레이코'와 애정 결핍 미친 여학생.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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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시그널>을 보면서도 이러한 인간형에 맞추어 보곤 했다. (이번 시즌 3에는 나오코가 있다!!!)

"저 사람, 나오코 느낌 나는데?"

"저 사람은 미도리 느낌?"

실제 인물이나 다른 작품 인물도 종종 그렇다.

너무 작품에 심취한 것 같지만, 인물을 보는 하나의 렌즈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더욱 영화가 안타까웠나보다...;;;)

다시 정리하며 문장들을 옮기다보니, 새록새록 떠오른다.

근데 막상 지금 읽기는 살짝 겁이 나서, 정리만 해둬야겠다.

정리도 인물 중심으로 한번!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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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 뭐든 좋았던 거야, 내 경우는. p.31

- 삶의 한가운데에서 모든 것이 죽음을 중심으로 회전했다. p.49

- 어떤 것이든 그렇게 사로잡히는 걸 좋아하지 않아. p.127

- 괜찮아, 어차피 아무래도 좋은 거니까. p.130


- 그날 밤 기즈키는 죽어 버렸고, 그 이후로 나와 세계 사이에는 뭔가 삐걱대고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고 말았다. 내가 아는 거라고는 기즈키의 죽음으로 인해 내 젊음의 기능 일부가 완전하고도 영원히 망가져 버린 것 같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 것인지, 그것은 나의 이해 범위를 넘어선 일이었다. p.142


- 어느 쪽이든 나한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p.450


- 서로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은 상대도 있는걸요. 다만 그 외 다른 사람들한테는 별로 이해받지 못한다 해도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체념하는 거죠. p.353


[나가사와]


-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이나 읽을 정도면 나하고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후 삼십 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는 기본적으로 읽지 않았다. p.57


- "현대 문학을 신용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냐. 나는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것을 읽는 데 귀중한 시간을 소모하고 싶지 않아. 인생은 짧으니까." p.58


- 나가사와는 몇 가지 서로 상반되는 특성을 아주 극단적인 형태로 소유한 사내였다. 깜짝 놀랄 만큼 고귀한 정신과 구제할 길 없는 속물근성이 동시에 있는 사람이었다. 이 사내도 나름의 지옥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의 가장 큰 미덕은 정직이었다. 그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자신의 오류나 결점을 인정하는 데도 거침이 없었다. p.61


- 바로 그거야. 게임 같은 거라니까. 나한테는 권력욕이라든지 금전욕 같은 건 거의 없어. 이건 정말이야. 난 천박하고 멋대로 사는 인간일지는 모르지만, 그런 거 하나는 깜짝 놀랄 만큼 담백해. 이른바 무사무욕의 인간이라고나 할까. 그냥 호기심이 있을 따름이야. 넓고 거친 세상에서 내 힘을 시험해 보고 싶은 거야. p.101


- 나와 와타나베가 닮은 점은 말이야, 자신에 대해 남이 이해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거야. 그런 점이 다른 인간들하고 달라. 다른 놈들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며 애를 태워. 그렇지만 나와 와타나베는 그렇지 않아. 이해받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나, 남은 남이라고. p.353


- 마음대로 해. 그렇지만 와타나베도 나와 거의 똑같아. 친절하고 부드러운 남자여도 마음속 깊은 곳까지 누군가를 사랑하지는 못해. 늘 어느 한구석은 냉철하고, 오로지 목마름을 느낄 따름이야. 난 그걸 잘 알아. p.355


[나오코]


- 내가 나오코에 대해 느끼는 것은 무서우리만치 조용하고 상냥하며 맑은 애정이지만, 미도리에게 느끼는 내 감정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땅을 밟고 서서 걷고 숨 쉬고 고동치는 무엇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뒤흔듭니다. p.445


- 나오코는 죽었고 미도리는 남았다. 나오코는 하얀 재가 되었고, 미도리는 살아 숨 쉬는 인간으로 남았다. p.457


[미도리]


- 내 앞에 앉은 그녀는 마치 봄을 맞이해 막 세상으로 튀어나온 작은 동물처럼 신선한 생명력을 힘차게 뿜어내는 존재였다. p.93


- 나는 정말 오랜만에 살아 있는 사람과 닿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p.436


- 나는 살아 움직이는, 피가 흐르는 여자야. p.43


<레이코>


- 그런 건 죄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넓은 세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이거든요. 날씨 좋은 날 노를 저어 호수로 나아가 하늘도 푸르고 호수도 아름답다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p.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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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냥 좋은 문장들


- 아마도 우린 세상에 빚을 갚아야만 했을 테니까.

