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님의 공감백서!
*한마디: 합리적 개인주의자가 되자. 냉소주의자가 아닌.
*추천대상: 현대인
*깔때기: 나는 OO주의자?
책 제목에 ‘합리적’이란 말을 추가해야 한다. 괜히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 개인주의자’의 의미를 제대로 알면 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판사유감’과 비슷한 느낌의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은 판사님과 나는 같은 ‘류’의 사람이라는 사실. 평소 ‘깃털처럼 살자’는 유연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판사님의 글은 폭풍 ‘좋아요’를 유발했다.
오해하지 않게 한마디 덧붙이자면, 개인주의를 지향하며 슬그머니 냉소주의를 내뱉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냉소만으로는 사회가 변하지 않음’을 알고 과도한 기대는 아니지만 담대한 낙관주의를 지향한다. 따뜻하고 선한 사회,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이런 성향은 ‘라곰’이라는 스웨덴 문화의 예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바이킹들이 큰 술통을 나누어 먹는 행위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앞 사람이 너무 많이 먹으면 뒷 사람이 먹지 못하게 되고 또 너무 안 먹으면 뒷 사람이 너무 많이 먹게 되어서 안 좋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 ‘적당히’ 나누어 먹는 것이다. 이렇게 합리적으로 두루두루 어울려 사는 것. 사랑은 못하지만 참고 이해해줄 수는 있는 사회. 유토피아는 아니라도 살만한 사회를 꿈꾼다.
또 하나 일치하는 것은 활자중독. 텍스트에 대한 열망. 문학까지 사랑한 판사님은 인간에 대한 문학적 상상력을 높이 평가한다. ‘군더더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러한 부분들이 냉철한 판결에서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결국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는 ‘맥락’이란 것이 있기에 ‘팩트는 팩트다’ 따위의 단호박 같은 표현만으로는 규정되지 않는다. 최근 읽은 <7년의 밤>에서도 느꼈지만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사실만 잣대로 들이대면 편하긴 하겠지만, 진실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어떻게 보면 특별하지는 않은 소소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메시지만 툭 끊어서 보면 별거 없네, 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판사만이 겪을 수 있는 법정에서의 경험은, 그냥 이론적으로 던져주는 메시지, 트렌디한 메시지와는 다른 묵직함이 있다. 경험이 부럽다고 해야 할까. 이렇게 책으로나마 간접적으로 대리경험 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해야지. 앞으로도 팬심을 살려 나오는 글을 잘 챙겨보아야 겠다. 사회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담대한 낙관주의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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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내 생각일 뿐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이 못 된다. 그저 저 별에서 저런 과정을 거쳐 자란 인간들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것을 서로 알게 될 뿐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차이에 대한 인식이 평화로운 공존과 타협의 시작일지 모른다. P.10
- ‘다름’은 물론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가능한 한 참아주는 것, 그것이 톨레랑스다. 차이에 대한 용인이다. 우리 평범한 인간들이 어찌 이웃을 ‘사랑’하기까지 하겠는가. 그저 큰 피해 없으면 참아주기라도 하자는 것이다. P.10
- 나는 그저 이런 생각으로 산다. 가능한 한 남에게 폐나 끼치지 말자. 그런 한도 내에서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것 하며 최대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자. 인생을 즐기되, 이왕이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남에게도 좀 잘해주자. 큰 희생까지는 못하겠고 여력이 있다면 말이다. (…하략) p.17
- 인간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니 과잉 기대도 말고 과장된 절망도 치우고 서로 그나마 예쁜 구석 찾아가며 참고 살자 싶다. 큰 기대 않고 보면 예쁜 구석도 꽤 있다. P.18
- 합리적 개인주의자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를 이루어 살 수밖에 없고, 그것이 개인의 행복 추구에 필수적임을 이해한다. 그렇기에 사회에는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고, 자신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음을 수긍하고, 더 나아가 다른 입장의 사람들과 타협할 줄 알며, 개인의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들과 연대한다,. 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가 바로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다. P.26
- 책, 글쓰기, 여행, 인간관계. 모두 내게 중요한 행복의 원천이다. 하지만 내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는 것 역시 이에 못지않은 과분한 행운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P.65
