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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데 당신은 아니군요: AI가 놓친 0.1%의 행방

숨을 쉬는 존재의 복원이 아니었다.

by 마루

예쁜데 당신은 아니군요: AI가 놓친 0.1%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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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클라이언트가 AI로 생성한 자신의 얼굴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매끄러운 피부, 황금 비율에 딱 맞는 눈코입. 객관적으로는 분명 '완벽한 미인'이었다. 하지만 사진을 띄워놓고 한참을 들여다봐도, 내가 카메라 렌즈 너머로 마주했던 그 사람의 공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정교하게 박제된 인형이지, 숨을 쉬는 존재의 복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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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서사, 평균의 함정

사진을 확대해 보았다. AI는 수만 명의 데이터를 학습해 도출한 가장 '평균적인' 아름다움을 구현해 놓았다. 하지만 실제 사람의 매력은 그 평균을 배신하는 지점에서 나온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얼굴은 웃을 때 왼쪽 눈이 아주 미세하게 더 감기고, 콧날 옆에 작은 점 하나가 찍혀 있는 불완전함 속에 있었다.


AI는 그 불완전함을 '오류'로 판단해 지워버렸다. 대칭이 완벽해질수록, 그녀가 살아온 시간의 흔적과 고유한 표정의 습관들도 함께 증발했다.

도자기처럼 매끄럽게 밀린 피부 위에는 어떤 서사도 머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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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도의 각도, 무너진 입체

화면 속 인물의 고개를 아주 살짝 틀어보았다.

그 순간 턱선이 뭉개지며 이질감이 터져 나왔다.

실제 그녀의 턱선은 내가 촬영 현장에서 조명을 비추었을 때 날카롭게 살아나던, 조금은 비대칭적인 고유의 선을 가지고 있었다.

평면적인 픽셀로만 인물을 이해하는 기계는, 고개를 돌렸을 때 이마에서 콧등으로 이어지는 곡선이나 턱밑에 생기는 미묘한 그림자의 깊이를 알지 못했다.

정면에서는 그럴듯해 보여도, 찰나의 각도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진짜'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입체적인 존재를 평면의 평균치로 가두려 한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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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의 틈을 메우는 일

나는 다시 마우스를 잡았다. 기계가 정렬해놓은 매끈한 가상의 덩어리 위에,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흔적들을 하나씩 덧씌우기 시작했다.

의도적으로 좌우의 균형을 조금씩 무너뜨리고, 조명 아래서만 보이던 거친 피부의 결을 살려냈다.

눈동자의 초점이 맺히는 위치를 아주 미세하게 조정하자, 비로소 박제된 인형의 눈에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나는 AI가 얼굴을 그려주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사진사가 할 일이 더 많아졌다고 믿는다.

기계가 채우지 못하는 그 마지막 0.1%의 틈, 그곳에 그 사람다운 '존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현재 기술의 한계: AI는 인물을 3차원 구조가 아닌 2차원 픽셀의 집합으로 인식하여, 각도 변환 시 윤곽선이나 깊이감이 뭉개지는 왜곡이 발생합니다.

평균의 함정: AI는 학습 데이터의 완벽한 평균을 구현하려 하지만, 실제 인간은 불완전한 패턴과 비대칭성을 가지며 이 차이가 불쾌한 골짜기를 유발합니다.

5축(5-Axis) 입체 데이터: 정면, 좌우 측면, 하이샷, 언더샷 등 5개 각도와 3가지 광원, 2가지 표정을 조합한 최소 30장 이상의 정교한 데이터 밀도가 확보되어야 이질감을 지울 수 있습니다.

기술 파이프라인: 페이스메쉬(FaceMesh)로 데이터를 정렬하고 가우시안 슬래팅(Gaussian Splatting)으로 3D 형태를 구축한 뒤, 디퓨전(Diffusion) 기술로 디테일을 보정하는 구조를 취합니다.

AI가 놓치는 미세한 비대칭과 피부 질감을 의도적으로 유지하는 수동 보정 단계가 인물의 '존재감'을 복원하는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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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AI로 블로그 하시면 좋으십니까?" 새벽 다섯 시 사십일 분에 달린 댓글이다. 나는 그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볼수록 좋아졌다. 화두는 원래 그렇게 온다. 모르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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