성장의 고통 같은 것을. 우리는 지불해야 할 때 대가를 치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청구서가 이제 돌아온 거야. 그래서 기즈키는 그런 선택을 했고 지금 나는 이렇게 되었어. 우리는 무인도에서 자란 벌거벗은 어린아이 같은 존재였어. p.224


- 내 시간을 조금 뗴어 내서 그 속에서 널 재워 주고 싶을 정도라니까


- 나는 어둠 속으로 몇 번이나 손을 뻗어 보았다. 손가락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그 작은 빛은 언제나 내 손가락 조금 앞에 있었다. p.86


- 이들의 진정한 적은 국가 권력이 아니라 상상력의 결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105


- 단순하고 신선하면서 생명의 향기가 나요. p.324


- 네가 매일 아침 새를 돌보고 밭일을 하는 것 처럼 나도 매일 아침 나의 태엽을 감아. p.335


-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말라 버릴 만큼 귀여워.

봄날의 곰만큼 좋아. p.388


- 1969년은 내게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진흙탕과도 같았다.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신발이 쑥 빠져 버릴 것 같은 깊고 무겁고 끈적거리는 수렁. 그 진흙탕 속을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걸어갔다. 앞에도 뒤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끝도 없이 시커먼 진흙탕 길이 이어질 뿐이었다. p.395


- 그로부터 사흘 동안, 나는 마치 바다의 바닥을 걸어가는 듯한 기묘한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도 잘 들리지 않았고, 내가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걸어도 그들은 내 말을 듣지 못했다. p.412


- 온 세상 숲의 나무가 다 쓰러질 만큼 멋져. p.432


- 온 세상 정글의 호랑이가 모두 녹아서 버터가 되어 버릴 만큼 좋아. p.440


-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p.449


- 너는 철판처럼 무신경하구나. 안녕. p.422


- 나는 고개를 들고 북해 상공을 덮은 검은 구름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살아오는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많은 것에 대해 생각했다. 잃어버린 시간, 죽거나 떠나간 사람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추억. p.10


- 그렇게나 소중해 보인 것들이, 그녀와 그때의 나, 나의 세계는 어디로 가 버린 걸까. 그래, 나는 지금 나오코의 얼굴조차 곧바로 떠올릴 수 없다. 남은 것은 오로지 아무도 없는 풍경뿐이다. p.12


- 주위에 가능성이 가득한데 그냥 못 본 척하고 지나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그거, 알겠어? p.65


- 부자의 가장 큰 이점이 뭐라고 생각해?

돈이 없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거야. p.113


- 어떤 사람들한테 사랑이란 그렇게 아주 사소하고 쓸데없는 데서 시작되는 거야. 그런 게 없으면 시작되지가 않아. p.138


- 우리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그 뒤틀림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사람마다 걷는 버릇이 다 다르듯이 느끼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방식, 보는 방식이 다른데 그것을 고치려 한들 쉽게 고쳐지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고치려다가는 다른 부분마저 이상해져 버린다고 말이야. p.155


- 나도 그렇게 생각해. 죽은 사람은 언제까지고 죽은 채이지만 우리는 앞으로 더 살아가야 하니까. p.196


- 그건 자기 인생이니까, 스스로 정하면 돼.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부자연스럽게 스스로를 갉아먹어서는 안 된다는 거야, 알겠니? 그러는 건 너무 아까워. 열아홉 스물은 인격이 성숙하는 데 아주 중요한 시기이고 그런 시기에 잘못해서 뒤틀려 버리면 나이가 든 뒤 고생해. p.204


