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반 + MSG 반
<초간단 줄거리>
1.순수청년 미남 그레이, 화가 바질에게 초상화를 선물로 받으며 소원을 빔.
2.해리와 바질 사이에서 갈등. 해리와 어울리며 쾌락주의에 탐닉함.
3.약혼녀 시빌 베인이 죽고 나서 노 반성. 급격히 타락해감.
4.증오심에 바질을 죽이고, 악몽을 꿈.
5. 후회하기도 하나 결국 초상화를 없애고자 함. 그러나 초상화와 자신이 바뀌면서 결국 죽음.
※ 참여인원:
- 시몸장 (데미안 / '비밀독서단' 비밀 단원 100인에 선정. 20's 후반)
- 홍기동 (홍길동/ '학생운동 블랙리스트' 100인에 선정. 20's 중반)
- 황지니 (황진이 / '렛츠미인' 청중 평가단 100인에 선정. 30's 초반)
- 위흥선 (흥선 대원군/ '자수성가한 CEO ' 100인에 선정. 30's 후반)
- 변강새 (변강쇠 / '나는 자연인인가' 100인에 선정. 40's 이상)
- 유당신 (너)
※장소: 런던
※시간: 24시간이 모자라.
※도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시몸장: 반갑습니다 ~ 이번 책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입니다. 출판사마다 다양한 번역본이 있고 표지마다 다 다른 포스를 풍기고 있죠. 우리책은 ‘열린책들’ 출판사 책으로 하겠습니다. 다들 어떻게 보셨나요? 전체적인 감상 들어볼까요?
○황지니: 저는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항상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하는 저한테는 참 많은 생각을 해주는 책이었네요. 아름다운 묘사들도 정말 많았구요. 호호.
- 불꽃 같은 제 아름다움의무게를 지탱해 내지 못할 것 같은 금사슬나무 가지들이 주저주저 바스락거렸다. P.11
○유당신: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위흥선: 급박한 사건 전개가 흥미롭긴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자연스럽게 오가는부도덕적인 행동과 언행들에 불쾌감이 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재미있게는 읽었는데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는것 같습니다.
○변강새: 불쾌하긴 개뿔! 다 내 친구들 같더구만. 사건이 흥미롭던데? 굉장히 리얼해.
○위흥선: 작가가 실제로 동성애 문제로 감옥까지 다녀왔다는 것을 보면, 책의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 책도 많은 비난을 받고 한번 수정한 것이라고 하던데.. 원작은 어땠을지.. 그러니 다 변강새님 친구들과 같은 느낌이 들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도리언 그레이의 결말과 작가의 마지막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변강새님 친구들도…
●시몸장: 워워. 맞아요. 작가의사상이 많이 들어간 것도 같습니다. 근데 그 동화 <행복한왕자>도 이 작가가 쓴 것이라는 사실 ~!! 홍기동님은?
○홍기동: 어렵지는 않았는데 말이 너무 많아서 좀 지루했음. 하고 싶은 말이뭐그리 많은지. 같은 젊은이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음.
●시몸장: 저도 평소에 고민하던 부분들이 담겨 있어서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네요. 판타지적요소가 들어갔지만, 그래도 현실적인 괴리감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구체적인 감상 들어가 볼게요. 인상 깊었던 장면 나누어 볼까요?
○황지니: 저는 그 초상화보고 도리언이 스스로 반해서 소원 비는 모습이요. 사실요즘 포토샵이 발달해서, 잘 만진 사진보면… 저 얼굴이 내얼굴이길. 저대로 멈추길,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제가 저한테 반하는 거죠. 나르키소스? 후후.
○위흥선: 그래서 프로필 사진을 믿지 않습니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헨리가 그렇게 도리언을 추켜 세우는데, 헨리 사촌동생이 도리언한테 반하자 주의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장면에서 이중적인 헨리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내 여동생을, 가족을 소개시켜 줄 수 있는 친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가족을 소개시켜주려면깨끗한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심해! 도리언은 사람 홀리는 재주가 있다고!
