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층 계단
엉킨 사진의 실타래를 푸는 법
봄 방이었나, 가을 방이었나.
복층 계단 사진을 열다섯 번쯤 들여다보다가 결국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창을 닫았다.
그냥 넘어가도 됐다. 어차피 독자는 모른다.
나만 알고, 나만 잊으면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NotebookLM은 알고 있었다.
문패 귀퉁이에 찍힌 '가을' 두 글자. 주방 타일의 노란 체크무늬. 창가 원형 테이블의 각도. 내가 무심코 눌렀던 셔터들이 전부 증거가 되어 있었다.
AI는 내가 흘려보내려던 것들을 기어이 건져 올려 "이건 가을 방입니다"라고 말했다.
틀리지 않았다. 업무적으로는 완벽하게 맞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피곤하지.
사진을 찍는 사람은 안다. 기억하는 것만큼 잊는 것도 일이라는 걸. 수백 장 중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흘릴지 결정하는 그 편집의 감각—그게 사실 사진가의 눈이다. 망각은 실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나는 봄 방과 가을 방 사이의 그 흐릿한 경계를 그냥 두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헷갈리는 채로, 어딘가 닮은 두 공간으로.
AI는 그 선택을 돌려보낸다. 친절하게. 정확하게. 내가 이미 흘려보내기로 했던 것들까지 전부.
나는 그 피로함을 그대로 글에 썼다. 잊어도 됐을 것들을 전부 기억하게 된 사람의 피로함이라고. 그리고 그 글을 다시 NotebookLM에 넣었다.
AI가 답장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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