-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발전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무엇에 주목하느냐의 문제라면 나는 이왕이면 발전하는 모습에 주목하고 싶다. 냉소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P.110
- 심리학이든 다른 어떤 학문이든 결국 인간의 여러 특성 중 범주화할 수 있는 보편성을 추출해서 보여준다. 문학은 그보다 훨씬 풍부하게 인간의 개별성, 예외성, 비합리성을 체험하게 해준다. 후자에 대한 이해 내지 상상력 없이 이루어지는 재판은 침대 길이에 맞춰 인간의 신체를 절단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전락할 수 있다. P.154
- 대중의 분노는 즉각적이고 선명한 정의를 요구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법관으로 일해온 경험에 비춰보면 실제 인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 상당수는 인과관계도, 동기도, 선악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신문기사처럼 몇 문장으로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참으로 많다. P.155
-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감히 대단한 명답을 제시해 분쟁을 해결했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었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중립적인 사람이 명석만 깔아주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그 중립성에 대한 신뢰를 얻기는 아주 어렵고, 잃기는 아주 쉽다. 오직 진심만이 그 신뢰를 얻는 열쇠일 것이다. 조정 달인의 비결은 아마도 이것이었던 것 같다. P.174
- 불편한 진실 자체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어 왜곡하지 말고, 그 진실을 토대로 ‘어떻게 사회를 개선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관점에 따라 한쪽 측면만 이야기하고 다른 측면은 애써 외면하는 진영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는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하다. P.200
- 그림자를 강조하기 위해 빛을 애써 지울 필요도 없고, 빛을 강조하기 위해 그림자를 외면할 필요도 없다.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이 사회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출발점이다. P.201
- 이런 시대일수록 집단의 논리에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건 위험하다. 어느 집단도 이 복잡하고 급변하는 세계에 대한 완벽한 해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 남의 판단으로 자기 판단을 대체하지 말고 각 개인이 눈을 부릅뜨고 세상의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 실사구시 정신이 필요하다. 막연한 믿음보다 실증적 근거를 들어 토론하고 최선이 안 되면 차선,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P.203
- 세상이 복잡하다고 생각하기를 거부하고 신념과 분노에만 의지하다가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도 최악의 결과만 가져올 수 잇다, 의심하고 근거를 찾고, 다시 생각하고, 아니다 싶으면 주저 없이 결론을 바꾸는 노력 없이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깨어 있어야 한다. P.204
- 지금 그 사회에서 다수의 의견이라고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만약 다수의 의견이 늘 옳다면 인류는 아직도 천동설을 믿고 잔인한 사적 보복을 허용하며 인종 간 결혼은 금지하고 성적 소수자를 박해하고 있지 않을까. 다수결의 원칙을 중시하는 민주주의에서 다수에 대한 정교한 견제장치도 같이 마련하고 있는 이유다. P.246
- 스웨덴의 문화적 전통 중 중요한 것으로 ‘라곰(Lagom)’이 있다.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적당히’라는 뜻이다. 바이킹 시대 술통을 돌려가며 마시는 풍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 사람이 너무 많이 마셔버리면 다음 사람이 마시지 못하니 적당히 나눠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라고 한다.
‘얀테의 법’: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지 마라, 남보다 더 낫다고 남보다 더 많이 안다고 남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을 비웃지 마라. P.260
- 팔짱 낀 채 ‘한계’ ‘본질’ ‘구조적인 문제’ 운운 거창한 얘기만 하며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진짜 용감한 자는 자기 한계 안에서 현상이라도 일부 바꾸기 위해 자그마한 시도라도 해보는 사람이다. (…) 냉소적으로 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담대하게 낙관주의자가 되라구., p.268
- 한 개인으로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 (…)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그렇기에 얼마나 귀한 일인가.
우리 하나하나는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 아이를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하다. 우리는 서로의 아이를 지켜주어야 한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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