○시몸장: 괜히 뜨끔하네요. 사람들이 그냥 저절로 홀리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 참. 저는 그 노란 책. 도리언이 똑 같은 책을 9권 사서 표지를 바꾸고 기분에 따라 골라읽었다고 했잖아요? 굉장히 신선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좋아하는책은 몇 번을 봐도 좋은데, 그렇게 애착이 가는 책이 나한테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네요. 저 방법을 한번 써 봐야겠어요.
여러 해 동안 도리언 그레이는그 책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는 그 책 초판본의 확대판을 아홉 권씩이나 파리에서 구입해서는 각기 서로 다른 색종이로 포장했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때로는 자신도 통제하지못할 정도로 변덕을 부리는 환상에 따라 마음에 맞는 색 책을 고르기 위함이었다.
○유당신: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위흥선: 서문도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유미주의’ 운동이라고 멋있게 이야기하지만 결국 자기합리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까말씀드렸던 헨리처럼, 이중적인 모습이 보여집니다. 결국 좋은건 내가 아끼는 가족에게 주고 싶은 것 아니겠습니까. 헨리는 그런 면에서 ‘좋은 건’ 아닌 겁니다. 도덕적인책이 없다는 말도 당당하게 하는데, 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아끼는 가족에게 주고 싶은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덕책인 책이나 부도덕한 책은 없다. 잘 쓴 책, 혹은 잘쓰지 못한 책,
이 둘 중 하나다. 그뿐이다. P.7
○변강새: 또 병이 돋았구만, 전 친구. 뭐죄다 성경책 만들 일 있나? 불경 만들어 줘?
○시몸장: 이 이야기는 이따 심도 있게 나누어 볼까요? 저는 초상화의 입체적인모습, 그게 인상깊었어요.
○홍기동: 초상화가 입체적이라는? 초상화는 한 마디도 안 했는데, 그냥 그림이지 않음?
○시몸장: 그쵸, 초상화는 그냥 가만히 있죠.근데 그 서술자가 나와서 초상화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크게 두 가지 면으로 나누어져요. 하나는 양심의 거울, 안내자. 그러니까 자신의 잘못을 반영해주는 거울 같은 존재로. 뒤에는 가면? 대리양심?. 내가 나쁜 짓을 해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도록해주는, 대신 고통스러워 해주는 존재죠. 또 기본적으로 전제가 되는 젊음을 유지해주는 방부제 역할도 있구요.
○변강새: 오, 두 번째 매력적인데. 토끼의간처럼 따로 떼어 놓고 다니는 느낌? 좋구만!
○위흥선: 변강새 님은 양심이 아예 없지 않습니까. 변강새 님한테는 필요 없을것 같습니다. 그럼 저한테는 초상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항상저를 되돌아보며 바른 길로 안내해 주는 그분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황지니: 아, 사랑 이야기가 빠질 수 없죠!시빌 베인과의 사랑. 참 짧았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었어요. 실제 모습이 아닌, 무대에서 연기하는 모습에 반한 도리언. 많은 남자들이 그러잖아요? 그러니까 화장도 못 지우고, 다리 아파도 하이힐을 포기하지 못하는 거라구요! 저렇게 버림받을까봐! 그리고 자기가 변하고서 꼭 남탓하더라!
당신이 내 사랑을 죽였어.
○홍기동: 그거 보고 소름. 시빌 베인이 더 무섭던데. 이름도 모르고 결혼하는게 어딨음? ‘아름다운 왕자님’.. 우웩. 도리언이 돈 많아 보이니까 바로 일 대충하는 거 아닌감. 일 대충해도 먹여 살려 줄 남자가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요. 둘 다피장파장임. 이러니까 밤새 알바해서 데이트 비용으로 다 날리는 거라구.
아름다운 왕자님
○시몸장: 워워, <여자는 쌩얼로 만날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남자는 지갑 없이 만날 수 있는 여자를 만나라> 라는 글을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이쯤에서 휴전 합시다. 좀 가볍게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보는 모습이 다른 것일수 있지 않을까요?
○위흥선: 맞습니다. 저는 한 여자가 굉장히 참하고 조신한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호감을 갖고 만나고 있었습니다. 근데 그분이 한껏 저를 위해 신경쓴다고…. 섹시 컨셉에 도전하며 저를 도발하는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용기를낸 것이겠지만 저는 사실 기대한 모습이 아니라서 크게 상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강박을 버리셔도될 것..
