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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Mar 29. 2022

[책리뷰] 다정소감_다정한 것이 좋아

김혼비, 안온북스

#책리뷰 #다정소감 #김혼비 #안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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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다정하면서(30%) 날카로운(70%) 이야기들의 모음

*감상: 풍자와 해학의 언어유희! 드립과 비유의 향연!ㅋㅋㅋ

*추천대상: 꼰대 사절하는 분

*이미지: 김솔통

*내면화: 나에게 새겨진 다정한 패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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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재미있게 쓰는 분이란 사실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접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이번에도 다정이란 키워드와 노란색 표지에 속아(?) 그냥 지나칠 뻔 했는데, 꼰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끌려서 읽었습니다. 그 날카로운 언어유희는 정말 일품이었어요. 엄청 웃고, 메모하며 읽었습니다.  뭔가 트위터 감성 가득한, 재미있는 문체가 ㅎㅎㅎ 맛입니다. 우선 촉촉한 힐링에세이는 아닌걸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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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연들에는 패턴이 있어서, 패턴이 반복되면 지루할까봐 많이 덜어냈다고 하셨는데 탁원한 선택이었어요. 다정소감이라는 제목이 아쉬울 정도로, 풍자와 해학이 더 그리워졌습니다. 쇼미더머니에서 디스배틀이 재미있듯이, 뭔가 저격할 때... 드립이 더 빛을 보는 것 같았어요. 풍자 에세이 따로 내주시면 진짜 맛깔날듯...! 축구 에세이도 꼭 읽어 봐야겠어요! 골때녀도 떠올리면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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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갑자기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어졌다. 지구상의 중요도에 있어서 김도 못 되고., 김 위에 바르는 기름도 못 되고, 그 기름을 바르는 솔도 못되는 4차원적인 존재이지만, 그래서 범국민적인 도구적 유용성 따위는 획득하지 못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그 잉여로우면서도 깔끔한 효용이 무척 반가울 존재.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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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이 더 나은 경험을 해보길 진심으로 바라서 하는 조언과, 무작정 던져놓는 냉소나 멸시는 분명 다르다. '세상의 빛을 보자'는 게 '관광'이라면, 경험에 위계를 세워 서로를 압박하기보다는, 서로가 지닌 나와 다른 빛에도 눈을 떠보면 좋지 않을까.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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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여성들도 소리 지르고 때리고 맞는 훈련을 해야 한다. 미지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원초적 싸움의 세계'를 경험을 통해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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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소위 말하는 '솔직함'이라는 것들에 지쳤다. (...) 솔직함을 무기 삼아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는 이들을 볼 때마다 일종의 환멸 같은 게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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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쿨하다'가 한 시대의 정신으로 각광받으면서 윤리적 노팬티 상태가 패션인 양 포장되며 쏟아지는 무례한 독설들. 그런 말들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면 어김없이 날아오는 위선적이고 가식적이라는 비난과 조롱들. (...) 어떤 사람들은 '솔직한 나'를 너무나 사랑하고 '솔직한 나'에 대해 너무나 비대한 자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으니, (....)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솔직함, 정말 누구도 안 중요하니 세상에 유해함을 흩뿌리지 말고 그냥 마음에 넣어두라고.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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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력하지 않는 사람보다 최선을 다해 가식을 부리는 사람이 그곳에 닿을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척' 한다는 것에는 어쩔 수 없이 떳떳하지 못하고 다소 찜찜한 구석도 있지만, 그런 척들이 척척 모여 결국 원하는 대로의 내가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점에서 가식은 가장 속된 방식으로 품어보는 선한 꿈인 것 같다.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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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질 파트]

