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관종의 시대 (김곡) 그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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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관종의 시대를 점검하는 철학적 논고
*감상: 관심이 자본인 시대, 관종이 능력인 시대.
*추천대상: 셀카중독자
*이미지: 거울
*내면화: 나는 관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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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자 철학도인 작가는 통찰력 있게 지금 이 시대를 진단합니다. 흥미로운 주제와 심플한 분량으로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묵직한 문체라 놀랐습니다. 한병철 교수님의 <피로사회>, <투명사회>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라 쉽게 추천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만, 지금 이 시대에 의미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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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관종이냐?' 이 말은 부정적인 질타의 의미로 많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관종이 '연예인 끼', '재능' 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관종'이란 의미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이죠. 한 학생의 인터뷰에서 '관종'이라고 했을 때 '부지런하게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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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MZ세대 트렌드 대표 키워드 중 하나가 '인플루언서블'입니다. 모두가 인플루언서인 것처럼 영향력을 인지하고 행동한다는 것이죠. 인플루언서의 대중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건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그 외에도 과도한 자기노출과 나르시시즘은 이 책에서도 경계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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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입니다. 미디어 교육을 하면서 꼭 숙지해야 할, SNS 생활을 하면서 경계해야 할 점들도 잘 챙길 수 있었어요. 좀더 다듬어지고 부드럽게 쓰여 모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요. 관종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몸을 중시하라고 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야하니... 참 어렵습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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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심과 '종자'가 붙여져 만들어진 뜻 그대로, 관종은 이전 세기의 주체들과는 그 종자부터 다르다. 그는 더 많은 댓글, 더 많은 조회수,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서 불안과 죽음, 적과 동지, 이상과 이념 등 그 어떤 대상도 기꺼이 소거해 버린다. 관심의 집중은 모든 두려움을 일소하며 모든 정치학을 대체한다. p.18
- 관종이 대상을 알지 못하는 것은 자기 자신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환상은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 혹은 '나는 누구에게도 관심 받을 수 있다'라는 과잉자기성애로 충전되어 있다. p.33
- 지난 세기의 주체가 저항해야 했다면, 오늘날 관종은 증명해야 한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또 이미 누리고 있는지, 그래서 어떤 저항과 억압도 없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무엇보다도 이 행복이 이 순간 얼마나 완벽한지를. p.48
- 실상 SNS는 사생활을 증진하기는커녕 아예 없애버린다. 또한 인터넷엔 비밀이 없다. 인터넷엔 무의식 자체가 없다. p.63
- 니체의 말대로 혐오는 병이다. 오늘날 그것은 편집증이라는 시대적 질병이다. 심지어 그것은 전염된다. 링크되고 팔로우되고 '좋아요' 된다. p.96
- 혐오의 인간은 세계가 똥이라고 외친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며. 저항의 인간은 피하지 않는 그 세상을 회피하며, 혐오의 인간은 그렇게 세계와 차단되어 간다. 혐오증의 인간이 우울증의 인간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에릭 호퍼의 통찰처럼, 혐오는 자기 혐오를 감추기 위한 방편이다. p.108
- 오늘날 관심은 곧 이익이다. 관심을 주고받는 것은 노동이 되었다. 관심이 가치다. p.114
- 팩트와 도덕보다 더 널리 통용되는 세 번째 방식은 '취향'이다. 팩트가 수량화되고 도덕이 교조화된다면, 취향은 차단한다.p.146
- 대행자(크리에이터, BJ 등)은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팔로워가 무엇이든 시킬 수 있는 한에서다. 또 팔로워는 무엇이든 시킬 수 있지만, 그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에서다. (...) 대행은 대표가 아니다. p.168
- 이 시대는 나르시시즘이 미덕이 되어 버린 시대다. 그리고 인터넷은 나르시시즘 발전소이자 훈련장이고 동시에 그 폐기장이다. 누구나 자아를 찾으러 그곳에 가지만 실상 누구도 찾지 못하며, 이 패턴은 쳇바퀴 돌듯 반복되다 끝내 자아의 경계마저 해체한다. 이 경계의 해체는 온갖 조절장애와 우울의 조건이 된다. p.195
- 오늘날 회복되어야 할 것이 주체성이 아니라 대상성이라면, 그것은 육체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터다. 육체의 복권은 모든 타자성의 시작이다. (...) 감각은 세계에 대한 믿음이다. p.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