○변강새: 배부른 소리하네…. 이 책의 묘미는 도리언의 파격적인 행각들이라구. 도리언이 그런 짓들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뭐였을까. 도리언의 매력이일반적으로 먹힌거겠지. 그건 어느 정도 바라는 형은 있는 거란 말이지.먹히는 남자랑 먹히는 여자는 뭐 시대마다 있는 거지. 지금 시대라면 도리언은 그리 큰 죄인도아니지 뭐.
○황지니: 저도 일부분 동의하는 것이, 많은 여자들을 만났다고 죄인은 아니라고생각해요. 물론 나중에 바질을 살해하긴 했지만 그것도 그 전에 바질이 잔소리한 것이 원인이니까, 많은 여자를 만난 것이 잔소리할 구실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인기가 많은 거라고 한다면? 많은 여자들이 오징어 같은 남자 말고도리언 같이 젊고 잘생긴 남자에게 홀리는 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죠, 뭐. 저도 맨날 시달리는 입장에서 이해가 되네요. 휴.
○홍기동: 사실 뭐 동성애 코드도 그렇고 지금은 큰 죄는 아니지 않음? 그시대 상황이 그런거지. 그 낡은 시대가 문제네. 지금도 사실사회적 편견은 남아 있는데, 갈 길이 먼 듯. 사회를 바꿔야지! 얼른!
○시몸장: 이야기가 좀 퍼지는 것 같은데, 좀 좁혀서 인물과 관련된 이야기들 해볼까요? 개성 강한 캐릭터 셋! 바질, 헨리, 도리언!
○황지니: 전 시빌 가족이 좋은데, 그분들 얘기는 하면 안 되나요?
○시몸장: 아닙니다. 하십시오.. 제가 죽일놈입니다..
○황지니: 짧은 시간이지만 강한 인상을 줬어요… 연기에 몰입하는 시빌 베인도그렇지만, 그 연기하는 척 살아가는 시빌 베인의 어머니랑, 누이를끔찍하게 생각하는 열등감 가득한 남동생 짐까지. 다 캐릭터 있었어요.죽일놈은 도리언이죠. 시빌 베인이 죽었을 때도, 울지않고 짐이 죽었을 때도 기쁘다고 하고. 이 죽일놈. 책에서보면 울었을 것이라는 게 말이 되나요? 맞장구치는 헨리도 그렇고.. 말하다보니 열뻗치네… 이러니까 조선시대에도 미담이랍시고 열녀문 세우고 난리친 거 아니겠어요!
아 인생이란 얼마나 기이하고 극적인가! 해리, 이 모든 것이 책에서 읽은 거라면 아마 읽다가 눈물을 흘렸을 겁니다. 그런데이 일이 실제로 일어난 거라니 너무 놀라워 눈물도 흘릴 수가 없군요. P.157
내가 보기에 그녀의 죽음은 아름다운 무엇이 있다네.내가 그런 경이로운 일이 일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니 참으로 기쁘기 그지없네. P.163
○시몸장: 네…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만, 그냥 다시 인물 셋으로 좁혀 볼까요. 작가는 자신을 인물들로 비유하기도 했었는데, 우리도 살짝 동일시하면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네요. 이렇게 보면 도리언이 그래도 실천을 했으니까 가장 쾌락적인 인물로 봐야겠네요. 헨리는 말빨 인정. 바질은 상대적으로 도덕적인 느낌?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이 그토록되고 싶었던 존재이고,
헨리 워튼 경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고
바질 홀워드는 실제 자신의모습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위흥선: 저는 지금 바질이고, 사람들도 바질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바질같이 되고 싶습니다. ‘종심소욕불유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경지, 이것을 꿈꿉니다. 예술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도리언에게 잔소리하는 유일한 사람이지 않았습니까. 바질의 역할이더 컸다면, 도리언은 이렇게 망가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강새: 이 친구, 또 바지락 까먹는 소리 하네. 도리언은 그렇게 될 놈이었어. 원래. 그 안에 씨앗이 있었다니깐. 헨리나 바질이나 시작은 같은데 도리언이헨리에 더 반응했을 뿐이라구. 그럼 그게 도리언의 모습이지. 저렇게일관된 게 더 무서운 거라구.
