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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리뷰] 댓글부대 (장강명)

소름돋는 온라인ㅠㅠ 오프라인ㅠㅠ

by 이승화


최근 가장 ‘핫’한 작가 중에 한 명인 ‘장강명’ 작가님. 벼르고 벼르다 처음으로 접하는 책이기에 가슴 가득 기대를 품고 책을 보았다. 실제 댓글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고 하는데, 역시나 ‘독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책이었다. 뉴스, 아니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같은 시사프로그램을 글로 보는 기분이었다. 출처에 대한 작가님의 구체적인 설명 또한 소름!


삼궁, 찻탓캇, 01査10 세 명의 이십대 청년들은 우리들의 온라인 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다양한 방법으로 그 문화를 휘저어 놓는다. 인터넷 여론조작업체 ‘팀-알렙’으로 활동하는 그들은 사소한 마케팅작업에서 시작했지만 실력을 인정받아 점점 규모가 큰 일들을 맡는다. 그러한 일들 중에는 나약한 소시민의 권리보다 대기업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대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양심에 거리낌없는 일들도 포함된다. 오직 고용주, 아니 돈을 따라서. 그러한 그들은 ‘합포회’라는 묘한 조직을 만나 더 큰 일을 꾸미고, 더 큰 돈을 벌고, 그리고 더 깊은 타락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결정적으로는 간단한 여론 조작을 넘어 유명한 커뮤니티를 무력화하고 세상에 새로운 사상과 문화적 뿌리를 심기 위한 일까지 벌인다.


형식 또한 특이하게 ‘팀-알렙’의 행적과 멤버 찻탓캇이 진보 성향 신문의 기자와 인터뷰 하는 내용이 번갈아 전개된다. 눈으로 그들의 행적을 쫓는 과정에 찻탓캇이 들려주는 사실적인 고백의 목소리까지. 묘한 긴장감을 가져다 주는 구성이 몰입도를 더 증가시켰다. 마지막 비극적 결말 또한.


굉장히 몰입을 해서 보았지만, 그 찝찝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사실 모르는 내용이 아니었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어서 놀란 것이 아니라, 보기 싫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게 되어서 불편했다. 그러면서 또 멈추지 않고 서둘러 보았다. 공포영화를 볼 때 손으로 눈을 가리지만, 그 사이 손가락을 살짝 벌리는 심리랄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면서, 보지 않으려고 하면서, 또 보고야 마는.


이 찝찝함과 불편함은 크게 두 가지에 온다. 첫째, 불신감. 이 세상에서 내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정말 데카르트의 말대로 “생각하는 나, 이외에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닥쳤다는 불안감과 배신감이 폭풍우처럼 몰려왔다. 지금까지 내가 믿었던 쇼핑몰의 리뷰 하나부터, 신문기사와 그 기사 아래의 댓글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호구짓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며 자괴감에 빠지기 마련이다. 나 잘난 맛에 살았던 나도, 어디서 어떤 삽질을 했는지, 누구의 손아귀에 놀아났는지 모를 일이니 말이다.


둘째, 혼란스러움. 이 추잡하고 더러운 상황에서, 누굴 욕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실. 게시판에서 서로 욕하고 고소하고 속이는 사람들? 아니면, 그들을 그렇게 만든 ‘팀-알렙’? 그 친구들이 주도적으로 나쁜 짓(?)을 하지만 마냥 욕할 수만은 없다. 그들은 악하지 않다. 선하지 않을 뿐이다. 갑자기 많은 돈을 벌었을 때 하는 그들의 얼빵한(?) 짓들, 술집 여자들한테 속는 모습들, 권력자들의 손아귀에 갇힌 그들에게 함부로 손가락질을, 나는 하지 못한다. 우리 청춘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결여’를 제때 채워주지 못한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렇다고 그 ‘합포회’, 그 위의 최고 권력자가 악마인가? 그는 그 나름대로 대한민국의 질서를 위해 사비를 털어서 행동에 임하고 있다. 나름의 ‘소명의식’을 가진 그가 부정적으로 그려지긴 했지만, 절대 악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들이 없애고자 하는 커뮤니티도 정당성을 확보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이 불편함은 우리가 외면할 수만은 없는 문제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이 이 불편함을 끌어 안고서라도 이 책을 봐야 하는 이유이다. 맘껏 혼란스러워 보자. 그리고 다시한번 원초적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비유와 상징 하나도 없이, 그냥 직시해 보자. 어차피 내가 몸 담고 있는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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