- '꼰대질 사절!'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온몸으로 내뿜고 다니던 시절이 있다. (...) 결과는? 나의 희망 사항과 완벽하게 거꾸로였다. 내가 질색하는 종류의 꼰대질은 양이 전혀 줄지 않았다.전혀! 진짜 꼰대들은 내가 그런 메시지를 송출하고 있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해 여전했고, 눈치챈들 자기가 하는 행동, 그게 바로 꼰대질인 줄을 몰라 또 여전했다.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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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이건 꼰대질 아닐까'라고 자기 검열할 줄 아는 사람들만 내 앞에서 조심했는데, 바로 여기서 커다란 딜레마가 생겼다. 그렇게 조심하는 사람일수록 내가 귀담아들을 만한 충고나 종너을 해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꼰대질 사절' 메시지가 결과적으로 순도 100퍼센트 고농축 꼰대질만 깔끔하게 남겨놓고 정작 듣고 싶은 이야기들은 걸러버리는 바람에, 애초에 근절하고자 했던 꼰대질'만' 계속 듣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작전은 대실패였다.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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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꼰대의 특징 중에는 '타인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과 경험, 지식만이 대체로 옳다고 여기는 상태' 또한 분명히 있다. (...) 남에게 충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것. 이게 가장 두렵다.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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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결국 나는 '꼰대질 사절!'을 철회하는 동시에 '꼰대질 환영!'으로 간판을 바꿔 걸었다. (...) 그제야 입이 무겁고 신중한 사람들의 충고까지 다시 귀에 닿기 시작했다. 

<꼰대 양산 포맷>

1. 지칠 줄 모르는 꼰대질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2. 지친 사람들이 귀를 막아 버린다

3. 양질의 충고들까지 차단된다

4. 자기 안에 갇힌다

5. 2세대 꼰대들이 양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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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입맛에 맞는 것들로만 만들어낸, 투명해서 갇힌 줄도 모르는 유리 상자 안에 갇혀 있을 때, 누군가 이제 거기서 잠깐 나와 보라고, 여기가 바로 출구라고 문을 두드려주길 바란다. 떄로는 거센 두드림이 유리 벽에 균열을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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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와 위로로 만들어진 평온하고 따뜻한 방 안에서 지나치게 오래 쉬고 있을 때, 누군가 '환기 타임!'을 외치며 창문을 열고 매섭고 차가운 바깥 공기를 흘려 보내주기를 바란다.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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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어디까지 자기중심적이고 감정 과잉적으로 읽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가 있는데 (...) 맞춤법 책을 읽다가 운 적이 있다. '쓸모 있다'는 띄어 쓰고 '쓸모없다'는 붙여 써야 문법에 맞으며, 그건 '쓸모없다'는 표현이 '쓸모 있다'는 표현보다 훨씬 더 많이 사용되기에 표제어로 등재되어 그렇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 나만 쓸모없는 게 아니야! 내가 그 많은 쓸모없는 것 중에 하나인 건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멋대로 위로받고는 눈물을 쏟은 것이다.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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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 형편도 어려운 와중에 알바하는 틈틈이 어떻게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 하느라 다른 걸 돌아볼 시간도 없었을 텐데 그깟 맞춤법 좀 엉망이면 어떻다고. 그걸 뭐라고 하는 사람은 참..."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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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때로 이 '기본'이라는 지나치게 확고한 단어는, '기본' 바깥 사람들의 저마다 다른 맥락과 상황을 쉽게 지우기도 한다.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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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늘 머뭇댄다. '그럼에도' 발을 디뎌야 할 때와 '역시' 디디지 말아야 할 때 사이에서. 이 사이 어딘가에서 잘못 디딘 발자국들 사이에서.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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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저앉고 싶은 순간마다 "내가 무능력했지 무기력하기까지 할까 봐!"라고 덮어놓고 큰소리칠 수 있었던 것도 내 안에 새겨진 다정들이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을 쉽게 포기하지 않게 붙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패턴을 반복해서 얻게 되는 건 근육만이 아니었다. 다정한 패턴은 마음의 악력도 만든다. (...) 결국 모든 글이 다정에 대한 소감이자, 다정에 대한 작은 감상이자, 다정들에서 얻은 작고 소중한 감정의 총합인 것 같아서.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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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에세이 #책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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