○시몸장: 그럼 변강새 님도 저 라임에 맞춰 한번 해주신다면?
○변강새: 뭘 물어보나, 난 지행합일 아닌가.도리언처럼 되고 싶고, 사람들이 도리언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도도리…
당신의 삶을 사시오! 당신 안에 있는 경이로운 삶을 살란 말이오! 무엇 하나 잃지 마시오. 항상 새로운 감동을 찾아 나서시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마시오… 또 하나의 새로운 쾌락주의, 이것이 우리 세기가 원하는 것이지요. P.42
○위흥선: 여기 112죠.... 여기 흉악범이….
○횽길동: 저렇게 일관된 성향을 갖고 있는 게 더 신기한 거 같음. 저는 엄청고민하게 되는데. 사실 나는 도리언이 바질과 헨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처럼 보였음. 뒤에 보면 계속 후회하는 장면들이 나오고 악몽도 꾸고 그래서, 헨리-도리언-바질. 이렇게 보고오락가락하는 도리언에 감정이입했는데, 또 이렇게 보니까 실천면에서는 도리언이 헨리보다 낫네염.
○황지니: 맞아요. 저도. 도리언이계속 누군가 자신을 잡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완전 악하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을 계속 했거든요. 제가 막 안아주고 싶었다니까요. 그 토끼 사냥할 때도 죽이지 말라고 하고, 헨리도 막 원망하고 그러잖아요.
○위흥선: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토끼보고 죽이지 말라고 한 건 토끼의우아한 모습에 반했기 때문입니다. 또 결국 짐 베인이 죽었을 때 엄청 기뻐합니다.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났으니까요. 그리고 초상화를 원망하면서 찢어버리는것 같지만, 결국 자신의 악행의 증거물을 없애는 작업인 겁니다. 결국도리언이 헨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홍기동: 그래도 저는 사실 젊고 그러니까 도리언처럼 되고 싶기도 함. 한번맘껏 살아보고 싶은 것. 근데 시위 나가고 그럴 때 보면 사람들이 나를 바질처럼 보는 것 같기도 함. 정의의 사자같이. 근데 실제 나의 모습은….. 모르겠음. 그냥 오락가락 하는 도리언으로 하면…
젊음! 청춘! 세상에는젊음 이외에는 단연코 아무것도 없으니! P.43
○황지니: 저도 엄청 고민되는데요. 도리언이라고 생각하며 봤는데 흥선님 이야기들으니까 나쁜 것 같기도 하고.. 저는 차라리 헨리처럼 되고 싶어요.그냥 저 사상이 멋있어요. 근데 사람들은 저를 헨리처럼 보는 것 같아요. 저는 깊은 알맹이는 없는데 말이죠. 실제로는… 시빌 베인 같아요. 약간은 거품 낀… 정말 어렵네요.
○유당신: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시몸장: 어려운 게 당연한 것 같아요. 저 위에 바로 나오는 사람들이 신기한거죠. 저도 생각해 보니 저는 바질처럼 되고 싶어요. 사람들한테 자신있게 따뜻한 잔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사람들도 그나마 바질처럼 저를 보는 것 같아요. 근데 실제 모습은 헨리 같아요. 사상의 충돌을 절실이 겪고 있어요. 다중인격같이. 휴.
○변강새: 굿잡! 우리 안에는 천사와 악마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네!
○위흥선: 변강새님은 악마 순도 100%....
●시몸장: 우리 이제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여기서 예술의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우리에게 예술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개인적으로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큰 충격을 받았네요. 저를 키운 건 팔할이 책인데...
여러 해 동안 도리언 그레이는그 책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 책 때문에 해를 입었다고했는데, 세상에 그런 책은 없네. 예술이 인간의 행동에 어떤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야. 오히려 행동하려는 욕망을 없애 쥐주지. 뛰어난불모성, 바로 그거야. 세상이 부도덕한 책이라고 말하는 책은사실 세상의 더러움을 보여 주는 책이라고. 그뿐이야. P.335
○횽길동: 사실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인데 이것저것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지. 우리는사회 경제구조나 정치구조를 벗어나서는 규정할 수 없는 존재임. 그래서 이렇게 사회를 바꾸려고 사람들이뭉치는 거지. 그렇게 치면 예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음. 중용한건 티가 잘 나지 않아서 그렇지만… 그래도 도리언이 그 탓을 헨리한테 돌리는 모습은 좀 찌질해 보였음.