- 우리 모두 학생이기도 하고 선생이기도 해. p.219


- 하지만 문제는 그런 상태가 언제까지고 지속될 수 없다는 거였어. 그런 조그만 동그라미 같은 것이 영원히 유지될 수는 없으니까. 기즈키도 잘 알았고 나도 알았고 너도 알았을 거야. 그렇잖아? p.222


- 일상생활에서 무슨 쓸모가 있는 건 아닐 거야.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뭔가에 쓸모 있기보다는 사물에 대해 좀 더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훈련이 되지 않을까 싶어. p.301


- 데우스 엑스 마키나.

만일 현실 세계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있다면, 얼마나 편하겠어요. 곤란한 상태에 빠져 옴짝달싹도 못 할 지경에 있으면 신이 하늘에서 하늘하늘 내려와 전부 처리해 주니까요. 이렇게 편한 일도 없죠. p.324


- 정말로 똑같은 소리야. 늦은 아침하고 이른 점심 정도의 차이야. 먹는 것도 같고 먹는 시간도 같고, 그냥 부르는 방식이 다를 뿐이야. p.353


-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말라 버릴 만큼 귀여워.

봄날의 곰만큼 좋아. p.388


- 자신을 동정하지 마. 자신을 동정하는 건 저속한 인간이나 하는 짓이야. p.403


- 어이, 기즈키, 나는 생각했다. 너하고는 달리 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고, 그것도 제대로 살기로 했거든.

난 이제 스무 살이야. 그리고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 대가를 제대로 치러야만 해. p.415


- 인생이란 비스킷 깡통이라 생각하면 돼.

비스킷 깡통에는 여러 종류 비스킷이 있는데 좋아하는 것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먹어 치우면 나중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는 거야. 나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늘 그런 생각을 해. 지금 이걸 해두면 나중에는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깡통이라고. p.419


- 미도리를 잃고 내 생활이 이렇게나 아무 맛이 없어져 버렸다고 생각하니 슬픈 기분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속에서 그녀의 존재가 점점 부풀어 오른 것이었다. p.428


- 거기에서는 죽음이란 삶을 구성하는 많은 요인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p.452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잠겨 있다. p.453


- 어떤 진리로도 사랑하는 것을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다. 어떤 진리도, 어떤 성실함도, 어떤 강인함도, 어떤 상냥함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슬픔을 다 슬퍼한 다음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뿐이고, 그렇게 배운 무엇도 또다시 다가올 예기치 못한 슬픔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p.454


- 어이, 기즈키, 넌 옛날에 내 일부를 죽은 자의 세계로 끌어들였어. 지금, 나오코가 나의 일부를 죽은 자의 세계로 끌고 갔어. 가끔은 내가 마치 박물관 관리인이 된 듯한 기분이야.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는 휑한 박물관 말이야,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그곳을 관리하는 거야. p.458


- 와타나베는 이제 어른이니까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져야 해. 그러지 않으면 모든 것이 엉켜 버릴 거야. p.476


- 자기가 나오코의 죽음에 대해 어떤 아픔을 느낀다면, 그 아픔을 남은 인생 동안 계속 느끼도록 해. 그리고 만약 배울게 있다면 거기서 뭔가를 배우도록 하고. 하지만 그와 별개로 미도리와 둘이서 행복을 찾도록 해. p.477


- 레이코 씨는 비틀스로 옮겨 가서 <노르웨이의 숲>을 치고 <예쓰터데이>를 치고 <미셸>을 치고, <섬싱>을 치고, <히어 컴스 더 선>을 노래하면서 치고, <풀 온 더 힐>을 쳤다. 나는 성냥개비를 일곱 개 늘어놓았다. p.478


- 우리는 살아 있고, 살아가는 것만을 생각해야 했다. p.485


- 너, 지금 어디야?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나는 어느 곳도 아닌 장소의 한가운데에서 애타게 미도리를 불렀다. p.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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