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건설하라!
*한마디: 돈과 마약, 미친놈과 사냥꾼(?), 그리고 보안관
*두마디: '누구'를 위한 나라는 없다. 그냥 사는 거.
*추천대상: 스릴러 좋아하시는 분
*깔때기: 내가 만났던 미친놈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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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노인복지 영화라고 생각했다가는 큰일난다. 포스터에서도 느껴지듯이 공포로 무장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의 의미를 한번 되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여기서 '노인'은 인생의 경험을 몸으로 축적한 존재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통찰력을 갖고 세상을 꿰뚫어볼 수 있는 지혜의 상징이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바뀐다고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고, 그들의 지혜는 항상 의미를 간직하며 존재 가치를 빛내준다. 하지만 여기서 그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한다. 그들의 경험, 생각, 통찰력으로 알 수 없는 일들이 부지기수로 생기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그들의 능력은 발휘되지 못하고 가치는 떨어진다.
자연스럽게 인물로 넘어가면, '노인'이자 나래이션 역할을 맡은 보안관 벨은 조부부터 부친까지 보안관에, 어린 나이부터 보안관말고는 다른 직업을 가져보지 못한 뼛속까지 보안관이다. 시작부터 옛날 보안관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끝에도 어르신과의 장시간 대화를 가지며 마지막은 은퇴 후 집에서 느끼는 무기력한 모습과 함께 꿈이야기로 장식한다. 꿈이야기 또한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나 돈을 잃어버린 것과 본인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생의 의지와 욕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다.
처음부터 벨 보안관이 무기력했던 것은 아니다. 젊은 보안관과 함께 다니며 사건 상황을 꿰뚫는 혜안을 보여주며 그의 가치를 드러내고, 모스의 부인과의 만남을 통해서 그들을 지켜주고자 하는 의지도 보인다. 모스를 잃고나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그 부인을 마징한 순간. 그 표정은 주름이 녹아내려 얼굴을 뒤덮을 것 같은 침울한 모습이다. 마지막 살인마 안톤 쉬거와의 대치 상황에서도, 노련함을 발휘하긴 하지만 끝내 잡지는 못한다. 결국 보안관은 단 하나도 지켜내지 못했고, 이루어내지 못했다. '무모한 객기'와 '무의미한 범죄'라고 요즘(?) 범죄 행위를 폄하할 수는 있지만, 그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는 보안관은 삶의 가치를 잃게 된다.
뼛속까지 보안관인 벨과 다르게 떠돌이 사냥꾼(?)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스는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 '돈' 때문에 많은 것을 잃지만 끝까지 그 돈과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타협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다. 나름의 방식으로 이겨내고 맞서 싸우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닥칠 일'에 대비하려고 마지막까지 발버둥치지만 결국 살인마에게 당한다.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변 사람들은 자만심이라고 생각하며 보호와 협동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모스는 허용하지 않는다. 그에겐 단순 '돈'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아닌, 궁지에 몰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싸움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마지막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는 살인마 안톤 쉬거. 돈이나 마약같은 것을 뛰어넘는 '그만의 원칙'이라고 멋있게 포장되지만 결국 대화가 통하지 않는 싸이코다. 동전 던지기와 같은 놀이를 통해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풀어내지만, 결국 자신이 신(악마)과 같은 존재라는 착각에 빠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에게 삶을 선물해줄 수 있고, 죽음을 선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있다. 앞에서 다루었던 뼛속까지 보안관과 대척되는 뼛속까지 살인마이다.
끝에 그만의 원칙(동전 던지기)에 거부하는 인간(모스의 부인)을 만나게 되는데 이는 카센타 사장과 같이 손쉽게 강압적인 원칙에 응하는 사람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살인마는 동전도 자신과 같은 뜻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규칙을 끝까지 고수하지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는 '신호등'을 의식한다. 자신은 자신만의 규칙으로 살아가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저울질하면서, 신호등이라는 인위적인 규칙만 믿고 가다 교통 사고를 당한다. 아쉽게도(?) 그는 죽지 않고 살아 다른 곳으로 가지만, 이 상황은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결국 공유되고 이해되지 못한 원칙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들면서, 공유되고 이해되는 원칙 또한 완벽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노인'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세상은 요지경이고, 그 요지경 속에서 나는 그냥 살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