- 하지만 당신은 예전에 책으로 저를 망친 적이 있어요. 전 결코 그 일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나쁜 영향을 끼칠 책입니다.
○변강새: 내 안에 우주가 있다니까. 내 안에 모든 게 다 있는데 밖에서 영향을받을 필요가 뭐가 있나! 그냥 내 우주 안에서 무엇을 꺼내느냐 차이지.기껏해야 눈에 보이니까 볼 뿐이지. 그게 영향이라고 볼 수 있나.
- 책 때문에 해를 입었다고했는데, 세상에 그런 책은 없네. 예술이 인간의 행동에 어떤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야. 오히려 행동하려는 욕망을 없애 주지. 뛰어난불모성, 바로 그거야. 세상이 부도덕한 책이라고 말하는 책은사실 세상의 더러움을 보여 주는 책이라고. 그뿐이야. P.335
○위흥선: 저 논리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어기제일 뿐입니다. 헨리가 하는말에도 오히여 영향을 받은 사람을 탓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오히려 그게 현명한 방법입니다. 잘 하면 내탓, 안 되면 남탓이 아니라 모두가 남탓인 거죠. 그러면 적어도 소송은 안 걸리니까. 하지만 어린 아이들과 같이 순수한사람들, 도리언도 뭐 처음엔 순수했으니까, 그런 하얀 도화지같은 아이들은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쉽게 변할 수 있습니다. 근데 검은 색으로 칠해버리면, 그 위에 다른 그림을 그리기란 엄청 힘듭니다. 그런 면에서 특히초기에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책과 같은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은 더 진한 흔적을남길 것입니다. 교육학적 관점에서 보면…
좋은 영향이란 건 없어요. 모든 영향이란 부도덕한 겁니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다 부도덕한 것이오.
어떤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자신의 영혼을 주는 것이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생각하는 게 아니고, 자신의정열로 타오르는 게 아닌 겁니다.
인생의 목적은 자기 발전이오. 자신의 본성을완벽하게 실현시키는 것, 그것이 이 곳에 있는 우리들의 존재 목적이지요. 요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두려워해요. 모든 임무 가운데 최고의임무인 자기 자신에 대한 임무를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오. P.34
○시몸장: 워워, 숨 넘어가시겠습니다. 소설후반부에는 헨리가 너무 판을 치죠. 그때 바질이 살아서 계속 맞대응을 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친절하게도 흥선님이 그 자리를 메워주시네요.
○유당신: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황지니: 사실 저는 그냥 아름다운 문장, 아련한 분위기 이런 것들이 기억에많이 남거든요. 특별한 메시지보다. 그래서 그냥 아름다움을느끼게 해주는 것이 예술이지, 큰 영향을 준다고는 크게 생각을 안 해봤네요. 내 감성을 풍요롭게 해 주는 정도?
○시몸장: 굉장히 좋은 말씀을 해주셨어요. 우리가 예술을 접할 때 흔히 하는말이, 인생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말, 행복한 인생을 살게해준다는 말이죠. 근데 사실 도리언은 행복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하니,우리 일반인들과 전혀 관점이 다르죠. 예술 자체를 도구가 아닌 목적으로 둔다. 이게 ‘유미주의’의 핵심같습니다. 하지만 각자 느끼는 건 감상하는 사람의 자유니까, 예술에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지을게요. 모두 각자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만큼 가져갔으면 합니다.
도리언, 그것이 당신이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인가요?
행복? 난 단 한번도 행복을 추구한 적이 없습니다. 오직 쾌락을 추구할 뿐.
○황지니: 몸장님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가져갔으면 한다고 하셨는데 저는저 초상화를 갖고 싶습니다.
●시몸장: 그럼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저 초상화가 주어진다면 어떨지 이야기해볼까요?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황지니: 누가 거부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계속 이 아름다운 얼굴로 살아갈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 같아요!
