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구하기] 어떻게 살까 철학도서 책모임

매너리즘에 빠진 독서모임 구하기

by 이승화

철학은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거대한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두 모임에 대해 함께 알아봅니다.


철학은 처방전이 아닌 각성제


철학을 왜 해야 하는가, 철학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것 자체가 철학적 물음입니다. 현 시대를 철학적을 고찰한 책, <서사의 위기(한병철)>에 좋아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정보의 쓰나미는 주의를 파편화한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이야기하기와 귀 기울이기에 필요한 관조적 머무름을 방해한다.” 철학은 방해를 극복하는 과정입니다.


이 관조적 머무름을 위한 철학 도서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장 접근성이 좋은 일상 속 철학에 대한 내용입니다. 대표적인 일상의 철학자로 알랭 드 보통을 소개할 수 있습니다. 에세이와 소설, 철학서 사이의 경계를 왔다갔다 하는 작품들 속에서 깊은 생각을 이끌어 냅니다. ‘우리는 왜 불안한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예술은 어떻게 우리를 치유하는가?’, ‘여행을 잘하는 기술은 무엇인가?’ 등등 일상 속 질문을 철학적 접근으로 풀어냅니다.


<불안(알랭 드 보통)>을 읽고 나눈 모임에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나누었습니다. ‘불안’을 대상화해서 여러 철학자, 사회학자들의 시선과 함께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다음은 여러 가지 철학을 엮어 소개하는 책입니다. 저자가 나름의 기준을 갖고 여러 가지 사상들을 연결하여 소개하거나, 철학자들을 나열하는 방식의 구성입니다. 넓고 얕은 시각으로 다양한 철학 사상을 훑어볼 수 있어 부담이 적습니다. 조금씩 맛보기를 한 후에 마음에 드는 요리 전문점을 찾아가면 되니까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릭 와이너)>는 소크라테스를포함하여 14명의 철학자를 다룬 책입니다. 소크라테스, 니체, 칸트, 공자 처럼 익숙한 철학자와 시몬 베유, 세이 쇼나곤 처럼 상대적으로 낯선 철학자가 고루 섞여 있습니다. 이 책으로 모임을 하면서 멤버들은 14명의 철학자를 만났고, 그들의 사상을 맛보며 인상 깊었던, 더 알아보고 싶은 철학자 3명을 뽑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겹치는 철학자가 별로 없이 골고루 나왔다는 겁니다. ‘소로’에 대한 인상 깊은 내용 중 “<월든>은 각성제로 쓰인 것이지, 처방전은 아니었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월든 호수에서 자연인의 삶을 살았던 소로의 모습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하지는 못하지만, 그런 삶을 통해 지금 우리의 모습을 정신차리고 바라볼 수는 있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맞는 월든 호수, 안식처는 무엇인지 멤버들끼리 공유했습니다. 산과 바다를 포함하여 자연과는 거리가 먼 스타벅스, 만화방, 도서관 등도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철학자의 사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책입니다.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철학자의 삶과 사상을 만나면, 이해도도 높아지고 정서적 친밀감도 생깁니다. 여러 철학자들을 동시에 만나면 사상이 충돌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 철학자의 이야기를 쭉 만나면 통일된 메시지가 새겨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많은 철학자 중 한 명인 니체를 보겠습니다.


우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니체)>처럼 니체가 직접 쓴 책이 있습니다. 철학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지만, 그만큼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했을 때 많은 분들이 고통스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은 <마흔에 읽는 니체(장재형)>처럼 니체의 여러 사상서들을 엮고 해설을 덧붙여 풀어서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대중들에게 좀더 친근하게 접근한 책이라 자기계발서처럼 좀더 직접적인 메시지를 와닿게 전해 줍니다. 사람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철학자의 사상을 바탕으로 해결해 주는 성격이 강합니다. 모임에서도 부담 없이 완독한 분들이 많아 좀더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되었고, 멤버들이 철학과 친해지는 징검다리로 훌륭한 역할을 했습니다.


9240c6e4-60ab-4a26-85a0-217a8a8253d3.png


각양각색의 모임 이야기


철학책 독서모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철학’하면 떠오르는, 머리가 지끈지끈한 이미지를 그대로 잘 살린 벽돌책 모임이 있습니다.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던 책들을 함께 읽으며 지적 유희를 즐깁니다.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띤 가이드가 있으면 좀더 수월합니다.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부분을 적절히 도와줄 수 있으니까요. 도서관에서 시민들과 벽돌책을 읽는 <따로 또 같이 한 권 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멤버들이 중간에 지레 겁먹지 않을까 많은 걱정을 했었습니다. 한 권의 두꺼운 책을 쪼개어 몇 달 동안 함께 읽고 나누었습니다. 물론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그 지적인 충만감 자체의 즐거움을 느낀 멤버들의 후기도 마주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한 철학자의 여러 저서를 몰아서 읽으며 그 철학자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모임, 평화나 정의, 정치 등의 관념적인 주제를 다룬 철학서들을 엮어서 다루는 주제 중심 철학 모임도 있습니다. 좀더 나아가 멤버별로 한 철학자를 탐구하고 설명하는 세미나식 모임도 가능합니다. 준비해야 할 것들은 많지만 긍정적인 부담감으로 뇌를 자극하는 시간을 만드는 겁니다.


이러한 철학 독서모임이 조금 부담스러울 때, 좀더 말랑말랑하고 접근성 높은 독서모임도 가능합니다. 취미 철학의 형태로 좀더 친근하게 다가갑니다. <김광석과 철학하기(김광식)> 북토크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문화철학자인 교수님이 쓰신 책인데, 김광석의 노래를 철학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철학의 본래 자리는 삶”이라는 의미에서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하고 김광석 노래의 가사와 연결지어 해석해 주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다른 노래 가사 중에서도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다 <아이돌을 인문하다(박지원)> 책을 통해 아이돌 가사를 문학과 철학으로 해석한 내용을 마주하니 흥미로웠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일상의 호기심을 깊이 있게 고찰한 책 <피로사회>로 독서모임을 열었습니다. 질문은 간단합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피로한가?” 내용이 쉽지는 않았지만 우선 얇아서 접근하기 좋았고, ‘피로’라는 모두의 관심사에 맞게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무한긍정, 성과사회 속에 결국 우리는 스스로를 착취하게 된다, 노예근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모두 공감하며 통찰력에 놀랐습니다. 자연스럽게 책에 나오는 부정적 피로와 긍정적 피로를 나누어 보고, 스스로를 달달 볶았던 자가착취의 순간을 공유했습니다. 일상 속 철학을 통해 삶의 주도권을 조금씩 되찾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모임이었습니다.


[경제/철학 독서모임 포인트]

1. 난이도를 고려하여 도서 선정하기

2. 컨셉을 나누어 질문하고 접근하기

3.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독서모임 구하기] 자본주의 시대에 경제도서 책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