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화 Sep 23. 2024

[독서모임 구하기] 관련된 작품을 연결 지어 소개하기

매너리즘에 빠진 독서모임 구하기

 독서통계를 보면 성인들의 독서율은 점점 떨어집니다. 하지만 유튜브 이용 시간, OTT 가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합니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 중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외에는 ‘휴대전화 이용 및 인터넷, 게임을 하느라’가 가장 높습니다. 책은 아니라도 다양한 미디어를 소비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양한 미디어 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는 질문을 통해  생각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연결 지어 이해할 때 기억 속에 오래 남고, 아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신이 납니다. 알고 있는 것의 접점을 최대한 확장시킬수록 풍요로운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 소개하기

 

 처음에는 서로를 탐색하고, 배경지식을 활성화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저는 단골 질문으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본 적이 있나요?”라고 묻습니다. 누군가 손을 든다면 어떤 책을 읽었는지, 내용은 어땠는지 간략히 추가 질문을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은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고 작가와 정서적 친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도 없다면 준비한 내용을 바탕으로 간략히 소개하기도 합니다. 


작가의 여러 작품들을 탐색하다 보면 공통된 주제 의식이나 스타일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이번 지정 도서를 읽고 나누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가지고 있기로 유명해 하루키 월드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입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무라카미 하루키)>이란 책으로 모임을 할 때도 오프닝은 하루키 월드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노르웨이의 숲>,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같은 대표적인 소설부터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등의 에세이까지 서로 많은 이야기들을 공유했습니다. 이번 지정 도서와의 연결점을 찾으며 하루키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단서로 삼았습니다.


비문학에서도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을 다룰 때, 자연스럽게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가 따라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많이 팔린 책이라 모두들 한 마디씩 거들 수 있습니다. 작가의 공동체 지향적인 사상이 두 작품 다 스며들어 있어, 작품의 주제 의식을 선명히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서로서로 공유하며 집단지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도도 높이고 대화도 깊어집니다. 이렇게 작가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다 보면 이해되지 않는 애매한 것들이 많이 설명됩니다. 그것이 작가의 스타일이니까요. 애매모호하고 관념적인 내용들을 머리로 분석하지 않고 느끼는 감상 태도를 익히면 뒤에서 나누는 이야기도 술술 풀리게 됩니다.


비슷한 주제의 다른 작품 소개하기


 다음 자주 던지는 질문은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작품에 대한 내용입니다. 여기서 작품은 책에 국한되지 않고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도 포함입니다. 영화에 대한 내용이 제일 많이 나오더라고요. 책을 읽으면서 계속 어떤 장면이 떠오르고, 인물이 연결되고 할 때, 그러한 연결 과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겁니다. 


 실버 독서회에서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이라는 프랑스 소설을 다루었습니다. 한 성숙한 소년의 시각에서 인생을 바라본 내용이었는데, 멤버들이 바로 <새의 인생(은희경)>, <아홉살 인생(위기철)>을 이야기했습니다. 한국 소설이 익숙한 시니어 분들이 격렬하게 공감하며 반응했고 작품의 특징이 어느 정도 규정되었습니다. 


 북렌즈에서 다룬 책 <클라라와 태양(가즈오 이시구로)>은 감정을 갖게 되는 인공지능 로봇과 소녀의 우정 이야기인데, 온갖 인공지능 로봇 관련 영화들이 자연스럽게 공유되었습니다. <에이 아이(스티븐 스필버그)>, <바인센테니얼 맨(크리스 콜럼버스)>, <아이, 로봇(알렉스 프로야스)> 등의 영화 이야기를 통해서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걱정거리 등을 공유하며 주제에 대한 이해를 넓혀 갔습니다.


 환경 관련 도서 <두 번째 지구는 없다(타일러 라쉬)>를 다룬 모임에서는 책과 함께 환경 다큐멘터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공장식 축산 경영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를 담은 <카우 스피라시>,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다룬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을 담은 <제로-제로 웨이스트> 등을 통해 세부 주제별로 확장된 지식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환경 주제라도 멤버별 관심사가 다르기 때문에, 추가적인 미디어 소개를 통해 더 깊이 있고 의미 있는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반대의 시각을 다룬 작품 소개하기


 마지막으로 같은 주제에 대하여 작가의 생각과 다른 작품을 연결 짓는 질문입니다. “작가의 생각이나 주장과 다른 작품을 접한 적이 있나요?” 소개되는 작품들을 통해 지정 도서와 대립되는 시각을 균형 있게 다루며 비판적 읽기가 가능합니다.  


 북렌즈에서 <회복탄력성(심리학)>이란 심리학 책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태도를 통해 어려움과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 회복탄력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긍정 심리학을 토대로 하는데, 한 멤버가 그에 반대되는 <긍정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이란 책을 소개했습니다. 제목부터 강렬하죠. 이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통해 무조건적인 감사와 헌신의 태도는 위험하다고 이야기하자 모두들 신선한 자극을 받았습니다. 매일 감사일기 쓰겠다고 다짐한 멤버도, 저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야겠다고 다짐을 미룰 정도였어요.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란 정치철학자인 저자가 정의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고찰하는 내용입니다. 이 도서로 모임을 여러 번 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이한)>입니다. 하나하나 조목조목 반대하는 저격형 책이었는데, 제가 대신 읽고 멤버들에게 소개하며 비판적 시각을 유도하곤 했습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장하준)>는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비판하는 경제 도서입니다.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멤버들도 모두 같지 않기 때문에, 다른 시각의 작품을 검색하다 알게 된 책이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송원근, 강성원)>입니다.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며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 대해 균형 잡힌 토론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경우도 있지만, 입장이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판사유감(문유석)>은 현직 부장판사의 시선으로 법을 바라본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모임을 하는데, 평소 판사의 판결에 대한 불만족이 많았던 멤버가 <불량 판결문(최정규)>을 소개하며 부조리한 법정에 대해 변호사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판사의 잘못된 판결로 인한 재심 사건도 많은다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그때 다른 멤버는 <비밀의 숲>이란 드라마를 이야기하며 검사의 입장과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판사님의 에세이를 읽다가 변호사, 검사의 이야기가 모두 나오게 되며 법치주의 자체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생각을 확장하는 질문만 던지면 멤버들의 참여로 집단지성을 이룰 수 있습니다.




관련된 작품을 연결 지어 소개하기


1.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 소개하기 

2. 비슷한 주제의 다른 작품 소개하기

3. 반대의 시각을 다룬 작품 소개하기

이전 06화 [독서모임 구하기] 눈높이에 맞는 도서 선정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