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화 Jun 06. 2022

[책리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뭐가 존재?

과학 + 에세이 + 인문교양

#책리뷰 #물고기는존재하지않는다 #룰루밀러

.

.

*내용: 한 분류학자(+작가)의 삶을 통해 바라 본, 삶의 질서 이야기

*감상: 물고기 내부가 포유류랑 더 가깝다니!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추천대상: 기존 질서에 답답한 분

*이미지: 물고기 모양의 망치

*내면화: 내가 부수고 싶은 질서, 분류는?

.

.

많은 논란(?)의 리뷰를 접하고, 호기심에 읽어 보았습니다. 굉장히 다층적인 구조의 책이었어요. 추천평에 "교묘하다" 라는 말이 있는데, 참 와닿습니다. 제목은 아주 흥미롭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로 지었어요. 궁금하죠. 부제는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갸우뚱하게 됩니다. 제목과 느낌이 많이 다르니까요. 이럴 때, 제목은 흥미 유발, 어그로용 ~ 진짜 책의 내용은 부제에 담긴 경우가 많습니다. 역시나, 이 책에서도 물고기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아요.

.

.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글은... 한 분류학자의 삶을 열심히 쫓아갑니다. 비율로 따지면 압도적으로, 이 사람의 평전이 아닌가 생각이 될 정도입니다. 이렇게 제목(물고기), 부제(삶의 질서), 한 분류학자 이야기... 층이 셋으로 나누어집니다. 그래서 기대한 내용과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실망도 크고, 예상치 못한 감동도 클 수 있는 입체적인 책이에요. 이해를 돕기 위해 ~ 굳이 ~ 심플하게 나눠볼게요!

.

.

(1) 과학: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은 분은 13. 데우스 엑스 마키나만 쏙 읽으셔도 됩니다. 진화론적 메시지를 깔끔하게 얻을 수 있어요. 직관과 겉모습 보다 내부를 분석해야 합니다! 비중이 적어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도 있어요. (물론 곳곳에 분류학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너무 흩어졌어요.)

.

.

(2) 인문교양: 작가가 하고 싶은 말, 부제에 나온 '삶의 질서'에 대한 인문학적 메시지를 접하고 싶은 분은 에필로그와 프롤로그를 보시면 됩니다. 꽤 길어서 의미 전달이 잘 됩니다. 결국 지금 우리의 질서는 완벽하지 않아요. 남성, 여성, 성소수자 등도... 메시지가 너무 작위적이라는 평도 있어요.

.

.

(3) 에세이: 작가의 구성을 한번 따라가 보자! 넓은 아량으로 접하실 분들! 진화론과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분류학자의 삶이 궁금하신 분은 처음부터 쭉 읽으시면 됩니다. 분류학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알 수 있어요.  똑똑해지는 맛이 있는데, 지루하다는 평도 있어요. 허허허.

.

.

이 책은, 심층적인 텍스트 읽기의 예로 활용하기도 좋습니다. 작가의 메세지도 쪼개볼 수 있어요. 독자마다 와닿는 층위가 다를 겁니다.


1층: 분류학+진화론적으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아.

지하 1층: 우리 삶의 질서는 대부분 정확하지 않아.

지하 2층: 기존 질서를 의심하고 재정립하며 살아야 해!

지하 3층: 지금의 젠더 의식, 성 고정관념도 큰 의미 없어!

지하 4층: ....?


층 별로 차이가 팍팍 느껴지니 ~ 분석의 맛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몇 층이 가장 와닿으시나요...?ㅎㅎㅎ

.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

-- 바우마이스터와 부시먼은 이렇게 썼다. "쉽게 말해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신을 우월한 존재라고 보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다. (...) 거창한 자기상을 확인받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비판당하는 것을 몹시 괴로워하며 자기를 비판한 사람을 사납게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p.151


-- 민들레 법칙: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p.226


-- 소, 연어, 폐어. "여기서 나머지 둘과 다른 하나는 무엇일까요?" 하고 그들은 물었다. (...) 한순간이라도 비늘이라는 외피에 시선을 빼앗기지만 않는다면, 더 많은 걸 밝혀주는 다른 유사점들을 알아차리기 시작할 거라고. 예를 들어 폐어와 소는 둘 다 호흡을 하게 해주는 폐와 유사한 기관이 있지만 연어에게는 없다. 폐어와 소는 둘 다 후두개가 있다. 연어는? 유감스럽게도 후두개가 없다. 그리고 폐어의 심장은 연어의 심장 보다는 소의 심장과 구조가 더 비슷하다. p.239


-- 윤에 따르면, 분기학자들은 사람들이 일단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이상한 진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게 보이기 시작할 거라고 했다. "어류"가 견고한 진화적 범주라는 말은 실제로 완전히 헛소리라는 진실 말이다. (...) 진화적 관계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하는 범주이기 때문이다. (...) 수많은 미묘한 차이들을 "어류"라는 한 단어 아래 몰아넣은 것이다. p.240


--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우리 발밑의 가장 단순한 것들조차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리리라는 것. 진보로 날아가는 진정한 길은 확실성이 아니라 회의로, "숭정 간으성이 열려 있는" 회의로 닦인다는 것. (...) 일단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더 이상 그걸 제대로 바라보지 않게 된다는 사실에 대한 연민이었다. p.250


-- 나는 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 계속 그것을 잡아당겨 그 질서의 짜임을 풀어내고, 그 밑에 갇혀 있는 생물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특히 도덕적 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모든 자 뒤에는 지배자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 p.268



--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 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 망치다. p.268

.

.

#책 #독서 #책리뷰 #북리뷰 #물고기 #진화론 #분류학

매거진의 이전글 [책리뷰] 돈그릇을 키우는 6가지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