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에 빠진 독서모임 구하기
C모임장: 요즘 독서모임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아요. 힘이 빠지네요.
승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C모임장: 매번 똑 같은 이야기만 나누다 와요.
승화: 매번 다른 책을 읽지 않나요?
C모임장: 맞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나누다 보면 똑 같은 이야기가 나와요.
승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도요?
C모임장: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승화: 책도 책이지만 나누는 대화가 중요한데 말이죠.
C모임장: 맞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독서모임을 하다가 그만둔 분들을 만나면 항상 물어봅니다. 왜 그만두게 되었는지요. 여러 문제가 있지만 어느 순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본인은 바쁜 시간 쪼개서 열심히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수다만 나누다가 시간이 지나면 허탈하다는 이야기도 해요. 쓸데없는 이야기는 없다고 하지만, 누군가의 독서모임 참여 이유를 빼앗는 이야기들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사회자의 역할입니다. 무의미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삼천포로 빠지지 않도록 사회자가 잘 조율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습니다. 특히 성인 모임에서는 사회자라고 해도 누군가의 말을 끊거나 정리하는 일이 힘듭니다. 기분 나빠하는 분들도 있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모임을 위해서 결단을 내려야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면 끊고, 너무 뜬금 없는 이야기로 새면 정리하고, 발언권을 고르게 분배하는 등의 역할을 확실히 정립합니다.
사회자로서의 권위를 가질 때는 상호합의가 필요합니다. 모임원들과 문제 상황을 점검하며 역할의 기준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저는 모임 시작 때 미리 언급하기도 합니다. “이야기 나누다 보면 말이 길어질 때가 있는데, 그럼 제가 이런 신호를 하겠습니다! 그럼 스스로 마무리 지어주시면 됩니다. 한정된 시간이니 이해해 주세요. 또 발언권도 너무 쏠리지 않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이야기가 책과 너무 멀어지면, 제가 거리 조절도 좀 할게요.” 이렇게 미리 합의의 과정을 거치면, 모임 중 개입할 때 훨씬 수월합니다. 여러 사람의 발언권이 충돌할 때도, 발언권의 분배라는 기준을 공유했기 때문에 발언을 많이 하지 않은 분에게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이전 합의의 과정이 없었다면, “왜 나보다 저 사람 말이 우선이냐!”라고 따질 수도 있겠죠.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과정에도 “책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서 ~”라는 멘트를 통해 거리 조절을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모임을 멘토링하다 보면, 사회자의 역할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많이 만납니다. 그래서 사회자 없이 모임을 진행하거나, 돌아가면서 사회자를 보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도 나름의 역할 모델은 필요합니다. 자유와 방임은 다르니까요. 사회자라고 명시하지 않더라도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조치할 수 있는 시스템, 규칙을 정해야 합니다. 상호 견제의 시스템과 협력의 규칙이 활성화되면 올바른 대화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매번 지정 도서가 달라지는데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대화가 책에서 멀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화가 빠질 때마다 사회자가 조율하는 것도 힘든 일이니, 대화를 책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는 규칙을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론 책과 사람을 함께 만나는 것이 독서모임의 매력이지만, 문제 상황시에는 극단의 조치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A모임은 독서모임에 참여할 때 필수로 책을 챙기도록 규칙을 정했습니다. 지정된 책이 없으면 참여할 수 없다고 도장을 콱 찍은 것입니다. 책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하겠다는 굳은 의지이기도 하죠. 책을 오래 전에 읽었거나,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반납했거나… 다 얄짤없습니다. 그 기간 동안 책을 안 봤다면 또 까먹을 수 있으니 더더욱 책을 챙기고 모임 전에 내용을 떠올려 봐야 합니다.
책을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그것도 안 될 말입니다. 책의 내용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몇 페이지, 어느 구절까지 자세히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합니다. 대화의 출처를 책으로부터 시작하는 방법입니다.
저도 시니어 독서회를 운영할 때, 과도한 개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워낙 삶의 경험이 풍부하신 분들이라 잘못하면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으니까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책을 함께 읽는 방식을 강조했습니다. 저부터 “몇 페이지~”를 크게 외치며 모두 그 책을 펼칠 수 있도록 유도했어요. 뒤에 개인의 경험이 더해질 수 있지만, 시작은 책으로부터 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는데도 화제가 겹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슷한 주제의 책을 연달아 선정하거나, 비슷한 주제의 질문을 반복해서 하는 상황입니다. 그럼 나오는 이야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한 사람이 여러 도서를 선정하는 경우, 그 사람의 취향이 담긴 도서가 반복적으로 지정되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질문도 비슷한 질문이 나오게 되고, 나오는 대답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하는 모임은 보통 시즌제로 운영합니다. 언제든지 사람이 바뀔 수 있도록, 주제가 바뀔 수 있도록 유연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도서와 발제로 대화의 방향을 전환시켜주면 대화의 폭이 넓어집니다. 매번 똑 같은 이야기를 해서 걱정이라면 기본과 획기적인 도서 선정과 발제로 분위기를 확 바꾸어 봅니다.
이렇게 해봅시다.
1. 사회자로서 역할, 규칙을 정하기
2. 책 중심으로 모임 진행하기
3. 성격이 다른 도서와 발제 준비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