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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11시간전

[독서모임 구하기] 눈높이에 맞는 도서 선정하기

매너리즘에 빠진 독서모임 구하기

독서모임의 꽃은 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좋은 책’을 선정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많은 멤버들이 도서 선정에 따라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좋은 책이란 ‘멤버들이 읽고 싶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관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선정자의 전문성보다 독자의 눈높이, 관점을 고려한 선정이니까요. 

물론 전문가인 독서모임 리더의 추천도서를 기대하는 멤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추천도서는 학창 시절부터 많이 만났습니다. OOO의 서재라고 해서 추천도서는 검색만 하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시각을 멤버들 중심으로 바꾸어 봅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멤버들이 많다면, 그들이 읽고 싶은 책인 베스트셀러일 겁니다. 요즘 핫한 책을 함께 읽고 트렌드에 동참하면서 독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자기계발과 성장 동기가 뚜렷한 멤버들은 자기계발서에 대한 니즈가 높을 겁니다. 재테크 관련 도서를 집중적으로 읽는 모임도 많이 있습니다. 인문 교양이 빠진 분들은 스테디셀러, 고전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기준은 모두 멤버들의 흥미와 관심 주제로부터 나옵니다. 


나아가서 멤버들의 독서력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도서의 난이도가 적절해야지, 즐겁게 읽고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유명하고 좋은 책도 멤버들이 읽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시니어 독서회를 운영할 때, 개인적인 욕심으로 애정하는 철학소설을 선정했다가 큰코다친 적도 있습니다. 독서가 원활하지 않으면 모임 진행도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북렌즈에서는 자기계발서와 재테크 책은 거의 다루지 않습니다. 모임장이 싫어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오해입니다. 저는 골고루 다 읽어요.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추천 도서를 받은 결과, 멤버들의 주된 취향을 알게 되었고 거기에 어느 정도 맞추고 있습니다. 더불어 <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명작들도 함께 읽고 싶지만 부담을 느끼는 멤버들이 있음을 알기에 자중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선정하더라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다들 완독 할 수 있도록 평소보다 더 신경 씁니다. 결국 모임을 전제로 한 멤버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추가적으로는 작품의 저자와 출판사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어떤 부정적인 논란거리가 있지 않은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검색해 봅니다. 도서관에서 독서모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이미지 선정된 도서의 저자가 미투 사건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선정된 도서를 교체해달라는 항의와 함께 빠르게 대응한 적도 있습니다. 또 독서경영 추천 도서로 선정한 책이 투자 사기에 연루되어 문제가 된 적도 있습니다. 책 자체가 훌륭하더라도 그런 책들은 제 가치를 인정받기 힘듭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저자와 연결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만큼 민감한 사항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판매지수와 리뷰도 참고합니다. 베스트셀러까지는 아니라도 너무 반응이 없는 책들은 살짝 피합니다. 읽지 않은 책을 고를 때는 리뷰도 많이 참고합니다. 어느 정도는 검증된 책을 고르기 위한 기준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는 분들도 많은데, 그런 책들은 빌리기 힘든 단점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이 안 맞아도, 꽤 인기 있는 책이라고 하면 시대정신을 읽는 마음으로 접근하기 좋습니다. “사람들은 이 책을 왜 좋아할까?”와 같은 호기심을 갖고 읽으면 또 얻는 것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각거리, 대화로 나눌 주제들이 충분한지 확인합니다. 엄청나게 몰입감 있는 소설을 읽고, ‘와! 재밌었다!’라고 반응하는 모습과 책을 가운데 놓고 사람들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다르게 그려집니다. 그래서 어떠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책인지, 어떤 대화를 나누면 좋을지를 가볍게 생각해 봅니다. 책을 읽지 않고 온라인 서점에 나오는 책소개와 목차를 보고도 충분히 떠올릴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입이 근질근질한 책들이 열띤 대화를 나누기 좋습니다. 순간의 즐거움을 넘어 여운을 갖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모임 참여에 대한 열망도 높아집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니까요. 감동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막 샘솟습니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책은 읽고 나서도 ‘도대체 모임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지?’라는 불안감을 갖게 합니다. 발제하는 사람도 고민이 많죠. 반면에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가 생각나고, 물음표가 떠오르는 책들은 멤버들도 자신감을 갖고 임합니다.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모임을 하기 좋은 친절한 책이 모임의 질을 높이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도서 선정의 기준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혼자서 끙끙 앓으며 할 필요는 없습니다. 멤버들과 기준을 공유하고 함께 선정해도 됩니다. 1년 치 도서목록을 회의를 통해 미리 정하는 모임도 있고, 트렌드를 반영하여 월마다 추천도서를 받는 모임도 있고, 도서 선정을 개인에게 전적으로 일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이런저런 방법을 다 활용해 보았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모임의 콘셉트가 다 달랐고, 적용한 방식도 다 달랐습니다. 그중에서도 멤버들의 추천도서를 꾸준히 받고, 그중에 최종 선택만 리더가 한 방식이 기억에 남습니다. 멤버들과 리더의 합작품이라 그런지 모르겠네요.


추가로 도서를 선정하고, 그 도서를 왜 선정했는지 한두 줄 코멘트 담기를 추천합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모임의 방향을 정하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나름 멤버들을 설득하는 멘트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고민해서 선정한 도서이니 만큼, 애정을 갖고 마케팅하면 그 정성이 멤버들에게도 전달될 겁니다.




이렇게 해봅시다.

1. 멤버들에 대한 이해: 흥미도, 관심사, 난이도

2. 체크리스트 요소: 저자, 출판사, 판매지수, 리뷰3. 결국은 생각거리: 명확한 주제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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