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에 빠진 독서모임 구하기
E모임장: 요즘 독서모임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아요. 힘이 빠지네요.
승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E모임장: 처음과 다르게 의욕이 안 생겨요.
승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E모임장: 그냥 가끔… 내가 굳이 왜 모임을 운영하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곤 해요.
승화: 조금만 뜻대로 안 되어도 크게 실망하게 되죠.
E모임장: 누가 저 좀 동기부여 해줬으면 좋겠어요..
승화: 결국 운영하는 사람이 힘이 나야, 모임도 활력이 생길 텐데 말이죠.
E모임장: 맞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순수하게 책을 좋아하는 마음, 사람과 대화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독서모임을 시작했더라도 지속하는 힘은 또 다릅니다. 멤버 모집 및 관리, 일정 확인, 장소 섭외, 도서 선정 및 발제 등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해요. 멤버들은 모임장이 동기부여 해준다고 하지만, 모임장은 누가 동기부여 해주나요? 셀프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스스로를 챙기지 못하다 순식간에 잠수(?)를 타거나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는 모임장들도 봤습니다. 누군가 의지를 갖고 그 빈자리를 맡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독서모임이 공중분해 되기도 합니다. 결국 운영하는 사람도 나름의 의미를 찾아야 지속 가능한 독서모임이 됩니다.
우선 스스로 결핍을 느끼는 부분을 파악해야 합니다. 현생이 조금만 바빠지면 손쉽게 독서모임 운영의 끈을 놓기도 합니다.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 것도 벅찬데, 운영까지 하려니 더 힘들고 귀찮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책임감 있는 분들은 애써서 하다가 번아웃을 선포하기도 해요. 그렇게 구석에 몰리기 전에 미리 대응을 해야 합니다.
리더로서 모든 것을 떠안으려고 하기보다, 역할을 적절히 분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회자의 역할이 부담스럽다면 그 역할을 돌아가면서 맡도록 진행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또 매번 모임마다 참여하는 것이 힘들면 리더 없이도 모임이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어요. 오랫동안 함께 해온 사람들에게 조금씩 책임을 이양하는 과정을 거치면 됩니다. 또 본인이 부족한 부분은 더 적합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북렌즈도 리더와 함께 여럿 운영자들이 있었습니다. 저를 대신해서 뒤풀이를 담당할 오락부장, 홍보 포스터를 만들어주던 예술부장, 간단하지만 비용 처리를 해주던 총무님!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어요. 이후에 제가 모임에 가지 못하는 날도 운영자 분들이 있어 모임 진행에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가장 역동적인 시기에 함께 이끄는 사람들이 있어 지금까지 잘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커뮤니티 플랫폼 중에는 모임장 외에 ‘모임지기’, ‘번개돌이’와 같은 추가 역할을 멤버 중에 지정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곳도 있어요. 쉬운 말로 하면 선생님을 돕는 반장, 오락부장과 같은 개념입니다. 짐이 너무 무겁다면 함께 나누자고 멤버들에게 솔직하게 말해 보세요. 다들 힘을 나누어줄 겁니다.
이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독서모임을 통해서 내가 실질적으로 얻는 것이 무엇인가,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 허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정당한 대가를 받고 싶다는 생각은 절대 속물적이지 않습니다. 독서모임도 결국 운영하는 사람의 노력과 서비스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운영하는데 지원이 되는 비용을 정하고, 유료 독서모임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시장의 원리이기 때문에, 유료인 만큼 제공하는 서비스에 가치를 담을 수 있다면 찾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발길이 끊기겠죠. 정당한 수익을 얻는다면, 그것 또한 큰 동기 부여가 됩니다.
모임장들이 “누가 독서모임에 돈을 주고 오나…?” 걱정하는 것에 비해 유료 독서모임은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가치 있는 경험을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대신 수익형 독서모임은 좀 더 뚜렷한 콘셉트의 모임들이 인기가 많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것도 분명합니다. 남의 돈을 받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저도 무료 독서모임부터 고비용 독서모임까지 다양한 모임을 이끌어 보았는데, 서로 다른 특색이 있었습니다. 그 멤버들의 니즈 차이를 분명히 이해하고 기획해 보면 충분히 승산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접적은 수익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브랜딩의 도구로 독서모임을 생각하는 겁니다. 저 또한 북렌즈 모임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논문을 쓰기 위해서였습니다. 다른 독서모임에서 참여자였다가, 부지런히 참여하다 보니 운영자가 되었다가, 논문을 쓰기 위해 이런저런 연구 설계가 가능한 독립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연구라는 목적이 있었기에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논문도 쓰고 첫 책도 쓰다 보니 ‘얻은 것이 많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면서 동기부여도 더 잘 되었습니다. 멤버들과 팟캐스트도 하고 유튜브도 하며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었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니 독서모임전문가 타이틀도 얻게 되었고, 브랜딩 덕분에 좋은 경험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독서모임 사람들과 공동 저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함께 작가의 꿈을 꾸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을 벌이는 것은 힘들지만, 브랜딩이란 장기적 목표를 보면 힘이 납니다. 한 자산관리사 분은 취미로 독서모임을 운영하다 ‘책 읽는 자산관리사’라는 고품격 이미지 브랜딩도 하고 입소문으로 고객도 유치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네트워킹을 적극적으로 해서 사업 파트너가 된 사례도 있습니다. 사람이 모이면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이렇게 해봅시다.
1. 역할 분담하기
2. 수익형 독서모임 진행하기
3. 개인 브랜딩으로 확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