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한 마리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젤리

by 마루

곰 한 마리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나는 원래 젤리를 잘 먹지 않는다.

Gemini_Generated_Image_9j5qkq9j5qkq9j5q.png

젤리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 어릴 적 시장 한쪽에서 한 박스로 쌓아두고 팔던 색깔 젤리다. 빨강, 초록, 흰색이 겹겹이 쌓여 있던 그것. 명절이나 잔칫날 상 위에 올라가던, 손이 먼저 가서 싸움이 나던 간식.

어느 날, 여직원이 내 책상 위에 젤리 하나를 놓고 갔다.

곰 모양이었다. 포장이 꽤 단정했다.

‘이걸 왜 나한테?’

괜히 의아했다. 젤리는 싸지 않다. 더군다나 공짜라니.

나중에 디스플레이를 보고서야 알았다. 1+1 행사였다.

하나가 남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묘하게 고마웠다.

남은 하나를 나에게 줬다는 사실이.

딱딱하다. 생각보다 많이.

포장을 뜯고 젤리를 입에 넣었다.

첫 인상은 의외였다.

딱딱하다.

ChatGPT Image 2026년 2월 22일 오후 04_20_35.png

젤리는 말랑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이건 다르다.

쉽게 녹지 않는다.

입안에서 가볍게 굴러다닌다.

어금니로 살짝 눌렀을 때, 바로 부서지지도 않는다.

침이 섞이면서 서서히 표면이 풀린다.

달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과하지 않다.

설탕 맛이 먼저 치고 나오지 않는다.

하나를 먹고, 또 하나가 자연스럽게 입에 들어간다.

무의식적으로.

혀에 남는 건 맛보다 색이었다

그제서야 보였다.

곰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정확히는 색이 다르다.

빨강, 노랑, 초록.

색마다 미묘하게 맛이 다르다.

강하게 주장하지 않고, 조용히 구분된다.

문득 예전 생각이 났다.

명절 때 먹던 사과 젤리.

빨간색은 유독 먼저 없어지고, 흰색은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기억.

혀에 색이 물들어서 서로 보여주며 웃던 순간들.

형태는 달라졌지만,

젤리가 맡고 있던 자리는 비슷했다.

왜 1+1이었을까

이쯤에서 생각이 들었다.

왜 굳이 1+1일까.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다.

하나만 팔아도 될 텐데,

왜 하나를 더 얹어줄까.

이 맛을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한 번에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일까.

생각을 다 끝내기도 전에

입 안에는 이미 반 봉지가 들어가 있었다.

다음 날, 나는 또 그 앞에 서 있었다

의식하지 않았는데,

다음 날 나는 같은 편의점 앞에 서 있었다.

또 1+1.

이번엔 내가 고른다.

젤리는 여전히 딱딱했고,

여전히 쉽게 녹지 않았다.

그래서 더 오래 입안에 남았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이 젤리는 서두르지 않는다.

빨리 달아나지도 않고, 빨리 사라지지도 않는다.

곰 한 마리가 책상 위에 놓였던 그날처럼,

조용히 남아 있다가

어느 순간 생각 속으로 들어온다.

매거진의 이전글디자이너 없는 사장님의 구세주일까? 포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