- 젊음! 청춘! 세상에는젊음 이외에는 단연코 아무것도 없으니! P.43
- 젊음만 되찾는다면 난 세상에서못 할 게 하나도 없을 것 같네.
청춘! 세상에 그만한 것이어디 있겠나. P.332
○위흥선: 사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매번 다르지 않습니까. 그런 유동적인 기준은큰 가치가 없다고 봅니다. 그런 초상화를 받았을 때 외모만 그대로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육체의 노화가 우리에게 적절한 브레이크가 되어서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가령 우리가 젊을 때 매번 술먹고 밤새 놀고 하다가도 몸이 안 받쳐주면 정신차리고 바른 삶을 살곤 하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삶의 균형을 위해서 저는 초상화를 거부하겠습니다.
- 그를 파멸시킨 것이 바로 아름다움이었다. 그가 간절한 기도로 그토록 원했던 젊음과 아름다움이그를 멸망케 했다. 이 둘만 없었더라면 그의 인생은 오점 없는 깨끗한 인생이 되었을 것이다.
- 젊음이 그를 망가뜨리지 않았는가?
○황지니: 그때 도리언은 어린 나이에 너무 순수해서 그런거 아닐까요. 우리는그래도 좀 성숙해졌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꼭 불을 인간에게 건네주고 걱정하는 그리스 신들과 같은모습이네요. 저는 저를 믿어요. 흥!
○위흥선: 그걸 자만이라고 합니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이 인생 망쳤다는 이야기우리는 많이 듣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당첨되면 연금으로 받네, 그냥저축할 거네,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그래도 갑자기 다가온 행운이 당사자의 삶을 망치는 경우를 마주하게됩니다. 상황이 닥치면, 모르는 겁니다. 우리는 알면서 지키지 못하는 것들이 참 많지 않습니까.
- 아! 자만과 격정에 휩싸인 그 끔찍했던 순간에 그는 초상화가 세월의 짐을 지고 자신은 영원한젊음의 순수한 광채를 유지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았던가! 모든 그의 잘못이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 처벌 속에 정화가 있는 법. P.338
○변강새: 저 친군 참 쓸데없이 생각이 많다니까. 내가 나를 못 믿으면 누굴믿나. 무슨 일을 하든 스스로 후회만 하지 않으면 되지! 개인적으로는초상화 따위는 나도 필요없지만, 겁나서 안 갖는 건 아니네. 그냥필요가 없으니까 안 받는거지! 난 언제나, 항상 멋있으니까! 그땐 또다른 멋이 있겠지 않겠나? 하하.
-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는사람은 쉽게 쾌락을 만들어 내듯 쉽게 슬픔을 끝낼 수 있지요. 저는 제 감정에 좌우되고 싶지 않아요. 오히려 그 감정을 이용하고 즐기고 지배하고 싶다고요. P.172
○유당신: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홍기동: 다른 건 괜찮은데, 몸이 둔해지면 축구를 못 하지 않음? 조기축구 하다보면 마음은 뛰는데 몸은 뛰지 못하는 아저씨들이 너무 안타까움.그래서 초상화 갖고 싶음. 근데 강새 할배처럼 한번 늙어보고도 싶음. 또다른 즐거움이 있을 것도 같고… 어려움.
○시몸장: 초상화의 기본 방부제 역할, 거울 역할과 가면 역할 중에서 각자가 어떤 역할에 더 초점을 두었는지 은연중에 알 수 있는 것 같네요. 저는 가면 측면에서는 한번 초상화를 간직하고 싶네요. 애덤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 보면 공정한 관찰자란 개념이 나오거든요. 양심보다 더 객관적인관찰자인데, 무슨 CCTV 같은 존재가 저를 지켜보고 판단하는느낌이 들 때가 실제로 있죠. 그래서 뭐든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가차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있거든요. <복면가왕>에서처럼 가면을 쓰면, 더 진정한 나를 표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판타지지만 모두 즐거운 상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네요.잠시 쉬웠다가 2부에서 만나겠습니다!
<2부 내용>
-영원한 젊음이 주어진다면?
- 젊음과 늙음, 비교 분석!
- 언제가 청춘이라고 생각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